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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친인척 비리를 신고하고 싶습니다.”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84년생에 대전 지역 대학교를 졸업한 K씨가 2013년과 올해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으며, K씨가 "강창희 의원의 친인척"이라고 주장했다.


제보자의 주장은 그럴싸했다. 유력 정치인이 있고, 그의 친인척이 부정 채용되었다. 게다가 채용된 곳과 유력 정치인과 연관성까지 있는 곳이다. 내용도 상당히 상세했다. K씨가 언제 어디로 채용되었고, 누가 힘을 썼다, 누구와 함께 일했다는 것까지 제보에 나와 있었다.


다만, 제보자의 주장을 오롯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그의 주장을 하나하나 확인해 봤다.


제보자는 K씨가 채용되었던 업체, 채용 날짜, 함께 일한 사람들까지 특정했다. 확인 결과 그가 특정한 정보들은 사실과 일치했다. 간단한 사실과 더불어 K씨 본인과 주변인만 알 수 있는 사실, 예컨대 K씨의 근무 태도, K씨가 M상사에 지원하여 면접을 봤다는 것, M상사의 여러 계열사 중 C사에 지원하였다는 것 등을 특정했으며, 이는 취재 결과와 일치했다.


해당 업체가 K씨의 전공과 관련된 곳이 아니었고, 채용 공고를 통해서도 계열사 여부는 알 수 없었다는 점, 제보자가 제공한 여러 정보가 상당 부분 일치하였다는 점에서 제보자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했다.



장관, 국회의장, 6선 의원 그리고 7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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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강창희 의원 페이스북


새누리당 소속으로 대전 중구를 지역구로 하는 강창희 의원은 충청권의 거물급 인사로 꼽힌다. 대전중, 대전고를 졸업했고, 육사 25기 ‘하나회 막내’로 알려졌다.


그는 민정당, 자민련, 한나라당 등 당을 바꿔가며 대전 중구에서만 6선(11, 12, 14, 15, 16, 19)을 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고, 2012년 19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는 등 정치인으로서 상당한 입지를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김기춘 등과 함께 원조 친박 그룹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자문 그룹 인 '7인회' 멤버로, 정권 초 최고 실세로 분류되기도 했다.



2013년,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핵융합연구소(NFRI)에 소속된 연구기관이다.


2013년 8월, K씨는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에 채용되었으나, 한 달 만에 돌연 퇴사했다. 그와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은 K씨가 "갑자기 왔다가, 갑자기 나갔다"며 "한 달 있었는데 되게 두문불출한 스타일"이었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K씨가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에 채용 될 당시 "유일하게 면접을 봤으며, 자격증이나 경력 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용되었다"며 채용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K씨의 채용에 국가핵융합연구소 기획부장 J씨가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J씨는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설립을 총괄하여 '자랑스런 NFRI인 상'을 수상하는 등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설립에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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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결과, K씨 부정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J씨는 강창희 의원 비서관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J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K씨는 기억에 없는 이름 같다"고 밝혔다. 강창희 의원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며, "이름도 많이 들어봤고, 대전 분이고, 연고도 있어서"라고 답했다. 무슨 연고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이니까 겸사겸사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하며 대답을 꺼렸으나, 강창희 의원 비서관 출신이 아니냐고 묻자 "맞다"고 답했다.


다만 채용에 관해서는 "채용은 심사하시는 분들이 심사를 하셔서 채용했기"에 정확히 모르며, "K씨 채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추천을 해줬을 수는 있을 것 같다"며 여지를 남겼다.



2015년, M상사


제보자는 2013년에 이어 올해 9월, K씨가 M상사 채용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또다시 특혜가 주어졌다며, K씨가 일반 지원자들과 달리 다른 장소에서 따로 면접을 봤으며, 성적이 매우 낮음에도 곧 M상사 계열사로 채용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M상사 인사 관련자는 "본사 직원을 뽑는 경우도 있고, 사업장 직원으로 하는 경우도 있어 (면접 장소가) 딱 정형화돼서 정해진 게 없다"며, "저희가 뭔가 다르게 했다는 건 없다"고 밝혔다.


지원자 중 K씨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뜸을 들이며 "있다"고 답했다. 이어 K씨가 9월 공채가 아니라 상시채용에 지원했고 면접을 본 것도 사실이나, "특혜 같은 거 있을 자리도 아니고, 있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K씨가 국회의원 친인척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친인척 중 국회의원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아냐"며 전혀 몰랐다고 답하며, K씨 채용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채용이 석연치 않은 것은 K씨가 2013년에 이어 올해도 강창희 의원과 관련된 곳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M상사의 회장은 강창희 의원과 사돈지간으로, 2005년 M상사 회장의 장녀와 강 의원의 장남이 결혼식을 올린 바 있다.


실제 M상사 회장은 강창희 의원에게 정치 후원금으로 법정 한도 최고치인 5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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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디트뉴스24>


이러한 의혹에 대해 K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친인척 중 국회의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K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K씨의 친인척 중 국회의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난감하다. 말씀드리기 좀 그렇다"며 말을 아낀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취재 과정에서 K씨는 "혹시 죄송하지만 누구누구한테 연락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게 뭔지를 모르니까 무턱대고 그렇다 아니다, 이렇다저렇다 할 수가 없다"고 하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고 있다.



여기까지다. 본지는 현재 제보자의 주장대로 해당 채용에 강창희 의원이 개입했는지, 개입했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였는지, 중간다리 역할은 누가 했는지 등 여러 사안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이 정도의 정황 증거라면 의혹 제기부터 한 후 추가적인 제보를 받는 것이 후속 취재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해 먼저 올리게 되었다.


본지는 이 의혹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계속 확인해볼 것이므로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다린다.





 


본지는 본 채용 의혹에 관한 추가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보 메일 : ddanzi.mas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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