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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의 편집장 너부리 옹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좋은 일도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는 거야."


이번 '쉬운 해고'를 추진하는 정부와 재계를 보며 위의 말이 떠올랐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니, 그냥 착한 일을 못 하는 차원이 아니겠다. 이번 정책은 정부와 여당이 내내 광고하는 '좋은 결과(a.k.a 고용 창출)'는 커녕 재벌들의 이윤 추구에도 영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만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대한민국 경제 자체가 공멸로 가는 정책이란 생각 밖에는 안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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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늘한,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느낌이 드는 이유를 3가지 측면에서 정리해봤다.




1. 맨날 죽네 사네 하는 내!수!


머리가 나쁜 걸까? 아니면 학교 다닐 때 사회 공부만 대충 한 걸까? 이 나라의 경제 정책 결정권자들은 노동자가 곧 소비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는 것 같다. 내수를 살리겠다며 휴일 하루 만들어서 '1조 3000억의 경제 효과여, 생겨라, 얍'하고 우주를 향해 간절히 빌던 분들이 이제 돈 쓸 사람들의 돈벌이를 불안하게 만들겠단다. 


우리나라 내수가 어떤 내수인가? IMF 국면 타개하겠다고 그 이전까지 '아껴야, 잘 산다'는 말 믿고 있던 국민들한테 신용카드 미친 듯이 쓰게 해서 창출했던 창조적 내수 아닌가. 기억할지 모르지만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은 지금 휴대폰 업체들이 가판 만들어서 팔아먹듯 카드회사들이 가판대 도로에 깔아서 회원 모으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위기는 벗어났을지 몰라도 국민들 카드빚 생기고 돌려 막아도 안 되는 상황이 이르니 대부업체 광고가 티브이를 도배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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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계부채 늘려 억지로 창출한 지금의 내수는 사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생각해보자. 메르스 같은 악재가 터지면 왜 그렇게 사람들이 돈 안 쓰는지. 왜 그렇게 시장 지표가 워터파크 파도풀장처럼 줏대없이 출렁거리는지. 온 국민이 불안에 떨며 두문불출할 정도도 아닌, 할 거 다 하며 살 수준의 악재에도 기회가 된다면 돈을 안 쓰는 경향은 우리나라 내수의 성격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거 아닐까?


그런데 또 재벌기업이 사람은 더럽게 안 뽑고 해서 자영업자는 발에 채이도록 많다. 내수 없이는 이들이 거리로 나앉는 건 자명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무슨 관광 하나로 돌아가는 나라도 아니고 말이다. 거리로 나앉지 않더라도 돈 못 버는 자영업자가 소비에 적극적이 될 리는 없다. 이렇게 소비자 주머니 사정이 불안한데 그나마 주머니가 안 불안했던 사람들에게 '쉬운 해고'의 길을 열어주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든 직장에 붙어있는 동안 돈을 모아두려 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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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수가 얼어붙으면 이제 정부는 더 이상 뭘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부동산 부양하려고 억지로 낮게 붙든 지금 금리를 아예 마이너스로 만들어버릴 건가? 아니면 일년에 절반 정도를 휴일로 지정?  


혹 이렇게 얘기해줘도 '고용이 늘어나니 내수는 문제 없을 것'이라든가, '그만큼 취업이 쉬워지니 짤리더라도 다른 직장 알아보면 될 것'이라고 현실을 애써 외면할 분도 계시겠다. 마스터베이션에 찬물을 끼얹긴 싫지만 쉬워진 해고로 기업이 절약하게 될 돈만큼 다른 고용을 하는 것은 강제가 아니며 아직 구체적인 장려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백 번 양보해서 짤리고난 뒤 재취업이 떡 먹듯 쉬운 사회가 될 거라 치자. 그럼 그렇게 새로 구한 직장에서는 오래 일할 수 있을 거 같은가? 어찌 됐든 불안은 당신의 소비를 잠식할 것이다. 


한국 경제 전체로 보면 특정 주체가 당장 돈 몇 푼 가져가는 게 이득이 될 리 없다. 파이 몇 조각 가져갈 사람 바꾼다고 파이가 커지는 거 아니란 말이다. 경제는 유기체와 같다. 모든 주체는 상호 의존적이다. 한 주체의 몰락은 반드시 다른 쪽에게도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2. 인건비 좀 아낀다고 기업 살림살이 나아질까?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당신은 해고'라고 외치는 것만으로 사람을 잘랐다던 스티브 잡스를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혹은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를 보장하되 매달 성과가 안 좋은 하위 몇%를 자른다는 구글이 부러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재벌기업 님들아, 너님들이 구글이나 애플에 처발리는 건 그들처럼 사람을 마음대로 자르지 못 해서가 아니다. 


그냥 그 사람들보다 못 만드니까!


이 돌직구가 너무 쎄서 못 봤을까봐 반복한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당신들은 그냥 못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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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모바일 시장 점유율 하락을 다루고 있는 <로이터 통신>의 기사.

예전보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건 사실이나

그렇게 올려놓은 시장 점유율을 쉽게 빼앗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 애들도 못 만들지만 가격이 싸서 잘 나가는 거라고? 그게 다 인건비 아낀 덕에 생산단가가 낮은 거라고? 몇 해 전만 해도 조롱거리였던 중국 가전 제품의 조악한 품질을 기억하실랑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무서워질 거라고 귀 따갑게 떠들던 게 전세계 경제인들이다. 그런 얘기 나올 때 우리 재벌기업 님들은 뭐 하셨나? MB가카께서 계열사도 무제한급으로 거느릴 수 있게 해주고 각종 편의를 봐주셨지만 너님들은 한 게 없다. 아직도 환율 장난질 쳐서 외국인들 보기에 '와 싸다' 할 정도로 가격 내려가야만 점유율 떨어지는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볼 수 있는 딱 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중국이랑 생산단가 싸게 후리는 걸로 경쟁해서 이길 마음이었다면 번지 수 한참 잘못 찾은 거다. 인건비 백날 후려봤자 너님들은 그 쪽 종목에서 중국 못 이긴다. 인건비로 후려서 안 되면 나중에는 공장부지 싼 것도 중국처럼 해야 된다며 부동산 가격도 후릴 건가? 안 그럴 거잖아? (너님들이 땅값 덕을 보고 있으니까.)


우리 재벌기업 님들은 진작에 비싼 돈 주고라도 살만한 제품들을 만드는 기업이 되거나 서비스 제공/ 제품 생산을 더 효율적이게 하는 기술 우위를 통해 높은 인건비를 만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했다. 그러나 정부가 뒤를 잘 봐줘서 그런 돈 드는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 수출 안 될만 하면 환율 만져주고, 외국에 싸게 팔고 자국민들한테는 부품 몇 개 뺀 거 더 비싸게 팔아도 오냐오냐, 지들끼리 담합해서 가격 올렸다가 걸려도 괜찮다 벌금으로 푼돈만 좀 내놔라, 무엇보다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안습인 와중에도 간부들은 '쉬운 횡령'으로 돈 더 많이 만지는데 어떤 총 맞은 기업가가 모험해가면서 신기술 개발하고 연구하고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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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지금 정부는 각 기업의 사장님들을 슈퍼갑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거다. 당연히 이런 조치로 득 보는 건 직원 기십 명 쓰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수천, 수만 명 쓰는 대기업이다. 단순 비교해도 중소기업에 비해 백 배, 천 배는 세이브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뭐? 그 돈 아껴서 뭐? 현금 보유 좀 는다고 우리나라 제품 싼 맛에 쓰던 외국 소비자들이 'Shut up and take my money'하면서 삼성전자, 현기차 매장에 줄 서 줄까? 


물길이 바뀌었고 잡아야 하는 어종이 바뀌었다. 물고기 잡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하는 재벌기업에 당장 먹을 피래미 몇 마리 잡아준 정도를 가지고 흐뭇해하는 정부, 또 그걸 좋다고 받아먹고는 '야, 우리도 애플이나 구글 사장들처럼 할 수 있겠다'하고 기대에 부풀어 있을 재벌기업을 보면 그냥 지능지수가 의심된다. 




3. 오히려 인재 채용에 헬게이트가 열릴 듯


그럼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살만한 제품, 서비스는 만드는 기업이 되려면 어떤 재주를 부려야 할까? 


'기술을 개발해야 된다', '차별화해야 된다', '혁신해야 된다', '가치를 만들어야 된다' 등등의 여러가지 답이 있겠다. 그런데 더 근본적으로 파고 들어가보자.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각자 답한 그 차별화니 혁신이니 하는 재주들, 결국은 무엇으로 부릴 수 있는지 말이다. 


뭐긴. 재주를 부릴 '사람'을 써야지. 맨날 이 땅에 자원 부족한 거 탓하고플 때만, 브레인코리아21 따위의 돈잔치를 벌이고 싶을 때만, 대한민국은 인재를 키워야 되네 어쩌네 하는 논의가 필요한 건 아니다. 어쩌면 기업에게 있어 운명을 바꿀, '우주보다 중요한 작업'이 인재 채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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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 인재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 중 하나인 '밸브'의 신입사원 가이드북에 실린 내용.

채용을 얼마나 신성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스타트업 기업이 아닌 이상, CEO 본인이 직접 재주를 부리며 기업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같이 태어나보니 아빠가 상을 다 차려놔서 대충 숟가락 얹은 거 밖에 없는 대표들의 기업이 대부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머리 좋거나 손재주 좋은, 속칭 '용 빼는 재주'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게 대한민국 기업에 있어서 인재 채용이 더더욱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작업, '우주보다 중요한 작업'이 되는 이유다.


우리나라 구직자들은 유독 대기업을 지망하는 비중이 높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고 중소기업 사장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덕분에 꿀 빨고 있던 재벌기업님들인데, 이제 어쩌면 이들에게도 '웰컴 투 더 헬'이란 인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도전정신이 없고 안정만을 추구하니 계속 대기업에만 지원할 거'라고? 여기 지인을 통해 직접 들은 미국의 사례가 있으니 들어보시라. 


실리콘밸리에 입주하는 것이 꿈인 국내 모 IT기업 사장이 사무실을 알아보다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들은 인재를 어떻게 구하나요?"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미국에선 학벌이 좋을수록 스타트업을 선호합니다. 비전만 있다면 인재들은 알아서 찾아올 겁니다."



여기까지 듣고 '거봐라. 미국 인재들은 스타트업을 선호한다 잖냐' 하실 분들, 엉뚱한 데 보고 계신다. 중요한 대목은 거기가 아니라 '비전이 있다면'이란 대목이다. 


어떤 기업에서 일하겠다는 결정은 기본적으로 인생을 담보로 하는 베팅의 성격을 지닌다. 뼈 빠지게 일해놓고 소모품처럼 쓰이다 내쳐지 거나 일터가 사라져 손가락 빨게 되길 바라는 인재는 세계 어딜 가도 없다. 단언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애플이나 구글이 이런 리스크를 가진 기업이다. CEO 변덕에 짤린다지 않나.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는 새로 치고 올라온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들이 안정적인 자리를 꿰찬 케이스가 주변에 널렸다. 구직자 입장에서 어디에 베팅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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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생의 스타트업 선호 경향을 다룬 <포춘>의 기사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스타트업에 들어간 애들은 몇 년 일하다가 회사가 없어져서 오리알 신세된 경우가 압도적인 반면, 대기업에 들어간 애들은 그래도 정년까지는 그럭저럭 다니는 애들이 많은 편이다. 과연 우리나라 구직자들이 어디에 걸겠나? 하나 같이 대기업에 거는 상황이 당연한 거 아닐까? 


이 안정이라는, 우리나라 구직자들이 대기업에 몰리게 만든 장점을, 지금 재벌기업이 걷어차려 하고 있다. 안 그래도 국민적으로 '우리나라 재벌기업이 (우주보다 중요한) 채용에 인색하다'는 정보가 퍼지는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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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위 사진처럼 아직도 정부와 여당의 주장대로 재벌기업이 사람을 '못' 뽑는 거라 믿는,

순진한 청년들도 있다. 사상 최대의 기업유보금이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는 데도 말이다. 

(얼마 전 최경환 부총리가 애플이 삼성보다 유보금 많다는 드립을 쳤다는데 

얘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여윳돈 많고 적은 게 뭐? 우린 일자리 얘길 하고 있는 건데?

요는 직원들 과도한 야근에 죽어나가는 통에 사람 안 뽑아주길래 봤더니 

여유 없어 못 뽑는 게 아니더란 얘기잖아. 바보들아.

뭐 일단 위 기사 원문은 <조선일보>...)


어딜 가도 불안하다면 자신에게 인색하게 구는 곳 보다 조금이라도 더 대접해주는 곳에서 일하고픈 게 사람 마음일 거다. 안 그래도 능력자 중 에이스급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추세인데, 이젠 그나마 국내에 머물던 인재도 대기업 갈 메리트가 없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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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작더라도 이런 마인드로 운영되는 회사를 찾기 시작할 거다.

(MBC다큐스페셜 '회사가 차려주는 밥상' 갈무리)


그렇게 되면 대기업들은 뭘로 외국 기업과 싸울 건가? 무슨 재주를 내세울 수 있겠냔 말이다. 물론, 중소기업으로 인재가 빠져나가도 재벌기업은 그동안 해왔던 대로 덩치로 찍어누르면 되니 걱정 없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은 대한민국 중소기업만 눌러놓으면 졸라 잘 나갈 수 있는 존재들인가? 담합해서 가격올리고 재료 저급한 거 써서 원가 아껴야 겨우겨우 돈 남기는 주제에? 


인재가 '안' 가서 비전도 뭐도 없이 외국 기업에 처발리고 그러면 정부 측에 소비자 좀 족쳐달라 눈치주고 그렇게 겨우겨우 유지되는 덩치로 나와바리 지킨다고 밀고 올라오는 중소기업은 다 쳐내고, 그래서 일자리 안 생기면 경제가 어렵네 중산층이 양보해야 되네 선동하는 악순환. 그 끝에 뭐가 있을 거 같은가? 암울하게도 외국 기업들에 철저히 잠식되어 있을 미래의 한국 사회가 눈에 선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파이를 몰아줬던 기업들은 '한국은 인재가 없어서 안 돼, 빼애액'하면서 똥망한 뒤겠다. 실제로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하도록 끊임 없이 동기를 부여해줘도 부족할 판에 정부, 재벌기업이 짝짜꿍하며 동기란 동기는 싹 다 빼앗아서 그리 된 것이겠지만 그때 가서 달라지겠나? 또 노동자 탓하겠지. 


그렇게 망한 한국 재벌기업 대신 구글, 애플이 캠퍼스를 만들고 들어와 사람을 뽑아쓰면 좋을 거 같다고? 여긴 인구 1억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시장이다. 외국의 잘 나가는 기업이 서울에 사무실 몇 개 임대해서 직원 몇 명 굴리고 만다면 모를까. 그리 될 리는 없다. 그렇게 철저하게 세계 경제의 변두리가 되어갈 것이란 예측이 차라리 현실적이다. 




지금까지 3가지 측면에서 이번 일반 해고 지침 도입이 이와 무관한, 일개 딴지 기레기의 등골까지 서늘하게 만드는 이유를 정리해봤다. 손에 쥔 열매를 포기 못 해 구멍에서 손을 빼지 못하던 여우라든가, 물에 비친 자신이 물고 있는 고기를 뺏으려다가 그나마 갖고 있던 것마저 떨궈버린 개라든가, 아무튼, 각종 우화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동물이 다 생각난다. 


위 우화들의 동물이 저지른 각종 무뇌적 행위가 지금의 일반 해고 지침 도입과 다소 다른 뉘앙스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 '쉬운 해고' 도입이 당장의 재벌기업 욕심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고 굳게 믿고 싶은 사람들은 '그거랑 이거는 다르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얼핏 재벌기업들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쉬운 해고'는 전혀 기업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 


물론,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재벌기업들이 그 약간의 이익이 절실할 정도로 맛이 간 상태일지 모를 일이기도 하고.) 그러나 내수가 얼 것이고 아낀 인건비로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을 것이며, 인재 채용이 더 어려워지리란 예측도 가능해졌는데 눈 앞의 돈 몇 푼이 뭐 그리 꿀 같은 걸까 싶다.


노동자를 족치면서 재벌기업을 위한 정책마저 못 된다면, 그럼 이 '쉬운 해고'는 누굴 위한 정책인지, 난 모르겠다. 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위해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자는 거라면 모를까.





퍼그맨

트위터 : @ddanzipu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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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그룹 마켓팀원. 편집부 일도 하고 왔다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