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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결승전만 앞두고 있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슈팅 하나 하나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텐션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 월드컵의 진정한 매력인 만큼, 짜릿한 승리와 침울한 패배가 수많은 국가를 스치고 지나가며 사람들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드러나 요모조모, 그리고 살포시 빼꼼한 잔재미들을 정리해본다.

 

 

1. 수비전술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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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토 나오는 3겹 페스츄리 수비전술

 

전 세계에서 전술적 철학을 가장 특징적으로 구현해 낸 감독을 세 명만 꼽자면,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AT마드리드(이하 ‘마덕리’)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을 꼽겠다. 과르디올라의 압도적인 점유율과 짧은 패스로 상대를 가둬놓고 패는 스타일은 월드컵 무대에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우승팀 스페인이 구현해냈던 바 있다. 2014 월드컵에서 티카타카식 축구는 전멸했지만, 과르디올라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한편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잘 버무린 독일은 전술적인 팀이라기보다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를 자랑하는 ‘강팀’이었다.

 

반면, 2018년엔 시메오네 스타일이 대세였다. 4-4-2, 혹은 4-5-1 등, 포메이션이 점유율 따위 옆집의 개에게나 주고 두 줄, 세 줄 수비를 세워 역습의 한 방을 기도하는 전술은 이번 월드컵에서 많은 팀들이 선택한 전략이었다. 결승까지 올라간 프랑스를 필두로, 포르투갈, 덴마크, 스웨덴, 우루과이,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 이란, 그리고 한국까지. 이 가운데엔 원래 수비적인 팀도 있고, 트렌드에 맞춰 변화된 전술로 나선 팀도 있다. 어쨌든 디테일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수비 지향적인 추꾸라는 하나의 철학으로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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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6에서 이탈리아(하얀색) 수비라인이 보여준 아름다운 움직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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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한국 수비라인의 움직임. 손을 들며 수비라인을 지휘하는 이가 바로 장현수다.

 

매 월드컵 마다 수비라인의 움직임을 풀샷으로 보는 맛이 있던 팀은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였다. 수비와 압박 전술의 명가이고, 안토니오 콩테 감독의 손에서 부활한 쓰리백 전술은 유로 2012의 이탈리아에 그대로 이식되어 비록 우승은 못 했지만 치르는 게임마다 명경기를 만들어냈던 바 있다. 이런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온 2018년의 스웨덴은, 내 생각보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보다 졸라 쎈 팀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쎈 팀’이라 정의내릴 수 없겠지만, 전술적으로 매우 높은 완성도를 보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들이 펼치는 역습, 그들이 막아내는 공격은 (비록 졸렸으나) 꽤 보는 맛이 있었다.

 

수비 지향적 축구는 유로 2016이나 코파 아메리카 2015에서 각각 포르투갈과 칠레가 우승한 것에서부터 대세로 자리 잡았다. 두 팀은 호날두와 산체스라는 월드클래스 공격수를 전방에 박아두고 나머지 9명이 보는 사람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다니며 상대를 압박하는 축구를 펼쳤다. 두 팀 모두 세계무대에서 손꼽히는 강팀이지만, 대륙 컵대회의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곤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팀이었다. 두 팀은 아주 실리적으로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이들의 우승을 지켜본 다른 국가들이 수비와 압박을 최우선으로 가져가는 전술을 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반면, 오랫동안 구축해 온 전술철학을 이번 월드컵에서도 유지한 팀도 있다. 스페인, 독일, 일본,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폴란드, 스위스 등의 팀은 그냥 늘 ‘하던 대로‘ 나왔다. 특히, 시작부터 경기 종료까지 점유율과 패스 개수는 압도적이나 골을 만들지 못하다가 그대로 광탈한 스페인의 모습은, 마치 침몰하는 전함의 갑판 위에서 꿋꿋이 경례한 자세로 고꾸러지는 선장을 보는 것 같았다. 사실, 급작스러운 감독 교체 직전의 스페인은 압도적인 퀄리티를 유지했었는데, 철학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선수들도 이전과 그대로이나 감독이 팀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팀이었다. 2018의 스페인은, 감독이 아니라 이니에스타나 라모스가 끌고 가는 팀이었다. 어쨌든 고집스럽게 축구 철학을 유지한 그들의 모습은 비록 탈락했지만 꽤 괜찮았다. 약간, ’병신 같지만 멋있어‘랄까.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한 팀도 있다. 잉글랜드다. 잉글랜드는 대세를 따르지도, 자신들의 스타일인 뻥축을 고집하지도 않고 이전에 봐 왔던 잉글랜드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일단, 이동국과도 인연이 있는 덕장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선임부터가 놀라웠다. 승부차기 삽질로 전 국민의 욕받이가 됐던 그가 감독으로서도 그다지 좋지 못한 커리어를 극복하고 성인대표팀의 감독으로 취임한 것도 놀라운 장면이지만, ‘제라드. 스콜스, 램파드’ 논쟁으로 대표되는 잉글랜드의 쓸데없이 가오를 지키는 축구를 버리겠다는 선언이었다. 영국 신사의 모델 같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선수 발탁은 매우 실리적이었고, 팀의 전술도 과르디올라와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을 수용해 뻥축의 대명사 잉글랜드를 미드필더를 거치는 축구로 만들었다. 전차군단 독일이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폭망한 후 트렌드 전술을 이식하며 초강팀으로 떠올랐던 것처럼, 어쩌면 잉글랜드가 다음 유로대회에서 사고를 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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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팀이 누가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상당수의 팀이 ‘확고한 수비‘에 방점을 찍은 컨셉으로 나선 월드컵임은 분명하다. 이 같은 현상은 한동안은 계속 유지될 것 같다. 극단적으로 내려앉는 팀을 잘 뚜까 패는 전술은 이미 과르디올라가 맨시티에서 구현해 내고 있으나, 그 정도의 수준까지 갖춰야 할 조건이 너무나 많다. 벨기에의 케빈 데 브라이너는 4강 전에서 프랑스의 투 볼란치 수비 전술에 고전하다가 결국 패배했고, 경기 후 프랑스의 수비 축구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런 말을 남겼다.

 

“님들, 나 뛰는 팀 맨시티인 거 모름? 맨시티를 상대하는 팀은 다 완전 수비적으로 나온다고. 그냥 우리가 못 뚫은 것 뿐야.”

 

결국, ‘뚫느냐 못 뚫느냐‘의 일변도로 이뤄지는 경기들이 월드컵이나 유로, 혹은 챔피언스 리그 등 토너먼트 경기에선 더욱 많아질 것이다. 꽤 오래전부터 이 같은 양상의 경기는 종종 있었지만, 현재 압도적인 대세를 이룬 전술이 없는 만큼, 수비 지향적 축꾸는 모든 팀의 안전빵 전술로 채택될 것 같다. 하지만 팬들은 시원시원한 공격 축구를 원하고 강팀일수록 그 요구는 강해진다. 프랑스는 조심스럽고 수비 지향적인 전술로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다음 월드컵은 그럴 수 없을 것이고 또 파훼법도 나올 것이다. 다음 월드컵에선 위르겐 클롭의 게겐 프레싱에 기반한 빠른 템포의 공격 축구가 대세 전술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2. 주최 대륙 징크스는 여전히 강려크했다.

 

 1) 아시아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아시아 팀들에게 최악의 월드컵이었다. 죄다 광탈했고 이란 정도를 제외하면 어떤 특징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에 반해 2018 러시아 월드컵은, “희망을 봤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겠다. 갑작스럽게 감독을 교체하고 원래 하던 패스축구로의 복고를 선택한 일본은, 놀랄만한 경기력과 일본답지 않은 경기 운영(폴란드전 마지막에 보여준 극단적인 볼 돌리기나, 벨기에 전 마지막에 선택한 코너킥 올인은 정말로 일본답지 않았다.)은 앞으로의 일본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반면, 2011년부터 케이로스가 ‘이멤버리멤버’로 주구장창 시도한 수비축구는 이번에도 16강에 오르지 못하며 종결됐는데, 팀이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를 본 듯해 미래가 다소 걱정된다. 한국이 누굴 걱정할 처지냐고? 어차피 그깟 공놀이인데 뭐.

 

 2) 유우럽

 

2014 월드컵에서 남미 팀들은 호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었다. 브라질이 독일에게 7-1 개폭망한 사례가 있지만, 어쨌든 아르헨티나가 남미를 대표해 결승전까지 올라가며 그럭저럭 ‘주최 대륙 징크스’를 유지했다. 그 징크스는 이번에도 다소 유효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활동량, 그래서 진짜로 약 빨고 뛰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던 주최국 러시아의 극한 축구도 고무적이고, 스웨덴과 덴마크가 각각 8강, 16강까지 오른 것도 인상적이다. 물론, 유로 2016에서 8강까지 오르는 드라마를 쓰며 선전한 아이슬란드는 조별리그 탈락했지만, 어쨌든 북유럽 팀들은 그럭저럭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 북유럽 팀과 비슷하면서도 다소 다른 동유럽 팀들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가장 전통적인 동유럽식 축구를 구사한 세르비아는 꽤 괜찮은 경기를 펼쳤으나 험난한 조를 뚫어낼 필살기가 없어 광탈했고, 폴란드는 역대급으로 초지일관 실망스러웠다. 그나마 자존심을 세운 것은 크로아티아 정도. 북유럽과 동유럽 팀들은 시시각각 대세 전술이 바뀌는 유럽 축구의 일원이면서도 전술적 고집이 강한 편인데, 다음 월드컵에서도 세대교체는 좀 있겠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팀 컬러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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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전 러시아의 활동량 스탯. 러시아는 매 경기 이 정도 수준으로 뛰어다녔다. 캡틴 아메리카도 절레절레할 활동량이다.

 

 

 3) 중남미

 

‘간신히’ 16강에 진출한 아르헨티나처럼, 중남미 팀들은 2014 월드컵의 호성적이 무색하게 고전했다. 멕시코는 한국 덕에 ‘진출 당했고’, 콜롬비아는 끈적끈적하고 지저분한 축구로 일관했으며, 아르헨티나는 감독이 흘린 땀의 수량에 비해 고민이 별로 없어 보이는 축구를 보여주다가 탈락했다. 솔직히 16강 간 것도 신기한 경기력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브라질이었다. 자국에서 독일에게 안드로메다 관광버스를 탔던 4년 전에서 교훈을 얻어, 자존심을 많이 버리고 꽤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선택한 티테 감독은 벨기에를 만나기전까지 압도적인 승률로 우승후보로 불렸다. 사실, 경기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브라질이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꽤 센세이션한 일이었다.

 

 4)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카메룬, 세네갈, 나이지리아로 대표되는 중서부 지역의 국가들이 네이션스컵 우승을 번갈아 거머쥐며 비등비등한 경기력을 보여 왔다. 반면, 모로코, 알제리 등의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언제나 이에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모하메드 살라가 이끄는 이집트가 신흥 축구 강국으로 떠올랐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기대를 모았으나 광탈. 이집트 뿐 아니라 전통의 강호들도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안습한 모습을 보였다. 아프리카 팀들은 스쿼드는 괜찮은데 조직력 면에서 매우 엉성한 플레이가 자주 나왔는데, 수비 조직력이 화두로 떠오른 이번 월드컵에선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3. 스타의 퇴장, 스타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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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진다...

 

팬들이 그토록 기대하던 ‘메호대전’(메시와 호날두의 대결)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두 선수의 나이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월드컵에서 메호대전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메호대전은 커녕 두 선수의 다음 월드컵 출전도 불투명한 상황. 이 밖에도 이니에스타, 마스체라노, 혼다 케이스케 등, 월드컵 단골 손님들도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10여 년간 축구계를 호령했던 스타들의 퇴장을 지켜보면 한 세대의 마지막이 저무는 감흥에 젖게 된다.

 

일반적으로 월드컵은 스타 탄생의 요람이라 불렸다. 국가대표팀 특성상 높은 수준의 전술 구현이나 조직력 완성이 어려웠고, 따라서 한 명의 번뜩이는 플레이로 결과를 뒤집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메시와 호날두가 월드컵 무대에 오를 때마다 마라도나나 펠레의 훈수를 들을 수밖에 없던 것도, 마라도나와 펠레, 혹은 호나우지뉴나 지단이 보여준 월드컵에서의 퍼포먼스가 워낙 강렬했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수비 컨셉이 대세를 점유한 까닭에 번뜩이는 플레이로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 물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르헨티나의 멱살을 끌고 16강에 올라간 것도 메시였고, 스페인과의 명승부를 캐리하며 포르투갈을 이끈 것도 호날두였으나,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두 팀은 결국 팀 완성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6강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메시와 호날두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네이마르 역시 벨기에에게 참교육을 당하며 팀과 함께 집으로 돌아간 것은 이번 앞으로의 월드컵 역시도 슈퍼스타에 의존한 전술은 고전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브라질 공격의 시작이자 끝인 네이마르가 봉쇄당하자 아무것도 못했고, 그나마 네이마르가 조금 살아난 후반전엔 팀이 받쳐주지 못했다. 그런 네이마르 대신 스포트라이트가 모인 곳은 다소 의구심 짙은 눈빛이 있던 음바페였다. 음바페의 대활약에서 보듯, 전술적인 트렌드가 스타가 활약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어도 슈퍼스타의 탄생까지는 막지 못했다. 한국도 킹영권과 빛현우라는 뜻밖의 스타가 재탄생하지 않았던가. 

 

 

4. 중국 없는 중국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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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총 광고액인 24억 달러 중 중국 기업의 광고액은 8억 3500만 달러로 전체 비중의 약 30%를 넘어섰다. 미국의 두 배, 개최국 러시아의 10배에 이르는 수치다. 중국의 축구굴기 프로젝트는 이제 월드컵에서도 그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부동산 회사인 완다그룹의 광고판은 이번 월드컵에서 계속 눈에 들어왔다.

 

국가대표팀은 자본의 논리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의 축협도 스폰서에 의해 유지되며, 감독 교체나 선발 라인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일본이 급하게 감독을 교체한 배경에도 스폰서의 영향력이 있었다. 할릴호지치가 혼다 케이스케를 비롯한 스타 선수들을 제낄 움직임을 보이자, J리그를 지탱하는 수많은 스폰서들이 먼저 움직였다. 한국 축협이나 일본 축협보다 훨씬 더 정치적인 집단인 FIFA는 스폰서를 유치할 수 있다면 대놓고 한 국가를 밀어주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1994년 미국 월드컵이다. 축구 불모지였던 미국에 FIFA는 월드컵 유치를 밀어주었고, 당시 국무장관이자 축덕이었던 헨리 키신저 장관의 노력으로 미국은 손쉽게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다. 사실, 인프라나 흥행 면에서 경쟁 국가인 모로코나 브라질은 게임이 안 됐다. 결과는 대성공. 이후 미국엔 프로축구리그가 창설되고, 나이키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FIFA의 오랜 스폰서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2015년부터 FIFA에 부패 스캔들이 몰아닥치고 유럽축구연맹(UEFA)와 갈등을 빚는 통에 주요한 스폰서였던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FIFA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고, FIFA는 축구굴기를 시전하던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양자의 이해관계는 딱 맞았고, 중국 기업들은 월드컵 스폰서뿐 아니라 공식 파트너 자리도 노리고 있다. 게다가 중국 리그는 세계 이적 시장의 한 축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 파울리뉴가 토트넘에서 중국으로 갔다가 바르싸로 가고, 다시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 하나의 좋은 사례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 대표팀의 축구 수준은 월드컵 본선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2030년 월드컵 유치를 목표로 잡은 중국으로썬, 빠른 시일 내에 월드컵 본선, 최소한 플레이오프라도 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어쨌든, 중국의 축구굴기는 시진핑의 장기 집권과 함께 계속 유지될 것이며, FIFA와 중국의 밀월관계가 어떤 시너지 효과, 혹은 어떤 꼼수를 발휘하게 될지는 지켜볼 포인트이다.

 

 

보나스. 결승전 프리뷰 : “조까치 축구하는 팀” VS “졸라게 뛰댕기는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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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의 황금세대. 솔직히 잉글랜드와의 전반전만 봤을 때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크로아티아의 우승을 밀었던 나조차, 그들의 후반전 대활약을 믿을 수 없었다.

 

편집부 코코아 기자와의 노가리에서 필자는 크로아티아의 우승을 예견했었는데, 그 이유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보여준 크로아티아의 멋진 압박형 4-2-3-1 전술에서 우승팀의 향기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16강부터는 수비라인을 다소 올리고 풀백의 오버래핑에서 공격을 풀어나가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덴마크나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경기 초반부터 선제골을 얻어맞았기에 전체적인 경기 흐름이 잠금 모드로 끌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2011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파라과이는 6무 1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결승까지 진출, 결국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피 튀기는 연장 승부와 승부차기로 강팀들을 연달아 꺾은 파라과이의 포쓰는 축덕들에게 “엄마 쟤 뭐야 무서워” 였다. 코파 아메리카는 12개국이 참가하여 16강 전 없이 바로 8강전에 돌입하는 대회인데, 월드컵은 결승까지 단판 승부만 3차례 치른다. 크로아티아는 모든 토너먼트에서 연장 120분을 뛰는 극한의 퍼포먼스를 보였고, 그렇다고 조별리그에서 로테이션을 돌린 것도 아니었다. 매 경기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면서 강철왕인 만주키치가 힘겹게 걷는 희귀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고, 모드리치가 광고판에 기대서 잠시 쉬는 그림도 보였다. 다음 경기에선 도저히 뛰지 못할 것 같은 선수들이 기이하게도 부활하여 또다시 경기장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주전선수 대부분이 30대 이상인 이 팀엔 일반적인 스포츠 과학이 통용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음이 확실하다. 황금 세대가 마지막 월드컵에서 발휘하는 투혼은 참으로 응원하는 맛이 있다.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결승을 치렀다면, 부제를 ‘가오를 버린 팀’과 ‘가오를 덜 버린 팀’이라 쓰려 했다. 지단 시대의 대성공 이후, 프랑스는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세대의 대표팀 차출 논란으로 수년 간 시끌시끌했고, 가장 정치적인 대표팀답게 대통령까지 나서서 훈수를 두는 상황도 있었다. 감독이 점성술로 라인업을 짜던 2010년의 흑역사를 지나 로랑 블랑을 거쳐 2012년부터 무려 6년간 팀을 이끈 디디에 데샹 감독은 프랑스 대표팀에서 축구 외적인 논란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아이러니컬 하지만 독일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 도중 발생한 파리 테러 이후 이 팀의 멘탈적인 퀄리티도 조금씩 완성되어갔다. 결국, 이번 월드컵에서의 프랑스 대표팀은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의 후예들이 선발 라인업에서 다수를 포진했고, 일각에서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지만, 축구에 미치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우승보다 더 중요한 명분이 있을 리가 없다.

 

가오를 버린 것은 더 있다. 출세간 급 플레이메이커에게 예술적인 플레이를 기대하는 프랑스의 아트사커는 어디까지나 공격 지향적인 축구에 기반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에서의 프랑스는, 때로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투 볼란치, 후반전엔 아예 쓰리 볼란치까지 쓰면서 가오를 내다 버린 전술을 쓰기도 했다. 지단급의 플레이메이커도 없고, 플레이메이커를 두는 전술도 퇴화된 현재로선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월드클래스급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이 한 트럭인 프랑스가 맘먹고 걸어 잠그면, 그걸 뚫어낼 팀은 거의 없다. 여기까지라면 괜찮았을 텐데, 음바페나 포그바가 벨기에전에서 보여준 시간끌기용 더티플레이는 “거 게임 조까치 하네” 소리가 절로 나오게 했다. 농락당할 만큼 잘하는 상대를 보면 그런 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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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도의 팀이, 음바페 정도의 선수가 이런 플레이를 하면 상대팀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토너먼트를 치르며 보여준 두 팀의 공격 패턴은 단순하다. 크로아티아는 ‘풀백이 먼 쪽 깊은 곳에서 크로스를 올리고, 페르시치나 만주키치 같은 뚝배기 자원이 짤라먹는다. 세컨 볼이 흐를 경우 모드리치나 라키티치 같은 중거리 자원이 후린다.’ 프랑스는 ‘깊게 내려서 볼을 탈취한 뒤, 음바페와 그리즈만은 뛰어나가고 지루는 연계한다. 탈취 후 빠른 역습을 계속 시도한다.’


문제는 상대팀들이 알고도 당했다는 것이다. 결국, ‘누가 먼저 점유율을 가져가는 플레이를 시도할 것인가’의 싸움인데, 프랑스가 상대적 약체인 크로아티아에게도 걸어 잠그는 전술을 쓸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강팀이 점유율을 더 많이 가져가면서 경기를 주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림인데, 과연 프랑스는 끝까지 가오를 버린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맞서는 크로아티아는 과연 끝까지 미친 듯이 뛰어다닐 수 있을 것인가. 이 싸움이 결국 결승전의 승자를 가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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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교양서를 쓰고 있는, 딴지가 배출한 또 하나의 잉여 작가
딴지의 조선사, 문화재, 불교, 축구 파트를 맡고 있슴다.
이 네 개 파트의 미래가 어둡다는 거지요.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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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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