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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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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갑부 빌 게이츠의 최근 발언이 화제다. 빌 게이츠는 2015년 11월 최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장이 신에너지를 개발하지 않는 이유는 신에너지 개발을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도 멋진 말이지만 1980년부터 IT를 자본시장 한가운데로 몰아세운 주인공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라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말엔 놀라운 통찰력이 담겨 있다. 시장은 ‘수익’과 무관한 짓거리를 절대 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판매되는 상품은 이윤 경쟁에서 살아남은 물건이라 봐도 무방하다.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얘기는 대부분 ‘돈’이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매달 IT 관련 최근 이슈를 다룰 거면서 뜬금없이 ‘시장’과 ‘돈’을 언급한 이유는 앞으로 써야 할 소식에 대한 변명 때문이다. 소식 대부분은 ‘기업’이 만든 상품이지 어느 국립 연구소에서 개발한 혹은 개발하고 있는 순수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순수기술은 그 난해함으로 서술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우리 삶에 그리 와 닿지도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허무하게도 바로 지금 IT 기술들엔 기업의 욕망을 투영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이것으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아니면 빼앗겼던 시장을 어떻게 다시 찾아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1. 블랙베리 Priv (2015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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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로 열리는 Priv 키보드


한때 많은 비즈니스맨들과 오바마의 폰으로 유명했던 RIM의 블랙베리는 현재 점유율이 1%에 지나지 않는다. 나름(?) 절치부심하던 블랙베리는 2015년 회심(?)의 역작 Priv를 발표했다.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추구했다. 블랙베리의 정체성이었던 고유 OS인 BB10을 Priv에서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블랙베리라는 뛰어난 이름을 만들게 했던 물리 키보드는 죽이지 않고 다시 살려 스크린 뒤로 숨겨 놓았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기존의 블랙베리의 톤을 유지하면서 세련되게 바꾸었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을 위해 CEO는 ‘보안’에 보다 신경썼다고는 한다. (하지만 OS가 안드로이드라는 것이 함정)


인터넷에 등장하기 시작한 사용기는 블랙베리 최신 폰에 호의롭다. 확실히 이번 기존 제품은 달라 보인다. 슬라이드 아웃 키보드는 매력적이고 배터리 시간은 아이폰 6s보다 오래간다고 한다. 강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안 할 수 없다. 블랙베리는 스스로 애플, 삼성과 경쟁한다고 말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700달러 Priv를 살 사람은 누구일까?


500달러 이상 시장은 애플이 접수하였고 나머지 시장은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아마 블랙베리는 자신을 받아줄 곳으로 그들을 먹여 살렸던 비즈니스 시장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비지니스 시장 접근은 IT 역사에서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 블랙베리는 한때 비즈니스맨의 필수품이었다. 강력한 블랙베리 메신저와 메일로 업무 처리가 가능했던 유일한 스마트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옛날 얘기. 지금 비즈니스 시장에서도 블랙베리만의 장점을 꼽기는 어렵다.


700달러 가격 책정은 애플, 삼성과 경쟁하기 위한 고급화 정책의 일환이었겠지만, 이 고가 시장에서는 거대한 삼성도 힘들어하고 있다. 개인이 아닌 기업 대상으로 판매 한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이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보급할 때 ‘통제’아니면 ‘원가절감’에 신경을 쓴다. 예전의 블랙베리 폰은 기업에서 직원을 통제하기 위한 폰이었다. 하지만 이 건 안드로이드를 OS로 장착하면서 유명무실해졌고, ‘원가절감’ 측면에서도 대당 700달러는 가당치도 않다. 어쨌든 기업시장에서 블랙베리 Priv는 대접받기 어려워 보인다. 기업 특판으로 300달러 이하로 나온다 하여도 말이다.


최근 연달아 물먹었던 기존 출시 제품과 다른 차별성으로 어느 정도 팔린다 하여도 블랙베리를 회생하기 위한 도전작인 Priv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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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못 쓰는 MS와 블랙베리




2. MS, 안드로이드용 런처 애로우(Arrow) (2015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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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안드로이드 런처 Arrow


PC 시장의 절대 강자 MS는 스마트폰 점유율에서는 블랙베리와 경쟁하고 있다. PC에서 윈도우즈는 어쨌든 UI를 비롯한 모든 방면에서 표준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리면 MS의 존재는 그냥 없다.


MS는 이 분야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IBM OS/2 에 설치된 윈도우즈 3.1을 교묘하게 작동 못 하게 엿먹였던(OS/2에 깔린 WIndows에는 MS Office가 설치되지 않았다.) MS는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 폰에 장착가능한 자신의 런처를 선보였다. 물론 Facebook도 나오자마자 폭망했지만 안드로이드 런처를 선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MS는 페이스북과 류가 다르다. MS는 페이스북처럼 서비스 제공회사가 아닌 OS를 직접 만드는 회사다. OS를 플랫폼으로 하여 세상을 지배한 MS가 안드로이드 OS에 런처를 선보인다는 건 예전의 MS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MS 스스로 스마트폰에서 자신의 입지가 초라다하는 것을 인정한 꼴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MS는 돈을 벌고 있지 못 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인 것이다. 최근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MS 오피스를 iOS에 적극적으로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에서 이윤추구에 있어서 방향은 다르지만 어쩌면 구글과 함께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3. 구글, 안드로이드에 최적화된 AP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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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P 모델을 구글이 바라고 있다.


구글은 모토롤라를 인수했지만, 스마트폰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수직 통합형 모델 선두주자인 애플 모델은 '넘사벽'이었던 것이다. 이 분야에선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MS도 버벅거리고 있다. 영혼이 소프트웨어인 회사들이 수직통합 모델로 성공한 예는 없는 것 같다. 이는 정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OS로 재미 못 보는 것과 같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앨런 케이의 말을 인용했다. “소프트웨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직접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보통 이 말의 방점은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생각되지만, 실상은 자신이 만들었던 맥처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완벽하게 통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 통합을 통해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회사 모두를 따돌렸다.


수직통합 모델은 말이 멋있지 매우 고루한 것이다. 말이 이렇지 결론은 “그냥 나 혼자 다 한다”이다. PC 이전의 BIOS가 없었던 컴퓨터는 모두 수직 통합 모델이었다. 천재 게리 킬달은 어느 컴퓨터에나 OS를 적용할 수 있는 BIOS 개발을 통하여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립 PC 모델인 ‘오픈 아키텍처’를 마련한 것이다. PCI 같은 호환되는 인터페이스는 이런 혁신적인 개방형 모델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모델은 위기를 맞고 있다. 극심한 가격 경쟁으로 하드웨어 이윤은 박해졌고 소프트웨어는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너무 비싸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구글과 MS 공통의 고민은 더 많은 이윤을 스마트폰 영역에서 어떻게 벌어들이느냐다. OS는 더이상 판매할 수 없다. 구글은 웹을 통한 광고, MS는 PC 소프트웨어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윤의 90%를 애플이 독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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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벤더들에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의 모든 설계를 스스로 한다. 그 중의 핵심이 바로 AP(Application Processor), PC의 CPU에 해당된다. 설계를 직접하고, 제조 벤더들을 경쟁시킴으로서 원가를 낮추고 있다. 위 그래프처럼 애플은 AP를 삼성과 TSMC에 의뢰하고 있다.


결국, 부품을 매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힘은 직접 설계에 있다. 구글은 모토롤라를 인수하여 휴대폰을 직접 생산하여 수직 통합을 이루려 했지만 전혀 핀트가 맞지 않았다. 애국심 마케팅으로 ‘미국 생산’을 외쳤지만, 시장은 냉담했다. 변별력 없는 그저 그런 안드로이드 폰에 그쳤기 때문이다. 애플이 가지고 있는 차별성에 대한 구글의 고민이 AP 설계까지 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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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프로젝트 무덤


과연 성공할까? 구글은 선택과 집중을 의외로 못하는 기업이다. 구글은 수많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성공한 프로젝트만이 정식 서비스가 된다. 하드웨어 접근도 이와 같은데 대표적으로 ‘로봇’, ’콘텍트렌즈’ 그리고 그 유명한 ‘구글 글래스’를 들 수 있다. 떠들썩했던 구글 글래스의 소식은 예전만큼 나오지 않는다. 현재로선 이 프로젝트 또한 역사 속으로 사라질 확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구글이 추진하려고 하는 AP 프로젝트 또한 선택과 집중을 받지 못한다면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4. 애플워치 700만대 출하 (2015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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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윤, 애플 와치


지겹겠지만, 애플 이야기다. 서두에서 말한 것과 같이 기술은 판매 상품이다. 상품이 판매되지 않으면 그 무엇이든 폐기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숙명이다. 아직도 의구심에 휩싸여 있는 상품이지만 애플 와치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팀 쿡을 항상 짓누르고 있었던 애플의 새로운 카테고리에 욕망이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올해 3분기까지 애플워치는 700만대로 집계하였다. 매출로는 17억 달어로 추산된다. 3분기 정확한 점유율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2분기 애플워치가 74%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비추어 3분기도 비슷한 점유율일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겠다. 단 삼성의 기어S2의 판매량이 반영안된 수치다. 상대적으로 저가인 스마트 밴드 시장의 경우 핏빗과 샤오미가 1천만 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나름 선전하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 워치 시장의 후발주자였다. 시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제조사의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워치들이 선보인 상황. 하지만 애플은 독보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발표 이전에 일부 있었던 우려마저 종식시켜 버렸다. 구글과 MS가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완벽한 통합을 통한 성공을 향해 주춤거리는 사이 애플은 일관적인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데스크탑, 랩탑, 태블릿, 스마트 폰에 스마트 워치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OS가 다소 불만족 스럽고, 고가이지만 많은 이들의 손목을 애플 워치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 시계를 대표하는 태그 호이어가 17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형 안드로이드 스마트 워치를 발표하고, 삼성의 기어S2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등 애플 워치의 독주체제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보는 것도, 다양한 제조사들의 다양한 스마트 워치들이 이익을 위해 어떻게 경쟁할지 지켜보는 것도 제법 흥미진진하다 할 수 있겠다.




5. 이름하여 로봇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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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0일, 정부의 욕망으로 탄생한 로봇 물고기


한국 정부의 IT 기술 전략은 정직하게 말해서 정치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다. 2015년 11월 10일 4대강 로봇물고기 관련하여 국가출연연구원 모 수석연구원이 1억 원 뇌물 관련 뉴스가 등장했다. 로봇물고기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합리화를 위해 수질검사를 명목으로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한 기술이었다. 


결론적으로 로봇물고기는 실험 결과 조작, 특허·논문 중복, 연구개발비 부당 집행 등으로 얼룩진 총체적 부실 사업으로 57억원이 투입됐지만 결국 헤엄도 제대로 못 치는 고철 덩어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연구원과 기업 간 뒷거래에 대한 혐의 까지 받고 있다. 이 기술은 누구를 위한 기술이었나? 이는 상품도, 사업도 아니다. 그저 위정자를 위한 뇌물의 수단일 뿐이다. 더욱 자세한 논평보다는 시원한 '욕' 한 사발로 마무리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정신 건강에 좋다 할 수 있겠다.



인류를 위해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빌 게이츠의 최근 말에 격하게 동감한다. 하지만 로봇물고기의 통해 알 수 있듯 기술이 누군가의 기회주의적 발상에서 개발 되고 추진된다면 재앙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필자는 매월 재미를 위해서 이윤을 추구하는 IT 기업들이 어떻게 성공하고, 어떻게 삽질하고 있는지 뜬금없이 브리핑할 생각이다.


그럼 다음 달 뜬금없이 찾아뵙도록 하겠다. 커밍 쑤~운!







 tre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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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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