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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2. 24. 화요일

워크홀릭









오늘은 기업 경영 중 자산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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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잡화 가게를 하든, 덩치 큰 제조기업을 하든, 기업의 가치는 결국 자산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됩니다. 조달이나 계약을 위한 기업신용평가도 물론 자산평가가 중요하구요. 또한 자산은 비용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세금과도 연관이 있고, 기업이라면 언제나 이익의 상태로 실질 자산이 튼실해야 한다는 대한민국의 이상한(?) 기업평가 관행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치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위키 백과의 자산에 대한 정의는 이렇게 되어있네요.

 


재산은 현실적 이용성 내지는 환가성이 있는 것으로, 동산·부동산·채권·유가증권·무체재산권 등의 사실관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재산은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가치의 존부가 결정된다.

 

이에 반해 자산은 손익계산에 관한 회계학적 개념으로 수익에 대한 것을 의미하며, 비용으로서 소비되고, 수익에 의하여 회수된다. 따라서 자산은 소비되었으나(, 현실적 이용성이 없으나), 아직 수익으로 전화되지 않고, 비용으로서 유보되어 있는 것. , 차기 이후에 수익으로 전화할 것도 역시 가치가 인정되어 자산의 개념에 포함된다.

 

 

역시 뭔가 대단히 좋은 내용으로 보이는데 어렵습니다.

 

위에서 보듯, 기업경영에서 자산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재산과는 다릅니다. 회계적 개념으로 자본과 부채를 합쳐서 자산이라고 하는데요. ‘왜 부채가 자산인가?’ 라고 물어보실 수도 있는데, 어른들 말씀 중에 이런 말 있잖아요. ‘빚도 능력이고 그것도 재산인겨~’

 

뭐니 뭐니 해도 이해가 어려울 땐 실체를 요리조리 뜯어보는 예제만 한 게 없죠. 예를 들어 자산을 설명해 보면 이렇습니다.

 

워크씨가 자본금 2천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보죠.

 

사무실 보증금을 1천만 원 내고 가구, 책상 등의 사무집기를 사는데 5백만 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직원을 고용했는데, 월급 이백만 원에 다음 달부터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남은 돈은 5백만 원 정도고, 이 돈으로는 당장 앞으로 출근할 직원 월급 몇 달 치도 안 됩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3천만 원을 융자받았습니다. 빚이긴 하지만 돈이 생긴 김에 업무용 차량을 한 대 샀더니 1천만 원이 또 나가 버렸습니다.

 

. 지금의 상태를 정리해 볼까요?


자본 : 2천만 원

부채 : 3천만 원

자산(자본+부채) : 5천만 원 = 보증금 1천만 원 + 사무집기 5백만 원 

                       + 차량 1천만 원 + 보유현금 25백만 원


 

이렇듯 자산은 자본과 부채를 통해 형성되는 겁니다. 위에서 본 작은 기업도 창업 며칠 만에 자산 형성 과정이 이렇게 복잡한데, 기업에서 수년간 발생하는 자산의 변동 상황은 더 복잡할 것이고, 잘 정리할 필요성이 있겠죠? 그래서 기업은 재무제표의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라는 것을 만들어서 자산의 상세한 내역을 주주나 은행 등 이해 관계자에게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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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공개되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

 

 

제가 예제로 내놓은 기업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재산과 자산의 차이를 설명하기 더 쉬울 것 같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기업의 자산은 매출채권(판매대금을 못 받은 상태), 선급비용(미리 지급한 돈),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모두 망라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재산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거죠. 따라서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와 경영진은 개인 재산관리 수준으로 기업의 자산을 관리하면 안 되는 것이고, 나름의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1. 자산인가? 비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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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임직원이라면, 비용과 자산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한데요. 돈을 씀에 있어서 자산으로 처리를 하는 것과 비용으로 처리를 하는 것은 당기손익에 다르게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소기업이나 창업기업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을 비용으로 계상하게 되면, 이익이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에 잘 구분하여 처리해야 합니다.

 

위의 예를 더 이어나가 보면요. 워크씨는 이제 직원도 뽑았으니 컴퓨터를 삽니다. 3대를 각각 150만원 씩 샀으니 450만원인데요. 만일 이 비용을 사무용품비로 생각해서 당해 연도에 비용으로 처리해 버리면, 손실이 커지게 됩니다. 첫 해 부터 대박이 나진 않을 것이고 사업초기에는 비용이 들어갈 일들만 수두룩하니까요. 그러나 자산으로 등록하고 매년 감가상각비만큼 비용처리를 하면 여러 해 동안 비용이 분산됩니다.

 

이것을 교과서적으로는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법적으로 당연히 인정되는 비용 처리 행위입니다. 따라서 일정 수준 손익분기점을 넘어 궤도에 오른 기업들의 경우에는 감가상각이 절세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감가상각비라는 비용이 있으니 수익이 줄고 세금을 덜 내니까요.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에 비치되어 있는(사실은 어딘가 처박혀 있을) ‘세무조정계산서를 펼쳐보세요. 도저히 찾기 어려우시면(?) 국세청 홈텍스 서비스에서 표준재무제표를 인쇄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산에 대해 감가상각비가 처리되지 않고, 자산이 매년 같은 가치로 처리되고 있었다면 귀사의 재무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

 

 

2. 귀사의 자산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기업의 살림살이,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창출의 능력과 가능성은 회사 자산을 파악하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회사들은 투자자나 은행, 정부 등에 자산을 부풀려서 기업의 모습을 더 예쁘게 보이려고 하는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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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식은 아니겠고...

 


따라서 상장기업이나 정부투자 기업 등에는 강제적으로 외부회계감사를 받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회계사의 감사를 통해 기업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것이죠. 제가 컨설팅하는 기업이 외부회계감사가 필요해서, 예전부터 협력해 온 회계 법인에 감사요청을 드리고 허락을 얻어, 감사 현장을 계속 참관(?)하면서 있었던 일인데요. 회계사가 기업의 재고 조사를 하러 부품 창고에 방문했고, 회계사의 질문에 자재 담당 직원이 설명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회계 : 이 부품은 어디에 사용하는 것인가요?


: , 그건 불용자재인데요.


회계사 : 그렇다면 재고목록에서 삭제하셔야죠

회사에서 불용이라는데 회계사가 설마 자산으로 인정해주겠습니까

에잇! 이럴 땐 거짓말로라도 재고라고 하셔야죠

회사에 별로 애정이 없으신가?


직원 : 그, 그렇군요.


회계사 : 혹시 앞에서 본 이거 하고 저거도 불용자재 아닙니까?


: …. 아닙니다.

 

 

재고자산(완제품, 부품 등)의 경우 영업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은 현금과 같이 취급하고 감가상각은 하지 않습니다. 직원은 정직(?)하게 감사에 임하긴 했지만, 자기가 관리해야 할 자산 목록은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았더군요. 회계사는 농담으로 거짓말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재고자산은 중요한 것인데, 재고 관리 담당자가 이러한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는 것도 좀 창피했죠. 그 날 재고 조사는 꽤 오래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 굴러다니는 자산을 먼저 챙기세요!

  

건설업의 경우 주기적 신고를 통해 면허가 갱신되는 형태입니다. 주기적 신고에서는 기업의 순자산 평가를 통해 3년간의 재무제표를 분석해서, 실질자본금을 충족하고 있는지 확인하는데요. 경기가 어렵고, 적은 자본금으로 시작한 전문건설업들의 경우, 사채를 끌어다가 급하게 자본금을 충족시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지요.

 

전문건설업 면허를 갖고 있던 기업을 방문했을 때의 일인데요. 이 회사의 사장님은 면허 갱신할 때마다 급전을 끌어 쓰느라 죽을 고생을 한다고 하소연을 하시더군요. 제가 사업장을 둘러보고 세무조정계산서와 자산 관리대장을 살펴보니, 여러 가지 장비와 계측기 등이 있었지만, 매입자료 관리를 하지 않은 채 몇 해를 지나쳐 자산(공구)로 등록하지 못한 상태였고, 여러 공사자재들 철근·H·실리콘·타일 등이 창고 곳곳에 높게 쌓여 있지만 재고자산으로 관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에게 창고정리를 통해 쓸 수 있는 재고들의 수량을 파악하게 하고, 공사현장에서 남은 자재들 중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창고로 다시 가져오게 했습니다. 3개월 후, 이렇게 정리한 재고가 56백만 원이나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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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공사를 해도 남는 게 없다는 사장님에게 흘리고 또 버리고 다닌 돈(자재)들이 원인일수도 있으니, 앞으로는 골프 나가시는 횟수를 줄이더라도 공사 현장을 챙기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요즘에 대통령께서도 골프를 권장하시는데 이 때 만났던 사장님이 혹시나 공사현장이 아닌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리셨을까 걱정이군요.

 

여기까지 읽으신 사장님들 중에는 안타깝게도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니. 이 어려운 걸 다 알아야 해? 내가 얼마나 바쁜데 내가 이런 걸 언제 다해.’


우리 경리 여직원이 워낙 똑똑하니 나야 신경 쓸 필요가 있나~’


나는 세무사무소에서 다 알아서 잘 해주는데 뭘.’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반응입니다. 오히려 이제라도 잘 공부해서 제대로 된 경영을 해야겠구나라고 댓글을 달아주시면 제가 그런 댓글을 다는 사장님을 믿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이 이해하기 어려웠다면, 너무 노여워 마시고 끝까지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 재무관리의 어려움을 대하는 자세 

 

재무관리를 잘 해야만 사장이 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사장이 해야 하는 가장 큰 일 중 하나가 재무관리입니다. 그 범위와 수준은 자신의 역량(소질과 지식, 타 업무에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시간 등등)을 감안하면 됩니다. 재무관리는 모르겠다고 포기만 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꾸준히 배우고 익히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시고, 본인의 역량 밖에 범위에는 반드시 보좌해 줄 수 있는 인력을 회사 안이든 밖이든 두셔야 합니다. 재무관리를 담당할 직원의 인건비가 아깝다면, 적어도 외부 기장 대리를 하는 정도의 투자는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 CFO는 무슨 일을 하는가?

 

CFO(Chief Financial Officer)는 한국말로 번역하면 경리 아가씨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소기업 사장님들이 회계나 재무관리에는 관심이 없다보니 경리 아가씨의 권한은 큽니다. 컴퓨터를 살 때는 사장님 다음으로 좋은 컴퓨터를 사지요. 직원들은 출장 나가서 비싼 갈비탕이라도 먹었으면 눈치를 살피며 영수증을 들고 경리 아가씨 앞에 섭니다. 경리 아가씨는 항상 계산기를 두드리며 전표라는 걸 열심히 씁니다. 똑 부러진 일처리에 사장은 항상 마음이 놓입니다.

 

그런데 경리 아가씨는 새로 나올 신제품을 제조하는데 드는 경비를 계산할 수 있을까요? 부족한 연구개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정부지원기관들에 사업계획서를 내고 프로젝트를 담당할 수 있을까요? 내년 목표인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입점하기 위해 신용평가를 대비하는 올해 재무제표를 기획해 낼 수 있을까요? 이런 걸 하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요?

 

현재의 자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영업의 범위·이에 따른 자본의 조달·미래 위험을 대비하는 큰 시야의 설계는 사장의 몫입니다. 위에 말씀 드린 것처럼 사장의 역량이 부족할 때는 보좌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CFO입니다.

 

제가 세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어를 선택하다보니 경리 아가씨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절대 경리 담당자들을 비하하고자 하는 얘기는 아니고요. 사장님들께서는 이미 확보한 경리 아가씨라는 인적 자원이 있으니, 그 담당자를 계속 키워서 CFO로 만들 생각을 하시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쓰는 이 연재도 함께 읽어 보시고, 교육도 챙겨서 보내시고, 단순한 영수증 처리에 시간 보내지 않도록 잡무는 외부 기장으로 과감히 돌릴 필요도 있습니다. 사장 본인이 재무적 능력에 한계가 명백하다면 가장 근접해서 보좌해야 하는 CFO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리 아가씨가 아닌 CFO가 말입니다.

 


. 전문가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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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복잡한 분야에 검증된 능력을 가진 전문가를 쓰는 경우 대리인이라고 하죠. 특허 등에서는 변리사가 활동하고, 세무회계에서는 세무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재의 시작에 말씀 드린 바 있지만, 우리나라는 종합적인 경영 컨설팅을 주업으로 하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그러다보니 사장님들의 생각과 달리 세무사들의 활동은 전반적인 경영컨설팅 보다는 기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세무사무소와 세무법인은 계속 늘어나는데 외부기장을 하는 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니, 경쟁은 치열해지고 외부기장에 대한 서비스 비용도 올라가지 않습니다.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세무사가 일일이 컨설팅을 해주고 싶을 정도의 돈을 기업은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상 좋고 덕망 있어 보이는 우리 세무사님, 국세청에서 나오신 지 얼마 안돼서 나중에 혹시 있을 세무조사에서도 큰 힘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외부기장을 맡긴 세무사무소에서는 실제로는 세무사가 아닌 직원들이 열심히 컴퓨터 프로그램을 써서 기장을 입력할 뿐입니다. 그분들이 겪는 노동의 강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죠. 적은 기장료로 사무소를 운영하려면 더 많은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으니까요.

 

막연히 잘해주겠지.’ 라는 생각만 하시고 있었다면, 이 글을 보신 후에는 세무사와 연락해서 저녁 약속이라도 잡으세요. 신용평가를 받을 계획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금 우리 회사 재무제표는 세무사님이 보시기에 어떠신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장인 내가 회사 경영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여쭙고 도움 받고 싶다고 말하는 게 시작입니다. 내가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면 환경의 열악함을 극복하고 하는 게 경영이고, 사장의 몫이니까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창업을 하시려고 준비 중인 분들도 계시고, 악전고투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이어나가는 기업도 있을 겁니다. 올해는 작년과 다른 실적을 거두고야 말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죠. 일단 많이 버는 게 중요한데요. 많이 버는 것은 하늘의 뜻에 있을 거 같고요. 감히 제가 컨설팅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과 자원,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어느 정도 벌 수 있는지 예상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시간에는 우리 회사의 매출액을 추정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 기사


1. 비상장주식

2. 영업비밀 겸업, 그리고 경업

3. 사장의 월급

4. 혁신적 기술과 신제품을 위한 연구 개발

5. 기술개발자금

2014 결산. 컨설팅 일기

6. 지적재산권 1

7. 지적재산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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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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