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10월 4일에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무게 83.6kg)가 발사되고, 한 달 뒤인 1957년 11월 3일에 스푸트니크 2호(무게 508kg)가 '라이카'라는 이름의 암컷 강아지를 탑승시키고 발사되었다. 라이카는 우주공간에서 생명체의 생체반응을 시험하기 위한 첫 희생양으로, 발사한 지 얼마 안돼서 죽었다.
스푸트니크 2호와 첫 우주비행 지구 생명체 라이카
1958년 2월 1일에 미국이 레드스톤 미사일을 개조한 주노-1로켓으로 익스플로러 1호(무게 13.97kg)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지만, 1958년 2월 3일에 소련은 무게 1,327kg의 스푸트니크 3호를 발사한다. 스푸트니크 3호는 애초 소련이 계획한 정식 인공위성이었으며 각종 과학측정장치가 장착되었으나 발사실패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1958년 5월 15일에 재발사 성공하였다.
스푸트니크 3호
이미 1958년도에 소련은 톤 단위의 페이로드를 위성궤도에 올릴 수 있었지만, 미국은 20kg대의 페이로드만 간신히 위성궤도로 보내는 수준이었다. 그 뒤 양국은 우주공간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더 큰 페이로드를 운반할 수 있는 강력한 우주발사체 개발에 30여 년간 경쟁하며 우주 로켓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황금기를 맞이한다.
일단 우주경쟁에서 선점한 소련은 우주공간을 활용하여 군사적인 첩보활동을 위한 첩보위성을 발사하기로 한다. U-2와 같은 고공정찰기를 통해 미국이 소련 본토를 헤집고 다니며 정찰활동을 하는 것에 비해, 소련은 미국 본토를 정찰하려면 오로지 인적자원인 스파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인공위성은 하루에 지구를 14.5회 돌면서 전 세계를 샅샅이 정찰할 수 있고, 100km가 넘는 고도에서 촬영하므로 어떠한 요격무기로도 격추할 수가 없다.
하지만 미국은 비록 평화적(?) 목적의 우주경쟁에서는 소련에 뒤처졌어도, 이미 1950년대 중반부터 개발이 시작된 군사적 목적의 우주경쟁에서는 소련에게 한 번도 밀린 적이 없다. 1959년 2월 28일, 역사상 첫 첩보위성인 KH-1 코로나 위성(당시 과학 목적의 디스커버러 위성으로 위장)이 미 공군의 Thor-Agena 로켓으로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되었다.
KH-1 코로나/디스커버러 위성과 토르-아제나 발사체
세계 최초의 군사용 첩보위성인 KH-1은 이후 1960년 9월까지 무려 10차례 발사했으나, 대부분 궤도에도 오르지도 못하거나 귀환회수에 실패해서 단 한 차례만 지구로 낙하하는 필름 캡슐을 회수한다. 첫 첩보위성인 KH-1의 해상도는 7.5m급으로, 발사 후 단 1~2주일간 지구저궤도(LEO)의 낮은 고도인 121~160km 정도까지 궤도저점(PE)를 형성하여 지표면을 최대한 근접 촬영한다. 그 뒤 캡슐에 필름만 담아서 지구로 낙하시키고 공중에서 비행기가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몇 년간 개량을 거쳐 KH-4가 출현한 1962년에야 어느 정도 회수율도 높고 신뢰성 있는 첩보위성이 등장하였으며, 1963년에 KH-4A가 나와서 해상도 2.75m, 한 개의 위성에 두 개의 낙하용 필름 캡슐을 장착하여 경제성을 높였고 1969년까지 사용된다. 이 시기에 미국은 거의 한 달에 한차례 이상 군사용 첩보위성을 발사한다.(짧은 수명 때문인 듯)
소련은 첫 인공위성 발사와, 더 많은 페이로드를 운반할 수 있는 R-7발사체를 보유했음에도 여타 제반기술 등의 문제로 첩보위성의 실전배치는 미국보다 늦었다. 소련의 첫 첩보위성은 제니트(Zenit) 위성으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제니트 로켓과 이름은 같지만. 전혀 다른 계열이다. 미국은 1955년부터 첩보위성 계획을 시작했지만, 소련은 1956년에 첩보위성 계획을 시작한다. 그리고 최초의 유인우주선 보스토크 1호가 발사에 성공한 이후에야 보스토크와 거의 흡사한 외형의 제니트2 첩보위성을 발사 성공하고 1962년부터 운용하기 시작한다.
보스토크(좌) 유인우주선과 제니트2(우) 첩보위성 비교
제니트는 보스토크 유인우주선과 마찬가지로 2단 구조이며, 앞쪽에 2,400kg의 원형 첩보위성모듈이 있고 뒤쪽에 추진모듈이 장착되어 총 4,600~4,740kg의 무거운 인공위성이다. 궤도는 최저점(PE)을 200km까지 내릴 수 있으며 최고점(AP)은 250~350km에 형성한다. 큰 위성의 장점을 살려서 미국 KH-1이 61cm직경의 렌즈를 장착한 데 반해, 제니트는 100cm직경의 렌즈가 장착되어 해상도가 5~7m 정도이다. 제니트 첩보위성은 발사 후 1~2주일간 지구를 돌며 촬영한 후에 보스토크 우주선과 마찬가지로 추진모듈을 버리고 위성모듈만 통째로 지상에 낙하하며 미국의 첩보위성이 필름 캡슐만 회수하는 방식과 차별된다.
소련은 이후 제니트 위성을 코스모스 첩보위성이라 부르며 계속 개량하여 소련이 해체될 때까지 약 800회나 발사한다. 미국은 KH 시리즈를 계속 발전시켜서 KH-9 빅버드, KH-11 Kennan에 이르기까지 무게가 17톤에 육박하며 해상도가 10cm급에 이르는 초정밀 광학 첩보위성을 유지했다. (최근 첩보위성들은 디지털 영상 송신으로 더 이상 필름은 안 쓴다.)
미-소의 초기 우주경쟁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첩보위성을 통해서 전 세계를 정밀하게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정찰기와 다르게 인공위성은 일단 위성궤도에 오르면 최소 며칠에서 몇 주일간 자유롭게 비행하며 요격위험 없이 정찰활동을 할 수 있다. 최근의 저궤도 정찰위성은 발전된 광학기술과 디지털기술에 힘입어서 위성수명이 3~4년에 이른다.
우주 로켓기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첩보위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을 때, 이와는 별도로 인류의 우주에 대한 도전을 위한 시도가 과학자들과 정치인들 간의 정치적 타협으로 차근차근 진행된다.
보스토크 우주선과 이륙하는 보스토크 발사체
1961년 4월 12일,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우주선을 탑재한 Vostok 8K72K발사체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이륙한다. Vostok 8K72K는 코롤료프의 R-7발사체를 개량하여 상단에 3단 로켓을 부착한 로켓이다.
보스토크 우주선은 외형에서 보다시피 제니트 정찰위성과 거의 흡사하다. 다만 정찰모듈을 유인모듈로 바꾼 것이며 무게도 거의 동일하다. 보스토크의 유인귀환모듈은 2,460kg, 추진모듈은 2,270kg으로 총무게는 4,730kg이다.
보스토크 1호의 비행궤적
유리 가가린은 약 11분간의 로켓연소로 위성속도 가속을 통해 177 x 471km의 타원 위성궤도(궤도경사각 64.9도)로 진입한다. 이후 한 시간 반 가량 우주공간에서 좁은 관측 창으로 지구를 바라본 첫 인간이 되었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준비된 간단한 우주실험을 끝마치고 곧바로 추진모듈을 역분사 시켜서 발사 시점에서 약간 떨어진 초원지대에 착륙한다.
당시 미국은 소련보다 먼저 유인 우주비행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고,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에 NASA로 통합된 우주개발계획(군사용 제외)을 통해 1958년부터 우주비행사 후보를 선발하고 훈련에 돌입하였다. 하지만 소련은 1959년에야 우주비행사를 선발했고 유인 우주비행 프로그램 자체도 미국보다 다소 늦게 준비를 시작한 편이다.
코롤료프는 정치지도자들에게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보내야 한다고 설득했고, 설득왕 코롤료프로 인해 소련은 정찰위성계획에 앞서서 유인우주선을 발사한 것이다.
미국이 먼저 유인 우주비행계획을 시작했지만, 소련이 더 큰 발사체 R-7을 보유한 탓에 결국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은 소련이 차지하게 된다. 이 소식은 역시 정치적 목적으로 대대적으로 선전되었으며, 미국은 또다시 우주경쟁에서 소련에 뒤처졌다는 자괴감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정치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아폴로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Tip 1 :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의 오랜 전통
이륙 직전에 차량을 이용해 발사대로 이동하던 가가린은 잠시 차를 멈춰서 차량의 타이어에 우주복의 배출튜브를 이용해 소변을 보는데 이것은 훗날 소련-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의 전통이 된다. (이소연 씨는 물병의 물로 타이어를 적셨다.)
Tip 2 : 소콜 선내우주복과 오를란 선외활동복
소콜 선내 우주복 : Sokol space suit
소콜 우주복은 가가린 이래로 소련-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이륙, 우주선 내 귀환 시 착용하는 일종의 여압/방염복이다. 성층권에 이르면 기압이 급격히 떨어져서 호흡곤란 등이 발생하고, 사람이 무방비 상태로 고도 20km가 넘으면 기압이 해수면의 10% 이하로 떨어져서 의식을 잃고 침과 혈액 등 체액이 기압 차로 인해 끓게 된다. 소콜 우주복은 진공상태인 우주권까지 우주비행사가 기압을 유지하고 보온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해준다. 그러나 우주공간을 유영(선외활동 : EVA)할 수는 없다.
소콜 우주복은 개인별 맞춤복인 미국의 우주복(여압복)과 달리 가슴, 팔, 다리의 밴드로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있다. 소콜 우주복은 최초 K부터 시작해서 KV, KV2에 이르기까지 발전하여 현재는 국제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들의 표준 여압복으로 사용 중이다. 오로지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왕복하기 때문이다.
소콜 우주복은 무게 8.8~10kg 정도로 외피는 방염 소재이며, 내피는 단열/여압 효과가 좋은 소재로 되어 있다. 소콜 우주복은 기압이 1기압보다 낮은 감압상태에서 최대 2시간 압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지상에서 대기 중인 우주비행사들은 소콜 우주복을 미리 착용해야 하는데 그동안 내부에 공기가 통하지 않아 매우 덥기 때문에 별도로 공기를 순환시켜서 온도를 내리기 위한 송풍기를 손에 들고 다닌다. 중국의 우주복도 소콜과 거의 동일하다.
오를란 선외 활동복 : Orlan EVA suit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해치를 열고 우주공간으로 나가서 우주유영을 하거나, 로프로 연결하고 구조물에 지탱해서 작업하는 것을 선외 활동(Extra-Vehicular Activity : EVA)이라 부른다. EVA 시에는 우주선 내부의 어느 정도 압력이 있는 상황과 다르게 아예 진공이며 고온-저온을 크게 오락가락하므로 더 튼튼한 우주복이 필요하다.
오를란 EVA 복은 위와 같이 아예 일체형 중장갑 갑옷과 같은 구조이며, 뒷면을 열고 우주비행사가 들어간 뒤에 착용하는데 시간이 30~40분 걸린다. 또한, 우주선 내부와 외부의 압력 차가 크기 때문에 충분한 여압 시간을 가져야 하며 통상 1시간 가까이 걸린다. 무게는 120kg가량으로 지상에서는 도저히 입고 활동할 수 없지만 무중력 상태인 우주공간에서는 충분한 활동이 가능해진다.
저런 중장갑 EVA 복을 입고 자유로운 동작은 제한되며, 전용 우주 장갑 등은 손가락 움직임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하므로 매우 특수하게 제작된다.
소콜 선내 여압복은 최대 2시간가량 낮은 기압에서 사람을 보호할 수 있고 화재 등에서 방염효과와 ±120도의 고온/저온에 견딜 수 있다. 오를란 EVA 복은 몇 시간 이상 진공상태, 더 고온/저온인 우주공간에서 견딜 수 있으며 간단한 음식섭취와 물 섭취가 가능하다.
오를란 EVA 복 역시 국제우주정거장의 표준 EVA 복이다. 미국의 선내 우주복과 선외 활동복은 더 무겁고 기능이 다양하다.
Tip 3 : 유리 가가린은 과연 정식 우주비행을 했는가?
유리 가가린 (Yurii Gagarin, 1934~1968)
유리 가가린이 탑승한 보스토크 우주선 귀환모듈은 낙하산으로 지상에 착륙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하지만 착륙 시 충격을 탑승자가 견딜 수 없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가가린은 우주선이 어느 정도 내려와서 착륙하기 전에 낙하산으로 탈출하여 지상에 내려섰다.
당시 세계항공연맹은 유인 우주비행의 기준을 우주비행사가 우주선에 탑승한 채 지상에 착륙해야 한다고 정해놓고 있었기에 소련은 이 사실을 숨기고 오랜 기간 가가린이 보스토크 귀환모듈에 탑승한 채 지상에 착륙했다고 속여왔다.
하지만 유리 가가린은 인류 최초로 우주권(고도 100km 이상의 카이만 라인)을 넘어서서 준궤도(탄도) 비행이 아닌, 진짜 위성궤도까지 접어들어서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지구로 돌아온 사람이다.
유리 가가린은 매우 단신(157cm)인데 이것은 당시 소련은 작은 우주선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References]
1. 영문 Wiki - Zenit satellite, KH-1 satellite, Vostok spacecraft, Sokol/Orlan space suit
2. 위키백과 - 보스토크 우주선, 유리 가가린, 우주복
3. 한국과학기술원 - 인공위성연구센터 홈페이지
4. 네이버 SNW님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snw001
5. http://www.svengrahn.pp.se/histind/Vostok1/Vostok1X.htm
지난 기사 우주에서 들려온 첫 메세지, "Hello, World!" |
엘랑
편집 : 딴지일보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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