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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5. 12.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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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북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전제 하에서 최근 4~5년 간 보여준 북한의 행보를 나는 이렇게 정리하겠다.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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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병력 수에서 남한이 북한을 압도했다. 그러던 것이 경제발전에 힘입어 대한민국 군대가 기술집약적 군대로 체질을 개선하면서 병력 수가 줄어들었고, 북한은 경제력의 한계를 느껴 점점 병력 수를 늘려가게 됐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 북한은 기존전략으로 남한과 상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이미 전면남침과 같은 허황된 상상은 포기한지 오래다). 대신 생각한 것이 비대칭 전력 확충이었다.

 

이미 대한민국 정부도 북한의 전면 남침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현재 한국 국방 연구원(KIDA : Korea Institute for Defense Analysis)을 비롯한 군관계자들이 상정한 최악의 남침 시나리오의 경우도 비대칭 전력에 의한 공격이다.

 

(전방에 있는 북한의 갱도포병과 기타 등등이 일제히 휴전선에 포탄을 날리고, 이 혼란을 틈타 북한 경보병 사단과 특수부대들이 동부전선 산악지대를 타고 넘어가 한반도 남쪽 지역에서 비정규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1996년 강릉무장공비 사건을 기억하는가? 3명을 잡기 위해 우리가 어떤 소동을 벌렸는지 다들 기억 할 것이다. 만약 10만 명의 특수부대 병력이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한반도 남부 지역에서 깽판을 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당장 수출입에 커다란 문제가 될 것이고, ‘괴로울것이다. 이런 비대칭전략을 대한민국은 가장 가능성 있고, 가장 골치 아픈전략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병영국가이다. 군대가 사회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고, 이 군대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나라이다. 그리고 이 북한을 둘러싼 국제환경은 우호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 최강국 미국과 싸워야 하고, 그 옆에는 일본이 붙어 있다. 한국? 우리는 우리의 군사력을 우습게보지만, 만약 우리나라를 그대로 떠서아프리카에 가져다 놓으면 아프리카를 통일 할 것이고, 남아메리카에 가면, 브라질을 제치고 남아메리카의 맹주 국가가 될 수준이다(제치진 못해도 비슷비슷하게 양강구도를 형성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힘 대 힘으로 남한과 부딪힐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됐고(아니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비대칭 전력 확충에 목숨을 걸었다. 대표적인 것이 이다(사람들이 의외로 간과하는 것이 핵무기가 상당히 싼 무기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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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한 발이면, 이제까지의 모든 전력 불균형이 역전된다. 여기에 특수전 부대, 사이버 공격 등등 저들만의 투쟁 방식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전쟁에서 필요한 3가지 요소.

 

, , 더 많은 돈. 그런데 북한은 돈이 없고, 저비용 고효율의 다른 방식을 찾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다. 그 정치적 파괴력과 군사적인 활용도를 선택한다면(덤으로 내부단속도 하고), 핵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만능카드였다.

 

문제는 이 만능카드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대응이었다.

 


0. 도전과 응전의 역사

 

일전에 킬 체인(Kill Chain)KAMD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관련기사: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당시 킬 체인의 허구성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첫째, 한미의 정찰위성과 정찰기 등 감시정찰자산으로 1분 내에 위협을 탐지


둘째, 1분 내에 식별


셋째, 식별된 정보를 바탕으로 3분 내에 타격 명령


넷째, 25분 내에 목표물을 타격을 완료한다.

 

'1분 내에 식별, 3분 내에 판단, 25분 내에 파괴'

 


이것이 킬 체인이란 것의 핵심 내용이다. ,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비해 전쟁 징후(발사 징후)가 포착되기 전에 목표를 발견하고, 판단 내려 25분 안에 파괴해 버린다는 것이다.

 

북한이 가진 최고의 카드를 사전에 봉쇄해 버리겠다는 것이다(이걸 실행한다고 해도 문제겠지만, 이건... 선제공격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문제인데, 이번에 발사한 북극성이 그 대응책인 것이다.

 

1회에서도 말했지만,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 잠수함 발사탄도탄)은 지난세기 인류가 '멸망'하지 않 , 인류라는 종족의 생존을 유지시켜 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구원해 낸 발명품.”


 

이다. 대륙간 탄도탄 기지는 공격의 최우선 목표이다. 이동식 발사기의 경우도 걸프전에서 드러났지만, 발견해서 공격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공격하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6 시그마 수준으로 모든 위험 가능성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지상에 있으면, 적국의 선제타격 의지100%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다). , 최고의 히든카드가 적의 손에 노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속은 다르다. 인류가 만들어 낸 5개의 전장 중에서 가장 은밀하고, 안전한 곳이 바다 속이다. 여기에 숨어 있다가 핵미사일을 날린다면? 그 효과는 둘째 치더라도 상대방은 공격 그 자체를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건 지난 냉전 시기 우리 인류가 몸으로 체험한 실증적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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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70%는 바다로 되어있다

 

북한은 자신의 핵무기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자, 당연한 선택(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다)을 한 것이다. 문제는 그 상대방이 되는 한국이다. 북한은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려는 시도를 보인 것이고, 한국은 수동적으로 여기에 따라 가야 하는 상황이다.

 

(핵무기 보유국을 상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이쪽도 을 보유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이게 불가능한 한국은 북한의 의도에 쫓아갈 수밖에 없다)

 


1. 한국의 대응책은?

 

북한의 신포급 SLBM이 실전 배치됐다는 전제 하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다(실제로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사안이다).

 

일단 예상되는 효과는 이제까지 우리가 준비해 왔던 KAMD나 미국의 MD체제, 우리의 킬 체인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SLBM을 완벽하게 막을 방법은 없다. 게다가 신포급의 사이즈를 보면, 이건 중단거리 미사일이다. 이걸 요격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최선책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했던 짓을 따라해야 한다.

 

, 적 전략원잠 기지에 몰래 잠입해 '전략초계'를 하려는 적의 '전력원잠'을 따라 붙는 것이다. 혹은, 예상 출몰지역에 공격 잠수함을 빽빽하게 배치한 다음 적의 전략원잠을 찾아내는 것이다(이야기가 <붉은 10월호>를 쫓아가는 것 같다).

 

잠수함.png

영화 <붉은 10월>의 한장면


문제는 여기서 문제가 하나 더 발생하는데, 만약 신포급이 동해에서 활동한다는 전제하에서 본다면, 이야기는 더 어렵게 꼬인다는 것이다. 동해는 잠수함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수심이 깊고, 해류가 교차하면서 수많은 변온층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 변온층에 잠수함이 들어간다면 찾기가 어렵다.

 

결국은 북한의 잠수함 기지 주변에 매복해 있거나, 전쟁 직전 잠수함 기지를 타격하는 방법 밖에 없다(이 부분도 문제가 되는 것이 전략초계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란 것이다. 핵 강대국은 전략원잠을 상시 배치시켜 놓고, 언제든 발사 준비를 해 놓고 있다.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딱 1척만 개발해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1365일 계속 배치 시켜놓고, 여차하면 쏠 태세로 전략초계를 할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적 잠수함 기지 옆에 아군 잠수함을 매복시킨 다음 계속 추적(미행)하다가, 여차하면 격침 시키는 방법.

 

둘째, 이와 병행해 전쟁 직전 적 잠수함 기지를 1차로 타격.

 

이 방법밖에 없다. 첫 번째 방법의 경우 만약 동해 바다에 숨어 들어가거나, 아군의 잠수함을 뿌리칠 경우 놓칠 위험이 있다(북한 잠수함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배제하고 이야기 했다). 두 번째 방법의 경우는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다. 만약 전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먼저 치고 들어간다면? 그건 우리가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또한, 북한이 다른 잠수함으로 전략초계를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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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차선책은 무엇인가?

 

첫째, 우리 영해에 촘촘하게 대잠 초계망을 설치해 북한 잠수함을 사전에 발견한다.

 

둘째, 북한 잠수함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이걸 막아낸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와 해군은 백령도 인근에 SOSUS 라인을 까는 사업을 하고 있다(예산 문제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올해 안에 깔 것으로 보인다). 소서스 라인은 간단히 말하자면, 수중에 음파탐지망을 까는 것이다. 물속에 청진기를 수십, 수백킬로미터 까는 것이다(말 그대로 라인, ‘이다) 냉전시대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길목이 되는 곳에 이걸 쭉 깔아 놓았는데, 한국도 북한의 잠수함 침투 루트를 백령도로 상정해 놓고(실제로 북한의 소형잠수함은 항속거리가 짧아서 이동루트를 보자면, 백령도-연평도 사이를 침투할 확률이 높다) 대잠 초계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초계함과 호위함의 소너를 신형 소너로 교체하려 했다가 퇴역을 앞둔 마당에 신형 장비를 장착한다는 부담 때문에 이 계획이 무산 됐다.

 

문제는 예산이다.

 

백령도에 깔려고 하는 SOSUS도 처음 말 나왔을 때는 지금 당장 깔 것처럼 말했지만, 예산 문제로 지지부진 하다가(처음 말 나온 게 2013년으로 기억) 최근에 들어가는 중이다. 그나마도 그걸 다 깐다고 북한 잠수함을 다 잡아내는 건 아니다. 소서스 라인이 완성되더라도 북한 잠수함의 음향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고, 운영 노하우를 획득하자면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깐 소서스 라인도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 그것도 소형 잠수함용이라는 것이다. 동해의 경우는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

 

1990년대의 대한민국 대잠 초계망에 비하면, 지금의 대잠 초계망은 괄목할 정도의 놀라운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당장 대잠 초계기 숫자만 16기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장족의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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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잠초계기 P-3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강국(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어린아이 걸음마 단계의 수준이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세계 최강 수준의 대잠수함전 능력을 갖춘 미국과 일본도 100% 잠수함을 다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림팩에서 한국의 장보고급 잠수함이 미 항모전단을 휘젓고 다니던 게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미국도 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스웨덴에서 디젤 잠수함을 대여해 와 대잠훈련을 하지만, 뾰족한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바다 속의 잠수함. 그것도 원잠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음이 덜 한 디젤 잠수함을 잡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물론, 발전기 돌리기 위해 부상하는 걸 노리면 되지만, 이 역시도 만만찮은 난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디젤 추진형 SLBM을 막겠다고, 대잠 초계망 건설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하면 된다. 지금 투입되는 수준의 몇 배의 돈을 때려 부어서 잠수함을 잡겠다고 한다면, 일정 수준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이다(북한 잠수함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0% 완벽하게 북한의 위협을 제거할 수는 없다.

 

선제공격이라는 방안을 제외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꼽으라면, 미국처럼 인공위성으로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을 감시하거나 고고도 무인기(글로벌 호크 같은 것같은 걸 들여와 실시간으로 잠수함을 감시하는 방법 밖에 없다.

 

북한 잠수함을 감시하기 위해 우리 영해에 대잠망을 깐다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설사 깐다고 하더라도 효과를 담보할 수 없고, 만약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 대잠망 밖에서 초계를 하다가 미사일을 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이야기는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간다.

 


우리도 핵을 보유하여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가장 초보적인 대응이지만, 그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다면 실행 불가능한 이야기겠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본다면, 가장 올바른 선택이다. 적의 공격무기를 방어무기로 대응한다는 건 전략적으로 보나 비용적으로 보나, 효과적으로 보나 비효율적이다. 적 공격 무기 하나를 방어하기 위해 들어가는 방어무기는 공격무기 확보 비용의 수배~수십배가 들어간다. 결국 가장 확실한 건 적의 공격무기에 대응하는 대응무기, 보복무기 의 확보다. 그러나 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시 밖에 없는데, 이는 군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 들어갈 문제이다. 애초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북한 잠수함 기지에 대한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

(핵보유 보다는 현실성이 있지만, 역시나 위험이 있다)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탄을 요격하는 기술을 확보한다.”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일반 탄도탄을 요격하는 것도 힘겨워 하는 현실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탄을 요 격한다? 게다가 이건 트라이던트처럼 사거리가 1만킬로가 넘어가는 게 아니라 중단거리 발사체이다)

 

미친 척 하고 우리나라 영해 여기저기에 대잠 초계망을 깔고, 대잠 전력 비중을 높이자!”

(그 비용은 다 어디서 염출해 낼까? 분명한 건 국방예산은 한정 돼 있고, 어딘 가에 돈이 몰리면, 다른 곳에 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대잠 초계망 구축에 비용을 투자하는 만큼 다른 국방분야에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게 한 두푼이 들어가는 사업이 아니다. 그리고 그 효과도 100% 장담할 수 없다)


 

, 이제 어떤 식으로 북한의 SLBM을 막을 것인가? 판단은 청와대의 몫일까? 국방부의 몫일까?

 


2. 게임의 룰이 바뀌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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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김정은의 이상행동(?)들을 보면서 북한의 사회적 내구도에 대해서 상당부분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20년 전 북핵 위기 때의 우리 정치 위정자들(클린턴 행정부를 위시한 다른 세계 각국의 생각도 비슷했다)은

 


조만간 북한은 무너질 것이다.”


 

란 공통된 의식 때문에 북미 제네바 핵합의를 체결시켰다.

 


조만간 북한 무너질텐데, 대충대충 넘기자구. 북한 무너진 다음에 핵 처리해도 늦지 않아.”


 

이걸 안일한 인식이라고 욕할 수만도 없다. 당시 북한체제는 무너져도 이상할 게 하나 없는 상황이었지만, 북한체제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미국의 압박과 한국의 경제성장, 그리고 군사적 압박 속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는 공고히(?) 버텨왔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북한의 내구도를 갉아먹은 건 자본주의 체제였다. 총 대신 돈이 북한 사회의 내구도를 무너뜨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30대 초반의 김정은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까놓고 말해서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게 우방은 없다. 물론, 최근 중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지만(친한에서 친북으로 슬슬 분위기를 바꿔가는 움직임이다. 중국도 -미 동맹의 벽을 실감한 것 같다), 그래도 중국을 믿을 수 없는 게 김정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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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직간접적으로 북한 체제를 자신들과 같은 집단 지도체제로 바꾸라고 넌지시 압력을 가했다(게다가 그때까지 보여준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북한에게는 적잖은 압박이었다). 그들의 눈에 봐도 북한은 이상한 나라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운신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중국식 경제개발을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이미 아버지 (김정일)부터 중국의 압력과 견제가 들어 왔었다. 아니, 경제개발을 하려 해도 문제다. 이미 전 세계 경제 체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심지어 G2라 불리는 중국도 미국 주도하의 경제체제 하에서 돈을 버는 상황이다)에서 미국이 북한의 게임 참여을 반대한다면, 북한은 손가락을 빨아야 한다.

 

쿠바가 미국과 수교를 하려는 마당에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중 하나가 됐다.

 

대충 미국이 북한에게 부과한 경제적인 제재 조치만 꼽아 봐도 10여개를 훌쩍 넘어간다.

 

무역법(최혜국 대우와 특혜관세 부여가 금지 돼 미국으로의 수출이 사실상 봉쇄), 대적성국 교역법(북한과의 금융 거래가 대부분 금지. 미국 내 북한 자산 동결), 수출입은행법(대북한 무역 시 수출입 은행의 보증이나 지원의 전면 금지. 수출은 물론 북한 물건의 수입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법), 국제금융기관법(테러지원국에 대한 국제금융기관의 차관 제공에 반대하도록 의무화), 국제안보 및 개발협력법(테러지원국으로부터의 상품 및 용역 수입 금지) 등등 북한은 21세기 현재 세계 어디에서든 정상적인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냉전시대야 소련과 동구권을 바라보면 되지만, 지금은 오로지 북한 혼자 버티고 서 있어야 하는 상황. 김정은은 계속해서 돈을 벌고, 인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해 보겠다는(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 진 모르겠지만) 구호를 외치지만, 북한 체제 하에서 이는 불가능 하다. 김정은은 인민들을 생각해 자신의 쥐고 있는 권력을 내려놓고, 북한 체제를 변화 시키든가(과연?) 아니면, 지금 체제 하에서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끌어 올려야 한다(전 세계로부터 왕따를 당한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까?).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 부터 이어져 내려온 벼랑 끝 전술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우는 아이 젖 한 번 더 문다.'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이미 벼랑 끝 전술은 김정일 에서 그 약발이 다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협상 당사자들이,

 


본국에 있는 매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뭔가 성과를 가져가야 한다.”


 

란 솔깃한(?) 발언으로 마음을 뒤흔들었고,

 


씨바, 이판사판 공사판이야! 너죽고 나 죽자! 전부 다 불바다로 만들 거야!”


 

라며, 협박성 발언도 서슴없이 내놓았지만, 이제 그 약발이 다 됐다. 그 누구도 북한의 어리광과 앙탈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내놓은 카드가 SLBM이다. 핵을 가지고 있는 상황을 넘어서서 바다 속에 감춰두고 있으니, 누구도 함부로 자신의 핵을 건드릴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물론, 그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말 들이 많다(나 조차도 실제로 쐈는지 의심이 든다). 콜드 런치 기술이 2~3년 뚝딱 한다고 나올 기술도 아니고, 북한의 경제사정을 고려한다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아무리 공돌이를 갈아 넣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저간의 김정은의 행보를 보자면, 포토샾일 확률을 무시 못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SLBM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기술 수준이 아무리 조악하더라도 바다 속으로 잠수함이 들어가고, 그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릴 수 있다면, 우리에겐 커다란 위협이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김정은은 국방부가 준비 중인 KAMD와 킬체인을 비웃으며, SLBM을 준비하고 있다(지금 북한에서 동영상을 방영하거나, 실제로 개발 중인 SLBM을 보여주지 않는 한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만약 이게 뻥카였다면, 김정은의 뇌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정말 궁금해 질 거 같다)

 

이제 정말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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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북한 내부 붕괴설이나, 북한 체제의 내구도 약화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정말 분위기가 무르익은 걸까? 같은 시기 북한 체제 내에서도 이상 징후가 보이고(장성택을 비롯한 고위층의 숙청등과 같은), 그에 발맞춰 대내외적으로 신무기의 개발과 공개, 계속 된 무력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북한은 자신들의 약점을 알고, 남한의 약한 고리를 노리기 위한 비대칭 전력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과 북한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가진 건 한정적이고, 적은 비용으로 극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기 때문이다(부끄럽게도 더티밤을 달고 를 하는 모습을 보면, 같은 민족이라는 게 쪽팔릴 정도지만, 꼭 그렇게까지 오바질을 해야 하는지).

 

이렇게 어버이날 기념 폭죽쇼는 끝이 났다. 남은 건 김정은이 싼 똥을 우리가 어떻게 치우냔 것 만 남았다. 이 정도 했으니, 우리 내부에서도 핵보유론이 나올 법도 하다(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얼마 전부터 감지되고 있지만, 가당키나 할까?). 그러나 현재 상태에서 핵보유론은 말 그대로 홧김에 서방질 하는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냉정하게 보자면, 한국의 핵보유는 국가적 자살일 뿐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이다. 게다가 한국 주변에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미국이 있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해 보자. 뭐가 나오겠나?

 

가뜩이나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여 있는 난감한 상황에서 골치 아픈 문제가 또 터져버렸다. 문제는 여기에 이 없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건 정치적으로, 기술적으로, 전략적으로 그 어디에도 답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저 바라는 게 있다면, 북한의 SLBM이 김정은의 포토샾이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첨언 : 기사 작성도중 북한 인민 무력부 부장 김격식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전의 주범이라고 하는데, 글쎄, SLBM발사 소식과 연달아 터진 북한 발 소식들이라, 사건 사이의 행간을 이어 붙이게 된다. 제발 이런 고민 하지 않는 시대가 얼른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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