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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잠시 파리의 우중충하고 낡은 회색 날씨를 피해 프랑스 남부, 스페인과의 경계에 놓인, 피레네 산맥에서 그리 멀지 않은 페르피냥(Perpignan)에 와 있다. 1년 365일 중에 평균 300일은 해가 난다는 이 동네는 그야말로 프랑스에서 가장 햇살의 축복을 많이 받은 그런 도시로, 가로수마저 야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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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가 프랑스 태양의 도시, 페르피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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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비현실적인 페르피냥의 하늘


그리고 그 아래, 금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카탈루냐 지방기가 휘날리고, 그 뒤로 페르피냥의 주 성당이라 할 수 있는 생 장 바티스트(Saint Jean-Baptiste)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중세 건축양식이 엿보인다.


페르피냥으로의 기차 여행은 정말 추천해 주고 싶다. 파리에서 출발하면 리옹역(Gare de Lyon)에서 기차를 타게 된다. 한 달 여정도 전에 티켓을 예매했기 때문에 왕복 8만 원 정도 되는 가격에 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리옹역에서 출발하여 3시간 여를 쉬지 않고 달린 TGV가 프랑스 남동부의 님(Nîmes) 근처에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몸이 햇살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오랜만의 햇빛에 한낮의 고양이처럼 졸음이 몰려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꾸벅꾸벅 졸고 있노라면 기차는 몽펠리에(Montpellier)를 지나 최종 목적지인 페르피냥으로 향하기 시작할 게다. 그때부터는 웬만큼 피곤하기 않고서는 다시 잠을 청하기가 힘들어진다. 시속 380킬로미터로 옆을 지나쳐 가는 풍경들을 놓치는 것이 너무 아깝게 여겨질 것이므로. 나 역시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바다에서 그다지 멀리 않은 곳에서 해변을 따라 이어져 있는 철도를 달리는 기차, 그리고 그 안에 눈이 휘둥그레져 있는 내가 있었다. 정말이지 다시 파리로 돌아가는 여정이 기다려질 만큼 그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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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에서 페르피냥까지의 기차 선로

노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 현재의 철도이고, 빨간 점선이 앞으로 설치될 TGV 전용 철도

이 게 완공되고 나면 해안선과 평행하여 달리는 기차를 타고 풍경을 감상하는 일이 요원해질 것


어쨌든, 페르피냥의 햇살 아래에서 전하는 10월 넷째 주의 프랑스 소식, 이제부터 시작이다.



1. 마린 르펜의 능수능란한 정치쇼


아쉽게도 이번 주는 사르코지가 마린 르펜(Marine Le Pen)에게 이슈의 중심 자리를 내어 주고 말았다. 욕을 먹더라도 일단 얼굴을 내비치고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불리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의 주요 과제라 친다면 이번에는 마린 르펜의 압승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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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마린 르펜 우 프랑수아 올랑드


실제 사진은 아니고, 마린 르펜이 지난 2014년 5월에 애인이자 자신이 당대표로 있는 국민전선(FN)의 부대표인 루이 알리오(Louis Aliot)와의 키스 장면을 셀피로 찍어 트위터에 올린 것을 네티즌이 합성하여 만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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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사진은 이것.. !


그러고 보면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은 그 창시자인 장 마리 르펜(Jean-Marie Le Pen)이 수십 년간 당수를 해 먹다가 그 자리를 딸에게 물려 주고, 그 딸은 애인을 부대표로 삼은, 마치 왕국과 같은 곳이다. 다음 당 대표 자리는 장 마리 르펜의 손녀이자 마린 르펜의 조카인 마리옹 마레샬 르펜(Marion Maréchal-Le Pen)이 물려받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건 뭐, 가족 비즈니스. 현재 25살인 마리옹은 22살에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하원 의원이 된 이후로 쭉 정치인 생활을 이어 오고 있다.


오늘도 역시 갈 길이 먼 관계로 대강의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고 이번 주의 이슈로 넘어가 보자. 우선 2015년 10월 20일 화요일, 마린 르펜을 피고로 하는 재판이 리옹에서 열렸다. 이는 지난 2010년 12월 10일, 마린 르펜이 인종혐오 선동 발언을 했다고 고소당한 사건이다. 물론 프랑스에는 표현의 자유가 법으로 보장되지만, 인종혐오 선동 발언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며, 법적으로 처벌받는 사안이다. 마린 르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점령당했던 프랑스의 이슬람을 거리에서 구걸하는 노숙자에 비유함으로써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징역 1년과 4만5천 유로(약 5억 9천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될 수도 있는 사안.


이번 재판에는 르펜이 직접 출두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르펜은 변호사를 보낼 수도 있었지만 12월 6일과 13일에 열릴 지방선거를 한 달 반 남짓 남겨 둔 시점에서 법정에 출두할 것을 결정했으며, 이는 상당히 영리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사는 "(마린 르펜의 해당 연설이) 인종 혐오에 대한 선동 발언이라면 논란의 여지 없는 명확한 선동이 있었어야 했다"고 보았다. 또한 "정치는 관용이 아니라 각기 다른 생각 사이의 토론으로, 언어의 폭력성 역시 정치적 발언의 일상적인 부분에 속한다"면서 르펜에 대한 무죄를 주장하였다. 결국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정치인은 다 똑같다', '모두 쇼일 뿐이다' 등의 의견에 프랑스의 검사가 일조한 셈.


또한 <리베라시옹>은 마린 르펜이 이번 재판을 자신을 변호하는 동시에 다른 당을 비난하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였다고 평한다. 실제로 마린 르펜은 재판에서 "(저를 고소한) 단체들은 몇몇 정치 단체의 오른팔입니다"라며 "(저를 고소한 행위 역시) 저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증언했다. 또한 마린 르펜은 "해당 발언은 인종 혐오를 선동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더 심한 말을 했었겠죠"라며 그에 상응하는 예를 들려 했으나 재판장에 의해 저지당했다. 만약 마린 르펜이 또 다른 예시를 들었다면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었을 텐데 조금은 아쉽다.


마린 르펜은 원고의 변론이 있기 전에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재판장을 떠났다. 르펜 지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피고인을 응원했다. "마린 대통령! 우리를 해방하라! 프랑스를 프랑스인에게!" 반대편에서는 "파시스트!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재판장이 한때 소란스러워 지기도 했다. 그나저나 모르긴 몰라도 르펜에 대한 유죄판결은 그 가능성이 희박해 지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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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 지방법원 앞에서 기자들에 에워싸인 마린 르펜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두 번째 손가락 들어 올리기는 여전하다


마린 르펜이 이슈 몰이에 능하다는 것 정도는 이쯤이면 우리 딴지 독자들도 눈치챘을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주에 또 하나의 사례가 등장한다. 마린의 무죄 판결 가능성에 온 언론이 난리가 난 이틀 후인 목요일은 마린 르펜이 프랑스 2TV의 토크쇼 ‘Des paroles et des actes’에 출연하기도 되어 있는 날이었다. 마린 르펜은 이번 12월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프랑스 북부 노르 파 드 칼래(Nord-Pas-de-Calais) 지역의 국민전선 후보로 나설 예정이다. 원래 이 쇼에는 르펜만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0월 26일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22일 방송인지라 형평성 문제 등 여러 논란이 생기면서 결국에는 공화당과 사회당 후보 역시 출연이 확정되었다.


문제 제기는 같은 지역의 공화당 후보 자비에 베르트랑(Xavier Bertrand)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금요일, 자신이 초대받지 못했다고 항의하였고, 곧이어 사회당 후보인 피에르 드 생티뇽(Pierre de Saintignon) 역시 동참하였다. 여기에 공화당 대표 사르코지와 공화당 사무국장 장 크리스토프 캄바델리스(Jean-Christophe Cambadélis)가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마린의 애인이자 국민전선 부대표 루이 알리오는 공화당과 사회당이 벌써 연합하여 선거운동을 시작했다며 트위터에서 비아냥댔다.


그런데 마린 르펜이 출연을 방송 직전에 취소해 버린다. 그리고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기 시작한다. 결국 방송에는 공화당과 사회당 후보 둘만 출연했으나, 이미 르펜 없는 토크쇼는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린 지 오래. 앙꼬 없는 붕어빵을 누가 사 먹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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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마린 르펜, 중앙 공화당의 자비에 베르트랑 우 사회당의 피에르 드 생티뇽

르펜 덕에 두 남정네는 처절히 농락당하고 닭 쫓던 개 꼴이 되어 버렸다

사진출처 - <웨스트 프랑스>


프랑스의 각 언론에 따르면 그녀의 전략은 꽤나 잘 먹혔고, 또 한 번 자신에게로 모든 관심을 돌리는 데에 성공했다. <르 피가로>는 "마린 르펜은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았으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며 "마린은 아버지(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의 창시자이자 전 당수)만큼이나 이러한 전략에 능하다"고 보았다. <르 파리지앵>은 "결국 사회당과 공화당이 마린 르펜을 희생자로 만든 셈이 되었다"고 현 상황을 분석하였으며, <리베라시옹>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별 노력이나 행동 없이 마린 르펜이 프랑스의 집권당과 주요 야당을 농락함으로써 국민전선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쉬드웨스트(Sud Ouest)>는 "프랑스 정치 구도에서 국민전선은 이제 더 이상 무시해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평하면서도 "마린 르펜이 시청율을 답보해 준다는 이유로 국민전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르 쿠리에 피카르(Le Courrier Picard)> 역시 "마린 르펜을 섭외하는 이유는 그녀가 나오면 시청율이 확보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디 리브르(Midi Libre)>는 "마린 르펜은 헐뜯고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며, 미디어에서 희생자 역할을 맡으려 한다"고 비난하며, 국민전선이 정말 정권을 잡기를 원한다면 현재 프랑스 사회에 산재해 있는 실업 문제나 난민 문제에 있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2. 집시들의 난동


프랑스 남부, 미디 피레네(Midi-Pyrénées) 지역의 카스트르(Castres) 역이 10월 초부터 집시들에 의하여 점거당함으로써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있다. 승객들인 프랑스 철도청 SNCF가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집시들이 임시로 거주하고 있던 캠프장이 공사로 문을 닫으면서 갈 곳이 없어진 집시들이 역 근처로 몰려든 것이다. 보금자리를 잃은 집시들은 철로 근처에 자리를 잡았고, 이로 인하여 기차가 다니기에는 너무 위험하게 되어 버린 것. 승객들과 집시 사이에도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카스트르 시장인 공화당 소속 파스칼 뷔지(Pascal Bugis)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 역시 집시들을 수용할 다른 부지를 발견하지 못하는 이상 이들을 무턱대고 끌어낼 수는 없다며 해결책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가 하면 화요일에는 프랑스 중동부 론 알프(Rhône-Alples) 지역의 무아랑(Moirans)에서 집시들에 의해 기차역이 점거되고 근처 상점의 물건이 파손되고, 자동차 35대가 방화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앞서 집시 중 한 명이 강도 행각 이후에 절도 차량을 타고 경찰의 추격을 피하려다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장례를 치르려다 보니 그의 남자 형제가 투옥되어 있는 상태라 이를 잠시 풀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 이 요구가 들어지지 않자 집시들이 항의의 뜻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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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프랑스 앵포> 2015년 10월 24일자

무아랑에서 집시들에 의하여 불에 탄 자동차 35대 중의 한 대

철도에 내던져져 있던 것을 밖으로 끄집어 내었다


이에 따라 리옹과 그르노블 사이의 주요 도로 중 하나인 1085번 지방도로가 화요일 오후 양방향 모두 운행이 중단되었다. 또한 선로에 불에 탄 폐 자동차를 던져 놓았기 때문에 철도 운행도 중단되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부 장관은 사건 처리를 위하여 120명의 경찰과 100명의 소방관을 현장에 파견하였고, 사건은 저녁 8시경 일단락 되었다. 철도청은 기차에 갇혀 있던 218명의 승객 역시 모두 구해 내었다. 현재 경찰 조사는 자동차 방화를 중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범인들이 얼굴을 가리고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현재 유전자, 사진, 영상 및 증인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카즈뇌브(Cazeneuve) 내무부 장관은 수요일 저녁 현장을 방문하여 "보다 확실하고 엄정하게 대응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사실 지난 8월에도 집시들이 A1 고속도로에 불을 내어 운행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 그때도 이들의 요구는 직전에 발생한 총기 사건의 희생자의 아들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참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프랑스는 난민 유입 이전에도 집시 때문에 몸살을 앓아온 유럽 국가 중 하나이다. 이들이 자국에 들어오면 어떤 문제를 낳는지를 워낙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난민 문제에 있어서도 선뜻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프랑스인들은 집시를 기본적으로 도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파리 시내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인해 달라며 손을 잡아끌었다가 그 외국인이 어리바리하는 사이에 소매치기를 해 간다던가 하는 수법이 꽤나 자주 발견되곤 했었다. 길거리에서 돈을 구걸하는 이들의 상당수도 집시다. 이들은 특히 아이들을 이용하여 동정심을 유발하는 수법을 자주 사용한다. 또한 TV에서는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훔쳐 가는 집시들의 모습을 빈번하게 볼 수 있다. 필자가 사는 건물의 관리인도 한때는 이들 중 하나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오래전에 남편을 따라 프랑스에 왔다가, 온갖 고생 후에 이제는 이곳에 완전히 자리 잡은 흔치 않은 사례다.


반면, 이들 역시 하나의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도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이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프랑스 주민 및 그 가족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내는 세금으로 별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도 없고, 오히려 사기나 치고 도둑질이나 하는 저것들을 먹이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기도 한다. 그런 상태에서 르펜이 "프랑스를 프랑스인에게로 돌려주겠다!"고 외치니 속이 시원한 것이다. 다른 정당들은 인권이니 뭐니 하며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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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쓸모 있는 투표는 FN에게 주는 표"

지난 3일 치뤄진 지방선거의 국민전선 캠페인이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프랑스에서 극우파에 대한 지지가 올라가게 되는 것을 많이 목격하고 있다. 내 주변에서만 하더라도 10년 만에 만난 친구가 공공연하게 국민전선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내보이는 등 피부로 직접 느껴지는 변화가 있다. 그럴 때면 외국인인 나로서는 더욱 경악스럽고 움츠러들게 된다. 물론 내게 극우스러운 발언을 하는 이들은 꼭 마지막에 "넌 해당되지 않아, 아시아인은 착하고 성실하잖아"라는 일반화된 멘트로 날 안심시키려 들지만 프랑스 사회의 심상치 않은 우클릭이 뻔히 보이는 현실에 그들의 위로 멘트는 전혀 효력이 없다.


안 그래도 지난 <프랑스는 지금> 1편에 누군가가 유럽이 어찌하여 극우화되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아주 단편적으로 답을 하려 애를 썼는데 그것조차 쉽지 않을 만큼, 나의 능력은 보잘 것 없고 문제는 너무나도 복잡하다. 언젠가 한 번 시간을 내어서 관련 소식을 보다 상세히 전하도록 하겠으니 오늘의 기사 전달은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덧붙임 1. 매체별로 본 10월 넷째 주 프랑스 기사


10월 넷째 주에 가장 많이 읽힌 기사는 <20 Minutes>에서 나왔다.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기사는 알제리와 프랑스 사이에 일어난 외교적인 마찰을 다루었다. 지난주 토요일,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알제리 통신부 장관 하미드 그라인(Hamid Grine)의 짐이 수색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던 것. 알제리에서는 이를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건 다음날인 일요일, 주 알제리 프랑스 대사 바르나르 에미에(Bernard Emié)를 알제리 외무부에 소환했다. 2015년 10월 20일 화요일 기사는 지방 선거를 앞둔 프랑스의 좌파 진영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로에 대한 비방을 다루었으며, 22일 목요일 기사는 프랑스 2TV 토크쇼에 르펜뿐 아니라 공화당과 사회당 후보도 나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한 23일 금요일에 TOP 5 안에 든 <20 Minutes> 기사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벵가지 청문회를 선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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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넷째 주 월-금 TOP 기사 (매체별)


이번 주에 가장 많은 기사를 TOP에 올린 <20 Minutes>는 2002년 3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발행되기 시작한 무가지, 즉 공짜 신문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나가 보면 지하철에서 이 신문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국의 아침 풍경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노르웨이의 미디어 그룹인 쉽스테드(Schibsted) 사에서 'TV나 라디오 등 종합뉴스에 익숙해진 새로운 독자들을 위하여'. '기존 매체를 보완하는 새로운 매체의 역할을 담당' 할 것을 목적으로 유럽의 각 대도시에서 발행을 시작하였다. 프랑스에서는 파리에서 시작되었고, 2011년부터는 보르도, 릴, 리옹 등 12개 도시에서 <20 Minutes>를 공짜로 읽어볼 수 있다.


<20 Minutes> 프랑스판의 지분은 반은 노르웨이의 쉽스테드 사가, 나머지 반은 <웨스트 프랑스>를 발행하는 스피르(Spir Communication) 사가 갖고 있다. 무가지인만큼 독자들에 대한 접근성도 뛰어난데, 실제로 2008년에는 하루 평균 275만 여 명이 이 일간지를 읽었다고. 이는 프랑스의 대표 신문이라는 <르몽드>보다 훨씬 높은 기록. 같은 해, <르몽드>는 하루 평균 72만여 명이 읽었다. 이런 승승장구를 이어가며 2012년 <20 Minutes>는 스스로를 '프랑스 최고의 일간지'라 소개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르몽드>나 다른 기존 일간지들이 지니고 있는 권위나 위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덧붙임 2. 분야별로 본 10월 넷째 주 프랑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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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넷째 주 월-금 TOP 기사 (매체별)


혹시 지난주에 다룬 기사 분포가 어떠했는지 기억하는지? 지난주에는 사회 부분이 25개 기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2개를 차지하였다. 이번에는 그 비중이 약간 줄어들어서 나머지 부분을 국제 면과 문화 면이 나누어 먹었다. 국제 면에서 다룬 소식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알제리 장관이 프랑스 공항에서 수색당한 일,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가 월요일부터 지중해 유역에 군사작전을 펼치기 시작한 일, 프랑스가 자기네 국회의원을 실은 비행기를 전투기로 위협했다며 고래고래 악을 지르던 러시아가 결국엔 오해였다며 사과한 일, 스웨덴 트롤헤탄(Trollhättan)의 학교에서 일어난 끔찍한 테러 사건, 그리고 힐러리의 벵가지 청문회 선방을 다루었다. 대부분의 국제 기사는 한국이나 프랑스나 다루는 게 비슷비슷한 듯하므로 그냥 넘어가 볼까 한다.


다만 8월 22일부터 지금까지 두 달 여간 하루에 다섯 편씩 기사를 읽고 분석하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나타난 영화 관련 기사가 있어 간단히 소개하고 글을 (드디어) 마칠까 한다. 보통 기사를 읽을지 말지를 제목으로 선택함을 감안하면 아마도 이는 뱅상 카셀(Vincent Cassel)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미 오래전부터 프랑스의 국민배우는 세금 내기 싫다고 튄 제라르 드파르디유도, 추하게 늙은 알랭 드롱도 아닌, 뱅상 카셀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어쩌면 모니카 벨루치의 전 남편으로 더 유명할 지도 모르겠다. 혹은 마튜 카소비츠 감독의 <증오>를 본 사람이라면 거칠고 냉소적인 눈빛으로 그를 기억할 지도 모른다. 그의 강렬함은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10월 넷째 주 수요일에 새로이 극장에 걸린에서도 유효할 것 같다.


이 영화의 감독은 배우 출신 감독인 마이웬(Maïwenn). 스키 추락 사고로 양호시설에 머물게 된 여주인공 토니(엠마뉘엘 베르코 분)가 자신의 지난 삶을 떠올리며 조르지오(뱅상 카셀 분)와의 격정적인 사랑을 회상하는 이야기. 이 영화는 지난 칸느영화제에서 시나리오 부분을 포함, 8번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주인공을 맡은 엠마뉘엘 베르코(Emmanuelle Bercot)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10년의 작업을 통하여 완성한 시나리오는 한 커플의 환상적인 만남과 갈등, 헤어짐에서 재회까지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그 안에서 보이는 무력감, 신경과잉, 히스테리 등의 감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마뉘엘 발스(Manuel Valls) 국무총리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감정이 넘쳐서 거기서 빠져나오기가 힘들군요"라고 평한 바 있다.


의도치 않게 여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길어진 글을 끝까지 읽느라 지쳤을 당신을 위해 이 영화의 예고편을 준비해 보았으니 잠시 머리도 식힐 겸 매혹적인 트레일러에 잠시 빠져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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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