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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2. 26. 목요일

독투불패 광씹남






편집부 주


아래 글은 문화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독투불패(독자투고 게시판 및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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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만든 광고를 죽자고 씹고, 강한 상대만 골라 존재감 없는 신세를 자위하는 어느 광고인의 삽질. 광고 씹는 남자. 이번엔 국민 피로회복제 박카스 광고 차례다.



 제일.jpg



제일기획. 삼성을 위한 삼성에 의한 삼성의 광고대행사. 박카스 광고는 이곳에서 만든다. 돈 없으면 SKY 대학 들어가기 힘든 요즘, 좋은 대우와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서민의 아들딸들은 좋은 기업에 입사하기가 힘들어졌고, 뭐, 제일기획도 비슷하다. 가뭄에 콩 나듯 실력으로 치고 올라온 이들도 있지만, 고학력 유학파가 와이파이처럼 깔려있는 상태에선 가뭄에 콩 되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서일까, 제일기획이 언제부턴가 자기 동네 이야기만 하고, 자기 레벨에서 생각하며, 자기에 대한 공감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요즘 핫한 [박카스 CF: 애정회복편]이다. 제일기획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어디서 출발했고, 어떤 마인드로 만들어졌으며,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되짚어 보자.



박카스 CF - 애정회복 편





바로 이 광고 되시겠다. 지금부터 이 광고에 대한 세 가지 가정을 해보겠다.



① 광고 속에 나온 부부가 아이가 없는 경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섹스리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이런 부부의 삶에 아이는 이미 지워져 있는 상태다. 질펀한 섹스로 이어질 수는 있겠으나, 아이가 생길 리는 없다.
 


② 아이를 원하는 부부


산부인과에서 날짜까지 받아가며 장기간 선적을 도보했던 사이라면, 섹스가 피곤할 만도 하다. 사는 것도 피로한데, 소파에서까지 눈 맞을리가. 하지만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말이 튀어나올 만한 사이도 역시 아니다.



③ 첫째를 재우고 남매처럼 사는 부부


사실, 이 가능성이 가장 높다. 실제로 '가족끼리 어떻게 그 짓을 해'라고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이가 있고, 아내와 남편과의 섹스가 무덤덤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저 대사를 읊어대는 분들의 많은 수가 밖에서 섹스충동을 해결한다. 저 말의 앞뒤엔 '밖에서 하고 말지'가 생략된 것이다. 당신이 무척 공감하는 말의 태생이 그렇다. 어디 아니라고 말해봐. 좋다고 열광하는 이 카피가 실은 남성 위주의 삐뚤어진 성의식에서 나온 거다. 


③의 경우를 너그럽게 봐주고 다시 한 번 따져보겠다. 둘째라…. 나 같은 서민에게 둘째는 고뇌의 존재다. 소파에서 야한 영화나 보다가 덜컥 만드는 그런 생명이 아니다. 아빠가 노예가 되어 가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100년 가까운 인생을 살아야 하는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오래 고민한 끝에 네 살 터울의 둘째를 안았을 때…. 아!



모르는 거야?


모른다. 제일기획은 모르는 거다. 알면서 웃자고 만든 게 아니라, 모르니까 이렇게 만든 거다. 게다가 태생도 불순한 카피를, 공감만 사면 그만이라고, 온갖 매체에 도배하고 있으니 진정 모르는 거다.



김화백.jpg



일본식 표현인 '피로회복'이라는 카피에 (피로해소가 맞는 말이다) 애정회복을 그럴싸하게 붙여, 마치 일상의 피로를 풀면 사랑도 돈독해지고, 가족도 행복해지며, 나아가 인구도 늘 거라는 기대를 하는 걸까? 타우린 국물 따위가?


아이와 사랑과 가족의 관계는 민중을 피로하게 하는 원인을 제거하고, 진정 살만한 나라가 됐을 때 태어나고, 커지며, 돈독해지는 것이다. 피로한 상황을 피로회복제 따위로 대충 넘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눈앞의 즐거움보다 보통사람의 고통에 공감해야 역사에 남는 광고가 나온다. 피로 풀고, X 치고, 애 많이 낳으세요. 이런 건 기저귀 값 걱정 없이 학원 마음대로 다니며, 비싼 밥 먹고 자란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소리지 '국민 피로회복제'가 할 말은 아니다.


"난 재밌는데? 재밌기만 하고만 뭘. 웃기잖아. 그럼 됐지. 괜히 시비야."


라고 하는 분덜. 아, 그래. 생각하는 건 자유랬다. 뭐, 자유롭게들 생각하시라.


아, 괜한 소리 힘들게 썼네,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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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투불패 광씹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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