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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해가 동쪽에서 떴고, 어김없이 서쪽으로 지고 있다. 어제가 지나니 오늘이 왔고, 전과 14범은 15범이 됐다. 세상일은 순리대로 흘러간다더니, 요즘엔 정말 그런 것 같다. 순리대로 마감일도 다가왔고.. 

 

가카 굿빠이 특집, 혐의 정리의 마지막 파트 뇌물이다. 

 

 

3. 뇌물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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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은 아주 원사이드한 게임이었다. 정동영 후보를 일찌감치 더블스코어로 따돌린 가카는 선거운동과 동시에 수금을 시작했는데, 선두는 단군 이래 최대 돈잔치라는 4대강 사업이었다. 최 회장은 평소 인연이 있던 최시중을 통해 가카에게 닿을 수 있었고, 가카를 자신의 골프장에 초청했다.

 

"대운하 사업에 참여해 공약 실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는 지어낸 말이 아니고, 실제 최 회장의 워딩이라고 한다. 그냥 한몫 챙기고 싶어요, 하면 될 걸 공약 실현은 무슨 개뼈다귀 같은.. 싶지만 이런 게 바로 비지니스 용어인 듯하니 잘 알아두자.

 

대보그룹은 현금 1억씩 다섯 번, 총 5억을 건냈는데, 수금 당당자는 김백준이었다. 청탁 결과 4대강 4개 공사에 참여한 대보건설은 수주액 800억, 매출 200억을 올렸다고 하는데, 4대강 규모에서 보자면 다이아반지 하나 낄 수 있는 발가락 정도 되는 것 같다.

 

 

 ABC상사 손병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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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노른자위,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던 뉴욕제과의 ABC상사다. 언론에서 ABC상사가 아니라 ‘뉴욕제과'에서 2억을 받았다고 나오는 바람에, 빵을 2억 원치 팔려면 얼마나 빡셀까.. 생각했지만, abc상사는 뉴욕제과 빌딩을 소유했었던, 산업형 바닥재를 생산하는 돈 꽤나 있는 중소기업이다. 이번 돈 역시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전인 2007년에 받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가카께선 취임 직후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ABC 상사의 현지 아파트 사업을 언급하고, 카자흐스탄 총리와 정상회담에선 ABC상사 주 거래처 회사의 민원도 해결해줬다고 한다. 세금 먹튀는 있어도 비지니스 먹튀는 없다, 일처리는 깔끔하게 한다는 가카의 성격을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나 의심스러운 게 있다면, 손병문 회장은 2011년 민주평통 서울시 부의장이 돼 국민훈장 모란장까지 받았고, 그의 아들은 2009년 청와대 7급 행정관으로 들어가 5급까지 승진했다고 하는데, 이게 고작 2억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맞는가, 가카의 에프터 서비스치곤 너무 후한 거 아닌가 하는 점이다. 뒤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비슷한 금액을 줬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형평이 맞지 않는다. 공명정대하신 가카께서 일을 이렇게 처리하셨을 리 없으니, 검찰은 더욱 분발해 가카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길.

 

 

 지광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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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대선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007년 12월.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가카는 집사 김백준을 능인선원에 보냈다. 강남에 근거지를 둔 능인선원은 해외 분원이 있을 정도로 위세를 자랑하던 사찰이었다. 추정 신도수는 무려 25만 명. 이 능인선원의 소유자가 바로 지광스님, 속명 이정섭이다.

 

지광스님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으니, 불교대학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2005년부터 건물을 올리고 있었지만 정부 인가가 나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바로 그 타이밍에 김백준이 찾아온 것이다. 김백준이 돈을 요구하자 분노를 참지 못한 지광스님이 죽비를 꺼내, “옴마니 반메흠!” 외치며 김백준의 마빡을 힘껏 내리 치셨... 으면 나무아비타불 관세음보살 하셨겠지만, 불교대학 청탁을 요구하며 순순히 현찰 3억을 내주셨다고 한다.

 

이를 흡족하게 생각하신 가카께선 당선 후에 지광스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접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감사 인사까지 손수 건네셨다고.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던 이명박 장로께서 교회는 어쩌고 사찰을? 의아하게 생각할 분들이 있겠지만, 다들 알다시피 가카는 공명정대한 사람이다. 검찰 조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김백준은 

 

"자금이 바닥나 사정이 어렵다. 기독교계(개신교)에서도 다 돈을 줬는데, 능인선원이 불교계를 대표해 돈을 마련해 달라"

 

고 했다고 하니, 조만간 기독교계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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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밝혀진 가카의 민원인 중 정성으로 치자면 단연 1등인 인물. 정계 진출을 꿈꾸며 2007년부터 꾸준히 청탁을 했다고 한다. 뭐든 꾸준히 하는 건 어렵다는 점에서 일단 따봉 하나(b), 뇌물액이 총 22억 6천만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따봉 하나 더(bb), 그 방법이 섬세하고 감각적이라는 점에서 따봉을 하나 더 추가해 삼따봉(bbb)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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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다시피 가카께선 완벽한 수트핏을 자랑하는데, 그 뒤에는 우렁각시 이팔성 회장의 헌신이 숨어 있었다. 이 회장은 가카께 180만 원짜리 코트 1벌과 150만 원짜리 양복 5벌을 선물했는데 모두 맞춤이었다. 여기서 그의 섬세함이 빛나는데, 이전에 맞춘 양복 사이즈를 재거나, 사이즈를 묻지 않고 직접 양복디자이너를 청와대 공관에 불러 시침질까지 마쳤다고. 

 

게다가 가족들까지 살뜰하게 챙겼는데, 이상주 삼성 전무 등 사위 2명에게 양복 1벌씩, 김윤옥 여사에게는 241만 원짜리 루이뷔통 가방에 현금 1억을 담아 선물하기까지 했다. 이러니 가카께서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다. 이같은 극진한 정성으로 그는 2008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을 따내고, 2011년 연임까지 성공했다.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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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7번.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위해 2008년 초, 김백준에게 4억을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참고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비례 22번까지 당선시켰으니, 7번은 안정권 of 안정권.

 

여기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1. 18대 총선 선거일은 2008년 4월 9일. MB당선 직후라 여당 프리미엄이 깔려 있었고

 

 2. 뉴타운 열풍으로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3.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에서도 비례대표 사고팔기를 했었는데, 비례 1번이 17억, 3번이 15억이었다.

 

를 종합해보면 4억은 당선이 확실한 한나라당 비례 7번 가격치고는 너무 저렴한 거 아닌가 싶다. 가카가 비지니스 하나 만큼은 확실한 분이시니, 특별당비나 다른 방향으로 쿠션을 줬는지 꼼꼼하게 살펴주시길.

 

 

 현대건설 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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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에 2억 6천만 원의 허위 아파트 분양 용역을 준 혐의다. 용역 명단에 이름만 올리고 실제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2억 6천을 챙겼다는 거다. 김백준이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자백했는데, 가카께서 홍은프레닝에 자금을 넣어달라고 현대에 부탁하라 했다고 한다.

 

갑자기 홍은프레닝이 나왔으니 잠깐 지난 편을 복기해보자. 가카는 다스를 자회사 에스엠과 다온을 이용해 이시형에게 승계하던 중 뽀록난 상황이다. 홍은프레닝은 다온에 40억가량을 무담보 저리로 빌려주며 승계를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발만 더 들어가자면, 홍은프레닝은 가카가 서울시장이던 2003년에 세워진 부동산 업체로 뉴타운으로 돈을 짭잘하게 벌었는데, 이시형에게 빌려준 40억이 뉴타운으로 번 그돈이라는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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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금까지 밝혀진 가카의 혐의를 정리해봤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17억. 다스 횡령 350억.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60억. 이러저러한 뇌물 35억.

 

이로써 가카는 오늘 아침부터 무상급식을 먹게 됐다. 곧 재판도 시작될 거란다. 미운 정 더러운 정든 가카를 이렇게 보내려니 시원, 개시원하지만, 마음 한켠에 찜찜함이 지워지지 않는다.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댓글 공작, 포스코 등 아직 밝혀져야 할 일들이 수두룩하니.

 

어쩌면 전과 14범에게 전과 하나 더 얹는 건 그다지 큰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중요한 건 전과를 마다하며 모은 돈, 그 자체다.

 

해서 가카를 이렇게 보내드릴 순 없다. 우리가 그러면 안 된다. 가카를 위한다면, 가카의 저수지는 찾아드리고 보내야 한다. 그것이 온 마음을 다해 가카를 모신 우리의 마지막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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