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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15. 수요일

워크홀릭






자원 개발과 관련된 비리로 정부 융자금 유용과 분식회계 등에 연루된 경남기업의 기사가 연일 포탈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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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향신문


이미 본 연재에서 정부융자금과 분식회계에 대한 언급을 한 바 있습니다만 이 경남기업의 비리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면 이 기업이 나라의 국부를 편취하는 못된 짓을 한 것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많은 협력회사들, 하청기업들에게 피해를 줬을까하는 것입니다. 성완종 이라는 사람이 권력자들에게 갖다 바친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억의 자금이 과연 개인이나 그 기업의 금고에서만 나왔을 리 만무하지요.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이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제조업과 건설업을 경제의 축으로 보는 시각은 이 업종의 기업들은 수많은 협력기업들과 함께 산업의 육성을 앞서서 이끌고 고용창출과 국부를 이끌어 내기 때문입니다.

 

경남기업이라는 브랜드와 성완종 이라는 공인(?)의 이름값을 믿고 이 기업과 거래했던 전기공사업, 시설물 유지 관리업, 소방 설비 업자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을지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가라면 이러한 피해기업들에 대한 단순한 동정의 시각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고요. 기업의 사업협력은 경영의 중요한 기술이며 이를 소홀히 했다가는 회사의 존립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오늘의 주제인 기업의 조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 흥신소에서 하는 그런 조사는 아니고요. 법의 테두리를 절대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의 조사 및 평가에 관련된 방법들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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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시다보면 이런 경우가 있지요?

 

- 신규 거래처로 만난 기업이 대단히 큰 회사고 유명한 곳인데, 이상하게 신뢰가 안가는 행동을 많이 한다.

- 새롭게 거래를 트려는 공급처가 무리한 요구만 한다. (MOQ 5천대 아니면 물건 공급 안하겠다고 배 짼다.)

- OEM 개발비, 금형비, 목업, 시생산 비용 등 초기 사업 협력 비용을 크게 요구하는 것 같다.

- 자금 결재 조건이 꽤 큰 구매력을 갖고 있는 갑인데도 내게 매우 불합리하다.

- 대단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 자화자찬이 대단하다. 투자도 많이 받았고, 생산능력도 있는데 다만 유통엔 자신이 없어서 파트너에게 맡기고 싶다고 한다.

- 전반적으로 뭐라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믿기 어렵다. 돈 떼일 것 같다. -_-;

 

이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1. 대한민국 사회는 좁다. 어느 학자가 조사해 보니 8명만 건너면 결국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 아는 사이란다. 지인 네트웍을 발동한다!

2. 일단 믿고 거래해 본다. 의리를 배신하랴!

3. 넌 뭐냐, 무시하고 거래 안 한다. 대한민국은 을의 천국이다! 감히 갑의 자존심을 건들지 마라!

4. 노하우를 반영한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가며, 업체들을 겪으면서 배우고 터득한 걸 정리해 왔다.

5. 나만의 감이 있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

 

, 이것도 사실 답 없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이 기업을 평가하고 조사해도 그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때가 많으니까요.

 

그러나 2, 3의 방법보다는 1, 5가 낫고, 4가 있는 기업은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는 씨앗을 품은 겁니다.

 

우선, 공개된 기업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Site들을 알려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http://dart.fss.or.kr (금융감독원)


http://korchambiz.net (대한상공회의소)


http://sminfo.smba.go.kr (중소기업현황 정보 시스템)


http://www.venturein.or.kr (기술보증기금)


 

이외에 신용평가 회사들이 내놓는 기업신용평가 보고서를 참고할 수도 있는데요. 유료라는 점과 오래된 자료도 마치 새것인양 버젓이 판매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 규모가 큰 기업들은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시스템으로 조사합니다.

 

규모가 큰 기업이라면 KOSPI, KOSDAQ 상장기업들과 자산의 규모가 커서 외부회계감사가 법적으로 강제 되어 있는 기업들을 말합니다. 이런 기업이라면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검색해서 보시면 기업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전자공시시스템에는 여러 가지 자료가 있지만 기업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감사보고서를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 감사 의견에 대한 이해

 

감사보고서는 맨 첫 장에 한 장짜리 의견서가 있습니다. 여기에 감사인의 의견 중 눈여겨 볼 것은 아래와 같은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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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거절)본 감사인은 의견을 표명하지 않습니다.' => 상당히 안 좋은 상태의 기업입니다.

 

'한정적인 의견입니다.' => 회계사가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안 좋은 쪽이 많지만, 사업 성과가 좋은 기업이더라도 처음 감사를 받는 기업들은 첫 해에는 반드시 이 꼬리표를 달게 됩니다. 감사인이 감사를 받지 않았던 전 해의 재고상황이나 자산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적정합니다.' => 이 정도면 믿어주면 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더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 감사 의견만 보시지 마시고 재무제표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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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500을 제작한 광동제약의 재무제표


. 재무제표. 어렵다.’이렇게 쉽사리 포기하지 마시고요. 자본, 부채, 손익 정도는 누구나 조금만 정성 들여 살펴보면, 그 내용을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선무당들이 자신의 좁은 식견에서 '~ 거기 내가 아는 회산데 잘 나가는 데야.'라는 무책임한 말들을 잘하지요. 이런 헛소리에 현혹되지 마시고, 회사가 주는 보도자료를 검증하지 않고 기사로 내보내는 기레기들의 무책임함(?)에도 농락당하지 마시고요.

 

1시간만 집중해서 감사 보고서를 보시면 이러 부적절한 첩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위에 말씀 드렸듯이 감사 의견이 적정하더라도, 경영 상태의 위험함이 내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식투자를 꽤 하신다는 분들도 감사 의견만 보시고 넘겨 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요.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감사를 하는 회계법인은 기업이 만들어서 내놓은 재무제표가 적합한가를 판단하는 것이지 재무제표를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적자의 내역과 부채의 상황을 표현한 재무제표를 기업에서 감사를 위해 제시했을 때는 적정한 재무제표라고 인정합니다. 회계사의 적정의견은 흑자가 나고 있고 영업상황이 좋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또한 회계사가 최선을 다해 감사를 하더라도 작정하고 속이겠다고 나서면 이를 걸러내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보면, 2009년 톰보이의 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은 적정하다고 의견표명 되었으나 손익계산서와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살펴보면 정상적인 제조와 판매의 영업활동이 아닌 유형자산처분(부동산 매각)을 통한 이익 등에 의한 1년만의 흑자 전환이 나타납니다. 감사의견만 대강 본다면 이런 위험은 보지 못하죠. 유감스럽게도 톰보이는 2010년에 부도로 상장폐지 되면서 큰 이슈가 되었었죠.

 


. 감사보고서는 단순한 재무제표가 아닙니다.

 

감사보고서는 재무제표를 포함한 기업의 종합적인 평가 자료입니다. 이 회사가 주력으로 하는 사업은 무엇인지, 이 회사가 타 회사와 어떤 자본관계로 엮여져 있는지,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은 누구인지,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 사업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 거의 모든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습니다. , 자주 보다보면 재미있습니다. . 여기에 또 동의하기 힘들다.’는 편집자 주석이 달리겠군요. ^^ (편집자 주: 뜨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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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서 확인한 경남기업의 감사보고서

 

 

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기업들의 조사

 

한 사이트에서 모든 기업 정보를 보면 참 좋을텐데요. 아쉽지만 금융감독원은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여러 기업정보 사이트의 특성을 잘 알고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 벤처기업의 조사

 

우리나라의 모든 벤처기업들의 정보는 하나의 DB로 관리하자라는 취지아래 '벤처공시제도'라는 것을 만들고(금감원에서 벤치마킹 한 듯) 기술보증기금이 개설한 사이트가 https://www.venturein.or.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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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오픈마켓 셀러이던 규모 있는 유통업을 하시는 분이던 이쪽 업계 종사자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언제나 아이템 소싱(Item sourcing)입니다이런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판매할 제품을 찾아다가 전시회에 가서 모 벤처기업의 사장님을 만났는데 우수한 기술력으로 만든 제품 이라는 설명을 듣고 이참에 그 벤처기업의 공급받아 제품을 오픈 마켓에 등록하려 한다.



이때 바로 제품 등록부터 해야 할까요?


그건 너무 성급하겠죠판매대행을 하기 전에 바로 이 벤처확인 공시시스템에 들어가 보시면 업체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공들여 제품 사진 찍고, 뽀샵하고 이벤트까지 준비해서 온라인 마켓에 올려놓은 제품이 단 하나도 공급이 안 되면 허탈하겠지요. 서로 잘 해 보자고 술도 한 잔 징하게 샀다면 더더욱.

 

벤처기업들이 벤처확인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택하는 것이 기술보증기금의 대출을 받는 것입니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업대출을 하면서 기업의 재무상황을 점검하고 이 내용을 공시하고 있지요. 따라서 벤처기업이라면 대부분 이 벤처확인 공시시스템에 정보가 등록됩니다.

 

저도 과거에 유통업을 하시는 사장님이 모 벤처기업과 거래를 하려 하는데 석연치 않다고 물어오셔서 이 사이트에서 관련 벤처기업을 조회해 의견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래전 자료이고 기업명이 공개되지 않으니 예제로 보여드리겠습니다.

 

1)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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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밑줄을 보시면 여러 항목들이 부실합니다. 연속적인 손실로 자본금은 잠식되어 가고 있지만, 투자는 진행되지 않고 있고, 회사의 자산은 현금화하기 힘든 무형자산이 대부분입니다. 부채의 비율도 꽤 높지요. 한 눈에 아주 가난한 기업입니다.

 

만약 해당 기업의 임원과 미팅을 했는데 벤처캐피탈에게 투자를 받았다는 둥, 언제든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둥 하는 말이 나왔으면 신뢰할 수 없는 것입니다.

 

2)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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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손실에서도 확인되지만 아직 밥벌이를 못하고 있는 적자 기업입니다영업외수익이 큰 것으로 보아 아마도 정부의 출연자금을 기반으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 또한 적절한 회계개정 계상으로 볼 수 없기에 기업 내부의 자금, 회계 전문가도 없는 경영초보 기업이라는 것까지 파악이 됩니다


만약 위와 같은 유형의 기업이 이런 말을 했다면 믿을 만할 것입니다.



"아직 초기 벤처기업이고 간신히 상품화가 가능한데, 저희의 판로를 도와주시면, 어떻게든 자본 증자를 통 해서 생산능력도 키우고, 고객지원 등에 대해서는 기술상담이니 만큼 저희도 일조하면서 열심히 해보겠습 니다."

 

 

반대로 아래 같은 말들이 나오면,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작별을 고해야 합니다.

 


"대단히 좋은 아이템이니 대리점 권을 위해 보증금을 내십시오."

 

"귀사를 위해 특별히 커스트마이징을 해야 하니 관련 개발비용을 선납 해주십시오."



 

. 벤처기업 외 일반 중소기업의 조사

 

위의 금융감독원과 기술보증기금의 공시 정보 외에도, 상공회의소의 코참비즈(http://korchambiz.net)는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4단체로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기업의 조사 업무가 주 사업분야이기 때문에 꽤 많은 기업 자료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회원사 위주로 자료가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비회원사의 정보를 찾기 어렵거나 찾더라도 부정확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청에서 운영하는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http://sminfo.smba.go.kr/)도 많은 중소기업의 자료를 갖고 있으나, 중소기업확인 업무에 비중이 크다보니 정보 업데이트가 느린 편이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입력하게 되어 있어 때에 따라서는 최근의 자료가 전혀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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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 회사의 기업정보 평가보고서의 경우 도식화된 차트와 주요 재무지표를 보여주고 있어 언뜻 보면 좋은 자료일 것처럼 보이지만, 오로지 재무제표를 특정한 SW 평가 툴에 넣어서 순식간에 뽑아내는 자료이지, 기업의 현안을 진단하거나 추가적인 정황조사를 하지 않고 있음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이런 정보 입수처들을 통해 기업의 현황 자료를 볼 때 유의하실 점을 요약해 보면요.

 

하나. 금감원에서 제공되는 회부회계감사보고서와 달리 똑 떨어지는 의견이 없습니다.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떨어지니 꼼꼼히 살펴보세요. 당해년도의 손익이 나빠질 것 같으면 갑자기 사라지는 상각, 큰 규모의 잡이익 등 회계기준을 지키지 않는 재무제표는 기업의 꼼수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재무제표에서 나타나는 모럴 헤저드 즉, 가지급금, 선급금, 보증금 등과 회사 규모 및 재정상황 대비 너무 큰 접대비, 복리후생비, 인건비 등을 확인하세요.

 

의미 있는 적자(초기개발투자)가 있는 기업은 재무제표보다는 제품이나 사장의 경영의지를 더 비중 있게 봐야 합니다. 재무제표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 중에는 초기창업기업의 3년간 재무제표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분들도 있고, 정부의 기업지원 심사에서도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3. 기업조사와 평가 실무

 

제게 기업조사에 대해 물어 오시는 분들 중에 가장 많은 부류는 유통업을 하시는 분들과 투자업무에 종사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고민해온 기업 평가에 대해 몇 가지 실무적인 사항들을 정리하며 오늘의 주제를 마칠까 합니다.

 


. 공급자(제조원 등)에 대한 평가

 

기업들이 처음 만나 악수를 할 때의 이미지는 정말 근사하고 신사적이지만 서로 함께 일을 해감에 있어서는 하루아침에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기도 하죠. 표현이 다소 적나라할 수도 있지만 실무적인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

 

1) 신중한 거래를 해야 하는 경우

 

-무자료 거래 요구자와 같이 법을 우습게 아는 기업은 피해야 합니다. 그렇게 무서운 국세청도 우습게 아는데, 기업 간의 거래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기업가의 양심에 대한 하한선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을 지킨다는 것은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의 의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정확한 거래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공급자는 협업의 파트너로서 부적절합니다. 예를 들어 견적 시 부가세 관련 사항은 명시하지 않다가 계산서 요구 시 무조건 10%를 얹는 사람이나, 수입의 경우 운송조건에 EXW(공장 인도) 조건을 떡하니 쓰는 제조원은 아마추어이거나 쪼잔함이 넘쳐서 함께 일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됩니다.

 

-MOQ(최소구입수량)를 요구하는 사람, 반드시 동종 업계의 견적을 다시 받아 보아야 합니다. 제조사나 총판이 아니라 그냥 중간 브로커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추후 제품 하자에 대한 클레임 등에서 아무런 역할을 못합니다. 아니 안 합니다.

 

-총판권을 갖고 있는 공급자의 경우 원 제조사와의 관계를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제조사와 총판의 관계는 영원하지 않거든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기도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조사를 꼭 컨택해보고 제조사가 총판으로 인계할 때만 총판과 거래하는 것이 좋습니다.

 

2) 긍정적인 평가를 해야 하는 경우

 

-일정량의 재고를 항상 유지하고 있는 공급자, 아주 좋은 소스입니다. 판매상에게 밀어내기 같은 재고 부담을 주지 않으니까요. 반면에 이런 공급자들은 교과서적인 운영을 하기 때문에 판매보조금 같은 자잘한 정책을 잘 펴지 않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재고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공급자가 제일이죠.

 

-단계별 공급 가격표를 제공하는 공급자, 어느 기업이나 요구하면 견적서를 주긴 하지만, 물량의 수준에 따른 인하폭까지 세세히 챙겨서 제안해 주는 제조원이라면 나름 시장에 대한 관심도 크고 판매협력사의 영업 지원을 배려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은 규모라도 직접 제품을 판매하거나 해본 경험이 있는 공급자, 나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판매자가 갖고 있는 고객지원의 부담, 각종 수수료 및 마케팅 비용 등의 부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기본 스텝도 모르는 파트너와 왈츠를 출수는 없듯이, 제조원이 유통과 영업에 대해 문외한이라면 파트너는 더 곤혹스러운 일을 많이 겪게 됩니다.

 

-신뢰할만한 재무제표와 꾸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사업자, 공급사가 망해서 물건 끊길 일은 없습니다.

 


. 기술혁신형 기업(벤처기업 등)에 대한 평가

 

투자자의 입장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혁신적인 기술이 과연 기업의 주장처럼 몇 년 안에 대박을 낼지 검증하는 것이겠죠.

 

당연히 투자자는 기업에게 기술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데요. 어떤 기업들은 자신들의 핵심 기술은 보안을 유지해야 하므로 속속들이 공개할 수 없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자료를 주지 않을 때는 참 난감합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업의 미래를 가름케 하는 기술이 과연 어떤 것인지? 정말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하게 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기술평가를 위해 실무적으로 점검해 봐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노력과 시스템

 

'컨설팅일지 - 2. 영업비밀, 겸업 그리고 경업'(링크) 편에서 영업비밀의 보호에 대해 소개해 드린바 있듯이 영업비밀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노력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비밀보장각서와 사규 같은 서류를 볼 수 있어야 하고,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서 비밀을 관리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금고, 보안통제가 된 컴퓨터 등)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하나 찾아볼 수 없다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2) 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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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무이한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은 오히려 출원 기업의 기술을 따라 가면서 회피할 수 있는 단초를 경쟁기업에 제공한다는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핵심기술은 Top secret으로 분류하고 절대 기밀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법적으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의해 보호받을 수도 있으니 이런 기업의 행동을 무조건 비판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너무 중요한 핵심기술이라 특허도 내지 않았다.’가 거짓인 경우 또한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가? 하면,

 

()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

 

기업의 핵심기술로 취급되는 특허의 경우 변리사들이 특허출원을 하면서 쓰는 명세서에는 변리사의 혼이 나누어져 들어갈 정도로 강도 높은 명세서 작업을 합니다. 그 이유는 특허등록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술공개를 하면서 경쟁기업이 쉽사리 출원서만 보고 그 기술을 구현하기는 어렵게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내 기술이 공개되면 남 좋은 일이다.’라고 특허를 출원하지 않는 분들은 어찌 보면 특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고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아보지 않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특허전문가들은 IP-3 Process라는 전략을 쓰는데요. 핵심기술을 특허 화하고 즉시 주변기술을 덧붙여 1차 특허장벽을 만들어냅니다. 뒤이어서는 2차 특허장벽을 형성하는데요. 이때는 생산기술은 물론 마케팅에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까지 특허를 냄으로써 쉽사리 경쟁사가 모방을 하기 어렵게 하죠. Dell의 경우가 이러한 특허장벽을 가장 잘 쓴 기업으로, Wall Mart의 경우가 특허장벽이 없어 가장 고생한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다시 물러서서 핵심기술을 철저히 은폐하는 경우라도 주변기술 특허를 여러 개 걸어 두어서 경쟁사를 혼란에 빠지게 하거나 핵심 산업재산권 보호를 위한 전술로 디자인(디자인과 특허는 서로 저촉관계가 형성됨) 등록 등을 해 둡니다.

 

기업이 뛰어난 혁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허가 없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힘든 주장입니다.

 

() 선행/유사 특허 분석 자료

 

최근의 기업인들은 과거와 달리 특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지원이 워낙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기술과 유사한 특허에 대한 분석을 반드시 합니다. 자신들의 핵심기술과 같은 유사 특허에 대한 분석 자료를 요청했을 때, ‘우리는 유일무이한 기술이다.’ 정도로 응대한다면, 매우 무지한 경영인이 단지 운이 좋아 회사를 일으켰을 뿐이거나, 유사 특허 분석 결과 도저히 우리는 특허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포기한 경우입니다.

 

3) Docu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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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는 백서(white paper)’ 정도의 수준은 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기술을 타인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자료가 분명히 만들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자신들의 기술을 투자자에게 보일 필요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고객에게는 보여야 하기 때문이죠. 제품과 기술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우리의 기술이 극비이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한 기술의 가치를 알리지 못하면 마케팅을 할 수 없기에, ‘기술소개서를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됩니다. 특히, 해외의 바이어들은 제품의 도입 전에 이러한 자료의 요구가 반드시 수반됩니다. 바이어 중에 국내 대기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면, 또한 RFP(Request For Proposal)을 통해 상세한 기술자료의 제출이 지정됩니다.

 

오히려 기술을 낱낱이 파헤쳐 보이지 않기 위해서도 기술의 이해를 돕는다는 명목으로도 Technical document는 만들어 집니다.

 

4) 표준화 노력

 

유일무이한 신기술은 기실 선행신기술의 조사 부족이거나 또는 Global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생겨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전혀 환경이 다른 해외 시장에서 제품과 기술을 연착륙 시키는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방법은 국제표준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독특하고 앞서 나가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 기술표준화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고 개선시키는 목적으로 생성되는 조직, SIG(Special Interest Group) 등에 가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있지만 이 가입비용은 아무리 많아야 US$ 10,000 이하의 수준(Qualification등의 시험/검사 비용이 아닌 협회의 회비이기 때문이죠.)입니다.

 

표준화를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는가? 국제표준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 를 점검해야 합니다.

 

5)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 기술, Analog

 

어떤 회사나 겪는 일이겠지만, 회사의 영업사원이 말하는 Lab test, simulation 등의 단어를 접하는 고객사의 엔지니어들은 언제나 field test 결과를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모든 기술이 디지털화 된 것으로 보이지만, 디지털의 하부구조는 언제나 아날로그입니다. PCB 설계의 최적화된 Routing 경로, 최소한의 파워 컨섬션, 최상의 SW 알고리즘, 다양한 이기종과의 상호 호환시험, 정확한 MTBF 예측, 과부하가 지속되는 Aging Test 결과, 최단/최적의 공정, 대량의 물량생산에도 전수검사가 가능한 품질 시스템. 

 

제가 열거한 것들이 진정한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 analog에서 노하우로 터득한 무시무시한 기술의 핵심들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보인다면 그 기업은 분명 핵심기술을 갖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6) FPGA, ASIC(주문형 반도체), SOC(시스템온칩)

 

기술을 섹시하게 보일 수 있는 최상의 hot stuff, 바로 반도체입니다. 기술의 core를 보유하고 있음을 한 눈에 보여줄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hot item이다 보니 공공연히 기업들이 이러한 반도체로 기술을 포장하는데요. 적어도 FPGA(프로그램이 가능한 칩셋) 단계의 기술상용화는 그 기업의 기술이 상용화되어 시장의 맹주가 될 가능성이 없다 또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필드테스트 결과를 반영한 ASIC을 갖고 뛰어들어도 힘든 시장을 채산성이 극히 떨어지는 FPGA로 들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이러한 반도체 분야에서는 전문인력이 없는 투자자 입장에서 달콤한 말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몇 만 게이트가 들어간 방대한 기술이다.’라는 말의 진실은 알고리즘이 노가다 일수도 있다는 것이죠. 안전한 투자를 진행하고 싶다면 ASIC이나 SOC 이 후에 투자를 해도 늦지 않습니다. 기술과 마케팅이 정말 뛰어난 기업은 FPGA 형태에서도 대박을 낼 때도 있으니까요.(상위 1%의 예입니다만)

 

그리고 아이러니한 부분은 굳이 SOC, ASIC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심플한 기술이라 한 단계 낮은 PIC, 마이콤 등으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기술을 FPGA에 옮기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원가 상승과 기술의 복잡성을 자초하는 것은 오히려 기술이 없는 것이죠.

 

오늘은 기업의 재무 상태와 기술 수준, 일반적인 협업의 과정에서 보이는 태도 등 다양한 방면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대한민국에는 많은 기업들이 있고 사업의 분야가 다르다 보니 여러 가지 평가 기준을 제시하다 보니 다소 글이 길어졌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언제든 질문 주시면 다음 기사에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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