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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만 삼성 조작글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대만 현지에서 三星電子寫手門事件으로 불리며, 의역을 하면 삼성 조작글 사건이 되겠다.

 

폭로는 2013년 4월 1일 ‘0xb’라는 해커가 TaiwanSamsungleak.org란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시작되었다(현재 이 사이트는 접속되지 않는다. 이 해커는 2010년 태권도 연맹 홈페이지를 혐한 내용으로 마비시켰다고 한다). 해커는 여기에 삼성 펑타이의 놀라운 기만술!’이란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내용은 대만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자회사인 펑타이(鵬泰)고문유한공사(이후 펑타이’)의 브랜드 마케팅 내부 문건으로, 대만의 Mobile01 사이트(핸드폰, 디카 등 IT 제품 정보 및 구매 전문 사이트로 우리나라의 디씨와 다나와가 합쳐져 있다고 보면 비슷하다)에 이 문건이 알려지면서 열띤 토론이 일어났다. 당일 대만 삼성전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4 2, 해커는 또 다른 자료를 공개해 삼성과 펑타이가 인터넷 토론장을 감시, 통제하고 그 효과를 분석해 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같은 날 대만 중천(中天)TV는 이를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4 3, 중천TV의 뉴스에 후속 보도가 이어지면서 해당 사건 이전에 있었던 글과 삼성과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춰 분석이 이루어졌다. 비범(非凡)TVTTV(우리나라 KBS에 해당)에서도 뉴스가 보도되었지만, 삼성은 이때까지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4 4, 해커는 마지막으로 오늘은 폭로 없음이란 글을 게재하면서 토론장의 선수들에 대한 접촉리스트(交接)’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서는 펑타이가 유명 사이트들의 토론장을 감시, 통제해 왔다는 기록과 함께, 직원을 고객으로 위장시켜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고,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취시키는 한편 경쟁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힌 내용이 담겨 있었다.

 

4 5일, 대만 삼성전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토론장에서 라이벌인 HTC 비방하는 직원이 있었음에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직원의 회사 기본 규정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벌어진 일이며 앞으로 직원 교육을 더욱 강화하여 재발을 방지하겠다’, ‘이미 모든 토론장에서의 글쓰기와 댓글 마케팅이 중지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의 답변 이후에도, ETtoday 칼럼에서는 이를 완벽한 꼬리자르기 사건이라고 부르는 등 의심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해당기사 - 링크)

 

4 6, 과기귤보(科技橘報)에서는 삼성이 발표한 성명에 유감이란 말만 등장할 뿐 사실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어떤 표현도 없음을 지적하면서, 해당 성명서를 보려면 별도의 권한 설정이 필요할 뿐더러 삼성 핸드폰 유저 페이지에 해당 성명서가 업로드되면 바로 삭제된다는 점을 들어 삼성이 여전히 인터넷 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기사 - 링크)

 

4 15, 공평교역위원회 측은 사건에 대한 조사에 이미 착수했다며 허위 광고에 대해 최고 2500만 TW의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5 5, 'deepdx21'이란 유저가 mobile01 사이트 토론장에서 갤럭시 S4에 대한 소감 얘기해주실 분 없나요란 글을 남긴 후, 로그아웃을 깜박했는지 같은 유저명으로 댓글을 단 사실이 밝혀졌다.

 

10 24, 공평교역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원회는 4만여 페이지의 자료를 조사한 후, 대만 삼성전자 주식회사와 펑타이고문유한공사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비즈니스 계약 중에, 연도 예측 글쓰기수 등등의 인터넷상 여론조작 수법으로 삼성이 수시로 동태를 파악하여 마케팅에 이용하도록 한 합의가 있었음을 밝혀냈다. 이에 위원회 회의를 거쳐, 삼성 및 기타 회사가 중요한 상거래 자료를 숨기고, 기만적인 마켓팅이 공평성을 해쳤다고 판단, 공평교역법 제24조에 규정된 상거래 질서에 영향을 주기에 족한위법 요건에 해당되어 대만 삼성전자에 1천만 TWD( 3 6000만원), 펑타이 300만 TWD, 샹도어리국제공사에 5만 TWD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에서 공평교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최초의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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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24일 벌금 부과 소식을 보도한 빈과일보(蘋果日報)의 영상이다. 위의 사실들이 간략히 정리되어 있다.

http://s.nextmedia.com/realtime/a.php?i=20131024&s=10793096&a=51839440

(해당 주소를 누르면 빈과일보 페이지로 이동, 영상 자동 재생)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공평교역위원회 손립군의 멘트 : ‘삼성에 1000만 TWD, 펑타이 300만 TWD, 산토리 5만 TWD 벌금이 부과되었다.’

 

2. 댓글부대로 번역되는 원문 寫手門에서 의 뜻은?

 

- 미국 닉슨의 워터게이트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 구로자와 아키라의 나생문에서 유래됐다는 설. 부정적이거나 모호한 사건에 붙는다.

 

- ‘寫手의 원뜻은 글쟁이에 가깝지만, 여기선 삼성에 유리하고 경쟁사를 공격하는 글을 쓴 알바들을 뜻한다.

 

3. deepdx21의 사례 : S4 소감을 물은 후 스스로 S4가 아주 만족스럽다는 댓글을 달았음

 

4. 네티즌의 제보 : 경쟁사 제품의 유격 결함을 지적하면서 손가락이 빨개지도록 핸드폰을 누르고 있음

 

5. 해커 ‘0xb’의 대만 삼성전자 내부 문건 폭로가 있었고, 공평교역위원회가 200여 유저와 4000여 웹 페이지, 2-3만개의 글을 조사한 후 벌금 부과를 결정했음.

 

 

 

2. 대만 네티즌이 밝힌 삼성의 수법

 

사건을 폭로했던 해커의 사이트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대만 매체의 뉴스를 찾아보면 위에 정리된 내용 이상의 것은 보기 힘들고, 시간도 꽤 지나버려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았다. 사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대만에서의 반응보다는 여론 조작의 수법이니,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보기로 하자. 그러나 위에서 나온 사건 개요는 언론 보도를 통해 확실히 밝혀진 사안이지만, 지금부터 이야기할 자료는 삼성에 반감을 가진 대만 네티즌의 주장이니 감안하고 읽을 필요도 있다.

 

이 사건이 최초로 발화한 mobile01 사이트에서 아무래도 반감이 가장 거세지 않았을까 싶다. wuzenjar라는 유저는 삼성의 마케팅 방법에 대해 사례를 들어가며 세세하게 분석했는데, 인용문이 꽤 많다. 그때까지 유저들이 지적한 사례들을 망라해서 종합한 글이라고 보인다. (원문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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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갤럭시 노트와 HTC ONE X GPS를 실측했다고 글을 쓴 LeoLee2016, 오른쪽 경력에서 삼성학원의 강사였음을 알 수 있다. 자사 제품을 광고하는 것도 그렇지만, 경쟁사 제품을 비교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글 내용에서 GPS 위치 파악 속도나 정밀도에서 HTC 제품이 앞서지만, 갤럭시 노트가 위성 수를 더 많이 잡아내기 때문에 압승이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이런 결론이 납득가지 않는다고 유저는 비판하고 있다. 위 글은 2012 4 24일에 쓰여진 것으로, 유저는 이후 삼성 관련 글에 수상쩍음을 느끼고 있다가 삼성 조작글 사건을 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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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해커가 공개한 펑타이의 마케팅 자료 중 일부분으로, 갤럭시 노트의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등을 이용한 온라인 마케팅) 효과 자료이다. 오른쪽 최하단에 작성자인 펑타이고문유한공사가 밝혀져 있다. 위에 보았던 비교글이 이 자료에 언급돼 있는데, 19231을 기록한 PV는 페이지 뷰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40은 댓글 수다.

 

'wuzenjar'는 이런 사례가 밝혀진 후 삼성이 글쟁이와 댓글 조작을 이용해 기만적인 마케팅 수법을 펼쳐 소비자 권익을 해쳐왔다고 주장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 탓으로 돌리는 여론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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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22, Mobile01 사이트에 삼성 LED TV에 대한 불만글이 올라왔다. 구입 이틀 후 기기 뒷면에 함몰된 지점을 발견해 서비스센터에 문의했고, 사진을 보내주고 두 차례 통화 후 비슷한 사양의 다른 TV로 교환을 받았지만, 이번엔 푸른 빛이 세고 빛샘 현상이 발견되어, 소비자는 이에 삼성의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글을 쓴 것이었다. 이에 대한 대책이 빨간 선으로 강조된 부분이다. 바이럴 마케팅 부서를 통해 그런 문제를 접한 적이 없다는 댓글을 달아, 소비자가 지나치게 민감하며 삼성의 품질관리 문제는 아니라는 쪽으로 논의를 몰고 가라는 것이다.

 

둘째, 설계 결함에 대한 토론을 억제시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갤럭시 S3을 예로 들었는데, 먹통 현상이 발견되었을 때 해당 토론이 번지지 않도록 하여 여론 형성을 최대한 늦추고 무관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중국 본토의 삼성에서 결국 사과하고 서비스 기간을 1년 연장한 사실이 있지만, 이 조치가 진행된 것은 불만 사항이 생기고 1년 반이 지나서였다.

 

셋째, 교묘한 허위 비교로 경쟁 상품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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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다르고 각도도 다른, 분명 다른 날 찍었음에도 사진 성능을 측정했다는 글이 올라온다. 물론 지금은 이런 허술한 비교가 통할 리 없겠지만

 

넷째, 신분을 숨기고 가짜 체험기, 가짜 리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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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다 달린 빨간 글씨는 웹 페이지 캡처한 사람이 써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왜 유저명이 전부 영어++숫자인가?’라는 말이다. ‘모두들 갤럭시 S3가 기대되십니까?’라는 글이 올라오자, 같은 구성의 유저명을 가진 사람들이 19 04분부터 37분까지 연속으로 댓글을 달았다. 글쓴이는 이것이 사실 같은 사람의 자문자답일 뿐이라고 주석을 달아 놓았다.

 

다섯째, 독한 언어공세를 펴서 소비자 진영 간에 갈등을 유발한다.

 

글쟁이는 경쟁사 제품의 사용자로 위장하여, 그 제품에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거짓 문제를 지적하는 리뷰를 작성한다. 또는 일반 유저인 척 하면서 경쟁사 제품의 지지자에게 인신공격을 날리거나, 다른 제품 지지자와의 갈등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제품 서비스 요구에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서로 공격하는 양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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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의 사례로는 대만 삼태자(三太子) 사건이 언급된다. 대만 삼태자는 일종의 민속극 공연으로, 런던 올림픽이 열렸을 때 삼성이 후원해 이들을 런던에 보내주었고, 이런 미담에 비해 대만 기업들이 인색하다고 공격하는 글이 광범위하게 퍼졌었다. 위 그림은 그러한 글들이 여러 사이트에서 총 12만회 이상의 페이지뷰를 기록했음을 보여준다. 글쓴이는 사실 수십 개에 달하는 대만 기업들이 경비를 대주었으며, 삼성은 핸드폰과 PDA를 준 것이 전부라는 점을 지적한다.

 

여섯째, 신분을 감추고 경쟁사 제품에 대해 악의적인 공격을 행한다.

 

언론의 자유가 있는 한 소비자가 구매 제품에 불만을 표시하는 일은 당연시된다. 이 점을 노려 소비자로 위장한 글쟁이들이 제품을 비방하면 경쟁사는 막을 길이 없다. 더군다나 같은 업종의 라이벌이 행한 일임을 빠르게 증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 부분은 대만 공평교역위원회가 밝힌 증거사실에 포함돼 있다. 삼성은 특히 2000년부터 2012년까지 HTC, ASUS 같은 대만 회사뿐만 아니라 애플, 모토롤라, 소니, 노키아, 나아가 아이리버 제품에 대해 단점을 부각하는 마케팅을 해왔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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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빨간 색으로 공평위가 조사한 삼성의 공격 증거(국가인증!)’이라고 써놓았다. 너무 길어서 다 번역하지는 못하지만, 문제가 되었던 제품 비교 글들을 나열해 놓고 있다. 글쓴이의 주장 중에서 가장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대목이다.

 

일곱째, 반대의 목소리가 있으면 협박한다.

 

여덟째, 제품 불량에 대해 소비자가 입을 다물 것을 요구한다.

 

이는 소비자나 특정 사이트의 의견에 대해 암묵적인 회유 내지는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며 협박한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글쟁이 조작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므로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에 대해서 삼성의 조작글 사건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10년경 삼성은 HTC와 지금처럼 격차를 벌이진 못한 상황이었다경쟁구도라고 하면대만에서 악의적 마케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쪽은 삼성이 아니라 HTC앞서 대만에서 조작글 알바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고 하면, HTC가 순수하게 그런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는 게 더 이상하다또한 10년 이상의 자료를 뒤졌다면대만 공평위가 밝힌 삼성의 조작글 사례는 많은 게 아니라 오히려 적으며반 수 이상의 사례가 2011년 이후에 국한돼 있다이렇게 보면 댓글부대의 조직 운영이 그리 크지 않고 짧은 기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 그리고 삼성에 처해진 벌금은 우리돈 3억 6000만원이었는데이건 솜방망이 수준도 못 되어서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사안이 가벼웠던 것인지 의아했다증거 부족인지 회유인지 모를 일이지만나는 삼성이 대만 회사에 맞불놓지 않는 정도에서 공평위와 합의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wuzenjar의 주장에 따르면, 삼성은 같은 방식의 마케팅을 이후에도 지속했다. 사건 당시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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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공평위의 증거자료에서 빨간 선으로 강조된 3번 항목은 2013년부터 삼성이 홍콩의 '星傳媒'란 회사에 인터넷 관찰 업무를 맡겼고, 星傳媒는 다시 BRANDTOLOGY PTE란 회사에 하청을 주었다는 내용이다. 펑타이가 없어졌을 뿐, 마케팅 조직 구성은 똑같다. 여기에 '1번 항목'은 2010년 3월부터 싱가폴 제일기획이 일반적인 종래의 광고 업무를 맡았고 토론장 조작과는 무관하다는 언급인데, 이는 아래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사건으로 다뤄진 일이 없었다. HTC는 빠르게 몰락했으며 삼성의 세계 시장에서의 지위가 강해졌기 때문에, 마케팅 조직 구성으로 큰 문제가 불거질 일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3. 정리

 

물론 이 얘기들은 대만 반응이나 바이럴 마케팅에 관심이 있어서 조사한 결과가 아니다. 다들 알듯이, 국정원이 댓글부대를 운용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것이 삼성과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않은가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바로 대만에서의 이 삼성 조작글 사건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 사건의 내용을 우리나라 보도를 통해선 정확하게 알기가 힘들었다.

 

삼성이 국정원 댓글사건과 연관성을 의심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시기다대만 사건에서 공식적으로삼성의 바이럴 마케팅으로 문제시된 기간은 펑타이와의 계약 기간 중 2000년에서 2012년까지다댓글부대로 문제가 된 18대 선거는 2012 12월이었다.

 

둘째 효율성이다위 시기는 대만 삼성전자가 조작글 마케팅 노하우를 가장 풍부하게 축적하고 있을 상황이었다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이런 노하우를 다른 나라에 적용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고또한 가장 효율적으로’ 댓글부대 운영법을 전수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이런 생각은 사실 우리가 삼성전자에 은연중 가지게 된 신뢰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셋째 객관적 증거다다른 회사들이 이런 식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해도구체적으로 어떻게 뭘 했는지를 밝힌 대만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삼성에 더욱 구체적인 혐의를 가지는 게 당연해진다.

 

지금까지의 자료로 일단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정리해보자.

 

1) 삼성은 조직적으로, 그리고 10년 넘는 장기간에 걸쳐 인터넷 여론몰이를 기획한 경험이 있다. 이렇게 확실하게 운영 노하우가 밝혀진 경우는 드물다. 또한 삼성은 펑타이란 자회사가 주축이고, 다시 인터넷 글쟁이를 관리하는 샹도어리공사에 하청을 주어 직접적인 책임을 면하려 했다. 꽤나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안착하고 숙련된 결과물을 낼 수 있었으리라 본다.

 

2) 안정된 시스템과 함께, 특정 기획의 효율성도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방법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리뷰, 체험기와 같은 중립적 글쓰기에서 교묘하게 비교질을 하는가, 상대 단점을 부각시키는 편향성을 강하게 내세우는가, 너무 싫다는 주관적 감정을 들이대는가에 따라 어떻게 다른 결과가 나오는지 무수한 데이터가 쌓였을 것이 당연하다. 여섯번째 마케팅 사례에서 나온 공평교역위원회의 증거 예시에서는, 2012년 하반기부터 단점 부각하는 조작이 누그러졌다고 지적한다. 이는 제품의 질이나 여론의 성숙도에 따라 마케팅 방법도 유연해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니 특정한 목적에 따라 기획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론이 구축되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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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조작 마케팅을 수행하는 진짜 주체는 삼성보다는 펑타이에 가깝다. 마케팅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을 통해 삼성에서 가이드라인과 성과 체크를 하되 실제로 기획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곳은 자회사 펑타이였음을 알 수 있다. 대기업에도 전담 부서는 있지만, 악의적 마케팅을 수행하는 조직을 운영하려 할 때 광고기획사를 우선 컨택하는 게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대만 빈과일보는 2013년에 기자를 알바생으로 위장해 얼마나 조작글로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잠입취재했다. 그 결과 화장품, 식당, 여행, 유아용품, 토요타 자동차 등에서 의뢰를 받았으며, 앞서 본 Mobile01 사이트를 포함해 야후, 패션가이드, 베이비홈 등 대만 유명 사이트 56곳에 글을 게재했음을 밝혔다. 이 경우에도 기자가 의뢰받은 곳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광고대행사였다고 한다(해당기사 - 링크)

 

wuzenjar의 주장에 따르면 펑타이와 싱가폴 제일기획 대만지점은 같은 전화번호에 같은 주소를 쓰고 있다. 또 싱가폴 제일기획 사원이 펑타이의 메일 주소를 쓰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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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펑타이의 직원이 삼성에 보낸 이메일이고, 아래는 같은 이름의 직원이 싱가폴 제일기획 디지털 마케팅 부서에 소속돼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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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소개에서도 두 회사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같다.

 

인터넷 상의 글을 맹신해선 안 된다는 점은 일단 짚어두자. 위 지적이 사실인지, 조작은 없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았다. 그보다도 국정원이 위 회사들과 연관이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국정원 댓글부대 운영이 국내 기업과 연관된다면, 삼성보다는 제일기획과의 연관성 파악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게 그건가?

 

하지만 앞서 보았던 '1번 항목', 즉 싱가폴 제일기획이 토론장 조작과는 무관하다는 대만 공평위의 조사 결과를 되새겨보자. 주소와 전화번호가 같다는 게 사실이라면, 싱가폴 제일기획은 펑타이와 같은 회사로 의심될 수 있다. 그럼에도 둘은 다른 취급을 받았다(아니면 대만 공평위가 일개 네티즌보다도 조사 능력이 떨어지든지). 법적으로 삼성과 제일기획은 엄연히 다른 회사이고 주소와 전화번호도 다르니, 설사 제일기획이 연루되더라도 삼성이 빠져나갈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업 차원에서 국정원 태스크포스를 지원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경험 있는 광고회사들이 가진 노하우를 생각하면, 다수 인원이 단기간에 투입되는 여론조작은 샐 구멍이 훨씬 많아 위험하다는 게 감지됐을 것이다. 알바들은 돈벌이가 목적이니 짧은 시간에 다수의 글과 댓글을 작성하려 하지만, 상대적으로 조직은 그 속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통제해야만 한다. 그걸 운영하는 방법을 전수하는 일도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직접 운영에 관여하는 일과는 범죄의 수준이 다르다. 어떤 회사가 연관된다 해도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나 내부 문건 도용으로 밀어붙일 여지는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나 같아도 그랬을테니.

 

이상이다. 대만에서 댓글사건이 있었다고 어렴풋이 알고 있던 분들에게 이 글이 구체적인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주 보던 제품 찬양/비방글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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