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꾸물 추천7 비추천0

2015. 03. 12. 목요일

딴지팀장 꾸물








여느 때와 다름 없던 어느 아침의 편집 회의. “가카가 뭘 했다던데”, “이제 합법적으로 바람필 수 있음?”, “나 어제 외계인이랑 악수함”, “것보다 요즘 뭐가 이슈던데” 등등의 아이템과 이슈들을 쏟아 놓으며 어떻게 하면 정치를 비판하고 사회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회의를 이어가던 중 테이블 끝, 어둠의 다크 안에서 실루엣만 내비치고 있던 편집장님이 입을 떼셨다.

 

 


168658-1247910227046.jpg

 

%5B에반게리온_신극장_00013.jpg

 

 

 

“정치적인 얘기, 이슈도 좋겠지만 우리가 한번쯤 가난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어떻겠냐. 가난 때문에 사람이 죽거나 자살을 하고, 힘들어해도 이제는 사회가 무덤덤해진 건지... 난 이 ‘가난’이라는 게 참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편짱님은 다시 얘길 이어갔다.

 


“가난에 대한 경제적, 이론적인 분석이나 그 원인 같은 게 아니라 ‘가난’ 그 자체에 대한 얘기 말이야. 가난이란 게 도대체 뭔지, 사람들의 얘기, 각자의 생각.”

 


 

편짱님의 얘기에 얼마간 빚 독촉 전화나 월급이 밀리지 않았다고 부르주아가 된 것인 양 착각 속에 살고 있던 우리들 머릿속 자본의 불길은 물 같은 걸 끼얹었나? 싶을 정도로 차분해 졌고 회의실은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그렇게 회의는 ‘가난’에 대한 특집을 기약하며 마무리 되었다.




euomzp_zps138c2a3c.jpg




특집을 기획해야 하는 와중에도 나라 안팎으로 크고 아름다운 작은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우리도, 사람들의 관심도 가난에서 눈을 돌리... 아니, 가난에서 또 멀어져 갔다. 그렇게 사람들은 어제도 힘들고 오늘도 힘든, 내일도 힘들 삶을 또 이어나가게 되었다. 열심히 일해도,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도, 씽씽 달리는 새 차를 구입해도 우리의 삶은 나아진 것 같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았다. 집은 커졌지만 대출을 갚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했고 자동차 할부금을 내기 위해 생활은 더 궁핍해졌다. (정말 궁핍한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기도 했다.)



가난[명사]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함. 또는 그런 상태.

 

가난하다[형용사]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괴로운 상태에 있다.




살림살이가 넉넉해졌지만 몸과 마음은 괴로운 상태가 됐다. 그러고 보니 도대체 가난이란 게 뭘까?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그 기준은 무엇일까? 우린 왜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 한 번 이 가난이란 놈의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

 

 






 

 

“당신의 가난은 무엇입니까?”



 

 

 






 딴지팀장 꾸물

트위터 : @ggu_mul

Profile
분리수거를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