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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카트라이더를 했다. 이게 뭐라고 그때 보충수업을 빼먹었나 싶을 정도의 게임을 허허 웃으며 한 시간쯤 하던 그때, 편집장 죽지않는돌고래가 그랬다.

 

“이번 판 꼴찌는 화형하자.”

 

그리고 죽지않는돌고래는 꼴찌를 했다.(화형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나는 그가 꼴찌를 할 거라 생각했다. 과학적 근거는 댈 수 없지만, 이런 말은 꼭 꺼낸 놈이 걸린다. 그건 진리다. 이유는 모른다. 미스터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 나는 이걸 입방정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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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카도 입방정의 법칙은 모르셨던 모양이다. 입장 발표를 한다더니 서재 앞에서 대차게 예언을 한 그는, 내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간다. 나에게 물으래서 묻기로 한 검찰. 이런 말은 꺼낸 놈이 걸리는 거, 역시나 진리다.

 

 

국민 스뽀-오츠의 기원을 찾아서(feat.가카의 취향)

 

갈 땐 가더라도, 가시는 길 편안하게 보내드리고 싶다. 망해가던 회사가 가카 덕에 살아나기 시작해서 그런 걸까. 딴 데도 아니고 딴지가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고 싶지는 않다. 가실 때도 그분의 품격과 취향에 맞춰드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과거로 돌아갔다. 그분의 재임 기간에 언론은 그분 입맛에 맞게 착착 돌아가고 있었으니, 거기서 가카의 취향과 품격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들 알다시피, 가카의 시절에도 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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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가카의 취향

 

그날은 대단했다. 방송사가 헬기를 띄우고, 산에 올라가 집 안을 찍고, 취재 차량이 대통령의 차 옆에 붙어 봉하마을에서 서울까지 밀착취재를 이어가는, 생방송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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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옆에 까마귀만 날아가도 ‘[속보]노 전 대통령 옆, 까마귀 날아가’를 헤드로 뽑을 기세의 언론, 그때는 그랬다. 지켜보는 이들은 응원 혹은 실망, 그것도 아닌 다른 감정을 느꼈겠으나, 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과정을 스포츠로 다뤘다.

 

10여 년이 지나고 보니, 이제야 알겠다. 그게 우리 가카의 취향이었구나. 개똥이 굴러가도 뉴스 헤드로 뽑히는 게 우리 가카의 취향이라면 어쩔 수 없다. 그에 맞춰드리는 수밖에.

 

그리하여 박근혜를 위한 구치소 답사기에 이어, 내일의 이명박 가카를 위한 검찰청 가는 길 답사를 시도했다. 가카 집 앞부터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걸으며 보도 방식은 지난 시절 가카 보시기에 좋았던, 그 시절의 언론을 참고했음을 밝힌다. 

 

 

논현동에서 서초동까지

 

MB의 집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까지 가는 방법은 크게 세 방향 정도지만, 강남대로를 택했다. 503 씨도 검찰청 갈 때 강남대로를 지나쳤는데 하물며 탄핵도 안 된 가카라면야.  

 

한때 봉헌했던 서울 한복판을 지나가는 루트로, MB 집에서 논현역-신논현역-강남역-교대역을 거쳐 검찰청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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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B 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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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틀간 MB 집 앞에 갔다. 검찰 소환 반대 집회라도 있을 줄 알고 단단히 마음먹고 갔는데, 솔직히 집 앞에 깔린 경찰도 아니었으면 지나칠 뻔했다. 태극기와 보수는 어디 가고 쓸쓸히 구속을 촉구하는 1인 시위자만 있었다.

 

이틀째 되던 날엔 취재진이 좀 많았다. 사진 촬영 기자들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셔터를 울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가카가 설마 왕따는 아닐 거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가카가 그럴 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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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길고양이와 댕댕이조차 차갑게 시선을 거두고 돌아섰다. 차가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집 근처를 지나 대로로 나섰다. 가카는 차를 타고 이곳에서 우회전해야 하는데, 무엄하게도 우회전 스팟 왼쪽에서는 감히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서명운동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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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 때만 해도 많은 태극기가 503을 지켜주려 했는데, 사람들은 왜 우리 가카를 싫어할까. 민심이 달라졌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실제 만난 세상은 더 춥고 무서운 곳이었다. 논현역을 지나 신논현과 강남역 방향으로 뻗은 강남대로 위에서 마음을 달래려 녹차라떼 한 잔을 구입했다.

 

 

2. 강남대로(논현역-신논현역-강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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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벙커1은 충정로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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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로를 오가는 시민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가고 봄기운이 완연해져 옷도 한층 가벼워졌다. 봄이 오는 강남대로에 가카를 기리는 애국시민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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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카는 은근히 그루밍족이다. 구글에 이명박 립밤을 검색해보자. 보기 싫은 사진 나왔다고 나 욕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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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가 검찰청 가는 것도 아닌데 정우성 앞에서 그만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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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강남역-서울중앙지방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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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야... ㄱ나니...? 우리 둘만의 제2롯데월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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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울중앙지검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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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하게도 약 한 시간 가량 소요되는 도보여행 중 미국산 소고기 전문점을 한 곳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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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서울중앙지검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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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카는 참 한결같은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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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카가 그리 피하려고 했던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뒤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가카가 인실... 아니, 검찰청에 들어가기 전에 돌아볼 마지막 풍경이다.
 

가카 재임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일에 언론에서는 그날의 취재를 '취재 열기'라고 표현했다. 그것을 아마도 퍽 마음에 들어 하셨을 우리 가카도 내일은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언론의 취재 열기를 몸소 느껴보시기 기원한다.

 

물론 가카가 구속될지, 안 될지 아직 모른다. 내일은 고작 검찰 소환이니, 구속을 생각하긴 이르다. 그러나 세상일은 모른다. 나에게 물으라고 본인이 말했고, 그 말을 철석같이 믿은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 초안만 해도 이미 503의 질문지를 훌쩍 넘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말 꺼낸 놈이 걸리는 건 만고의 진리였다.

 

 

끝으로, 오늘의 진짜 속보를 전하며 기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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