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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3. 16. 월요일

trexx








1. 20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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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쿡이 새로운 맥북을 선보이고 있다.

 


39일에 있었던 애플 이벤트를 표현 하자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였다. 국내외 언론에서는 이번 발표를 '별볼일 없었다'고 표현했다. 언론에서 애플 키노트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번 키노트에서는 맞는 말 같다. 애플 와치 시연은 중국을 겨냥한 것 빼놓고는 작년 9월에 발표한 그대로였다. 필자도 애플 와치를 시연하는 것을 멍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One More Thing'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말처럼 애플 와치를 처음에 발표하고 새로운 MacBook을 나중에 발표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이번 발표, 좀 묘했다. 애플 이벤트는 보통 초반에는 실적 좀 자랑하고, 하드웨어 발표하고, 서비스를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실적과 스토어 자랑은 5분 만에 마치고, HBO CEORichard Plepler를 연단 위로 불러들여 컨텐츠 협업에 대해 소리 내어 읽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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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월 연극에 비유한 키노트 이벤트 안내장, 이날 디즈니와의 협력을 발표했다.


 


키노트에 극적인 요소를 적용한 3(실적, 신제품 하드웨어, 서비스)으로 구성한 모델을 확립한 건 잡스였다. 이 스타일의 전형적인 키노트는 200510월 스페셜 이벤트로, 그 유명한 One More Thing이다. 바로 'iTunes TV Show Store'. 발표 막바지에 디즈니 CEO 밥 아이거를 모셔와 아이튠즈에 디즈니 TV Show(미드)런칭 한 것을 부각시켰다. 초반에 나온 HBO 컨텐츠 런칭과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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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트 초반, 서비스부터 언급하는 팀쿡

 

팀쿡은 애플이 선보이고 있는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이벤트를 시작하였다. Apple Pay의 저변 확대, CarPlay, HomeKit, 그리고 이번 발표의 핵심인 HeathKit(ResearchKit)가 이어졌. 2의 팀쿡이라 알려진 운영 수석부사장 Jeff Wililams가 등장하더니 매우 건조하게 ResearchKit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였다.

 

ResearchKit은 개발에 필요한 Framework. Framework는 객체지향 언어에서 프로그램 작성에 있어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기반코드를 말한다. 비유하자면, 대단위 아파트를 지을 때, 창 프레임을 하나하나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규격에 맞는 기성 제품을 객체 모듈처럼 장착하는 것이다. 특정 기술 구현을 원하는 개발자를 위해 미리 만들어놓은 코드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애플은 개발에 관련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며 대표적으로 Framework)를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 키노트에서는 발표하지 않는다. (작년 WatchKit 발표에서는 애플 와치 또한 발표했으니 논외로 하고) 보통 개발자를 위한 개발킷 발표는 연례 행사인 6WWDC(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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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App, HealthKit은 칼로리, 몸무게, 혈당 등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다룬다.

 


이번에 새로 발표한 APIResearchKit이다. API는 작년 6WWDC에서 발표한 HealthKit의 연장선에 있다. HealthKit이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처리한다면, ResearchKit은 이 기능을 활용하여 병원과 연구원에서 개인(환자)의 진단데이터를 수집, 관리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 의료서비스에 최적화된 Framework.

 

20156WWDC까지 그리 오랜 기간이 남은 것은 아닌데 왜 이렇게 급하게 언급했을까?

 



2. Research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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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Kit이 적용된 앱 다섯 종을 발표했다.

 


ResearchKit4월에 정식으로 나온다. 애플과 미리 접촉한 병원과 연구원에서 5가지 질환에 대한 앱을 내놓았다. 천식(Asthma),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당뇨(Diabetes), 유방암(Breast Cancer), 심장 혈관병(Cardiovascular Disease) 등 관련 앱이다.

 

당뇨천식파킨슨병의 가장 큰 특징은 만성이라는 것이다. 만성병은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단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물론 ResearchKit이 만성병에만 필요한 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ResearchKit이 오픈소스라는 것이다. 오픈소스는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iOS가 아닌 다른 OS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수직 통합한 애플은 오픈소스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애플 또한 자사의 이득을 위해 많은 기술을 오픈소스에 의존하고 있다. OS kernel을 비롯하여 많은 기술이 오픈소스인데, 대표적으로 WebKit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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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킷은 브라우저 엔진이다. 웹킷은 애플의 사파리의 기반기술이고, 동시에 iOS, OS X의 프레임워크다. 하지만 웹킷은 오픈 소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애플만의 것이 아니라 타 브라우저에 적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 크롬 초기 제품이 웹킷 엔진을 썼고, 심비안 등 모바일 기기 웹 브라우저의 다수가 웹킷 엔진을 사용했다.

 

, 오픈 소스는 플랫폼 종속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어느 플랫폼이든 개발하려는 어느 누구나 가져다가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에 관계한 많은 의료관련 개발자와 단체 뿐 아니라 타 플랫폼에서도 ResearchKit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39일은 대놓고 애플 와치를 발표한 날이다. 작년 9월에 발표했던 WatchKit은 그야말로 애플 와치 관련 앱을 만들기 위한 API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ResearchKit까지 애플 와치를 발표한 날에 소개하는 것은 다소 뜬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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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작년 1월에 발표한 스마트 콘텍트 렌즈

 


2014년 초, 인텔구글애플은 웨어러블 센서에 대해 발표했다. 인텔은 201417일 심장박동 센서를 부착한 스마트 이어폰을 발표했고, 구글은 118일 당 검사가 가능한 스마트 콘텍트 렌즈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애플은 같은 시기인 20141월, 스타트업 기업 ‘Sano Intelligence’에서 일하던 Nancy Dougherty를 고용했다. 도허리가 몸담았던 Sano에서 개발한 제품은 바늘 없이 피부에 접촉만으로 혈액을 분석하는 센서다. 피부에 접촉한 센서로 당 수치칼륨 수치신장 기능전해질 균형 등을 측정 할 수 있다. 혈액 샘플로 당 수치를 측정하려면, 측정 할 때마다 바늘로 상처를 내고 혈액을 채취를 해야 하지만, 이 센서는 그런 불편함을 없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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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타카>의 한 장면.

본인 인증을 위해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애플 와치에 이 센서가 적용이 된다면, 보다 간편히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ResearchKit의 발표 중 제프 윌리암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앱들은 HealthKit과 연동하여 애플와치나 아이폰 등에서 얻은 동적 데이터를 수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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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o Intelligence에서 개발한 접촉식 혈액 분석 센서

 


ReseachKit은 궁극적으로 아이폰 뿐 아니라 애플와치와도 관련이 있다. 20141, 접촉식 혈액 분석 센서를 개발한 도허리가 입사한 것도 애플와치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애플와치의 뒷면에는 애플이'특별히 디자인 된 센서(Specially Designed Sensor)'라고 일컫는 것이 장착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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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ly Designed Sensor가 무엇일까?

 


센서의 자세한 기능에 대해 언급 없이 현재 심박 센서만 적용되어있다. 이번에 발표한 1세대에는 신뢰성 때문인지, 배터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혈액 분석 센서가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혈액진단 센서는 진단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음엔 반드시 적용하리라 생각한다.

 



3. 의료산업, 상품

   

 

다른 산업과 달리 의료산업은 공공재이다. 그러기 때문에 많은 국가가 의료보험을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병원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다. 의료산업은 여타 산업과는 달리 국가가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공공재인 탓에 거대한 예산이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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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산업은 20113천억 달러를 넘어 섰다.

 


2011년 의료기기 산업에서만 연 매출은 300조 원이고, 의료산업의 전체 규모는 이 보다 훨씬 거대할 것으로 생각한다. 공공성과는 별개로, 많은 돈이 흐르는 산업이라서 전 세계의 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의료민영화의 일환으로 원격 진료정책이 나온 것도 의료 산업이 실로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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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진료가 '도서산간 지역민의 원거리 진료 가능'을 표방하지만 실제는?

 


우리나라 정부에서 내세우고 있는 '원격 진료'는 공공성 보다는 특정 거대 기업의 욕망이 숨어있다. 이 시스템의 문제는 의사와 환자가 시스템의 부속물이라는 것이다. 원격 진료의 목적은 기존 병원 시스템을 재구성하여 기업화하는데 있다. 원격 진료는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성할 자본이 있는 대기업만 추진할 수 있다. 의사가 원거리에 있는 환자는 의사를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진료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는 생각은 매우 순진하고 단편적인 생각이다. 정부와 추진 기업은 도서 지방에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고 포장하겠지만, 실제로 이용할 사람은 인프라가 갖추어진 곳에 있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계층일 가능성 높다. 실제로 기업 병원이 타겟으로 삼은 것도 도서지역의 사람들이 아니다. 왜냐면 그들은 이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이 '원격진료'에 대한 비판 글도 아니다.

 

ReseachKit 이야기 하면서 원격진료 이야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원격진료의 기본적인 철학은 철저한 자유시장 경쟁이다. 이 경쟁에서 인프라를 갖춘 큰 기업들이 승자가 될 것이고, 특정 기업들이 독점을 하고, 인프라를 구축한 큰 기업들이 다수의 소규모 병원을 컨트롤할 것 이다. 의사는 기업의 종업원이 될 것이고, 환자는 서비스의 소비자가 될 것이다. 결국 승자는 가장 큰 자본을 가진 기업이다. 가장 큰 욕망의 주체인 기업이 홀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골목시장을 망가트리는 대형마트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4. 애플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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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욕망은 디바이스이다.

 


ResearchKit에도 애플이라는 기업의 욕망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원격 진료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개발 환경이 '오픈 소스'이고, 사용자 정보를 애플이 취득하지 않기 때문만이 아니다. 원격진료와 기본적인 차이는 기존 병원 시스템과의 '협력'에 있다. (기존 병원시스템의 문제점은 논외로 하자.) 애플은 기존의 디바이스 장사하는 기조를 유지연장하여, 병원이 애플이 제안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게 한다. 즉 서비스에서 수수료로 이득을 취하지 않고, 취합한 데이터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 플랫폼만 이용하도록 독려할 뿐이다. 개발킷을 배포하고 오픈소스화 했다는 건 대형 병원 뿐 아니라 중소 병원에서도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대형 병원이겠지만.

 

애플이 이런 원칙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디바이스 판매를 위해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있다.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순간, 병원시스템 이권에 개입하고, 병원시스템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 개인의 진단 데이터 수집은 디바이스 판매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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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이스 판매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하여 애플이 집중한 시장은 중국이다. (이벤트 시작과 끝이 중국 사랑이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요처이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이 중국에 힘쓰지 못하고 있지만 애플만은 예외다. 애플은 미국 기업 중 거의 유일하게 중국 온라인 서비스를 인정받은 기업이다. 그 결과 애플은 어찌되었든 자사의 디바이스를 판매하고, 제한적이나마 앱스토어 등 애플 서비스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 오직 디바이스를 많이 팔겠다는 욕망의 결과다. 이런 이유로 ResearchKit에서도 미국 뿐 아니라 중국의 병원시스템을 인정하고 있다.

 

애플이 원하는 건 의료산업 그 자체가 아니라 의료산업에서 애플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많은 병원에서 ResearchKit을 이용하면 할수록, 애플은 디바이스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 컨텐츠, Apple Pay와 마찬가지로 애플이 노리는 욕망은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있다.

 

애플은 기존 병원 시스템이 변화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의사와 병원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플랫폼을 받아들이기를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제안은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 애플 와치의 특별히 디자인된 센서는 원격진료와는 다른 방향으로 병원시스템과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 경쟁으로 산업 지배자가 될 것인가 협력으로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 할 것인가? 원격진료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는 어느 기업이 이빨을 드러낸 욕망 때문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5. 애플와치와 Research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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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ResearchKit 지원에 협력한 병원과 연구원. 중국의 기관도 참여한다.



Jeff WilliamsResearchKit이 적용한 파킨스 진단 앱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39일에 있었던 애플 와치의 재탕 발표는 싱거울 수 있다. 겉보기에 애플와치는 다른 스마트 와치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이는데다 되려 기능면에서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애플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 키노트에서 개발환경인 ResearchKit을 선보였다는 것에는 시사하는 점이 많다.

 

ResearchKit, 애플에게 중요한 API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매개체는 아이폰 뿐 아니라 애플 와치가 될 것이다. 아이폰은 주머니에 있지만 애플와치는 피부에 접촉하여 있다. 아이폰이 데이터를 손안에서 향유했다면 애플와치는 개인에게 신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데이터 정보를 인지할 수 있게 돕는다. 정적인 데이터를 향유하는 것과 동적인 데이터를 인지하는 것의 간극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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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은 많다. 이벤트에 발표했던 ResearchKit 적용 앱이 상위권에 있다.




'개인의 동적인 데이터 접근'은 애플만 시도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개인화된 데이터, 그 중에서 의료관련 산업에 접근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애플과 차이가 난다.

 

애플의 ResearchKit은 의료산업에 대한 애플의 접근 방법 지침이다. 전 국민에게 '노인층을 위한 도서지방 원격진료'라는 기만적인 표어로 기업의 욕망을 세탁하는 대신 애플은 아이폰을 여태껏 7억 대 팔았고, 더 확산되길 바라하는 뻔뻔함으로 욕망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렇게 솔직한 접근 덕분에 (지금까지 그래왔듯) 의료 산업에서 또한 애플이 타 서비스(시스템, 인프라)를 인정하고 협력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애플은 철저히 계산된 Give-and-Take, 전체 파이를 늘려가려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택했다. 중국의 거대 시장에 대한 접근 역시도 기타 산업에 대한 접근법과 근본적으로 같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은 다른 기업이 그토록 원하는 시스템 통합을 이룰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더 많은 대중이 애플 기기를 구매하도록 유인 할 것이다.

 

디바이스 판매로 플랫폼을 확산하려는 애플의 이런 행보는 일견 무서울 정도이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아직 개발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FrameworkResearchKit에게 관심이 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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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trexxcom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