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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는 지금> 연재 기사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힌 인터넷 기사 매일 5건, 한 주에 총 25건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사로,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 프랑스어로 된 매체의 기사들을 모두 프랑스인만 읽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전 세계 프랑스어 사용자의 대부분이 프랑스 본토에 분포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구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사 검색 시간은 프랑스 시간으로 매일 오전 8-9시 사이입니다. 프랑스 현지 시간에 따라서 기사를 수집하여 최대한 오류를 좁히려 하였습니다.


3. 본 연재물에서는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혹은 프랑스 매체에서 다루는 모든 기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는 관계로, 수박 겉 핥기 식으로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4. ‘인권의 나라’라던가 ‘낭만의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민낯은 어떤지, 한국의 모습과는 어떻게 닮고, 다른지를 전할 수 있다면 제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것 입니다.



기사를 정치, 사회, 국제, 경제, 스포츠, 문화, 사설 등의 카테고리로 나누면, 여기에서 다룰 기사의 대부분이 사회 분야가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어느 곳이나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이 사건 사고는 끊임 없이 일어나니까. 실제로 2주 전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 25건 중 12건이 사회면 기사였다.


그런데 10월 26일부터 본격적인 프랑스 지방선거 운동이 시작돼서 그런지, 10월 마지막 주의 기사는 정치면 기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총 25건 중 9건으로 36%다. 이 9건 중 6건이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전선(FN) 혹은 이 당의 대표 마린 르펜(Marine Le Pen)에 대한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지난 주에도 이미 실컷 보았던 르펜의 모습을 이번에도 또 가득 담게 생겼다. 하지만 어쩌랴, 이 것의 나의 숙명이라면 숙연히 받아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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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마지막 주 <프랑스는 지금>에서 다룬 기사 분포 (분야별)


그러니까 오늘은 정치 얘기나 조금 해 보자. 며칠 전 후배 녀석이 "언니 글 너무 길어요. 못 읽겠어요."라고 카운터 펀치를 날린 적이 있어서 소심한 마음에 살짝 기스가 난 바, 한번 글의 양 조절을 해보도록 하겠다. 장담은 못 한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국민전선의 대표 마린 르펜은 오는 12월에 열릴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프랑스 북부의 ‘노르 파 드 칼래 피카르디(Nord-Pas-de-Calais-Picardie)’ 지역의 국민전선 후보로 나섰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르펜이 2017년 프랑스 대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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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전선의 대표 마린 르펜


르펜이 나선 이 지역은 참 묘한 곳이다. 프랑스의 수도권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면서, 벨기에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유럽 대륙에서 영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하는 하나의 관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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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이 2017 대선의 발판으로 노리고 있는 노르 파 드 칼래 피카르디 지역


그러다 보니 시리아 사태가 있기 수 년 전부터 이 지역에 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이들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난민들이 유입만 되고 빠져나가지 않는다. 2015년 10월 29일자 <RTL> 기사에 따르면 최근 2~3주 사이에 이 북쪽 지역의 난민 수가 두세 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프랑스가 자주 사용하는 정책은 노는 땅에 최소한의 급수 및 전기 시설을 설치하여 난민 캠프를 조성하는 식이다. 이들 중 지역사회에서 환영을 받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전 기사에서도 벌써 언급했지만 이들 중 도둑질이나 구걸, 혹은 성매매를 전업(!)으로 하는 이들도 상당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매해 커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를 프랑스인에게!"를 외치는 국민전선에 대한 지지가 동반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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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북쪽 지방의 모든 사람의 마음이 르펜 지지자들처럼 차가운 것은 아니다.
난민들과의 연대를 보여야 한다며 활동하는 단체들도 있다. 다만 다수는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머리로는 ‘모든 사람은 동등하며 최소한의 인권과 행복할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해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수만 가지의 폭력(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하더라도)에 시달리다가 "저것들 좀 어떻게 해 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집권당인 사회당(PS)에선 저들도 인간이라며 고고한 소리나 해대고 있고, 사르코지의 공화당(Les Républicains)에서도 별로 가려운 데를 긁어주지는 않는다. 답답해 미치겠는데 이제껏 몹쓸 것들이라고 여겼던 국민전선(FN)에서 "우리 세금으로 저들을 먹여야 합니까? 내보냅시다!" 하니 귀가 솔깃해진 것이다 .


하루가 다르게 극우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져 가는 중이며, 어느 때보다 2017년 대선에서 르펜의 승리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정치권은 난리가 났다. 마뉘엘 발스(Manuel Valls) 국무총리는 ‘이번 지역선거에서 국민전선이 한 지역에서라도 승리를 거두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으며, 올랑드의 사회당에서는 사르코지의 공화당과 연합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리베라시옹(Libération)> 2015년 10월 30일자 기사).


실제로 2002년 대선 때 당시 국민전선의 창시자이자 당수이면서 현 당수인 마린 르펜의 부친, 장 마리 르펜(Jean-Marie Le Pen)이 1차 대선을 꿀꺽 먹어 버리자 위기감을 느낀 타 정당들이 공화주의 전선(Front Républicain)연합을 결성한 바 있다. 이 연합 덕에 자크 시락(Jacques Chirac) 당시 대통령이 연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랑드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태에서 사르코지가 굳이 그쪽이랑 연합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공화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사회당 니네가 잘못 해서 르펜이 판치는 거임. 막말로 너네도 르펜이 있으니까 장사해 먹고 있는 거잖아" 정도다.


이 시류를 틈타 본래 중도우파 성향의 정치인들이 보다 우클릭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프랑스는 백인종의 나라"라는 발언을 하고 공화당 지역선거 후보직에서 멀어져 간 나딘 모라노(Nadine Morano)가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모라노는 그 발언 이후 많은 이의 지탄을 받은 만큼 극우파의 지지 세례를 받고 있는데, 프랑스의 유명 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알랭 들롱은 <iTELE>와의 인터뷰에서 모라노의 발언에 찬사를 보냈다. TV 매거진 진행자가 모라노의 발언이 극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냐고 묻자, "그게 어떻습니까? 극좌는 괜찮고 극우는 안 된다는 겁니까? 국민전선은 600만 명의 의견을 대표합니다. 이 600만이 다 바보입니까? 우리는 국민전선을 싫어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민전선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라며 국민전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해 버렸다(<라 데페슈 뒤 미디(La Dépêche du Midi)> 2015년 10월 2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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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알랭 들롱(좌)과 오늘의 알랭 들롱(우)


"나는 마린 르펜의 50년 된 친구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점차 국민전선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저리가 나는 거죠, 모든 것에! 이제 사람들은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현재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국민전선이면 또 어떻습니까?"


모라노나 알랭 들롱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사르코지의 공화당에서도 좌파 사회당의 보다 더 ‘인도주의적’인 입장에 계속 태클을 걸고 있다. 10월 25일, 프랑스 수도권 공화당 후보 발레리 페크레스(Valérie Pécresse)는 같은 지역의 사회당 후보인 클로드 바르톨론(Claude Bartolone)을 비판하고 나섰다. 필자가 보기에 이것은 상대방을 깎아 내리려는, 그러니까 비난을 위한 비판이었던 것 같다. 잠시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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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수도권 일 드 프랑스 지역 후보들
중도우파(?) 공화당 후보 발레리 페크레스(좌)와 좌파 사회당 후보 클로드 바르톨론(우)


사회당 후보 바르톨론은 <라디오J>에 출연하여 ‘센 생 드니(Seine-Saint-Denis)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타리크 라마단(Tariq Ramadan)을 인용하며, 이슬람은 대체적으로 종교를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으며 프랑스 사회의 화합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바르톨론은 현재 프랑스에 사는 이슬람인이 취업에 있어 실질적인 차별을 겪고 있으며, 이런 현실에서 종교 정체성이 강화된다고 보았다. 바로 이 과정에서 보다 극단적인 경향을 보이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페크레스는 트위터에서 딴소리를 한다. "내 지침은 다름 아닌 프랑스이며, 프랑스에서 여성의 인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상대 후보가 이슬람에 대한 이해의 필요를 주장하자, 이슬람 교리 중 특히나 비판을 받는 부분, 즉, 여성의 인권 부분을 강조하며 바르톨론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바르톨론이 이슬람 교리에 적극 동의하기라도 한 것 같다.


한 술 더 떠서 페크레스 선거 캠프 대변인 조프루아 디디에(Geoffroy Didier)는 트위터에  "바르톨론은 타리크 라마단을 지침으로 삼았다. 라마단은 그저 여성에 대한 투석 형벌을 유예하는 것에 안주하는 사람일 뿐이다"라는 글을 올린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몰아가기다. 열 받은 바르톨론은 "거짓말 다음에는 중상모략"이라며, "페크레스의 공약이 더욱 협소해지는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맞받아 쳤다. 또한 사회당은 바르톨론을 "자신의 지역구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갖추고 있는 후보자"라고 칭찬하는 동시에 디디에 공화당 캠프 대변인을 "선동의 달인"이라고 공격하였다 (<20 Minutes> 2015년 10월 27일자 기사).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아마 선거가 종료되는 12월까지 이렇게 재미난 일들이 많이 많이 생길 것 같다. 기대해 보자!



우디 알렌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중에서
여기서 보이는 프랑스가 프랑스의 민낯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 한국의 홍보 영상이 한국의 쌩얼을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덧붙임 1. 매체별로 본 10월 마지막 주 프랑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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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마지막 주 월-금 TOP 기사 (매체별)


사실 이번 주에는 매체별로 기사를 분류해 보는 것이 거의 무의미해 보인다. 상당히 많은 매체가 등장했고, 분포도 상당히 고르기 때문이다. 다만 지속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보통 주요 일간지로 분류되는 <르몽드>라던가 <리베라시옹>, <르 피가로>, <르 파리지앵>의 비중이 생각보다 많이 낮다는 것 정도? 이전에 비하면 많은 변화가 있지만 <르몽드>의 기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어느 정도 이상의 지적 능력이 있어야 하며, <리베라시옹>도 전적으로 이해하기에 쉬운 매체는 아니다. 따라서 저번 주에 언급한 <20 Minutes> 류의 보다 폭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 바 쉬운 매체가 인터넷 시대에는 더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냥 넘어가기에는 조금 아까우니까 이번 주 TOP 기사에 2회 이상 랭크된 4개 매체 중 <웨스트 프랑스(Ouest France)> 소개나 좀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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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프랑스> 로고


Ouest France, 프랑스어 ‘ouest’는 짐작했겠지만 서쪽을 뜻한다. <웨스트 프랑스>는 프랑스 서쪽 지방에서 발간되는 지방지이자 일간지다. 렌느(Rennes)를 중심으로 하나 파리에서도 발간되며, 2014년에는 73만 부 이상이 판매된 꽤나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다. 1899년 발행되기 시작한 <웨스트 에클레르(L’Ouest-Éclair)>지가 나치 점령기에 친 나치 행각을 벌였다는 이유로 발행이 금지되자, 1944년 8월 이름을 바꾸어 발간되기 시작한 것이 <웨스트 프랑스>다. 2013년 12월 31일 현재 1천 5백여 명의 정규직원을 거느리는 꽤나 큰 규모의 매체이며, 576명의 기자가 일한다. 남녀 성비는 6 :4로, 지방지이지만 해외에 큰 사건 및 사고가 있을 때는 기자를 파견하여 현지취재를 하기도 한다.


<웨스트 프랑스>가 지지하는 정치 노선은 인도주의, 카톨릭 민주주의 및 사회적 자유주의이며, 유럽연합(EU)을 지지하고 사형제도에 반대한다. 1981년에는 ‘웨스트 프랑스 연대’라는 조직을 만들어 인권과 관련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 죄수들 역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며 죄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2012년 동성결혼 논의가 한창일 때에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였다. 중도 우파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 하다.



덧붙임 2. 2015년 10월 마지막 주 월-금 TOP5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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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이 소라

트위터 : @candy4sora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