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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독일 난민사태 기사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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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가 중동이 아닌 유럽을 비판하고 있을까? 필자도 궁금하다. 굳이 개인적인 의견을 밝혀보자면, ‘잘 모른다.’ 아랍, 무슬림, 국제 정치, 테러 등 중동은 답이 없는 느낌이다. 도와주거나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손 놓고 있는 중동 국가들 욕만 하고 있다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금의 난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동이 현재와 같은 아사리판으로 들어올 즈음부터 예견되었고, 이어져 내려온 일이다. 그간 난민들의 주요 도착지인 남유럽 국가들은 EU(라 말하지만 돈 많은 강대국들 주로 독일, 프랑스, 영국)의회를 향해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그들이 “난민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따위의 하나 마나 한 말이나 하면서 시간을 끌어온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현재 대략 400만 명의 난민을 떠안고 있는 몇몇 시리아 주변 국가들 역시 난민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몇 주 전 CNN과 인터뷰를 한 요르단 왕비는 독일로 향하는 난민 행렬에 대해 “난민 따위가, 뭐, 국가를 골라? 있게만 해주는 거라도 감사해야지”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냥 딱 이런 인식이 난민에 대한 대부분 국가의 태도가 아닐까 한다.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결론은, 몇몇 국가를 욕하는 것이 아닌 모두를 싸잡아 욕하는 겁니다.


그 와중에 힘없는 시민만 죽어 나가고 있으니.


무쟈게 복잡한 각국의 이해 셈법과 강대국들의 은근한 개입, 권력을 잡기 위해 자국민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권력가들의 싸움에 항상 새우 등 터지듯 터져나간 (닮았지만 한국 얘기 아니다) 각국의 난민 문제에 이제라도 유럽이 해결의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은 늦었지만 격하게 환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움직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독일로 가보자.



Willkommenskultur (Welcome culture: 환영 문화)


이번에 보여준 독일의 태도는 그간 필자가 알고 있던 독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약간의 변명을 더하자면 지난 10년간 독일에 살았던 필자는 독일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보며, “그래,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사람 사는 사회는 다 비슷한 거 아니겠어?”라는 시크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곳에도 멍충이들이 있고 일베가 있고 부패하고 무능력한 정치인이 있으며 나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한 사회의 수준은 몇몇이 아닌 대다수 의식으로 결정된다. 기실 필자가 경험한 지난 십 년간 독일에 이렇다 할 큰 위기가 없었던 것도 이번 난민 사태에 있어 독일인들의 의식 수준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최근 난민뿐 아니라 폭스바겐까지 빵빵 터뜨려 줘서 뉴스 자체가 스팩타클 해졌다만은.


<가디언지>는 독일에 새로운 환영 문화(Willkommenskultur)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맞다. 현재 독일의 분위기를 보면 마치 물들어 올 때 그물 던져 난민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보인다. 난민들이 도착하는 역마다 환영인파가 나가서 꽃과 음식을 주고 같이 기뻐해 주고 환호해 주고 있다. 정치인들 역시 앞다투어 기차역으로 나와 막 도착한 난민들에게 환영의 메시지를 전한다. 굳이 요란스럽게 이런 움직임에 합류하지는 않지만 수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음식과 생필품을 보내 역 중앙에 쌓아 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국영방송 ZDF의 크리스토프 뢱커라트 리포터는 현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이곳 현장에 도착한 난민들은 두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목숨을 건 그간의 긴 여정에 완전히 지쳐있는 표정과 마침내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는 안도의 표정을 동시에 읽을 수 있습니다. 지친 얼굴이 이제야 밝아졌습니다.”



독일에 도착한 난민들은 자신을 반겨주는 (실제 그들이 이 세상 어느 국가에서도 느껴보지 못했을 격한 환영을 해주는) 독일에 감사의 마음을 격하게 표현한다. 그럴수록 독일인들 역시 신나서 더욱 환호하고 선물을 주고 “당신들은 이곳에서 안전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마치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는 듯한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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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는 이번 난민사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Wir wollen naturlich das Richtige tun und Deutschland wird das schaffen"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독일은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문장이 필자가 보는 핵심이다. 과거에 유럽이 중동을 상대로 어땠는지, 그들의 삶을 어떻게 착취해 왔는지, 그 곪고 곪은 결과가 현재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난민을 상대로 옳은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해보는 점이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대륙(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뉴스 진행자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고 함)에서 일어나는 난민의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주며, 과연 독일인들이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역으로 질문하고 있다. 뮌헨 시장 역시 도착한 난민들을 향해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합니다. (난민구제) 그리고 옳은 일은 끝없이 계속해야만 합니다.”라고 연설했다.


방송들은 뉴스 말미마다 적십자, 디아코니, 유니세프, 카리타스 등의 후원 단체에 참여하라고 독려한다. 자, 지금까지 밑도 끝도 없이 독일 함 빨아봤다. 잘한 건 잘한 일이니.


난민을 받아준다고 말하는 것은 (말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결국에 모든 문제는 돈으로 귀결된다. 과연 현재의 이 상황을 독일이 어떻게 풀어가려고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하필 왜 독일?


2011년 시리아 사태가 발발한 이후 난민 발생에 대해 우려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있었다. 특히 유럽의 남부에 있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큰 목소리를 내며 유럽 차원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유럽 알잖는가. 수십 개의 국가가 모여서 민주주의랍시고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세월만 보내고, 결론은 안내고, '지지부진x100' 이 일상화된 동네 아니겠나.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이었다. 소위 유럽에서 방귀 좀 뀐다는 독일, 프랑스의 소극적인 대처는 남유럽을 뿔나게 했다. 특히 그리스는 더욱 심했다. 그리스의 ‘나 망했어요. 돈 없어요’ 선언 이후 독일은 그리스를 참 매몰차게 대했다. 독일이 ‘돈 없으면 집기라도 팔아야지 뭔 맨날 도와달라고 떼야!!’는 태도를 취하자 그리스 국민은 메르켈을 히틀러에 빗대며 엄청나게 싫어했다(얼마 전 아테네 공항도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을 운영하는 FRAPORT가 거의 거저먹어 버렸다).


메르켈도 난민에게 관대한 스타일이 아니었다. 총리인 메르켈과 내무부 장관 드미지에르 둘 다 난민에 대해서는 원칙론을 고수해왔다. 그런데도 작년 한 해 독일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이 무려 20만 명에 육박했고 독일 자체도 이에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Nicht alle konnen bleiben.”

“모두가 (독일에) 머무를 수는 없어.”



비디오는 팔레스타인에서 온 난민 소녀가 다분히 자신의 입장에서 (당연히 어린이는 그렇듯이) 난민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도 여기서 다른 친구들처럼 공부하고, 대학도 가고 싶고, 미래도 갖고 싶다며 메르켈 총리에게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다분히 정치적으로 아니 소위 어른들이 쓰는 언어로 “우리가 모두를 받을 수는 없잖아. 언젠간 돌아가야지”라는 취지의 대답을 한다. 어린 소녀는 급기야 녹화 도중 울음을 터트리고 어린이를 울린 메르켈은 두고두고 조리돌림을 당하며 희화화되었다.


내무부 총리 드미지에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랬던 메르켈이 이렇게 변한 것이다.



“Wir wollen naturlich das Richtige tun und Deutschland wird das schaffen”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독일은 할 수 있습니다.”



난민 행렬은 미친 듯이 몰려들었고 메르켈을 찬양하며 독일로 몰려든다. 손에는 메르켈 사진을 입으로는 '마더 메르켈'을 외치며...


위의 사태가 일어난 지 대략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 독일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현재 난민 스코어


독일이 위와 같이 태도를 바꾸며 '관용의 나라'로 탈바꿈하기 전까지 독일에 들어온 난민 숫자는 2015년 1월에서 8월까지 36만 명가량 되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독일이 난민에게 국경을 개방한 후 올해 말까지 80만 명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하루에 많게는 2만여 명 적게는 수천 명의 난민이 동유럽을 거쳐 캥거루가 없는 오스트리아를 통해 독일로 들어오고 있다. 결국 처음 80만 명의 난민이 독일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던 전문가들이 지금은 100만 명으로 목표를 상황 조정했다.


한해에 100만 명의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독일로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은 대부분이 경제활동을 시작할 만큼 독일어도 하지 못하니 이러한 기본 독일어 교육에 걸리는 최소 시간도 1년 이상으로 잡고 있다) 물론 독일이 이런 대규모 난민 사태를 처음 겪는 것은 아니다. 2차 대전 때 (물론 그때는 독일이 난민을 받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난민 이동이 있었고, 1992년에도 구소련의 붕괴 이후 넘어온 난민(혹은 도망자)이 438,191명이 있었다. 이번의 경우 1992년 사태 때보다 2배가 가볍게 넘는 난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애초 독일은 약 1mrd. 유로(약 1.3조 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이번 사태로 추가 편성된 예산은 총 6 mrd. 유로(약 8조 원)로 늘어나 버렸다. 그리고 이제 일각에선 이 돈도 모자랄 거라며 국민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자원봉사자와 기부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통계는 찾을 수가 없다. 미안하다!!!


물론 이 와중에도 창조경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독일에 들어온 난민으로 인해 독일 전역에 독일어 선생님들이 어마 무지하게 많이 필요하여 3만 명의 독일어 선생님을 추가로 뽑아야 한다고 한다. 옆집에 놀고 있는 토마스도 윗집 백수 누나 카라도 이런 창조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으니 적어도 집에서 놀던 누군가에겐 이 사태가 꼭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난민들은 이제 어떡하나


독일에 도착한 난민들은 우선 뮌헨 지역으로 모인 뒤 특별 편성된 기차와 버스를 타고 각 지역으로 다시 흩어진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쾨니히슈타인의 방식(Konigsteiner Schlussel)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독일 각 지역을 인구와 경제력에 따라 퍼센트로 나눈 것이다. 매년 새로이 갱신되는 이 쾨니히슈타이너 슐뤼쎌이라는 이상한 발음의 단어에 따르면, 가장 잘 사는 쾰른과 뒤셀도르프 등이 있는 <노트라인 베스트팔렌 주>가 전체 난민의 21%를,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 주>가 15%, <바덴 뷔텐베르크>가 13%의 난민을 나눠 책임을 지게 된다. 가장 적은 수의 난민을 받는 곳은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머른>주로 약 2%의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각 주의 발음이 참 난해하다.


21%를 할당받는 노트라인 베스트팔렌 주의 경우 약 20만 명의 난민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올 한해만 해당하는 이야기이므로 앞으로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물론 현재로선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부분 지역에서 연초에 책정했던 난민 관련 예산을 두 배가량 늘렸고, 중앙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 간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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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부푼 꿈을 품고 독일에 도착한 난민들은 각 지역의 임시 보호소로 이동하여 그곳에 짐을 푼다. 자원 봉사자들이 음식을 나누어 주고 의사들이 긴 여정에 지친 어린이들과 부녀자들을 돌본다. 갑자기 불어난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폐공장 부지 혹은 오래된 안 쓰는 건물을 시에서 임시로 개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모자라고 군대의 사용하지 않는 막사를 개방하고 그것도 모자라 천막으로 텐트촌을 만들고 있다.


겉으로 보면 열심히 하는 듯 보이지만 현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녹록지 않다고 한다. 일단 숙소 자체가 부족하므로 좁은 지역에 여러 명이 함께 지내야 한다. 지방 자치 단체들은 나름대로 예산을 쥐어짠다고 말하지만, 난민은 매일 밀려 들어오고, 새로 만든 임시 보호소도 곧 꽉 차고, 또다시 하나 만들고, 다시 꽉 차고 하는 일상의 반복이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면 이상한 질병에도 많이 걸린다고 한다. 의사들은 어린이들과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들이 서로 물건을 돌려쓰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주 아프고 질병도 많다고. 게다가 의사가 충분히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일손 역시 모자라니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뭔가 모자란 예산과 난민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현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물론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들 전체를 계속 임시 수용소 혹은 천막에 살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 들어온 난민의 대다수는 독일을 절대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과연 어떻게 이들을 독일 사회에 녹아들게 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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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기 시골 남는 땅에 아무 피해도 주지 않고 자기들끼리 살게 하면?’이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난민들에게 나라를 나누어 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되니 어불성설이다. 경제력 없는 그들을 그냥 내버려둘 경우 지역 자체가 슬럼화되어 범죄와 불법이 횡횡할 것은 안 봐도 비디오. 따라서 가장 우선적인 포인트는 <독일 사회에 동화시키기>이다.


난민이 독일인 사이 사이에 녹아들어 살게 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 엄청난 수의 주택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독일은 가난한 사람에게 국가에서 집세를 내주는 엄청나게 빨갱이 같은 나라긴 하지만, 이 정도 숫자의 사람들에게 매달 650유로의 현금(80만 원이 좀 넘는 돈)과 집을 제공해 주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독일 국토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기본 독일 주거복지 정책에 난민들의 수요를 포함해서 그 폭을 늘린다고 했으나, 그렇게 될 경우 주거 복지 자체가 상당한 부담으로 두고두고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독일에 MB를 수출해야 하나?



난민에 반대하는 사람들


이 정도면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은 청와대에 앉아 계신 그분조차 알 것 같다. 독일에서도 이런 일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구 동독과 서독은 아직도 그 경제력에 상당한 차이가 나는 만큼 인식에도 큰 차이가 있다. 티비에선 간간이 독일인으로부터 공격받은 난민 보호소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크게 다루지는 않는다. 기러기인지 기레기인지가 난무한 한국이었다고 생각해 보면, 사안의 본질보다 훨씬 재미있고 자극적인 난민을 공격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줄줄이 온 종일 나올 듯하지만, 독일에서는 그렇게 크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언론뿐 아니라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악플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관심이라고 한 것처럼 실제 독일은 이러한 네오나치 혹은 민족주의자들에 대해 사실상 무관심으로 대응해 오고 있다(최근에는 이런 방법이 비판을 받고 있긴 하다).


그러는 사이 난민촌에 대한 공격이 올해에만 300여 건이 넘게 있었다. 특히 동독 지역의 많은 단체가 대놓고 난민촌을 공격하고 시위하는 일이 최근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난민촌 앞에 제국주의 당시의 깃발을 들고 다니기도 하고 시위가 있는 날이면 독일 국기를 창문에 걸어놓기도 한다. 집 앞에 국기를 걸어놓는 행위가 한국에선 비록 권장하고 있는 행위일지 몰라도 독일에선 굉장한 민족주의, 제국주의, 2차 대전 그놈(?)추종자 같은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에 독일인들은 월드컵이 아니면 국기를 집밖에 거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급기야 유럽 의회에서도 독일의 인종차별주의자들(aka 네오나치)에 대한 공개적인 대책 회의에 나섰고 독일 내부에서도 경찰과 법조인들에게 이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제공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밀려 들어오는 난민에 대해 반감을 품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작은 것 같았던 네오나치 집회는 조직도 여러 개로 늘고, 그 인원도 상당히 많아졌다. 페이스북에는 일베일베한 애들이 난민에 대한 무분별한 악의적 정보와 증오를 가득 담은 포스팅을 올리고 엄지 손꾸락을 척!! 하고 올린다.


대표적인 극우주의자 모임인 PEGIDA(서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 유럽인 모임)의 페북에는 16만 건 이상의 ‘좋아요’가 기록되어 있고 HOGESA(이슬람 근본주의자에 반대하는 훌리건 모임)도 집회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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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도 드레스덴에서 시위가 잡혀있다. 근처 여행객들은 될 수 있으면 피해가시라...(하긴 여행자가 이런 걸 볼 리가 없지?)


물론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대놓고 내놓는 극렬 반대파가 있는가 하면 상관은 없지만 내 눈앞에선 그냥 안 보였음 한다는 님비(Nimby)스타일의 주민들도 상당히 많다. 특히 동독 지역 많은 주민의 인터뷰에는 그러한 경향이 많이 나온다. 주민들의 무관심은 당연히 동독 지역에 가게 될 난민을 한곳으로 몰아넣게 될 테고 그들은 그렇게 슬럼화될 테고 또한 극렬 반대자와 맞붙게 될 테고 사고가 이어지겠지.


현재 동독 지역의 정치인들 역시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이 해결 방법은 없다고 한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줄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는 듯하다.




# 여론조사


39%의 독일인은 난민이 독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59%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58%는 난민이 독일경제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37%는 부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35%는 그들의 망명이 독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44%는 부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9월 초 이 수치는 45%가 긍정적 33%가 부정적이라고 대답했다)

 

 

출처: ARD Deutschlandtrend

 



지역갈등


독일인만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는 존재는 아니다. 난민 무리 안에도 엘리트도 바보도 어른도 애도 닭도 쥐도 섞여 들어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앞서 열거한 바와 같이 독일은 독일 나름대로 노력한다. 그런데도 사실상 감당하기 힘든 수의 난민이 밀려오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함부르크의 경우 임시 수용소가 넘쳐 500명이 넘는 난민이 야외에서 자는 일도 있었다. 이미 밤이면 쌀쌀한 독일인데 더운 나라에서 온 난민들이 아침이슬 부르며 잠이 들었을 테고, 지상낙원을 꿈꾸고 온 독일이 현실에서 낙원을 주지 못하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임시 거주지에 있는 난민들은 다양한 국적과(나름 자신들 안에서는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 때론 길게 늘어선 식당 줄에 짜증이 나서, 때론 샤워실에서 새치기하는 얌체 때문에, 때론 종교적으로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쌈박질이 일어나기도 한다. 시리아 난민과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붙은 400명 규모의 집단 패싸움이 있었고 샤워 줄 때문에도 100명의 집단 패싸움이 있었다. 이때마다 독일 전경이 출동하고 경찰도 자원 봉사자도 때론 상처를 입는다. 에리트리아 소년을 알바니아 사람이 뚜드려 패기도 하고, 좁은 지역에 많이 모인 사람들의 스트레스로 예민해져 있고, 훔칠 것도 없는 그들 사이에서 도둑질도 빈번히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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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순으로 시리아, 알바니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세르비아, 에리트리아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유럽에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난민을 포섭해 자신들의 세를 불리려고 한다는 점이다. 일명 살라피즘이라 불리는 이 폭력도 불사하는 근본주의자들은 이제 막 전쟁에서 도망쳐 나온 난민을 향해 빵 몇 조각과 자신들의 꾸란을 나누어주며 포섭한다. 이러한 살라프파가 독일에만 약 7,500명이 있다고 한다. 그들 중 몇 명이 저렇게 난민들에게까지 손을 뻗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행위를(?) 유튜브에 올리곤 한다. 독일 시내에서 살라프파가 길에서 코란을 나누어주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겨우 되도 않는 종교를 빙자한 전쟁에서 빠져나온 이들을 다시 그 길로 데려가려는 살라프파나, 목숨줄 하나 붙잡고 도착한 독일에서 또다시 빵 한 조각에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고개를 숙이는 난민이나 어느 하나 아사리판이 아닌 곳이 없다.



독일의 관료주의


국가의 입장과 개인의 입장에 대해서 대략 훑어 봤다. 이젠 공무원들의 상태를 한번 디비보도록 하자. 필자가 종종 이야기하지만 기본적으로 독일은 느리다. 그리고 많은 서류가 필요하다. 독일인 스스로 종이의 나라라 부를 만큼 독일은 도큐멘트를 중시하는 국가다.


독일에 도착한 모든 난민은 일단 절차에 따라 첫 3개월간 초기 임시 수용소에서 살아야 한다. 이 기간에 난민들은 순서대로 등록하고 그들의 서류는 해당 관청으로 이관된다. 이미 앞에 서술했듯이 독일에서 그동안 운영하던 초기 임시 수용소는 이미 차고 넘쳐 이곳저곳에 임시로 대형 천막 텐트와 컨테이너가 들어서고 있다. 최남단 바이에른 주는 넘치는 난민 행렬을 일단 전부 수용하기 힘들어서 남부 국경에 2개의 임시 수용소를 더 만든다고 한다. 이곳에선 다양한 국적을 가진 난민 중 현재 ‘전쟁으로 안전하지 못한 국가’의 출신만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다시 자신의 나라로 추방한다. 특히 경제적 이유로 독일로 망명을 희망하는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코소보 등지에서 들어오는 난민은 거의 바로바로 추방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난민 수용소 내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시리아 난민과 그 외 지역 난민과 사이가 좋을 리야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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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난민 인정 비율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모든 난민이 '제발 되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스레 작성한 망명신청서. 수십만 개의 난민 신청서를 처리할 여력도 인력도 충분치 않다. 일반적으로 6개월가량 걸리는 난민 신청서의 처리 기간을 생각해 봤을 때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신청서가 수십만 건이다. 지난달 이미 들춰보지도 못해 쌓여만 있는 망명신청서가 30만 건을 넘었고, 지금도 매일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을 생각해보면 신청서를 처리하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연말에는 약 70만 건을 넘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이유로 망명 신청이 거절된다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돌아갈지도 미지수다. 앞서 본 어린 소녀 영상처럼 난민들은 추방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을 지고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이 ‘내가 일단 자리 잡고 가족과 친지를 데려오겠다’며 벼르고 있는데, 그 가족과 친지 역시 수백만이다.


내무부 장관 드미지에르와 노동사회부 장관 안드레아 날레스 그리고 외교부 장관 슈타인마이어는 망명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물이다. 일단 내무부 장관의 관리에 따라 망명심사가 전적으로 이루어지고 진행되기 때문에 내무부 장관은 현재 밀려드는 서류에 매일매일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외교부 장관에게 유럽 전체가 함께 해결할 방안 좀 마련하라고 비명을 질러 댄다. 외교부 장관 역시 유럽 의회와 각국을 오가며 동분서주하지만 엄청난 성과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현재 독일과 함께 난민 문제에 가장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나라는 룩셈부르크와 스웨덴이다. 무려 1인당 국민소득 1위의 룩셈부르크와 복지 천국 스웨덴. 둘 다 전 세계인이 망명을 못 해 안달이 날 만한 나라이다. 힘이 강한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나라 영국은 마지못해 끌려오는 정도다. 얼마 전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프뢍스는 난민에게 똘레랑스를 보여줄 것이다”고 했지만 이어진 기자의 “몇 명이나 수용할 생각입니까?”란 질문엔 “1,000명이요”라는 대답을 해서 각종 코미디 프로에서 돌려가며 조리돌림 당한 일도 있었다. 또한 현재 지지율 1위인 극우 전선의 수장 마린르펜이 언론에 대고 “지금 저 난민 중에 수천 명의 IS 테러범들이 숨어있다던데요”라며 공공연히 증오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가 어찌하고 있는지는 프랑스에 계시는 누군가가 업데이트해주겠지?)


영국도 녹록지 않다. 신사답게 툭하면 “유럽연합 따위 탈퇴해 버릴 테야”라며 귀찮게 하지 말라는 뉘앙스를 풍겨주신다. 이러니 외교부 장관 슈타인마이어는 맨날 별 소득도 없는 회의만 돌아다니며 루프트한자 마일리지를 쌓고, 내무부 장관은 쌓여가는 서류를 보며 독일 맥주나 벌컥벌컥 하는 날이 이어져 오고 있다.


(내무부 장관은 원래 난민 문제에 대해 별로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었지만 최근 여론과 메르켈 누나의 앞뒤 안 보고 <드루와 드루와>시전 이후 태도를 조금 부드럽게 변화시켰다)


노동사회부 역시 쉽지 않다. 일단 난민 지위를 획득한 사람들에게 언어 및 직업교육을 해 사회에 내보내야 한다. 현재 추정으로는 전체 난민의 약 5% 정도가 1년 정도의 교육 후 바로 산업 전선으로 투입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나머지 95%가 될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 따르면 난민 중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등의 엘리트 계층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대학도 나왔고, 의사도 있고, 법조인도 있고, 교수도 있고. 이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정말 엘리트 계층인지 현재 조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들어 반대하는 사람 중에는 난민의 최근 일어나는 패싸움 등을 예로 들며 시민의식 운운하고 공공연히 반대한다. 애초에 감당도 못 할 수의 난민이 오는 것이 메르켈 총리가 그들에게 헛된 말을 해서 그런 거라며 정치적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업계는 현재 상황을 나쁘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정도다. 얼마 전 난민을 자신의 회사에 받아들일 수 있게 따로 부서까지 만들라고 지시한 벤츠 회장도 있고 말이다. 폭스바겐은 그럴 여유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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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 난민을 흡수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쪽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이다. 소위 말하는 히든 챔피언(강소 기업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세계 각 분야에서 1위를 하는 숨은 챔피언 회사)이 엄청나게 포진한 독일의 산업계는 오히려 사람이 모자란 측면도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들은 난민들이 들어와 조금만 교육을 받아도 전부 받아줄 수 있다며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실제 독일인의 여론조사에서 난민에 대한 우호적인 의견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산업계를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난민들이 들어와 골프의 디젤엔진만 안 만들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타데우스의 감상평


세계로 눈을 넓혀보면 난민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나중에 시간이 남거나 필자가 아는 게 생기면 그때 다시 한 번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얼마 전 유엔 연설회장의 오바마와 푸틴의 자존심 싸움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물론 한국 뉴스엔 온통 우리 대통령님 우쭈쭈하는 내용만 나왔지만 말이다).


독일의 난민 사태를 바라보면 저런 일이 한국에서 생긴다면 어떨까 싶다. 실제로 한국은 북한 정권이 무너져 북한 주민들이 대량으로 넘어온다면 한국인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1992년에 공산주의 붕괴 후 넘어온 4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처럼, 시리아 사태로 명명되는 수백만의 난민을 낸 현재의 중동사태를 받아주는 독일처럼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안 되겠지?


독일이 잘나고 한국이 못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럴지도....)


독일어에도 Toleranz라는 단어가 있다. 맞다. 영어로 하면 톨러렌스 불어로 하면 똘레랑스 우리말로는 관용이라고 해석되는 그 단어다. 한국어로는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 또는 그런 용서’라고 사전에서 정의한다. 독일어 사전에선 <상대의 상태 의견 혹은 가치관에 대한 존중과 인내>라고 쓰여 있다.


우리말로도 독일어로도 존재하는 같은 단어 하지만 난민을 향한 그 의미는 현재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한다.




[참고 자료]


http://www.spiegel.de/politik/deutschland/fluechtlingskrise-die-aktuelle-asyl-statistik-a-1053575.html


https://www.bamf.de/SharedDocs/Anlagen/DE/Downloads/Infothek/Statistik/Asyl/statistik-anlage-teil-4-aktuelle-zahlen-zu-asyl.pdf?__blob=publicationFile


http://www.zdf.de/ZDFmediathek/beitrag/video/2483770/ZDF-heute-Sendung-vom-04.-September-2015#/beitrag/video/2483770/ZDF-heute-Sendung-vom-04.-September-2015


http://www.diakonie.de/diakonie-fuer-fluechtlinge-unsere-positionen-und-forderungen-16427.html


http://www.heute.de/ankunft-in-deutschland-ende-einer-odyssee-7.000-fluechtlinge-am-ziel-39980852.html


http://www.zeit.de/politik/2015-09/angela-merkel-fluechtlinge-steuern


http://www.heute.de/koenigsteiner-schluessel-so-werden-fluechtlinge-in-deutschland-verteilt-39979234.html


https://www.youtube.com/watch?v=bA1WoCOoVhE


http://www.handelsblatt.com/politik/deutschland/deutschlandtrend-umfrage-verunsicherung-wegen-fluechtlingen-waechst/12398380.html


http://www.n-tv.de/mediathek/videos/politik/Salafisten-werben-gezielt-Fluechtlinge-an-article159312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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