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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9월이 지나갔다. 9월 위기설의 배후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연준의 금리인상과 중국경제에 몰락만은 빗겨간 모양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9월 17일 세계경제 둔화를 우려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12월 즈음해서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의견과 해를 넘겨 인상할 거란 의견이 공존하지만, 어쨌건 앞으로 몇 달은 잠잠하리라. 중국 상하이 지수 역시 우려대로 대폭락이 발생하진 않았다.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의 폭락 같은 건 없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무탈하게 9월을 넘긴듯하다.


그렇다고 세계 경제가 좋아졌느냐고 되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다고,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등하지 않은 건 이상하지 않은가. OECD와 각국 정부는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게 고치느라 바쁘다. 낌새가 이상하다. 2008년 이래로 잠잠했던 불황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모양새다.


오늘은 그 근원지, 중국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에 관한 썰을 좀 풀려면 먼저, 마지막 불황이 닥쳤던 2008년도로 돌아가야 한다. 한창 서브프라임 사태로 전 세계가 헐떡일 때다. 미국이 2008년도에 -0.3%, 2009년에 -2.8% 라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찍을 때, 전 세계 경제를 구원했던 게 바로 중국이었다. 2008년도에 9.6%, 2009년에 9.2%라는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시기다. 세계가 다 힘들 때 중국은 나홀로 선전했다(우리나라가 비교적 순탄하게 경제위기를 벗어난 것도 사실 중국 덕이 크다. 이 시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대중 무역 흑자 덕에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을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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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이 있었다. 2008년도에 중국경제가 발표한 경제 부양책의 규모는 약 5.8경이다. 당시 중국 전체 GDP의 약 20%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이게 얼마나 큰 규모냐면, 서브프라임모기지 진원지인 미국에서 발표된 경기부양책이 고작(?) 1.5경 정도였다. 또한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고용과 투자를 늘리기 위한 일시적인 조세혜택에 머물렀다면, 중국의 경기 부양책은 한발 나아가 직접 돈을 붓는 재정정책이 주를 이루었다.


무려 전체 부양책에 약 40%가 사회간접자본(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쓰였다. 나머지 금액의 상당수도 지진으로 폐허가 된 스촨성을 복구하는 데 쓰였으니, 천문학적인 자금이 공사판으로 흘러들어 갔다. 각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 고속철도는 물론, 공항, 항만, 댐 등의 인프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서 이 시기에 중국을 자주 방문한 사람들은 갈 때마다 달라지는 중국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낙후된 인프라를 현대식 시설로 개선시킬 필요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또, 이런 과감한 투자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여타 경제문제와 같이 중요한 건 '그 규모가 적당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냉정히 봤을 때, 전반적으로 중국의 경제 부양책은 과한 측면이 크다.


과잉투자의 한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는 인터넷에 떠도는 중국의 유령도시들을 꼽을 수 있다. 구글에 'China Ghost Town'이라고만 검색해봐도, 흉물스럽게 방치된 중국의 여러 신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대식 아파트와 도로가 잘 닦여 있지만, 실수요자를 찾지 못해 텅 비어있는 이 도시들은 과잉개발의 예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고스트 타운으로는 네이멍구 오르도스시에 위치한 Kang Bashi를 꼽을 수 있는데, 무려 2.6조 원이 투입된 이 도시에는 2011년 기준으로 채 2만 명이 되지 않는 인구가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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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ilymail>


물론, 아파트의 가격을 낮추고, 시간이 지나가면 이들 신도시도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다. 이 유령 도시들의 진짜 문제는 고성장 시기에 지자체와 기업인들이 하나같이 낙관적인 전망치를 가지고 무지막지한 개발 사업을 벌여댔다는 것이다. 이 과잉투자의 문제는 비단 실패한 몇몇 도시 개발 프로젝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경제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8년도 중국이 경제위기를 무사히 넘긴 덕에 중국기업들은 그간 위기를 모르고 크기를 불려 왔다. 계속해서 생산설비를 늘렸으며, 고용 또한 늘렸다. 자유주의자적인 관점에서 보면 “망했어야 할, 생산력 없는 기업들”조차 중국당국이 달아준 투자라는 호흡기 덕에 생명을 유지했고, 계속해서 그 크기를 비대하게 불렸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났고, 전 세계로부터 원료를 수입해서(덕분에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해 먹고살던 브라질 같은 나라나 자본재를 팔아먹은 우리나라는 묻어갈 수 있었다), 끊임없이 물건을 쏟아냈다. 이렇게 늘어가는 생산력에 반해, 중국의 소득 및 소비수준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재고가 되어 중국경제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런 과잉 생산문제를 잘 드러내는 게 중국 철강 산업이다. 산업의 허리가 되는 철강 산업은 중국 정부의 자금지원을 통해 계속 발전해 나갔으며, 2008년도 기준으로 세계 1위의 수출국으로 발돋움했다. 문제는 2008년 이후로 반덤핑과세 등으로 해외 수출액은 감소했음에도, 건설붐 등으로 인해 국내수요가 어느 정도 유지되자, 중국의 각 성에서 경쟁적으로 제철소 유치에 나서는 등 계속해서 제철소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에 들어 중국 당국이 나서서 제철소에 숫자를 줄여야 할 정도로 재고와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사실 지금 나열하는 사례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근데 왜 갑자기 문제가 된 걸까? 꺼지지 않을 것 같던 중국이란 성장 동력이 점차 과도기를 맞아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올해 7%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통계 방식이 굉장히 불투명한 공식통계가 그렇다는 것이고, 시장이 보는 성장 예상치는 2%에서 4%를 벗어나지 않는다(조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가구당 전기 소비량 증감 추이 등을 바탕으로 추산된 통계 예상치도 2.4% 정도라고 한다).


물론 경제 성장률이라는 게 항상 높을 수는 없다(미국 같은 나라들에 비하면 아직 높지만). 하지만 중국에 경우 성장률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첫째, 지금의 공산당 체제가 고성장을 가정한 국민들의 지지를 통해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경제문제가 아니라 체제가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채무 문제가 있다. 맥킨지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채무 대비 GDP는 282% 수준이다(Total Debt / GDP). 2007년 이래로 분자, 즉, '채무'가 무려 4배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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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이렇게 채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이 수치를 낮춰 줘야 할 GDP 성장 수치가 계속 하락한다면, 이 비율은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중국은 아직 미국 같은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이렇게 채무비율이 올라가면 파산위험이 올라가 버리고, 이자 부담도 더 늘어날 수 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지금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이렇게 낮아졌다간, 현재의 채무의 이자 갚기도 버겁다.


이런 맥락에서 1년 전부터 금융권에선 중국 경제의 펀다멘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온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 이 문제에 대해서 전해들은 월가의 헤지펀드 매니져 10명 중에 6명은 '중국경제가 향후 1년간 하락할 것임에 따라 중국 비중을 낮추려'고 하고 있고, 그 외에 2명은 '중국경제가 앞으로 급격하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며, 이 예상을 가지고 적극 배팅을 하겠다고 했다(나머지 2명 역시 하락론에는 동의하지만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처럼 중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흘러나오자, 그동안 고성장으로 인해 눈감아왔던 중국경제에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비판은 대충 이런 식이다. 중국의 경제구조는 기본적으로 공산당 엘리트의 주도로 돌아간다. 이들은 그동안 수출 지향적 경제모델을 바탕으로 정부 주도하에 경제를 개발시켜왔다. 이 모델에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가 커질수록 이런 모델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무조건 싸게 많이 해외로 내다 팔면 되는 거지만, 시간이 지나면 최저임금과 노동자의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다.


이미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더 싼 개도국으로 이전하거나, 노동력부담이 사라진 자동화된 공장 설비를 도입해 다시 선진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결국은 경제모델을 내수형 모델로 변화시켜나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과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공장과 기업이 정리되어야 하고, 인력 구조도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 체질개선에 엄청난 사회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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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도기 속에서 더욱 문제 되는 것은,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정부의 역할이다. 직접적으론 사회에 만연한 부패문제를 꼽을 수 있다. 과잉 문제를 설명하면서 언급된 유령 도시와 제철소 난립 문제는 사실 해당 지역의 권력층과 이들과 커넥션이 있는 기업가 간의 결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국가의 예산이 배정되고 집행되는데 온갖 개인의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자연스레 낭비될 것이다.


꼭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중국 관영기업이 지나치게 비대한 점 역시 중국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꼽는 <Fortune 500>에 중국은 그 규모에 걸맞게 무려 98개의 자국 기업을 랭크시켰다. 이는 128개인 미국에 이어 2위였다. 문제는 그중 무려 98개의 기업이 관영기업이라는 점이다. 이들 관영기업은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 낮은 수익성과 높은 부채비율을 가지고 훨씬 불투명하고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하나씩 중국의 문제점을 살펴보다 보면 끝이 없다. 꼭 중국이 내일 망할 것 같이 썩어 있어서라기보단, 중국이 워낙 대국이고, 독특한 구조 속에 성장한 탓에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이겨내고 성장해 왔던 게 중국이기도 하다. 시진핑 행정부 역시 이런 구조를 개선하고자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고, 중국의 넘치는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대일로라는 구상을 내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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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 시각) 영국에 국빈방문(대통령 명의 공식 초청에 의한 외국의 국가원수 또는 A급 총리의 방문)했다. 영국 왕실의 환대를 받은 시진핑 주석은 21 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만나 약 300억 파운드(약 52조 5,900억 원)의 경제 협약을 체결했다. 중국 관영언론은 이를 두고 '시진핑 주석의 영국 방문은 중국과 서방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의 비상을 앞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링크)


대마 불사라. 세계 경제 2위의 대국인 중국은 쉽사리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못지않게 많은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에 의문을 품고 있다. 앞으로 몇 달간은 과연 중국경제가 대마불사(大馬不死)를 입증할지, 혹은 대마가사(大馬可死)가 되어 세계 경제를 집어삼킬지 흥미롭다.







씻퐈


편집 : 딴지일보 cocoa,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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