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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6. 월요일
벨테브레






문재인 참배, 이완구 인사청문 등으로 어수선했던 지난 한 주, 법조계에도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법조계 지인의 입을 빌려 대화 형태로 재구성해보았다. 단, 모델로 설정된 법조계 지인이 법조계 전반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므로 오해없길 바란다.



 
1. 판사 조련, 우째 하나


벨테브레(이하 '벨') : 요새 판결이 갑자기 많이 나는 거 같지 않아요? 지난달말에 김용판 대법원 선고되더니, 월요일엔 원세훈, 금요일엔 조현아까지.
 
법조계 지인(이하 '법') : 그 와중에 변희재는 깨알같이 2심에서 벌금 600만원으로 감형됐더라. 아무래도 인사철이니까. 법관들 발령 나기 전에 한바탕 털고 가야지. 후임이 와서 새로 검토하려면 얼마나 머리 아프겠냐?
 
벨 : 그도 그러네요. 원세훈 법정구속 된 건 대단한 것 같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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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 作. 관련기사(링크)>


법 : 대단하지. 너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아마 원세훈도 놀라지 않았겠냐? 선고날도 원심 유지된다는 기사가 먼저 뜨더만. 공직선거법 또 무죄나면 테러당할까봐 신변보호요청도 하고.
 
벨 : 감방에서 교도관들한테 신변보호를 받게 됐죠.
 
법 : 재판 시작하기 전에 기자들한테, 끝나고 나오면서 간단히 한마디 할테니 지금은 인터뷰 안 한다고 그랬다며.
 
벨 : 인터뷰는 3년 뒤에 해야 할텐데... 그나저나 어떻게 1심 결론이 뒤집힌 거죠?
 
법 : 1심에서는 당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이 올린 것으로 의심되던 트위터 계정 중 일부만을 증거로 채택한 뒤, 선거기간 중 해당 트위터 갯수가 감소했다는 점을 들어 선거운동의 목적성이 없다고 봤잖아. 2심의 경우 보다 많은 트위터를 증거로 채택했고, 선거기간의 범위도 선거 직전이 아닌 박근혜가 새누리당 후보가 된 때부터로 넓게 본거지.
 
벨 : 그럼 검찰의 항소이유가 받아들여진 거네요?
 
법 : 그렇지. 사실 검찰은 항소도 안 하려고 했는데, 만일 검찰이 항소 안했으면 아무리 판사가 의지가 강해도 못 뒤집는 부분이었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라고. 뒤집어질 줄 알았으면 항소 안했을지도 몰라.
 
벨 : 이명박 회고록 땜에 삐진 박근혜가 원세훈한테 응징한 거 아닐까요?
 
법 :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사건 재판장이 김상환 판사라고 김어준하고 주진우 무죄 선고한 양반이잖아. 그럼 걔네들은 정권에 딸랑거려서 봐준거냐?
 
벨 : 1심 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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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균 부장판사 / 출처 : 민중의 소리>

 
법 : 법원이 그게 문제야. 똑같은 사건인데 1심, 2심 결론이 이렇게 달라지니까. 결국 판사들이 눈치 안 보고 소신 있게 판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자꾸 인사를 갖고 장난을 치잖아. 이범균 승진한 것도 그렇고. 그 때 김동진이라고 왜, 코트넷(법원내부통신망)에 이범균 디스했던 판사는 2개월 정직 먹었잖아. 이번에 사채왕 돈 받아서 구속된 최민호가 정직 1년인가 그렇던데, 그거랑 이범균 비판한 거랑 비교할 수 있는건가.
 
벨 : 이○한 부장도 있잖아요. 악플러 투잡 뛰는.
 
법 : 그래, 아까보니까 사표냈다고 나오더만. 어차피 신상털린 마당에 판사는 더 못 할 줄 알았지만, 이런 경우엔 빨리 사표수리하는 게 관용을 베푸는 거일 수도 있어.
 
벨 : 한 부장은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개인적인 의견을 쓴 거라며 쉴드쳐주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법 : 그건 글이 문제라기 보다는 사실 생각이 문제 아냐? 악플을 단 것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재판을 했을 거라는 게 난 더 무서워. 그리고 악플만 안 썼다 뿐이지 속으로 그런 생각 품고 있는 판검사들 많을텐데 그 사람들 손에 운명이 걸린 백성들 생각하면 소름 돋는다.
 
벨 : 에이 설마요.
 
법 : 아니, 진짜야. 김동진 부장도 그렇지만 전에 이정렬이나 서기호 같은 판사들, SNS에 글 쓴 건 경고로 끝났지만, 그 이후에 다른 이유들 덧붙여서 망신주면서 정직시키고 재임용탈락시키고 결국 쫓아낸 거 아냐. 이쪽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탄압하고, 반대쪽에 대해서는 승진시키거나 문제 생겨도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바로 사표 수리해주고. 이걸 본 판사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냐구.
 
벨 : 한 마디로 법원 수뇌부에서 판사들을 길들이려 하는 거다?
 
법 : 그거지. 결국 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사법연수원 성적 갖고 판사 뽑던 시절에야 노무현, 강금실 같은 사람도 판사 되고 그랬지만, 이제 로스쿨 출신이며 경력 변호사 중에서 판사 뽑으면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선발하겠지.
 
벨 : 김상환 부장판사는 어떻게 될까요?
 
법 : 지켜봐야지. 이 사건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게 됐잖아. 원세훈 김용판은 그렇다치고, 수사팀장이 윤석열 검사였는데 징계먹고 좌천됐잖아. 김상환 부장판사도 채동욱처럼 엄한 걸로 꼬투리잡아서 망신주고 쫓아내려 할지도 모르지. 이완구가 말했잖아. 김영란 법 통과되면 검경에 불려가서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어떻게 합니까' 이렇게 항변하는 부패한 공직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어. 그래서 김영란 법도 중요한데,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은게 필요한 거지.
 



2. 돌려막기 하다 보니, 이, 완구


벨 : 이완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사실 그 발언이란 게, 한국일보 기자가 새정치민주연합 쪽에 소스를 주고, 그게 다시 KBS로 넘어가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취재윤리 위반이란 얘기도 있고 언론계에도 후폭풍이 좀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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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한겨레>


법: 일단, 실질적으로 정치권력이 어떤 식으로 언론을 통제하는지 민낯이 드러난거지. 그리고 이완구 교수 임용이나 황제 특강 관련된 의혹도 그렇지만, 사립학교 재단에서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는 프로세스가 개판이라는 것도 밝혀진 거고. 노무현 때 4대 개혁 입법했던 게 언론이랑 사학법 아니었냐. 잘 안 돼서 그렇지만... 김영란 법 막고 있다고 지 입으로 밝힌 이완구가 물러났으니, 이젠 뭐 언론인까지 포함되서 처리되지 않겠어?
 
벨 : 그 녹음한 한국일보 기자가 곤경에 처하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고...
 
법 : 그렇겠지. 취재 윤리 얘기하는데, 어떻게 보면 자기 매체에서 막히니까 우회한 건데 일종의 내부고발적인 성격으로 볼 수도 있는 거 아냐? 문창극이랑 이완구를 비교해 봐도, 의혹 자체는 이완구가 압도적으로 많잖아. 어떻게 보면 문창극은 딱 그 발언 하나 땜에 물러난 건데, 그거랑 비교해도 난 이완구가 더 심각하다고 봐.
 
벨 : 그래도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건 좀...
 
법 : 교회 가 봐. 그건 일종의 레퍼토리야.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이 있었지만 그걸 통해 단련되고 더 성숙해졌다. 결국 이게 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개인적인 차원의 간증을 민족적인 경지로 승화시킨 거라고.
 
벨 : 위험한 발언 같은데...?
 
법 : 물론 그렇지. 그 역사관 자체는 분명 일국의 총리로선 문제가 있어.
 
벨 : 이완구는 언론관이 문제가 있는 거고...
 
법 : 그런데 생각해 봐. 문창극이 삐뚤어진 역사관을 갖고 있다 한들, 지나간 역사를 바꿀 힘은 없잖아. 그런데 이완구는 왜곡된 언론관을 가지고 언론을 길들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채찍과 당근으로 입맛에 맞는 기사만 내보내고 마음에 안 들면 빼고, 기사 쓴 기자는 자기가 죽는 줄도 모르게 죽이고, 이거 딱 전두환 때 하던 수법아냐?
 
벨 : 마음에 안 들면 삼청교육대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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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 作. 관련기사(링크)>


법 : 국보위 출신이다 보니까 보고 배운 게 그런 쪽인 거 아닌가 싶은데, 그래서 옛날 사람들 너무 오래 돌려막기하고 그럼 안 된다니까.
 



3. 일등공신의 말로


벨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번에 신영철 후임 대법관에 박상옥이라고 검사출신 지명했잖아요.
 
법 : 신영철 후임 자리는 검찰 몫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현재 대법관 14명 중에 검찰 출신이 아무도 없거든. 그래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아니 김진태 검찰총장이 검사장들 중에 대법관 희망자를 찾아 다녔다는데, 고등검사장 급 중에 희망자가 없어서 지방검사장 중에서 대법관 가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조건으로 고검장 승진시켜주겠다고까지 했는데 현직 중엔 아무도 없었다더라고. 그래서 부득이 현직에서 떠난 지 한참 된 사람을 지명했다는 얘기가 있어.
 
벨 :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수사팀의 일원으로 사건을 은폐한 게 아니냐 이런 의혹이 있잖아요.
 
법 : 역사 이슈가 제기될 줄은 몰랐겠지. 막내 검사라서 수사에 깊게 개입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일리는 있어. 그러나 검사라는 지위의 무게라는 게 그 정도로 될 일인가. 막내 검사, 그렇지. 검사들 매일 점심마다 부장님 모시고 같이 식사하잖아. 그때 그 부에서 제일 기수가 낮은 검사가 식당도 예약하고 법인 카드로 결제도 하고 총무 노릇하니까. 서초동 같은 데는 판검사가 워낙 많으니까 식당에서 '나 검산데요.' 해봐야 예약 안 하면 자리 없고, 외상도 잘 안 해주고. 어쩌면 박상옥도 그 때는 그런 시다바리 역할 밖에 못했을 수도 있어. 근데 너도 형사소송법 공부해봐서 알겠지만, 검사가 뭐냐. 공익의 대표자이고 수사의 주재잖아.
 
벨 : 독임제의 단독관청...
 
법 : 그래. 일반적인 공무원들이야 정부기관의 구성원에 불과하지만, 검사들은 한 명 한 명이 다 각자 정부기관이잖아. 박상옥이 4년차 막내 검사라고 해도, 사법연수원을 막 마친 25살의 여자 애들도 검사 되면 영감님 소리를 듣는데, 그런 예우를 받는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감을 가지라는 뜻 아냐?
 
벨 : 생계형 검사들도 많이 있잖아요.
 
법 : 그야 그렇지. 권력에 맞서는 게 어디 쉬운가. 대부분의 사람들이야 조용히 살아가고, 나도 뭐 그런데서 자유롭진 않을테니까. 그렇게 검사도 하고, 나와서 전관예우 받으면서 변호사 하고 그 정도라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 나약한 법조인이 대법관이 될 자격이 있어? 대법원이란 곳이 어떤 곳인데. 대한민국에서 젤 억울한 사람들이 하소연할 수 있는 마지막 기관이잖아. 그런데 다른 사건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자기 대학 후배이기도 한 젊은이가 국가기관에 의해 죽음을 당했는데 그걸 밝혀내지 못한, 그러면서 자기가 막내검사였다고 변명하는 사람이 과연 책임감 있게 판결을 하겠냐는 말이지. 대법관 돼도 한동안은 막내라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을 테고, 또 어떤 사건은 주심이 아니라서 못 하고, 그냥 비루한 변명만 늘어놓지 않겠냐는 거지.
 
벨 : 그래도 검찰이란 곳이, 검사동일체도 있고 상명하복에서 자유롭지 못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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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과 임은정 검사 / 사진 출처 : 미니홈피>


법 : 그래도 그 안에서도 윤석열이라든지 임은정이라든지, 징계받고 불이익받으면서도 소신있게 수사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 옛날에 천정배는 성적되는데도 전두환한테 임명장 못 받겠다고 판검사 임관 거부했잖아. 찾아보면 그런 법조인들도 없지 않은데 굳이 검사 출신, 그것도 별반 소신을 보이지 못한 사람을 대법관으로 삼아야 하나? 꼭 그래야 하나?
 
벨 : 박상옥 후보자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법 : 글쎄, 내 생각은 좀 회의적이야. 아직 일정도 안 나왔다며. 이완구처럼 단독처리도 불사할 만큼 비중 있는 양반도 아니고. 야당 입장에선 이완구가 저렇게 걸린 이상, 통과된다면 박상옥이라도 잡아야 체면이 설 것이고, 이완구가 통과되지 않는다면 박상옥만 통과시켜줄 수도 없는 일이잖아. 적절한 명분을 갖고 자진사퇴하고 후임 물색하는 쪽으로, 슬슬 출구전략을 고민해 봐야겠지.
 
벨 : 그건 그렇고. 원세훈이 상고했던데, 판결 자체가 대법원에서 뒤집히진 않을까요?
 
법 :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지. 한 30~40% 정도? 대법원에서 의지를 가지고 뒤집겠다면 못할 건 아닌데, 판결문 보면 김상환 부장도 또한 뒤집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굉장히 치밀하게 법리를 검토하고 전개했더라구. 그래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던지, 안 그래도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건데, 원세훈이 구속이 됐단 말야? 규정상 빨리 재판해야 되는 건 둘째치고 시간이 걸리면 걸릴수록 죽을 맛이겠지.
 
벨 : 3년 다 채우면 정권 바뀌겠네요.
 
법 : 박근혜 정권 내내 재판과 감옥살이로 다 보내는 거지. 뭐, 어떻게 보면 박근혜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인 셈인데, 앞으로 공직자들 선거 개입 못하게 하는 타산지석이 되겠지.




4. 조현아의 땅콩 값은 얼마일까


벨 : 조현아 사건은 어떻게 보세요? 징역 1년 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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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그맨 作. 관련기사(링크)>



법 : 실형 날 줄은 예상했던 거잖아. 지금 이 분위기에서 대한민국의 어떤 판사가 집행유예를 줄 수 있겠냐. 뭐 그래도 딱딱했던 분위기에 비해서 징역 1년이면 선방한 거지.
 
벨 : 그럼 그보다는 형량이 셌을 거라는?
 
법 : 그렇지. 너도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공소사실이 전부 유죄로 인정되면 대략 검찰 구형량의 1/2 내지 2/3 정도를 기준으로 형량을 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잖아. 검찰이 징역 3년 구형했으니까, 내심 징역 1년 6월 내지 징역 2년 정도 예상했지. 죄목들도 항공보안법이라든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같이 후덜덜한 것들인데, 전부 유죄 받고도 징역 1년이라는 건, 나름 선처한거지. 
 
벨 : 조현아 씨 생각은 다르지 않을까요?
 
법 : 그러니까 항소했겠지. 그래도 초범이고, 수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을 정도로 반성 중이고, 19개월 된 쌍둥이 아들이 있고, 조양호 회장이 법정에 나와서 증언할 정도로 그룹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본인과 회사의 타격이 막대했고... 뭐 그런 얘기들을 많이 받아준 거 아닌가 싶어. 
 
벨 : 그나저나 재판이 너무 빠른 것 같지 않아요? 한달 만에 1심이 끝나다니.
 
법 : 그런 건 있지. 구속사건은 원래 일찍 재판하게 되어 있긴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구속된 박관천 경정은 아직 공판준비과정이니까. 아마 인사발령 전에 자기들이 재판을 마무리 짓겠다는 재판부의 강한 의지, 그리고 피고인 쪽에서 '굳이 재판을 끌지 않고 빨리 끝내고 싶다.' 이런 생각이 결합된 게 아닐까 싶어.
 
벨 : 비난 여론이라든지 국민적 분노가 거센 상황에서 좀 불리한 선택 아니었을까요?
 
법 : 글쎄. 조현아 변호인이 광장이랑 화우아니냐. 그래도 김앤장 다음으로 손꼽히는 로펌들인데. 아무래도 이 사람들이 기존 법관들과 학교 동문, 연수원 동기,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 변호사들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했지 않았겠어? 바로 다음주에 법관 인사발령이 나는 상황에서 새로운 재판부가 사건을 심리하게 되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 했겠지. 거기다 조현아는 감옥에서 하루하루 고통 받고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꺼내달라고 애원했을 테니 변호인단으로서도 그 뜻을 거스르기 힘들었을거야. 일반적인 의뢰인들과는 다르게 재벌 회장급 고객들은 변호사들 말을 잘 안 듣고, 변호사들도 거기에다 싫은 소리를 하는 것도 어렵다고. 즉, '유죄다.', '실형이 유력하다.', 조현아한테 이런 얘기도 대놓고 하기는 힘들었을 거 같은데.
 
벨 : 조현아는 왜 김앤장을 안 썼을까요?
 
법 : 광장이랑 한진그룹이 특수관계잖아. 김광태세율화라고 로펌 순위가 있는데, 광장이 바로 김앤장 다음 아냐. 물론 매년 조금씩 달라지긴 하는데 적어도 태평양 세종이랑 2위를 다투는 건 분명하다고. 근데 광장 설립자가 조중훈 회장 사위 잖아.
 
벨 : 그럼 조현아 씨 고모부가 되는건가요?
 
법 : 그렇지. 명동 롯데백화점 옆에 한진 빌딩이 있는데, 거기 광장 사무실이 있을 정도라고. 그만큼 가까워.
 
벨 : 변호사비는 얼마나 들었을까요?
 
법 : 나도 이 정도의 사건은 어느 정도 들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만, 한화 김승연 회장이 구속되었을 때 변호사비로 백억 원대를 썼다는 풍문이 있어. 그런 걸 감안해보면, 아마 착수금으로 몇 억 대, 그리고 성공보수. 이 경우에는 아마 집행유예, 그리고 실형의 경우에도 형량에 따른 조건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몇 십 억대 아니었을까 싶다. 그 밖에 변호사들이 매일같이 조현아 씨를 구치소로 접견을 갈텐데 그 비용이 상당할 거야. 선임료하고는 별도로 청구될 것 같은데, 항소했으니까 2심, 어쩌면 3심까지 가야할 것 같고, 그때마다 따로 변호사 선임계약을 해야 할 것이고 변호인단 구성에도 다소 변동이 있을테니 각각 그에 해당되는 비용을 지불해야겠지.
 
벨 : 항로변경죄 유죄난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법 : 이게 좀 대한항공 쪽에서 봤을 때는 자승자박이랄까. 항공보안법이나 항로변경죄는 사실 항공기 납치범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다 보니 형량도 세고 범위도 넓게 인정하는 편이거든. 항공사들도 이런 취지에 적극 호응했던 게 사실이고. 근데 거기에 조현아가 첫 빠따로 걸려든거지.
 
벨 : 조현아 항소했던데 2심은 어떻게 날까요.
 
법 : 2심도 빠르게 진행될 모양인데 집행유예는 힘들지 않을까? 대신 피해자들한테 거액을 공탁했다고 하니, 양형에 참작이 될테고 그 밖에 반성문이라든지 몇 가지 양형조건들이 유리해지면 형량이 다운될 여지는 있어. 징역 8월이나 10월 정도? 상고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2심 끝나고 좀 지나면 나오겠지.
 
벨 : 솜방망이 처벌 아닌가요?
 
법 : 뭐, 그런 측면이야 있지. 근데 조현아를 엄벌에 처하는 게 능사일까 싶어.
 
벨 : 그건 조금 위험한 말씀 같은데요.
 
법 : 조현아 처벌을 반대하는 게 아니야. 다만, 검찰이나 법원의 태도로 봤을 때 적어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민정서에 반해서 특별히 봐주고 이럴 수는 없다고. 그렇다면 이 사건 하나에만 너무 몰두해서 흥분하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가 있어. 조현아 처벌에 박수치는 사이에 다른 곳에서는 수많은 알바,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무관심 속에서 고통 받고 있잖아. 사람들이, 땅콩회항같이 자극적인 소재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그 관심을 이 땅의 모든 갑을관계, 가령 굴뚝 위에서 투쟁하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한테도 나눠주면 어떨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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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법 : 근데 나 이런 얘기하다가 좋게 되는 거 아니냐? 최민호한테 악플달던 네티즌이 알고보니 같은 법원 동료 판사였고... 세상이 다 이렇게 엮여 있어.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이게 무서운 얘기 하는 거야. 60 넘어가면 어디서 어떻게 엮일지 몰라요. 그러니까 인생사라는 게 서로들 얽혀 있어서 함부로 하면 안 돼. 대한민국 사회는 특히. 침착하게 남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가면 언젠가는 그게 리턴이 돼요. 그렇지 않소…? 우리 사는 게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섭섭한 거 없지? 결론적으로 오늘 이야기한 건 클리어 된거야. 동의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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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