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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22. 수요일

에너지전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4위(세계은행, 2013년)이면서 총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8위인 나라(IEA, 2012년),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31위이지만 1인당 에너지 소비는 세계 18위인 나라. 이렇게 경제 규모나 국민생활 수준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는 이 나라는 산유국이 아니야. 바로 1차에너지원의 96.5%를 외국에서 수입해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소비 현황이야.

 

국가 안보의 3대 요소는 국방과 식량, 에너지야. 국방이 약하면 넘의 지배를 받거나 분쟁에 휘말려 총맞아 죽고, 식량이 부족하면 굶어 죽고, 에너지 공급이 딸리면 산은 민둥산이 되고 사람들은 얼어 죽기 십상이지.

 

현재 우리나라의 국방력은 세계 10위권이야. 열강의 각축장에서 힘자랑할 수준은 아니지만 옛날처럼 맞기만 하지는 않아. 우리를 침략하려면 상대방도 최소한 중상을 각오해야 할 거야. 식량 자급률은 45.3%(2012년, 곡물자급률은 23.1%)이지만 주식인 쌀은 83%를 자급하니까 여차하면 걍 주먹밥 먹으면서 버텨볼 수도 있어. 헌데 96.5%를 수입하는 에너지는 어쩔? 그나마 조금 나오던 무연탄도 이제는 보조금 받으며 명맥만 유지해. 사정이 이러함에도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우리 대한사람의 '대책 없는 낙관주의'는 그저 화끈거릴 따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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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에너지 안보'의 강화야. 어떻게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인가?


방향은 나와 있어. 우리가.. 라기 보다는 우리 정부가 가지 않을 뿐이지.

 

첫째,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 수요를 감축하고


둘째, 해외 의존적인 에너지(화석연료, 우라늄) 공급 구성에서 자립 에너지(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고


셋째, 러시아와 중국, 북한, 일본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에너지 협력체를 구축해야 해.

 

오늘은 그 첫 번째 에너지 수요 감축과 에너지 효율화에 대해 생각 좀 해보자.

 

‘아니, 뭣도 없는 나라에서 먹고 살려면 일해야 하는데 에너지 안 쓰고 일이 되나?’


맞아. 현대 산업사회에서 에너지 없이 무슨 돈벌이를 할 수 있겠어. 문제는 우리가 버는 것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거야.

 

우리나라의 부문별 에너지 소비 현황을 보면 산업 부문에서 62.3%를 쓰고 가정·상업 부문에서 17.8%, 수송 부문에서 17.7%, 공공 부문에서 2.2%를 사용해.(에너지통계연보 2014) 산업 부문의 소비량이 월등히 많지. 같은 수출형 공업국인 일본, 독일보다도 산업 부문의 소비 비중이 1.5배 이상 높은 수준이야.


개인이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은 아주 적은 편이야. 가정 부문의 1인당 소비를 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북미나 유럽 사람들의 절반 이하 수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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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같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면서 사용하는 에너지 양(에너지 원단위)을 따져보면 문제가 심각해. 우리나라는 2012년에 1천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0.24석유환산톤(toe)의 에너지를 썼어. 하지만 아일랜드와 스위스는 같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면서 우리나라의 4분의 1인 0.06toe를 썼지. 독일과 일본은 0.1toe.

 

그니까 우리 경쟁 제품을 일본이나 독일이 생산한다고 할 때 얘들은 같은 제품을 만들면서 우리보다 절반도 안 되는 에너지를 쓰는 거야. 이래선 경쟁이 안되잖아? 같은 제품을 만들면서 일본보다 1.4배의 에너지 비용을 써야 하니 제대로 붙으면 가격 경쟁력이 없지. 그래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 어떻게 한다?


빙고~ 에너지 가격을 낮춰주는 거야.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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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2013.7.17)

 

이만큼.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면 우리보다 독일은 1.76배, 일본은 2.08배 비싸. 에너지 다소비가 초래한 경쟁력 약화를 가격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는 상황이지.

 

주택용 전기요금도 원가에 못미치기는 마찬가지야.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래. 한전은 적자를 보고 빚이 늘어나지. 자회사를 포함한 한전의 2013년 말 기준 부채 총액은 95조1천억원이야. 이게 모두 전기요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전기 팔아 운영하는 한전에서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은 가장 큰 적자 요인이지.

 

암튼, 이래서 석유라고는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은 오늘날 세계 8위의 에너지 소비대국이 되었어. 우리나라의 1차에너지 소비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1980년 41.21Mtoe에서 2000년 188.08Mtoe, 2012년에는 263.44Mtoe로 증가일로야. 이에 따라 에너지 수입액도 점점 불어나 2013년에는 약 200조 원(1786억 9800만 달러)으로 총 수입액의 34.7%를 차지하기에 이르렀지. 관세청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저유가의 영향으로 수입량은 0.9% 늘었지만 수입액은 3.4%(약 5조 6천억 원) 줄어들었대. 저유가 기조는 올해 상반기에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조정이 끝나가고 있어 하반기에 다시 상승 기조로 돌아설 거로 보여. 반등 시기가 조금 당겨지는 조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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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제 성장과 에너지 소비량이 항상 같이 움직이는 건 아냐. 이미 이 고리를 끊은 나라들은 여럿 있어. 덴마크의 경우 1980년 대비 국내총생산은 약 70%가 늘었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그때보다 조금 적은 수준이야. 독일도 1998년을 고비로 1차에너지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어.

 

왜일까?


문제는 에너지 효율이야. 1973년 우리나라와 독일의 에너지 원단위는 비슷한 수준이었어. 하지만 2012년 우리는 독일보다 같은 부가가치 생산을 위해 1.4배의 에너지를 더 쓰는 처지가 되었지. 우리가 에너지 효율보다 경제성장에 몰두하는 동안 이들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그만큼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켜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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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화는 에너지의 사용량을 줄임으로써 제5의 에너지라 불리기도 해. 유럽 재생가능에너지협회는 2007년 발간한 ‘에너지혁명’에서 2050년의 예상 에너지 소비량 중에서 50%는 에너지 효율화에 의해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어. '지속가능한 에너지환경 공동연구소(이하 지에공)'가 2004년에 발간한 보고서 역시 우리나라가 공급위주의 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줘. 이 보고서는 당시 바로 채택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 기술을 활용해도2,922만toe의 1차에너지 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어. 연구 당시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16%에 해당하는 양이야. 에너지의 절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효율화는 어떤 에너지 정책보다도 우선되어야 해. 이제 이들 에너지 선진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화의 방안을 찾아보자.




지역난방과 열병합발전


덴마크와 독일은 1970년대부터 지역난방의 보급에 힘을 쏟았어. 1980년대 후반부터는 지역난방의 확대뿐만 아니라 열과 전기를 동시에 얻는 열병합 발전 방식을 도입하도록 유도했고. 지역난방은 대규모 열생산시설에서 생산한 열을 지역에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거잖아. 따라서 열을 이용하는 주택이나 공장이 밀집한 도시 지역과 산업단지에서는 개별적인 난방에 비해 열 생산의 경제성을 높이고 시설의 유지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또한 열생산 시설을 전기도 함께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시설로 할 경우에는 열과 전기를 따로 생산할 때보다 약 30% 정도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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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쌍피는 돼야 선을 잡쥐~ 

(출처 - 효성중공업)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 수도권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지역난방이 본격 도입되었어. 중동과 분당, 일산 등 신도시는 개발 구역 내에 설치한 열병합발전소에서 온수를 생산하여 각 가정에 공급하고 이 때 발생하는 폐열로 발전기를 돌려. 정부는 1991년 집단에너지사업법을 제정하여 대규모 신도시뿐만 아니라 산업단지에도 열병합 발전에 의한 지역난방의 보급을 촉진했지. 2013년 말 전체 주택의 약 15%인 223만8천호와 30개 산업단지 768개 업체에 집단에너지를 공급했는데, 최종에너지 소비의 약 5% 정도 돼.

 

지역난방의 공급 비율이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86%), 덴마크와 핀란드(50%), 스웨덴(45%) 등 북유럽과 폴란드(53%), 체코(44%) 등 동유럽 국가들이야. 이들은 겨울이 춥고 길어 난방 수요가 크기 때문에 지역난방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돼. 반면 우리나라는 열에너지의 수요가 겨울에 집중되어 집단에너지의 공급에 어려움이 있지. 이에 따라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역냉방 시스템을 개발하여 여름철에도 집단에너지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와 보급에 힘을 쏟고 있어.


한편 신설하는 화력발전소의 경우 소비지와 떨어진 곳에 대형을 짓는 것을 지양하고, 소형이라도 소비지에 인접하여 열병합발전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어. 더불어 지역난방의 연료를 천연가스로 한정하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바이오에너지나 고형 폐기물을 활용하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데도 한몫을 하게 될 거야.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화


앞에서 얘기했지만 우리나라의 부문별 최종에너지 소비를 보면 산업부문이 62.3%로 가장 많아. 따라서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화 제고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산업부문 에너지 효율화는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필수적이야.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산업부문에 공급하는 에너지의 가격을 낮춰줌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을 주었으나, 이는 오히려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화 동기를 약화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에너지의 다소비를 초래하고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왔어.


2003년 지에공의 보고서는 산업부문의 효율 향상 잠재량을 측정하기 위해 미국 에너지성의 산업평가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된 8,388개의 효율 제고 방안 중 생산 공정에서 10% 이상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5년 이내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2,832개의 방안을 채택하여 시나리오를 작성했어. 그 결과 채택한 방안들이 완전히 실행될 경우 예상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2010년에 20.5%, 2020년에는 25.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

 

일본은 1차 석유파동 이후부터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강력히 시행했어. 1973년 자원에너지청을 신설하고 1979년에는 에너지사용의 합리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규제적 정책과 함께 에너지 효율화 투자 확대를 위한 세금 우대 등 재정적 정책을 병행했지.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는 대규모 공장이나 에너지 다소비 부문의 경우 에너지 관리자를 상시 고용하고 주기적으로 에너지 사용량과 중장기 에너지 사용 계획을 보고하도록 했어. 2001년부터 무작위로 현장조사를 하여 보고서 내용에 비해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가 충분치 못하면 직접 효율화 지시를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하고. 2009년부터는 법적으로 임원급의 에너지관리 총괄자를 선임하도록 강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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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세금우대와 보조금 제도 등 재정적인 지원을 통해 고효율 제품의 구매를 촉진했지. 이를 통해 기업은 전동기나 열 관련 기기를 효율이 높은 신제품으로 개체하는 데 도움을 받았어. 기업들은 에너지 소비 점검을 통해 비효율적인 공정을 개선함으로써 효율을 높이기도 했어.

 

이렇듯 산업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은 전동기나 열관련 기기 등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계나 설비를 효율이 높은 제품으로 개체하거나, 열손실을 최소화하고 폐열을 회수하여 재사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생산 공정을 변경하는 거야. 국제에너지기구는 '25개 에너지 효율화 정책 권고'에서 고효율 제품과 생산공정의 채택, 그리고 이를 위해 에너지 관리제와 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화를 돕는 서비스를 도입할 것을 제안해. 또한 에너지 소비 보조금을 폐지하고 환경 피해 등 외부 비용을 내부화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하지.

 

우리나라도 1979년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제정한 이래 1990년부터 에너지 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그 동안은 전반적인 경제정책의 기조가 에너지 효율보다는 성장에 방점이 두어져 왔어. 에너지 관리는 기업의 자발적 협약에 의존해오다 2010년에야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가 시행되었어. 2012년 산업부문 366개 사업장을 비롯해 농축산부문, 대형건물, 폐기물 등 모두 458개의 관리업체가 지정되어 감축목표를 설정하였는데, 2013년부터는 해당 관리업체의 사후보고를 검증하여 개선명령이나 시정, 보완명령을 내려 이행을 강제하기로 했지. 2004년에는 에너지절감서비스업체(ESCO) 제도를 도입하여 중소기업들이 에너지 효율화 설비투자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그런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는 중복 규제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묶어서 시행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환경부의 기후변화 대응 부서가 주관 부서가 되면서 에너지 효율화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이 맞춰지는 형국이야. 온실가스 감축이 곧 에너지 수요 감축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야. 정책 목표와 출발점이 다르다 보니 상충하는 경우도 있거든. 바이오 연료가 그런 경운데,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바이오 에탄올이나 바이오 디젤을 온실가스 중립적이라 하여 사용을 의무화 하는 경우 결국 더 비싼 연료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또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촉진 제도인 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바이오 디젤로 바꾸는 경우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해줌으로써 의무가 있는 발전사업들이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보다 기존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교체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하는 역기능도 발생하거든.

 

사실 온실가스 감축은 에너지의 효율을 높여 에너지 수요를 감축하고, 에너지원 구성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즉, 에너지 정책을 제대로 펼치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 성과도 낼 수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꼭 우리의 에너지 정책을 올바르게 끌고 가는 건 아니란 거지.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개선

 

우리나라의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의 약 22%를 차지하는데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점차 증가하는 추세야. 국제에너지기구는 2009년 건물부문의 세계 에너지 절약 잠재량이 연간 미국과 일본의 전기 소비량과 맞먹는 약 20엑사줄(EJ)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어.

 

건물에서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부분은 난방이야. 그 다음이 온수, 가전제품 순. 2008년 가정부분의 용도별 에너지 소비를 보면 난방이 44.2%, 온수가 23.8%, 전기기기 19.1%, 취사가 9.0%를 차지해. 따라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화는 단열로 난방 열 수요를 줄이고, 태양열이나 지열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구입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이루어져. 건물 외벽에 시공하는 단열재를 최고등급으로만 바꿔도 연간 난방비를 17% 정도 줄일 수 있대.


유럽연합 27개국은 2003년에 신축건물에 대해 실시하던 건물에너지성능지침(Energy Performance Building Directive)을 2006년부터는 기존 건물까지 일제히 적용하고 있어. EPBD는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평가하여 성능인증서를 발급하고 신축 또는 대규모 보수 시 에너지 절감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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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쓰는 에너지를 최소화한 패시브 주택 


우리나라도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 에너지절약계획서 제출,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제도, 에너지소비 총량제 등을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어.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은 부위별 단열 기준 등 에너지 성능 지표를 평가하여 건축 허가에 반영하는 제도야. 또한 연면적이 500㎡ 이상인 건축물을 신축할 경우에는 에너지절약계획서를 제출해야 해.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제도는 2010년 기준으로 372개 공동주택단지의 약 26만 세대와 30개의 업무용 건물만이 인증을 취득하였는데, 2013년부터 모든 신축 건물로 확대했어. 2007년에 총면적 1만㎡ 이상의 대형건물과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도입된 에너지 소비 총량제는 2013년 3,000㎡ 이상으로 적용이 확대되었고. 에너지 소비 총량제에서는 공조설비나 조명기기 등의 효율까지 포함하여 성능을 평가해.




에너지 소비제품의 효율 향상과 소비 행태의 변화

 

집안의 냉장고를 살펴보면 문쪽에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 표시가 붙어 있어. 5단계로 나누어진 등급 중에 그 제품이 어느 등급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소비전력은 얼마나 되는지가 표시되어 있지. 이 표지는 자동차 창문에도 붙어 있는데 효율등급과 리터당 연비, km당 이산화탄소배출량을 보여줘. 이는 소비자가 제품의 에너지 소비 정도를 쉽게 알아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취지야.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냉방기, 삼상유도전동기, TV 등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기전자기기 33개 품목과 자동차, 그리고 건축물 에너지의 단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창호세트에 대해 시험기관의 인증을 받아 에너지 소비 효율을 표시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어. 또한 각 품목에 대해 최저소비효율기준을 설정하여 이를 만족하지 못할 경우 국내 생산과 판매가 금지돼. 작년에 시장에서 퇴출된 백열전구가 그런 경우지.

 

이러한 에너지효율등급표시제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데, 미국의 에너지스타 마크와 유럽연합의 CE마크가 대표적이야. 특히 유럽은 2005년부터 전 회원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에코디자인 지침을 통해 22개의 제품군에 대해 에너지 소비 기준과 라벨링 규정을 시행하고 있어. 선진국의 기준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들 나라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에게는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지.

 

일본의 탑러너(Top-Runner) 제도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간 제도야. 199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탑러너 프로그램은 냉방기, 형광등, 텔레비전, 자동차, 냉장고 등 24개 제품에 대해 품목별로 에너지 효율이 최고인 제품을 그 제품군의 최저 효율기준으로 설정하고 일정기간에 이 목표효율을 달성하도록 의무화 해. 만약 주어진 기간에 목표 효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해당 업체에 1차 권고, 2차 업체명 공표, 3차에는 벌금을 부과하지. 기업의 입장에서는 규제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탑러너 제도는 일본 제품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어. 에너지 소비 절감을 가져온 것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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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에너지스타, CE, 탑러너 제도

 

하지만 생산 쪽의 노력만으로 에너지 효율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야.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고효율의 에너지 소비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들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해. 에너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명심해야 할 사항이 두 가지 있어. 첫째는 아무리 산업이 발전해도 무한히 에너지 공급량을 늘릴 수는 없다는 것과 둘째, 설령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체제를 갖춘다 해도 일정 정도를 넘어선 에너지의 사용은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야. 경제 성장과 더불어 에너지 사용을 계속 늘려간다면 현재 지구의 열평형이 깨지고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주변보다 2~3℃ 높은 도시의 열섬현상이 지구 범위에서 일어나는 거지. 에너지는 무한하지도, 또 무한정 사용할 수도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행동 양식이 일상화 되어야 해.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

 

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의식개혁 운동으로 해결될 일이던가? 에너지 소비 행태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가격이야. 소비자는 보다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찾아. 에너지 가격이 왜곡되면 소비자들의 에너지 소비 역시 그에 따라 왜곡되고 이는 고스란히 에너지 공급 체계와 산업구조의 왜곡으로 되돌려져.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왜곡 사례가 바로 값싼 전기를 난방 에너지로 사용하는 현상이야. 많은 농가에서 비닐하우스의 난방을 위해 열선을 깔아. 심지어 구리를 녹일 때 쓰는 연료를 천연가스에서 전기로 바꾸는 공장까지 있어. 사무실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난방 에너지로 전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일반화되었어. 우리가 쓰는 전기의 약 70%는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를 태워 만들어.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의 약 30~40%만이 전기로 변환돼. 송배전 손실과 전열기의 열손실을 감안하면 화석연료의 1/3정도만이 전기난방에서 열로 바뀌는 셈이야. 에너지원의 97%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현실이야.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의 최종 에너지 소비 가격이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거야.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거든.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2년 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의 가정용 전기요금 평균 가격은 MWh당 169.9달러인데 우리나라는 그 절반 수준인 93.1달러래. 일본(276.8달러)에 비해 3분의 1 수준, 독일(338.8달러)에 비하면 거의 4분의 1에 가까워.

 

더구나 최종소비에너지인 전기의 가격이 1차에너지원인 석유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해. OECD의 평균 가격을 보면 2001년 석유를 100으로 했을 때 전력은 262.7로 2배 이상 차이가 났으나, 석유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2008년에는 137.1까지 좁혀졌어. 하지만 화석연료로 생산하는 전기의 가격은 여전히 석유보다 높을 수밖에 없지.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4년 석유와 전력의 가격이 역전된 뒤 2008년에는 전력이 석유의 거의 절반 수준에 근접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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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다른 OECD 국가들 보다 큰 점을 감안해도 이는 아주 예외적인 사례야. 2013년도 종합판매단가를 비교하면 한국의 전력 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은 206, 프랑스는 145이지.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의 전력요금은 우리나라보다 2배를 넘으며, 원전 비중이 4분의 3이나 되는 프랑스 역시 우리보다 1.5배 수준이라는 사실.


이렇게 생산 비용을 무시하고 전력의 가격이 낮게 설정된 것은 물가 억제와 산업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정책이 전력 요금 결정을 좌우해 왔기 때문이야. 그 결과는 석유 한 통이면 데울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전열선을 설치함으로써 석유 세 통을 때는 기형적인 에너지 소비와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의 팽창, 전기 난방 비중이 높아진 건물의 증가로 나타났어. 이에 따라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가격이 자유화된 등유의 소비는 52%가 줄어든 반면 전기의 소비는 68%가 증가했어. 2009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전력사용량은 달러당 0.561kWh로 일본의 약 3배, 미국의 1.7배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소비율을 보였어.

 

산업부문에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증가와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초래한 요인에는 전체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을 더 낮춰주는 용도간 교차 보조도 있어. 대부분의 나라들이 전력 요금 체계를 원가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전압별 체계로 정착하였으나 우리나라는 1973년 이래 용도별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요금 체계는 주택용과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6개 용도와 심야전력으로 구분돼. 용도별 요금의 차이는 국가경쟁력 확보를 내세워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대신 주택용과 일반용이 이 손실을 메우는 구조야. 2010년 산업용 전력을 사용한 기업들이 받은 총 수혜액은 2조 1,157억 원으로 이 중 상위 200개의 사업체가 46.5%인 9,832억 원의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어. 일본과 독일이 산업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에너지 효율화를 택한 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가격을 낮춰주는 쪽을 택한 결과야. 선진공업국도 산업용 전력 사용에 대해 주택용보다 가격상의 혜택을 주지만 원가 반영에 보다 충실한 전압별 체계를 통해서 하는 점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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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전력도 잘못된 가격 정책이 어떻게 에너지 소비를 왜곡시키고 공급 체계를 압박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야. 1980년대 초반 대거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나선 정부는 한번 가동하면 야간에도 세울 수 없는 원전 전력의 소비 촉진을 위해 심야전력을 도입하여 가격을 대폭 낮추어 공급했어. 완만한 증가세로 1997년에 연간 1,438GWh에 이른 심야전력 사용량은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여 2001년 11,747GWh, 2010년에는 전체 전력 판매량의 4.5%인 19,690GWh까지 늘어나. 등유가격이 급등하자 겨울철 난방수요가 심야전기난방으로 몰린 까닭이야. 그런데 심야전력이 원전의 발전량을 웃돌게 되자 오히려 야간에도 비싼 천연가스 발전으로 부족분을 메워야 하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졌어. 심야전력 가격의 인상으로 2011년에는 전년에 비해 5.5%가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이런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당초 야간에 여유 전력을 소비한다는 취지에서 한참을 벗어난 거지.

 

이와 같이 원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판매되는 전력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런 추세가 향후 전력 수요 예측에 반영되어 신규 발전소의 건설 수요가 과다 추정되고, 이는 다시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뒷받침 하는 근거로 제시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도 심각한 대목이야.

 

이제 에너지의 소비 절약과 효율화를 위해서 가격 체계 정비를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돼. 에너지의 소비는 환경오염 등 외부 비용을 발생시켜. 특히 기후변화가 국제적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비용 등 외부 비용을 내부화하여 에너지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과도한 에너지의 소비에 제동을 걸고 비정상적인 에너지 구성을 바로잡으며 에너지 효율화에 나서도록 하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해.

 

최우선의 과제는 원가를 회수하지 못하는 전력 요금의 현실화야. 에너지 가격을 연구한 한 보고서는 현재의 전력 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현실화 할 경우 산업부문에서의 순편익이 1,349억 원, 가정상업부문에서의 순편익은 1,16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해. 적정투자보수율을 감안하여 원가회수율을 105%로 할 경우에는 두 부문의 순편익은 각각 3,277억 원과 3,508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


또한 요금 차이를 이용한 용도간 교차 보조를 폐지하고 에너지 빈곤 계층이나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전력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보조를 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해. 산업 부문의 국가 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낮춰주는 것은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유인을 약화시키고 에너지 과다 소비를 불러와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떨어뜨렸음이 입증되었어. 우리나라 기업들도 더 이상 값싼 전력의 공급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원가 수준의 전력 요금을 수용하고 일본이나 독일의 기업들처럼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길러야 해.


끝으로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팔아 적자가 누적되는 한전의 빚은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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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수 없잖아, 전기 요금을 더 내든지 공적 자금으로 메우든지 해야지. 어떤 식이 됐든 이 빚을 갚는 과정은 이전에 혜택을 볼 때와는 달라.


우리 집은 그리 전기를 많이 쓰지는 않아. 지난해 모두 31만5500원의 전기요금을 냈지. 내가 싼 전기값으로 덕을 본 건 1년에 3만원에서 많아야 5만원 될 거야. 2013년 삼성그룹 4697억 원, 현대자동차 2701억 원 등 10대 그룹의 총 할인액 1조5356억 원, 100대 기업으로 하면 총 2조 487억 원의 혜택에 비하면 이건 뭐 껌값 수준이지.


하지만 한전의 빚을 공적 자금으로 메울 때는 덕을 본 대기업이 더 내는 게 아니야. 그때는 수천억 이득본 넘이나 몇 만원 사탕 물어본 나 같은 넘이나 걍 n분의 1이지. 당장 전기 요금 오른다고 손해본다고 생각할 게 아니란 얘기야.






에너지전환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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