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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미디어협동조합의 파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산 넘어 산이라는 표현이 이럴 때 적절하게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


<국민TV>가 설립되던 초창기, 일이 되어가는 모습에서 무척 많은 결함을 볼 수 있었고, 주의를 환기하고자 몇 마디를 했다가 초장부터 초 친다고 욕을 먹었던 기억도 나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염원이 한데 모여 40억이 넘는 큰돈이 모금되었으며, 회비 개념으로 매달 걷히는 돈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서는 결과를 가져왔다.


몇 만(<국민TV>의 조합원 수는 27,0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이라는 사람들의 성원으로 그만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 어떤 면에서는 과연 이 진영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 하는 실망을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자면 뭔가 제대로 된 번듯한 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는 힘이 아직도 우리에게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었다.


그런 현실에 발을 딛고 서서 우여곡절 끝에 뉴스K 라는 (K저씨를 연상케 하는 제목이긴 하지만) 번듯한 정규 데일리 뉴스가 제작되기 시작했고, 첫 방송이 공개되는 날 나름대로 저 작은 결과물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쏟았겠는가 싶어 코끝이 찡해지는 경험도 했었다.



그러던 <국민TV>, 정식 명칭으로는 미디어협동조합이 고비를 맞고 있다. 어떤 이는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더 비관적인 사람들은 저런 식으로 운영하느니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옳다고 당위성을 들어 해산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정반대의 주장을 할 생각이다. <국민TV>를 살리자는 얘기다.



허약한 조직


이 바닥, 소위 민주네 개혁이네 진보네 하는 동네를 오래도록 지켜본 결과 확실하게 깨달은 하나의 사실이 있다. 누구나 다 알만한 얘기인 그것은 “조직이 약하다”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 대목에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뭐 이런 재수 없는 소릴 떠올리면 곤란하다. 서로가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정파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 분열 속에서 논쟁이 시작되고 그 논쟁의 결과로 새로운 비젼이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생산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을 깬다”로 표현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실낱같이 이어져 내려오는 진보의 역사를 보자면 판다운 판이 만들어진 상황 자체가 거의 없지만, 겨우겨우 모인 사람들이 서로 다투다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는 일은 매우 흔하게 벌어진다.


무슨 무슨 위원회, 그것도 주비위원회, 준비위원회, 발기위원회, 같은 것들은 왜 그리 많은지... 각 지역별로 시민단체는 또 뭐가 그렇게 많은지, 시사성 있는 사건이 하나 터지면 단체가 하나 생긴다. 그러나 그 수십 개의 단체를 다 돌아보면 등장인물들은 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진보적 시민단체들의 숫자가 그 단체들의 회원 총합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할 수 있겠다.


그런 유명무실한 단체를 양산해 내고, 실제로 하는 일도 없이 간판만 걸고 있는 경우, 정말 흔하게 보인다. 그나마 간판이라도 걸고 있으면 낫지만,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는 단체도 많다. 대부분의 경우 단체를 주도하는 한두 명의 사람들이 모든 일을 다 하고 행사 몇 번 열다가 그 핵심인물들끼리 한판 싸우고 나면, 한쪽이 삐져서 “나 안 해~” 이러고 떠나 버리고 남은 쪽은 뻘쭘하니까 그냥 간판부터 바꿔 달고 하는 일들이 연일 벌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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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단체도 마찬가지다. 국민승리21로부터 이어지면서 민노당까지 만들어 낸 것, 진짜 보기 드문 쾌거였다. 그러나 그 정당도 산산이 공중분해 되어 버렸다. 그 정당을 공중분해 시키는데 일조한 사람으로서 할 말은 아니라는 비난은 그냥 감수하도록 하겠다(우리 안의 괴물 - 경기동부 : 이 글이 퍼지면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종북몰이가 시작되었다는 비난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런 여파를 감수할 각오를 하고 쓴 글이라는 점도 얘기해 두고 싶다).


문제는 왜 그러냐는 것이다. 이 바닥 사람들이 만든 조직은 왜 그렇게 허약하고 수시로 망가지고 무너져 내리냐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일시적인 자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순환구조, 뭔가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지속적으로 자금이 모일 수 있는,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으며 특정 그룹의 희생에 의존하지 않고 관련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윈-윈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 바닥의 조직들은 대부분 '가치'를 목표로 놓고 탄생하기 마련이다. 어떤 때에는 절박한 이유로, 어떤 때에는 끓어오르는 분노로, 어떤 때에는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설립되지만 그 모든 것은 다 가치일 뿐이다. 가치는 그 자체로 돈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소모된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자금을 모을 방법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해야 할 일, 추구해야 할 가치만을 보고 달려드는 경향이 있고, 아직도 그 경향은 유효한 상태이다. 이런 조직은 얼마 못 간다. 단언 할 수 있다. 조만간 망한다.


민노당이 그렇게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거창한 가치나 정치사적 의의 같은 꺼풀을 모두 벗겨내 버리면 노조를 통해 자동으로 가입되어 노조회비에 한 항목으로 포함된 당비를 자동납부하던 수많은 대기업 노조원들의 힘이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로 인해 민노당에는 힘이 생기고, 그 힘을 원하는 사람들이 민노당 당권을 장악하려는 의지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그 선하지 못한 의지로 인해 무너져 내리긴 했지만 말이다.


사례로 들기에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딴지일보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익다운 수익도 내지 못하고 너부리 편집장 이하 편집부 기자들의 고집으로 운영되던 딴지가 활력을 얻었던 것은 “나꼼수 열풍”에 이은 돈의 몰림, 그 돈으로 만들어낸 벙커원이라는 실질적인 기반, 그리고 그 기반 하에서 벌어지는 각종 수익사업, 즉 벙커원의 VOD, 딴지 마켓의 매출, 그리고 딴지 라디오의 흥행에 이은 광고수익이라는 모델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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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1 강연


이제는 인정하자. 돈은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조직에 필수적인 존재다. 돈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는 조직은 버틸 방법이 없다. 몇몇의 후원에 기댄 조직은 후원이 끊기는 순간 쓰러진다. 몇몇의 열정과 그에 따른 무보수 노동에 의존하는 조직은 싸움과 상처만 남길 뿐이다. 내가 이렇게 헌신을 했는데, 하는 회한은 조직을 살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거기다가, 이 바닥에 몸을 던져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 금수저 출신이 아니다. 당장 생계를 잇기도 힘든 사람들이 무슨 사회사업을 하고 시민활동을 한단 말인가. 그러다 보니 그들에게는 보통 사람들의 몇 배가 넘는 타락의 유혹만 돌아가게 된다. 진보 계열의 시민단체의 회계상황, 뒤져보면 깔끔한 곳 거의 없다. 돈에 대한 유혹은 어지간한 의지로는 버티기 힘든 괴물 같은 존재다.


돈도 못 받고 헌신을 하다 보면 그 사람들은 억울해진다. 나는 왜 남들 다 월급 받으면서 놀 때 사고 싶은 옷 한 벌 못 사고 번듯한 시계 하나 못 차는지, 남들 다 할부로라도 중형차 뽑아 몰고 다니는데 난 왜 교통카드 충전도 무서워 벌벌 떠는지 억울해진다. 이런 압박감에 시달리면 자제력이 감소하게 되고, 어떤 사고를 쳐도 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단체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사고, 횡령, 돈에 의한 분쟁, 이성 관계의 문제, 심지어 성폭행 사건들을 장시간 취재하다 보면 그런 사고가 날 만한 상황이었다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고를 치는 사람들을 옹호할 생각은 아니니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그런 사고는 조직의 붕괴를 유발한다. 가뜩이나 진보계열의 단체를 지켜보는 외부의 시선은 순혈주의 도덕주의로 무장한 채, 손톱 끝만 한 사고라도 하나 터지면 “니들도 그럴 줄 알았다, 온갖 깨끗한 척은 다 하더니...” 라는 비난을 쏟아 부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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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ational geographic


내부적으로도 그런 사고가 터졌을 때 정상적으로 냉정하게 합리적으로 처리할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가뜩이나 사람도 부족해 죽겠는데 언제 윤리준칙 같은 거 다 만들고 처벌에 권위를 세우고 사태를 해결할 ‘여력’을 확보해 뒀겠는가. 대부분은 “그게 뭐임? 먹는 거임?” 하게 되는 상황일 뿐이다.


그렇게 무너져 내린 조직이 오열 종대 앉아 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 반이다. 그 와중에 실망을 하고, 상실감을 느끼고, 회한을 담고, 이 놈들은 사회 일반인들보다 그나마 좀 나을 줄 알았더니, 더한 놈들이었어.. 라는 배신감을 곱씹으며 이 바닥을 떠난 유망한 인재들, 아니 인재가 아니라도 후덕한 후원자들까지 합치면 연병장이 아니라 여의도 윤중로 삼십 바퀴를 돌고 남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달라져야 한다. 한때의 열풍을 타고 뭔가를 하려는 생각은 잠시 내려놓자. 문제는 한순간에 몰려든 거액의 후원금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 라는 사실을 직시하라는 거다. 이 구조가 상식적인 기반에서 가능성 높게 그려지지 않는다면 조직을 만들지 말고 사람을 모으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부작용만 더 늘어난다.


그런 순환 가능한 구조가 잡혔다면, 이제는 실무적인 구현을 신경 써야 한다. 조직의 목표에 찬성한다는 것이 조직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보증은 절대 안 된다. 오히려 조직의 목표에는 관심도 없는 ‘조직 전문가’가 훨씬 더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일을 맡을 전문가가 필요하다. 조직의 회계업무를 맡을 사람을 고를 때에는 그 사람의 정치적 입장보다는 회계실무지식이 훨씬 중요한 법이다. 열정보다 능력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는 얘기이다.


민주당, 그러니까 새정치연합이 빌빌거리는 이유 중에 그 바닥 잘 아는 사람들이 꼭 손에 꼽는 이유가 하나 있다. 정당의 당권을 누가 잡는가, 정당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런 거에 별로 관심도 없는 경험 풍부한 당직자들이 몇 차례 당권의 향배가 뒤바뀌면서 모두 자리를 잃고 쫓겨났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이 당으로써 기능을 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이 정례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챙기는 사람들이 없어 맨날 일이 빵꾸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마치 대뇌의 지시가 없어도 항상 일정한 속도로 뛰는 심장 같은 존재들이라는 점, 잊어서는 안 된다. 조직에서는 목표가 되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매일 매일 지속되는 실무, 잡무, 경험 없이는 아무도 챙기지 못하는 반복되는 일상을 얼마나 매끈하게 처리해 내는가 하는 부분도 매우 중요한 법이다. 이런 걸 놓치면 사고가 나고, 사고가 나면 잡음이 생기고, 잡음은 분파를 형성하고, 조직은 흔들리기 시작하는 법이다. 작은 실무를 무시하는 집단이 무슨 큰일을 하겠는가 말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어떤 조직이 생겨나고 그 조직이 잘 되기를 바라는 조직의 외부를 둘러싼 집단, 과일로 치면 씨나 씨방을 둘러싼 과육 같은 조직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라면 회원일 것이고, 공익단체라면 후원자그룹일 것이고, 조합이라면 조합원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 집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조직의 미래를 걱정하고, 조직의 비젼이 잘 구현되고 있는가를 감시해야 한다. 그저 매월 귀찮게 돌아오는 회비만 던져 버리고 뭔가 중요한 일을 했다고 뿌듯해 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폐지라도 주워 회비를 내는 거룩한 희생정신도 중요하지만, 내가 낸 돈, 단돈 만 원이라도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확인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그 조직은 미래가 어두워진다. 회원들은 돈 내는 기계로 전락하고 조직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세력들은 그 돈이 자기 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사례는 차고 넘친다.


결국 조직을 운영하는 핵심 그룹과 조직의 외피를 둘러싸고 있는 대중그룹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거, 제대로 하는 조직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다 망했겠지만.



<국민TV>, 미디어 협동조합의 미래


실망한 사람이 많다.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화를 내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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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팩트tv>


발족 초기에 저 조합에 출자하는 것이 좋겠는가 하는 조언을 부탁해 오신 분들이 꽤 된다. 나는 정중하게 “좀 더 지켜보시라”고 말렸었다. 어떤 분들은 조언을 받아들였고, 어떤 분들은 조언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출자하기도 했다.


출자를 안 하고 지켜보시던 분들이나 출자를 강행한 분들이나 이번 사태를 보고 느끼는 심정은 복잡다단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화도 나고, 안타깝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분들이 연락을 해 오면 나는 이제부터가 진짜니까 이제는 한 번 출자 해보시기를 권하고 있는 중이다.


아니, 다 망한 조직에다가 왜 돈을 더 넣냐는 항변도 받는다. 어차피 돈을 더 줘도 또 저렇게 망가질 거 아니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 뭘 보고 저 쓰레기 더미가 다시 살아날 거라고 얘기 하냐고 짜증 섞어 반문하는 분들도 있다. 실제로 가능성은 별로 없다. 사실이 그렇다. 나 또한 갑자기 미디어 협동조합이 미친 듯이 변신을 해서 마구 잘 돌아갈 거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바닥은 찍었다고 생각한다. 겉멋은 빠졌고 허세는 걷어내어 졌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어떻게 하면 망가지는가에 대한 경험을 얻은 사람들이 있고, 여기서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다수가 존재한다. 조합원들은 반으로 감소할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매월 들어오는 회비 역시 급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실제 모습이 얼마나 나약하고 볼품없는 것인지를 한 번 본 사람, 즉 자기 객관화가 된 사람은 강하다.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얼마나 일을 망쳤는가를 겪어본 조직은 강해진다.


규모가 작아지면 작아진 대로 거기에 맞게 활동할 수 있다. 터무니없는 무슨 상조회사 같은 부대사업에 대한 욕심도 어지간히 빠졌을 것이다. 티비 방송이 어렵다면 어려운대로 있는 자원을 활용해 도전해 볼 만한 분야는 많다. 조직이 아무리 망가져도 고정자산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 역시 다변화되고, 좀 더 솔직하고 냉정한 컨텐츠들이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인기를 끌진 못하겠지만, 차차 나아질 가능성이 많다.


제일 확실한 것은, 이제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점이다.



전통의 가치


무엇보다도 가슴을 아프게 했던 것이 하나 있다.


우리는 왜, 한 번의 실수만으로 사람을, 또 조직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냐는 것이다.


고쳐 쓴다는 개념이 왜 없을까? 다시 숫자를 말해보자. <국민TV>에 모여든 돈, 40억이 넘는다. 그 돈이 하늘에서 떨어졌나? 누군가 애타는 마음으로, 정권을 되찾아 오지 못한 분노로, 왜곡된 언론에 대한 참담함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슬픔으로 무리해서 꺼낸 돈 들이다.


그게 나꼼수의 인기 탓이건, 김용민의 개인적인 인기 탓이건, 서영석에 대한 지지였건 상관이 없다. 정치적 올바름에 어긋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모아낸 돈이다. 그만큼의 돈이 모일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건 돈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생명의 일부였을 것이다.


비록 돈은 다 써버렸을지라도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일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정성을 모아냈었다는 그 사실이다. 이게 우스워 보이시는가? 그냥 툴툴 털고 돌아서도 된다고 생각하시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사람을 우습게 보는 사람”이다. 한 때의 열정이었어도 좋다. 우리는 뭔가를 위해 그렇게 힘을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자존감은 절대 한때의 것이 아니다.


그런 열정은 수천 년간 우리들 사이에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4.19가 그랬고, 5.18이 그런 것이다. 6.10이 그랬고 80년대 노동 대투쟁이 그런 것이며, 한겨레신문이 그런 존재다. 그런 역사적 전통을 왜 우리는 이어가지 못하고 항상 작은 실수로 인해 포기해 버리고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냐는 것이다.


실수도 기록해야 한다. 질 때 지더라도 명예롭게 퇴각을 해야 하고 그 퇴각의 과정까지도 기록하고 이어 나가야 한다. 아직도 <국민TV>는 살아 있고, 거기에는 사람이 있고 장비가 있고 출연진이 있고 이사회가 있고 무엇보다도 조합원들이 있다.


이 귀중한 자산들을 꼴 보기 싫은 몇 사람들의 전횡으로 인해 다 버려 버리는 게 옳을까? 아니면 지저분하고 창피한 전통이라도 이어서 끌고 가는 게 좋을까?


전통은 영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패배의 전통도 전통이며, 실패의 전통도 전통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며, 그 사람들의 마음이다.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물건도 고쳐 쓰는 마음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얘기하는 것이다.


<국민TV>를 살리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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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




뱀발 : 작으나마 미력한 힘이라도 돕기 위해, 또 가수 손병휘님의 꼬드김에 넘어가 저 또한 국민라디오에 다시 출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 정확한 시점이나 방송 내용도 정해진 바 없으나, 그렇게 작은 한 손이라도 얹어 보고자 합니다. 물뚝이 출연하면 청취율이나 깎아 먹지 그게 무슨 도움이냐고 하신다면 상처받을 예정입니다.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