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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3. 06. 금요일

trexx









1. 업그레이드와 새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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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 Windows 10 전략: Windows로 DOS를 과감히 내 팽겨쳤던 MS는 어디있는가?



우리가 마주하는 신상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첫째, 성공적인 기존상품의 개선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상품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상품 범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제품으로 ‘신 모델’ 상품이다. 


업그레이드 상품의 경우, 기존의 성공한 상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유지해야 한다. 성공한 기존 상품은 이미 브랜드가 되었기 때문에, 기존 제품을 개선·업그레이드하여 더 좋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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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 시리즈의 변천사



하지만 성공한 상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BMW 5' 시리즈가 성공하고 제조사에서 수요를 확대하고자 할 때는 새로운 BMW 5 개발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예 판을 바꿔 'BMW 3'의 신 모델을 내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이 범주화(Category)다. 'BMW 5'와 'BMW 3'는 같은 회사 상품이지만, 구매하는 수요층이 엄연히 다르다. 이것을 제조사가 명확히 설정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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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리히 알트슐러(Genrich Altshuller, 1926.10.15-1998.9.24)



상품을 카테고리화 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기술이든 상품이든 신제품을 개발·판매하는 데에 '모순'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 방법론 트리즈(TRIZ)'를 개발한 알트슐러에 의하면, 기술적인 문제는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모순은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스템의 다른 특징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일례로 스마트 폰에서 기기 성능을 높이려고 화면을 키우고 해상도를 높이면, 성능은 좋아지지만 전력을 더 많이 사용하여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배터리와 기기 성능은 대개 모순관계에 있다. 혁신은 기술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말하자면, 모순이 극명할수록 신상품의 가치가 돋보인다.

퉁쳐서 말해 작은 모순을 해결한 제품은 업그레이드 제품이, 모순 해결로 혁신에 이른 제품은 신 모델이 된다.

LCD 모니터가 처음 나왔을 때, 해상도·명암비·밝기·전환 속도 등 성능으로는 CRT 모니터에 못 미쳤다. LCD는 가볍고 CRT(브라운관)는 성능이 좋다. 이것은 모순이다. 하지만 노트북 사용자가 늘어나고, LCD가 책상 공간을 덜 차지한다는 장점이 부각되어, CRT는 시장에서 밀려난다. 이후 LCD는 성능이라는 모순을 해결했고, 결국 CRT보다 훨씬 좋은 성능을 지닌 LCD 제품이 나온다. LCD가 처음에는 노트북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가 CRT를 대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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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lim CRT는 LCD의 출현으로 시장에서 이내 사라졌다.



CRT 모니터에서 화면만 키우거나, 조금 가볍게 만들어 상품을 내놓는 것이 업그레이드이라면, CRT 모니터에서 LCD로 전환은 새로운 카테고리로서의 신 모델이라 말할 수 있겠다.


문제는 제조사가 신 모델을 만든다는 건, 기존의 성공적인 상품의 모순을 발견하여 해결하는 과정으로 사실 졸라 어려운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신 모델 자체의 실패는 물론이요, 기껏 발표한 신 모델이 성공적인 기존 상품마저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상품에 새로운 기술을 더한 업그레이드 상품을 만드는 것과 수요확대를 위해 새로운 카테고리로 신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기업에게는 큰 도전이다. 어쩌면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겠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자기 기술의 모순을 잘못 이해하고 해결했다고 판단하여 신 모델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부분 실패한다.




2.  범주화 실패, 동일 카테고리 이원화 전략



기업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업그레이드 제품과 신 모델을 착각하는데 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모순해결이 안 된 제품을 신 모델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를 동일 카테고리 이원화 전략이라 할 수 있는데, 필자의 연재인 ‘상품가치전쟁’에서 실패한 이원화 전략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     Apple II는 가정, Apple III는 사무실 (상품가치전쟁 3편 上)
•     IBM PC는 사무실, IBM PCjr는 가정 (상품가치전쟁 3편 下)
•     PS/2에서 IBM DOS모드(CBIOS), IBM OS/2 모드(ABIOS) (상품가치전쟁 3편 下)
•     Lotus 1-2-3 저사양 PC를 위한 2.2버전, 고사양 PC를 위한 3버전 (상품가치전쟁 5편)


이미 결론 났지만, 컴퓨터 하드웨어 사용 범주화는 Laptop과 Desktop이지, 가정과 사무실이 아니다. 위 범주화 실패 사례는 부적절한 동일 카테고리 이원화 전략으로 회사의 운명마저 결정하였다. 제조사가 수요층 카테고리를 잘못 이해하면, 업그레이드와 신 모델을 착각하고, 이는 곧 실패한 이원화 전략이 된다.


너무 개념적인 썰이 길었다. 오늘은 갤럭시 S6에 대한 이야기이니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겠다.




3.  삼성 제품의 범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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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시리즈가 이렇게 많았나?

수많은 갤럭시 시리즈가 있지만

삼성이 주력으로 밀고 있는 제품은 전반기 S 모델과 후반기 Note 모델이다.

하지만 여기서 판매대수로 구분하면 사안은 복잡해진다.

중저가 모델은 삼성의 가장 큰 고민이다.



삼성은 2011년 갤럭시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명실상부한 스마트폰 계의 왕좌를 차지하였다. 2009년 삼성은 스마트 폰에서 성공한 브랜드가 없었고, 스마트폰을 위한 자체 OS도 없었다. 삼성에게는 구글 안드로이드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바다는 삼성에서도 결국 포기했다.) 삼성은 열성적으로 갤럭시S 브랜드를 홍보하였고, 사람들은 서서히 갤럭시S 브랜드에 익숙해졌다. S는 플래그쉽 폰이 될 운명이었다. 다음 버전인 S2에서는 경쟁사인 애플과 HTC 보다 먼저 큰 화면과 4G를 먼저 지원하면서, 안드로이드 폰도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삼성은 스마트 폰에서 고가의 주력 브랜드가 생겼고, 거대 수요층을 발굴해냈다.


플래그십 모델인 S의 성공을 더욱 견인한 건 패블릿 Note 시리즈다. 삼성은 아이패드를 견제하기 위해서 태블릿 제품인 Tab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패블릿 모델인 Note를 내놓았고, 성공한다. 화면이 큰 제품을 선호하는 수요층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S와 Note의 수요층은 달랐고, Note는 스마트폰 영역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휴대전화는 바지 앞주머니에 들어가야 하지만, 화면이 크면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모순이다. 화면이 커지면 바지 앞주머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지 앞주머니 대신 화면이 큰 제품을 선호하는 수요층이 있었다. Note는 삼성이 전략적으로 밀고 있었던 북미에서의 ‘The Next Big Thing’ 광고와 맥락 또한 맞았다. 삼성 스마트 폰은 대안이 아닌 경쟁 상품 이상의 무언가를 Note를 통해 실현하였다. 여하튼 삼성은 기존의 스마트폰 시장의 모순을 해결하였고 5.3인치 제품으로 성공적인 패블릿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4. 엣지(Edge) : 형태는 기능을 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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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6와 S6 Edge



작년 9월 3일 삼성은 Note 4를 발표하면서 Edge 모델을 선보였다. 삼성이 플랙서블 디스플레이를 처음 선보인 것은 아니다. 2013년 10월 9일 갤럭시 Round라는 실험작을 내놓은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가로로 휘는지 세로로 휘는지 지들끼리 논쟁을 불러일으킨 LG전자 G Flex와 플랙서블 경쟁을 하였다. 그러나 이 두 모델 중 어느 것도 주력 모델은 되지 못했다. 업그레이드도, 신 모델도 되지 못하는 그야말로 실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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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Galaxy Round(좌), LG G Flex(우)



그러나 삼성전자가 Note Edge를 Note와 함께 발표한 것은 플랙서블 디스플레이가 주력 모델임을 천명한 것이다. Note Edge가 어느 정도 팔렸는지 공개된 자료는 없다. 그것보다 많이 팔리고 적게 팔리고를 떠나서 기존 제품과 차별된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인지 의문이 든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엣지와 기존의 디스플레이에서 카테고리를 형성할 모순은 무엇인가? 삼성전자는 엣지의 용도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엣지가 기존 디스플레이의 모순을 해결한 제품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

'루이스 설리번'


사람들이 사용하는 제품 디자인의 형태는 기능에 따라 결정된다. 컵이 원통인 이유는 그 형태가 사용하기에 가장 기능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기능이 먼저고 형태가 다음이라는 것이다. 형태가 기능을 우선 할 수 없다. 대형 디스플레이의 시야각 왜곡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휘게 만드는 건 기능에 따라 형태가 바뀐 것이다. 이는 극장 화면에서 먼저 적용한 기능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통해 기능에 따라 형태를 구현한 것이다. (성공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즉, 대형화면에서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엣지를 보았을 때 이런 형태가 왜 나왔는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타당한 이유를 모르겠다.




5.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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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놓은 S6 Edge



인정한다. 삼성전자 S6 전작에 비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제품이라 생각한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디자인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만 하다. S5 보다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 모을 것이다.


필자는 같이 발표한 Edge에 대해 더 생각하고 싶었다. Edge 모델이 삼성전자 모바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생각해 보았을 때 과거의 동일 카테고리 이원화 전략이 떠올랐다. Edge는 안 팔려도 문제고, 많이 팔려도 문제다. 이유는 S6와 동일 카테고리에 있기 때문이다. Note 모델과는 격이 다르다. 노트는 패블릿이라는 확실한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S 시리즈의 위상을 올려주웠다. 성공한 신 모델 Note는 새로운 수요층을 끌어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하였고, 삼성의 갤럭시 브랜드를 세상에 더 알릴 수 있었다. 오죽하면 애플이 이 카테고리를 결국 인정하고 plus 모델을 만들지 않았겠나.


하지만 엣지는? 엣지의 카테고리는 무엇인가? 신 모델은 있지만 카테고리는 동일한 범주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Note Edge 또한 마찬가지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모순을 제조사가 정확히 인지해야 하는데 엣지는 그 점이 명확하지 않다.

기술에서 모순이 해결되었을 때, 수요자들은 당위성을 인정한다. 당위성은 호기심과 다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가 휘어진다는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호기심을 가졌지만, 상품이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호기심은 상품 구매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아니다. 신제품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 기존의 제품에서 개선이든 혁신이든 이룬 모순을 해결한 제품일 때, 우리는 그 상품에 기꺼이 가치를 지불한다.


엣지, 난 모르겠다. 업그레이드였다면 기존 상품을 대체했어야 하고, 신 모델이라고 하면 명확한 카테고리를 설정해야 한다. 엣지는 기존 상품에 있었던 모순 중 무엇을 해결하였는가? 그 형태는 그 기능에 필요한 것인가? 난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못 찾겠다. 그냥 동일 카테고리 이원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이 전략적으로 엣지를 밀고 있다면 기존의 평면 디스플레이 제품의 완전한 대안이 되어야 한다.


삼성은 S6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외신을 포함한 언론에서는 엣지에 대한 이야기를 S6보다 많이 언급하고 있다. 이것이 S6에게도 엣지에게도 도움이 될까? S6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15만원 더 주고 엣지를 구매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래도 나오면 구경하고 싶다. 3월 10일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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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