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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장점이 많다. 어느 정도냐면 장점이 무수히 많아서 독자들은 장점이 무엇인지 말하지 못할 정도로 장점이 많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접근성이다. 혜화역에서 도보 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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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서 내리면 자유의 상징인 마로니에 공원이 우리를 반기고, 이내 평생교육 메카 방통대를 만날 수 있으니, 출근길에서 자유와 학문의 기풍을 두루 느낄 수 있다. 


어젯 밤, 역사적인 10.26을 앞두고 트위터에 빠져있던 트잉여 락기 요원이 이상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방통대 건물에 국정교과서 비밀 TF팀이 있다.'



... 라는 뉴스타파의 보도. 


방통대라 하면 본지 요원이 매일 출근하며 지나는 곳, 일하다 짱박힐 때 애용하는 산책 코스, 캐치볼 하고 있으면 위험하니까 딴 데 가서 하라고 매번 구박주는 그 방통대 아닌가. 거기에 국정교과서 비밀 TF팀이 있다니, 기분이 나쁘다. 우리 보고는 딴 데 가서 놀라 그러고 지네들은 거기서 놀고, 이거 형평성에 어긋난다. 게다가 비선라인을 통해 본지에 사과 박스 하나 넣지 않았다. 함께 가카를 따르는 입장인데 비밀 TF팀이라지만 상도덕에 어긋난다.


가카의 뜻에 따라 무슨 일이 있어도 가만히 있으려한 본지, 이번에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삐져버려서 현장을 찾았다. 3분이나 걸리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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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M쯤 강행군. 벙커1 앞에 주차 차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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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러다 큰일 나는데, 라는 생각이 든 순간, 벙커1 수호신 반장님이 나온다.



 "거기 주차하면 안되유~!"



반장님의 안되유가 떨어지자, 경찰들이 이를 악물고 차를 뺐다. 본지 앞 주차장은 반장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주차를 할 수가 없다. 그런 건 있을 수가 엄따.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겁 많은 본 기자가 손을 덜덜 떨다 그만 사진을 찍지 못했다. 경찰 말고 반장님. 


다시 걸음 재촉해 현장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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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놀이터에 유니폼 입은 사람들 서 있다. 음, 저러면 캐치볼하기 조금 부끄러운데.  


대강의 상황을 요약하면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도 하기전에 TF팀을 운영했고, 청와대에 보고도 했고, 대응논리도 개발하고, 기고자, 패널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그러니까 국정교과서를 위해 무쟈게 애쓰는 게 밝혀졌다.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나 공식 빼이빠가 나와주면 빠와가 다르다. 뉴스타파,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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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타파> / 도종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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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ㄹ하ㅇㅅ..?

출처 - <뉴스타파>



정부는 등잔 밑이 어둡단 속담을 뼈 깊은 곳에 새겼던 모양. 가카바라기인 본지 코 앞에 국정교과서 TF 팀을 만들면 세간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거라 여겼나 보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가카가 추진하는 일인데 미리 말해줬으면 우리가 커피도 30% 할인해드리고 참 잘 해드렸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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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워너 빌드 어 스노우...아니 캐치볼? 대답 없는 그들은 정문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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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왼쪽으로 가도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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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오른쪽으로 가도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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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봐도 지킴이. 이 정도면 캐치볼이 아니라 구단을 만들 숫자다. 화질구지라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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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놓고 뭐하는 건지 궁금하다.


모든 출입구가 차단된 상태, 건물 안의 중앙 계단을 제외한 모든 전등은 꺼져있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하지만 밖은 경찰이 지키는 상황. 불 꺼진 건물을 경찰 투입해 막는 신기한 상황에서 수상한 사람들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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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유은혜, 도종환, 정진후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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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도 등장. 안행위 간사로 종로 경찰서장과의 중재에 나섰으나, 교육부의 무대응으로 실패.


의원들은 8시경 현장에 도착해 문을 두들겼지만, 관계자 외 출입 금지란 말만 들었지 들어가진 못했다고 말한다. 최첨단 시설인 지문인식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렇댄다. 부럽다.


의원들은 곧 국정 교과서 TF팀의 사무실로 추정되는 곳을 지목했고, 많은 기자가 몰려 최점단 보호시설 내부를 살피려 노력한다. 


헌데 정문은 지문 인식인데, 창문은 수동이다. 게다가 잠그지 않은 곳이 있다. 우리가 더 놀랍다. 


고사리 같은 손을 넣어 커튼을 젖히고 안을 살폈다. 텅 빈 사무실만 보인다. 므흣한 뭔가가 없어 아쉬움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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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팀 사무실로 추정되는 최점단 시설 내부



굳건히 잠긴 문. 안에서 열어주지 않는 가오 빠지는 모양이 마치 국정원 여직원 셀프 감금 사건과 비슷하게 보인다.


너무 최첨단이라 뭐가 최첨단인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들어 건물 전체를 보다가 음산한 '기운'이 엄습했다. 혹시, 빠져나갈 개구멍이 있지 않을까? 이미 빠져나갔나? 혹시 낚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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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아저씨는 잠입이 가능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1층 모든 창문에 쇠막대기 설치된 것만 보인다. 엔간한 소두가 아닌 한 빠져나오긴 힘들어 보이는 창문. 문득, 지하가 떠올라 지하 주차장에 연결된 곳이 있나 침투했지만, 건물은 단독 건물이라 지하 통로 같은 건 없더라. 


심심해서 지하 1, 2, 3층에 주차된 모든 차종의 종류와 번호를 달달 외웠으니 필요한 언론사 있으면 연락하시라. 우리가 크로스 체크 해주겠다. 어쨌든 점심 때 캐치볼 하려면 빨리 내보내야 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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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심심해서 경찰 인원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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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7, 78 갑자기 아라비아 숫자라고 당황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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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100...손가락 접으며 세어봤다. 100여 명 되더라.



많다. 100여 명. 의원들의 말에 따르면 경찰은 신고를 받고 왔댄다. 어떤 신고인지는 안알랴줌이라고. IS 연계 조직이 코엑스 테러 협박을 했다고 하던데, 혹시 벙커 주변을 코엑스로 착각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과감하게 뿌리쳤다.


10월 26일 새벽 1시 반. 눈이 감기려는데, 의원들은 2차 기자회견을 한다. 내용을 들어보니 국회의원 몇 남기고 나머지 의원들은 일단 재정비 후 26일 오전 9시에 다시 모이기로 했단다. 그렇다. 의원들도 사람이니 졸릴 만하다. 


새벽 2시. 졸음이 몰려와도 전혀 죄책감 없는 시간. 건물 안쪽엔 별다른 움직임 없다. ‘박스를 나르고 있다.’ ‘무언가를 옮기고 있다.’는 기자들의 말이 잠깐 돌았을 뿐 경찰로 막힌 건물의 안은 그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고 감질나게만 한다.


새벽 다섯 시. 벙커1으로 돌아가 요원들의 의자에 걸린 옷을 거적대기마냥 걸쳐 입는다. 아놔, 춥다. 


어느덧 해가 떴다. 벙커원을 나와 TF팀 사무실로 가던 중, 수많은 경찰차와 누가 봐도 사복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심심해서 세어보니 4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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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같은 걸 만드는 일개 교육부 직원들이 가카바라기인 본지의 휴식처를 앗아갔으니, 경찰 입장에서도 비상시국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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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놀라운 건 위 사진에 있는 경찰이다. 밤새 그자리 그대로 미동없이 서 있다.


경찰들을 보고 있자니, 사진인지 동영상인지 실물인지 분간 안 갈 지경이다. 이러고 서 있다간 나도 이상해질 거 같아 좀 움직여 보기로 했다. 이 시간이면 분명 일어난 사람들이 있겠다 싶어 옆 건물에 들어갔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있다. 그래, 지덜이 암만 깨끗하게 쓴다 해도 청소는 할 거 아닌가.



 “어머니, 여기 끝나면 옆 건물도 하시나요?”



그랬더니,



 “아니, 저 건물은 내가 안 해. 나도 못 들어가. 저기서 알아서 해.”



청소도 알아서 한단다. 완전 외부와 단절을 하려 했던 모양이다. 저 사람들이 건물에 언제쯤 들어왔냐 묻자 한 달쯤 되었다 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 안 나지만 10월 즈음 들어왔다고. 다시 돌아다니며 주변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분을 뵙고 물어보았으나 역시 저 건물에는 못 들어간다는 대답. 원래 기숙사로 쓰던 건물인데 학생들이 나가고 쭉 비어있다가 교육부 사람들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다.


멀리서 이 상황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는 금발 누나에게 갔다. 솰랴솰랴 물어봤더니, 여기 온 지 열흘 밖에 안돼서 잘 모르겠다며, 되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 달라 했다. 솰랴솰랴 설명했다(굳이 이 상황에서 작업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오해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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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 한 번 안하는 경찰.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졸라 추워서 돌아다니다, 그냥 캐치볼은 다른 데서 할까, 그냥 내어 줘 버릴까, 하다 괘씸함이 떠올라 자리를 지켰다. 우리는 한 식구라고 생각했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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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즈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 적인 느낌에 다들 준비했으나, 아무 일 없었다.


10시가 다 돼서야 의원들이 나타났다. 기자회견 내용은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장관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답했는데 이전부터 국정화 강행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대언론 활동을 하며 청와대에 일일보고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는게 주다.


야당 의원들이 사이좋게 마이크를 나누며 한 마디씩 던지고 있는데, 어버이님들이 나타나셨다. 언제나 그렇듯 잔뜩 화가 나 있다. 한 어버이께서는 당시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도종환 의원에게 "도종환 개XX" 라는 천지가 개벽할 불호령은 물론, 끝장토론도 동시에 제안하는, 할 말은 모두 다 하면서 상대방의 인권도 존중해주는 고난도 스킬을 시전하기도 했다.


그때 홍길동 복장을 한 활빈당 청년이 나타나, 원래는 국정교과서를 지지했는데 점점 너무하는 거 같아서 국정을 반대하고, 할아버지들은 친일, 어쩌구 하다가 이 새끼야, 니가 몇년을 살았다고 역사를, 어? 새끼야, 홍길동 새끼야, 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배틀의 장으로 치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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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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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찰들이 에워싸 버렸다.


야당 의원들이 나가려 하자, 길을 막고, 빨갱이야, 종북아, 하다보니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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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님들이 건물을 에워쌌다. 감금?


그러니까, 저 TF 거뜰이 갑자기 나타나서, 본지의 휴식처이자 놀이터가 이 사단이 났다. 오늘은 산책도 못했고, 캐치볼 하면서 월급루팡도 못했고, 기자들 고함에, 어버이님들 불호령에, 전경들 발소리에, 밥 먹으면서도 시끄럽기 그지 없다. 그렇다고 딱히 벙커에 커피를 사 먹으러 오지도 않아 매출은 평상시와 동일하다. 미리 언질을 해주었으면 딴지마켓 오프라인 장터라도 열었을 텐데 그것마저 못했다. 


이렇게 상도덕을 계속 어길거면 국정교과서 비밀 TF팀은 딴 데 가서 놀았으면 한다. 




국정 교과서 TF 사건 타임 테이블

 

 10월 25일

 

20:00 야당 의원들 도착. 문 열어줄 것을 요청. 건물 내부인 허가되지 않은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며 거절


20:55 뉴스타파 ‘국정교과서 외부 TF팀 존재’ 보도


22:25 야당 의원 1차 기자회견. 단장으로 충북대 사무국장을 지목. 교육부 장관 받지 않음 발표. TF팀이 사용했다고 추정되는 1층 사무실 지목


22:50분 1차 기자회견 종료. 경찰병력 100여 명 대기


23:40 2차 기자회견.



 10월 26일

 

01:11 야당 의원들 기자회견. 교육부 연락이 안 된다


02:00 안에서 자료를 옮기는 듯한 모습 포착


02:30 현장 기자들이 하나 둘 빠지기 시작


03:00 이쯤되면 나올 줄 알았더니, 안 나옴. 미동도 없음.


04:30 눈이 감김. 그래도 안 나옴. 욕만 나옴

 

06:00 해가 떴음. 그래도 안 나옴.

 

10:20 9시에 예정됐던 기자회견이 미뤄져 10시 20분에 열림

 

10:24 어버이연합 도착


실시간 상황은 딴지일보 트윗 @ddanzis 을 참고하시라








편집부 주


역사교과서 TF팀 사무실이 위치한 외국인 장학생 회관은 방통대(방송통신대학교) 소속이 아니라, 교육부 산하 기관 국립국제교육원 건물이라는 방송통신대학교의 정정보도 요청을 받았습니다.


확인결과, 위 건물은 방송통신대학교와 무관하며, 국정교과서 TF팀이 위치한 외국인 장학생 회관은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 소속임으로 이를 바로잡고자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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