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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12일차 팬이 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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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공연 포스터 <미스타 리의 미스테리 투어>


오래 기다리셨다. 이제 미스타 리의 미스테리를 차례로 풀어보자.



 동안의 비밀


그의 과거 모습들은 예상보다 더 놀라웠다. 여러분이 요즘 보시는 이승환은 굉장히 노화/열화된 이미지임을 알려드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가 남자아이돌 가수들과 함께 출연하면 아이돌 멤버 중 하나로 보인다는 멘트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으며(예컨대, 내 눈엔 정확히 슈퍼주니어 중 한 명으로 보였다), 그가 동년배 여자출연자에게 호감을 표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이 신호가 화학적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하는 순간,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준다(그가 연상녀에게 대시하는 느낌인데 좀 과장하자면, 그 나이차가 사회적 용인의 수준을 넘어서는 느낌이랄까. 정확히는 출연자가 아니라 호스트였음).


그가 어떤 방송프로에 나가든 거의 항상 듣는 질문이 동안의 비결이 무엇인가인데 그는 타고난 DNA 때문이라고 답해왔다. 언젠가 세포수준, 분자 수준까지 파고들어 가는 이승환 팬이 나타나 이 부분을 규명해 주길 바라며 난 내 수준에서 풀어볼 수밖에(참고로, 나라도 싫을 듯하여 그의 데뷔 시절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아래에 있는 5분 다큐 들어가면 심하게 오래 나오니 궁금하면 그거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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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준형(27)과 이승환(51)


내가 관찰해 본 바, 그가 데뷔한 25세에 그가 다섯 살로 보였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때 그는 10대로도 보이지 않았으며 상당히 자신의 호적상 나이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사진에 따라 더 어려보이기도 하지만 간혹 더 나이 들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즉 그가 25세에 대략 25세로 보였다면, 나는 그가 동안을 타고났다는, DNA 가설이 그렇게까지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님을, 적어도 유일한 가설이 될 수는 없음을 주장하고 싶어진다. 대신 나는 다음의 가설을 제기한다.



<그가 그토록 동안인 것은 그가 여태껏 받은 자외선A의 총량이 다른 사람들보다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난 기사 말미에 띄운 예고로 짐작하셨겠지만 그의 동안의 비결은 바로, 지구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노화촉진제인 일광에 노출되는 시간이 일반인에 비해 몹시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이 미스테리는 어떤 기적도 신비도 개입될 여지가 없이 ALL 과학의 영역 되겠다.


그가 26년간 출연한 예능프로가 탈탈 털어도 몇 개 안 되지만 이를 통해 한번 입증해 보자. 일단 그는 3년 전 방송에서 아침 6시에 자는 규칙적 습관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후의 방송에서도 밤 11시 반이 넘어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과거, 그가 대낮에 촬영한 예능프로를 보면 '저 사람은 서있고 웃고 있지만 지금 자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반응이 없거나 느리고 어쩌면 꿈을 꾸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그는 오랜 시간, 어쩌면 26년간 낮에 자고 밤에 깨어있는 생활을 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례가 적어 보이지만 그가 삶의 여러 영역에서 보이는 일관성을 볼 때 세 개의 예능이면 그의 일생을 꿰뚫기에 충분하다고 사료된다.


(참고로, 인터뷰나 영상에 대해 언제 나온 어떤 거냐고 물으신다면 출처를 밝히는 따위의 재미없는 일은 돈 받아야 할 수 있는 일임을, 그리고 난 지금 오로지 영업에의 순수한 열망으로 이 글을 쓰고 있음을 말씀드린다. &예능 중 하나는 다큐라고도 볼 수 있으며, 상기 예능 중 가수보호목적에라도 안 밝히는 예능이 있음을 밝힌다)


게다가 그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은둔형외톨이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그것도) 수차례 방송에서 밝힌 바 있다.


20대 초반, 부모님께서 그가 음악하는 것을 극렬히 반대했던 상황과 관련이 있는 듯한데, 방에 틀어박힌 채 두 달을 나오지 않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 그러나 약물부작용 외엔 효과가 없었다고(그는 방송 중 밝힐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이것을 밝혔으며 그가 ‘정신과 치료'를 언급하자 진행자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스치는데 그는 거기에 대고 '약물'에 대해 한참을 말한다).


그리고 어떤 경험 이후 40대의 절반에 가까운 4년간 유사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었다는 것 또한 본인이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때도 활발히 공연을 한 것으로 보이니(게다가 이 때의 콘 라이브는 왜 이렇게 훌륭한가!) 진정한 은둔형외톨이였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웬만하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의 한 인터뷰에서 그를 칭찬하던 지인이 그의 단점으로, 만나자고 하면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한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그와 운동을 같이 하려고 해도 그의 집에서 해야 한다고. 참고로, 이승환 씨는 지인들과 만났을 때 밥값과 술값을 98.5프로에서 99.5프로 사이의 확률로 자신이 부담해왔다고 하는데 은둔을 하게 되면서는 대신 정성어린 선물을 하는 것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결국 그의 이런 은둔성향이 그의 생활에서 상당 기간 자외선을 차단시켰을 것이다. 그는 방송전파로부터 뿐 아니라 자외선으로부터도 벗어난, 진정한 의미의 은둔싱어였던 것이다! (전자기파free 싱어)


그가 이렇게 오랜 기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집에 있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답해왔다. 봐야 할 미드도 너무 많고 집에서 놀 게 너무 많다고. 그가 어얼리하게 어답트한 것들, 정교함에 매료되어 수집한다는 피규어들, 그리고 조작해야 할 영상장비들. 널리 알려진 그의 청각적 예민함만큼 시각도 그러한지 그는 영상의 화질을 개선하기 위해 오랜 시간 궁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가 집에서 놀 거리 중에는 인터넷이 포함됨은 물론이겠다. 그의 팬들 사이에는 그의 잦은 검색질과 검색신공이 잘 알려져 있는데 내가 봐도 어찌나 자주, 잘하는지 나는 그가 검색하는 게 아니라 사실 팬들이 숨어서 속삭이는 소리도 다 듣는 전능한 청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만큼 습관적인 그의 인터넷 접속은 그가 집에 틀어박힐 수 있게 해 주어 자외선으로부터 그의 피부를 지켜주었지만 그의 정신을 그만 MB에 노출시키고 만다. 자외선 피하다가 방사능에 피폭되고 만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들도 더 잘 살게 될 줄 알고,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찍어주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그의 동안에 기여한 인터넷이 사회에 대한 각성과 분노를 일으켜 현재는 그의 세포 내 노화를 촉진하는 메카니즘이 되고 있다, 는 것은 지난번에 쓴 바와 같다. 참고로 과거에 그가 자주 드나든 사이트로 MLB파크와 SLR클럽을 언급한 적이 있으며 몇 년 전부터 개를 키우면서 피규어수집 등의 취미생활이 올 스탑되고 개의 산책 및 집회, 농성장 방문 등을 위해 이제 자외선에마저 자주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란 것을 덧붙인다.





그러나 2년 전 그가 했던 다음의 말은 아직도 그리고 어쩌면 그가 팔순 공연을 할 때에도 유효할지 모른다.



 "사람들은 내가 젊게 보이려 애쓴다고 합니다. 하지만 난 그냥 실제로 젊거나 어린 겁니다."



이상, 검증의 노고를 치르기엔 지나치게 유력한 가설이 아닐는지. 난 풀었다고 혼자 생각하기로 했다. 그 다음 미스테리는 다음 주로 넘기고 오늘은 남은 시간에, 지식채널다큐 만들던 분이 며칠 전 내놓은 따끈한 5분짜리 다큐를 함 들여다보려 한다. 아마도 다음 다음 편에 다룰 미스테리와 관계되기 때문이다.



김진혁 pd. 세상을 5분의 프레임으로 보기를 수년간 하더니 제2의 시각, 혹은 제6감을 갖게 된 건지. 이 분에겐 본질직관능력이 생긴 듯하다.


이승환 씨는 이것을 자신의 본질로 보는 것이 매우 불편할 것이고 아마 이렇게 항변할 것이다. ‘6테라의 야동을 빼고 나의 본질을 논하지 말라!’ 일 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이 볼 수 있는 본질에는 한계가 있음을 말씀드리며 양해를 구한다.



(이승환 씨는 이하 선부터 다음 선까지 부디 스킵하십시오. 보고 화내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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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5분짜리 다큐에 그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본 까닭은 그간 훑어 본 이승환 씨 관련 동영상 중 이거다 싶었던, 가장 인상적인 클립을 김진혁 피디가 콕 찝어서 다큐의 중심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몇 번 이런 자리에 섰었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다 말렸어요. 이상하게.. ‘그거 하면 너 이상해질지도 몰라’하면서.. 그러면서 사실 저도 많이 겁났습니다. 무서웠고. 그런데 순간 생각해 보니까 왜 내가 겁나야 하고, 무서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박수치시지 마시고… 왜냐하면 지금도 무서워요.”


이승환의 2012년 방송 3사 공동 파업 집회 발언 중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떠오르지 않고, 떠오르더라도 행동이 되지는 않는 의문인 WHY NOT.


그 의문이 불러낸 용기. 그럼에도 느끼는 두려움. 또 그 두려움도 표현할 수 있는 용기. 또는, 굳이 말 안 해도 되는데 그 두려움을 표현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질머리. 한자로는 강박. 그리고 자신은 지금도 무서워하고 있으니 박수 치지 말라는 그의 분별. 즉, 자신이 받을만하지 않은데 받는 것에 대한 진절머리. 한자로는 결벽.


나는 강박성과 결벽성이 이승환 씨 개성의 핵심이라고 느낀다. 음악과 음악 외 활동을 관통하는. 예컨대, 그의 솔직함은 강박적이고 그가 언론을 보는 시각은 결벽적이다(물론 내가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보통 사람 기준으로 그런 것이며 팬질 12일차의 느낌일 뿐이다).


나아가 저 클립이 보여주는 이승환 씨의 또 다른 특징이 있으니, 글을 잘 쓰는 그가 말은 잘 못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글을 잘 쓴다. <천일동안>이나 세월호 노래 <가만히 있으라> 의 가사에 감탄하신 분들 있을 것이다. 가사만이 아니라 그의 다른 글솜씨를 엿볼 기회가 있었던 팬들은 내가 그의 글과 말솜씨의 불일치를 언급하면 공감하시리라 본다. 그리고 이승환 씨는 말도 살짝 더듬는다. 비교적 초기 인터뷰에도 말 더듬는 버릇에 대해 스스로 언급한 바 있는데, 말할 때 자기검열 기제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게 아닌지. 예컨대 정확한 표현인지 혹은 진심인지에 대해. 내가 만약, 그가 말을 글쓰기만큼 잘하지 못하는 것도 그의 성질머리와 진절머리를 가지고 설명하려 한다면... 그래도 되나 모르겠다.


또 이 다큐에 관해 언급할 사람이 강명석 평론가다. 내가 취재를 하면서 제일 미워진 사람이 이 분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승환에 대해 호의를 갖고 있음은 믿고 싶지만, 짓지 말라고 해도 짓는 사람한테 독짓는 늙은이라고 그럴싸한 이름까지 붙여주니 남들 안 쓰는 독을 이승환 씨가 앞으로 또 얼마나 지어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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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타파> 5분 다큐


같은 맥락에서 이 다큐는 현재 내가 처한 딜레마를 가리켜준다. 내가 그의 6시간 21분 공연을 칭송하면 그가 혹시 앞으로 7시간을 하는 건 아닐까? 그의 독특한 행보를 칭송하면 지방라이브클럽투어 등 적자쌓는 일을 지속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드는 것이다. 난 사실 그의 6시간 21분 공연을 보다가 그만두려고 했다. 내게는 누가 고통받는 걸 보는 취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전반을 다 보았고 후반부는 먼저 맨 끝부분으로 가서 그의 상태를 그것도 반쯤 눈을 감은 채로 확인한 다음에야 볼 수 있었다. 그가 몸 성히 무대에 서있는지 그의 성대는 괜찮은지... (이런 염려와 두려움은 이승환이 아닌 그 어떤 가수에게라도 느꼈을 것이다).


그를 보며 드는 생각은, 그렇게 두렵게 할 정도로 해야 하나, 그의 무대, 사운드... 적자와 때로는 비웃음을 부르는 여러 선택들은 사실 최선을 넘어선 것은 아닌지. 최선을 넘은 것은 최선이 아닌 것은 아닌지. 비판하며 영업할 수도 없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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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봐도 됨)



암튼, 투 비 컨티뉴드. 이번 편은 여기까지 하고 담엔 그의 체력의 비밀을 함 풀어보자.




피에스


1) 내가 미스테리를 풀고자 하는 것은 이승환이 미스테리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미스테리를 알리기 위해 미스테리를 푸는 지능적인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ㅎ 그렇다고 대상이 된 가수의 가오가 있지 대충 풀 수도 없는 일.


나 역시 그간 딴지에서 꽤 여러 번 실었던 걸그룹관련 기사들처럼 침 흘려놓고 그걸 기사라고 우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다. 딴지의 가장 위대한 르네상스적 지식인인 파토마저 걸그룹 관련해서는 뇌의 극히 미미한 부분 (일부 신경계의 일부 다발로 추정되는) 밖에 쓸 수 없음을 보여주지 않았나. 그러나 내가 이승환에 대해서 그렇게 한다면 그 글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가수마저 성토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승환은 걸그룹이 아니니까. 차별 운운할 시간도 없고, 상황에 순응한 나는 최대한 분석적인 기사를 쓰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기사가 더해질수록 이승환 씨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올 것 같아, 아니 그럴 수밖에 없어, 솔직히 오들오들 떨고 있는 중이다.


2) 지난번 댓글에 썼듯, 오랜 팬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오래도록 변치 않는 사람이 훌륭하지 않은 사람이기는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일말의 가능성 때문에 어려운 문장으로 썼네요).


팬분들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다른 분들이 제기한 몇 개의 미스테리를 추가하여 조금씩 써볼까 하는데 그러려면 이승환 씨에 대한 희화화 내지 디스가 일정 부분 포함될 수밖에 없고, 또한 제가 영원히 알 길 없는 한 인간에 대해 아는 체해야 한다는 점이 몹시 마음에 걸립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 때문에 여러 버전을 써보기도 했고 좀 더 도덕적으로 바른 버전도 있었는데요, 그렇게 해보니 기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아 나름 적정선을 찾으려 해보았습니다. 지난 글을 김민기와 송창식으로 시작한 것은 수미쌍관의 아름다움을 위해서였는데 마지막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일단 저 자신이 검열을 자꾸 하게 돼서 자신이 없긴 하네요.


3)끝으로, 독자제위께,


이승환 뱀파이어설을 제기하지 못한 점 미안합니다. 상상력이 부족하여.. 저도 그의 동안을 이렇게 과학적으로 풀게 될 줄 몰랐습니다, 라고 쓰다 보니 내가 이 글에서 이승환 뱀파이어설을 입증하고 있었다는 소름끼치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ㄷㄷㄷ 다음 편에서 계속.





 




지난 기사


1. 갓 5일 된 팬이 풀어보는 이승환의 미스터리 1







편집부 주


이 글은 정체불명 독자투고 게시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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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 독투 계기월식


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