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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다들 습기와 더위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에어컨의 실제 소비전력 측정 결과를 올렸던 글을 찾는 분들이 많다. (에어컨 전기요금의 진실 1 : 냉방이냐, 제습이냐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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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올해도 에어컨을 포함해서 집안의 전력 사용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 및 연중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이사를 하면서 작년의 측정장치를 정확도나 기능면에서 좀더 개량해, 두꺼비집 내의 4개 전력량(조명, 에어컨, 벽전원1, 벽전원2)을 구별하여 측정 중이다. 그 결과는 매 1분마다 와이파이를 통해서 서버(ThingSpeak)에 전송, 누적해서 자료를 기록하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

 

아래는 현재 두꺼비집에 설치한 모습이다. (뚜껑을 닫기 전) 전기 배전반 내 4개의 전력량들을 각각 측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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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내 스마트폰에서 현재 각종 IoT 어플들을 모아놓은 홈스크린 화면이다. 전력량과 수돗물 사용상황 등도 실시간 모니터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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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된 것은 아래와 같이 그래프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집에 누가 있고, 뭘 하고 있는지 외부에서도 대충 파악이 된다. (언제 일어났는지, 화장실엔 얼마나 있었는지, 언제 식기 세척기가 돌고 언제 밥을 하는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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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터 에어컨

 

각설하고 본론으로. 인버터 에어컨이란 압축기의 회전수가 조절되는 제품이다. 반면에 정속 에어컨은 압축기가 최대속도로 고정되어 운전된다(압축기는 선풍기처럼 3단 조절하듯이 가변속은 어려움). (정확한 비유는 아니나) 쉽게 달리기로 비유하면, 정속 에어컨은 전속력 질주만 가능하고, 인버터 에어컨은 전속력 질주는 물론이고 조깅을 하거나 심지어는 천천히 걷는 정도도 가능하다.

 

같은 1km의 거리를 간다고 할 때, 걸어서 가면 크게 힘이 들지 않지만, 전속력으로 뛰어서 가면 기진맥진하여 온 힘이 다 빠지게 된다. 대신 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한편, 1km 거리를 10분 내에 가야 한다고 하면, 약간 빠른 걸음으로 쉬지 않고 가면 10분 내에 가능하다. 만약 5분 이상 쉬었다가 간다면 거의 전속력으로 뛰어야 된다. 그리고는 1km 도달 후 떡실신을 할 것이다. 해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힘이 덜 들게 하려면, 적은 힘으로 쉬지 않고 계속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것이 인버터 에어컨이 전기를 절약하는 몇가지 이유 중 핵심이다(시중엔 이러한 핵심을 모르고 인버터를 설명하는 글들이 너무 많다).

 

요즈음 같이 혹서기엔, 우리집은 가급적 하루 24시간을 켜둔다. 그렇게 해서 역대급 더위였던 작년(2017년)에 여름 한철 에어컨 전력량이 256.7kWh에 불과했다. 올해 기준으로는 전기 요금 적용 구간에 따라서 최소 48,234원 ~ 최대 72,030원 수준이다. 즉, 한 달에 5만원 꼴도 안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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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있다.

 

가급적 끄지 않고 계속 켜대는 것이 경제적인 것은 이미 알려져 있으나, 집에 사람이 없는데도 24시간을 트는 것은 분명 아닐 말이다. 한나절 이상 비우는 경우에는 끄는 편이 낫겠지만, 가족끼리 외식을 다녀오거나 마트에 갔다오는 정도라면, 에어컨을 켜 두는 것이 애매하다. 그래서 실제로 측정하여 정밀하게 비교 분석을 해 보았다. 즉, 외출하는 동안 잠시 껐다가 다시 켰을 때의 소비전력 변화를 관찰해 본 것이다.

 

이렇게 실측한 정량적인 자료는 에어컨 제조사에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 주택에서 측정하지 않고는 이런 실험 조건을 구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래가 측정 결과 그래프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한 차이 및 인버터의 효과를 알게 되었다. 아래에 기록된 에어컨 운전 상황은, 저녁에 외식을 위해서 계속 켜두던 에어컨을 끄고, 약 1시간 30분 후에 귀가하여(27도 설정온도) 그대로 다시 켠 것이다(다만 외출 동안 창문은 환기를 위해서 일부만 열어 두었다).

 

우리집 설정온도는 27도로 맞추고(풍량은 강풍) 있는데, 에어컨을 끄기 전에는 전력량이 317와트 정도로 안정적인 상태였다. 끄기 전에는 소비전력이 아주 낮고 일정함을 볼 수 있다(2 in 1 에어컨인데 거실의 스탠드형 실내기만 켜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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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아래와 같다.

 

- 정확히 1시간 33분 동안 꺼서 절약된 전력량은 482.5Wh (~ 317W x 1시간33분) 이다.

 

- 집에 돌아와 그대로 다시 켜니, 초반부에 압축기가 풀가동을 하면서 거의 2000W 가까이 큰 순시 전력을 먹으면서, 실내온도를 설정온도 가까이 떨어뜨리기까지 1시간 이상 전기가 많이 소비되었다. 이 구간에서의 소비전력량은 무려 949.0Wh나 되어 앞서 외출 중 절약했던 482.5 Wh의 두 배나 되었다.

 

- 실내 온도와 에어컨 사이클이 완전히 안정화 되기까지는 2시간 가량이나 더 걸려서, 최종 안정화까지 215.0Wh 만큼이나 더 전력을 소비했다. (실제로 최종 안정 시간은 위 그래프에서 새벽 1시가 넘어서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냥 0:30분 경으로 간주했음)

 

- 결과적으로 그냥 켜두었을 때보다 1164Wh(= 949.0 + 215.0) 만큼 비효율적으로 운전하게 되므로, 외출을 하더라도 그냥 켜두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681.5 Wh를 더 낭비한 것이다. 즉, 482.5Wh를 아끼려다가 그보다 141%나 더 지불하게 된 것이다. 다른 말로는 1.5시간 전기를 아끼려다가 오히려 2시간 넘게 틀 수 있는 전기를 추가로 낭비했다.

 

- 전기 요금만 더 나오는 것이 아니라 껐다가 다시 켜므로, 높아진 실내 온도 때문에 쾌적감도 훨씬 나쁘게 된다.

 

 

이로부터 나의 결론은 아래와 같다.

 

인버터 에어컨의 경우 2~3시간 이내 정도의 외출이라면, 적정한 설정온도로 켜두는 것이 외출 중 꺼두는 것보다, 경제적으로나 실내 쾌적감 측면에서 더 이득이다. 즉, 3시간 이내에 다시 켤 것이라면 끄지 않는 것이 나은 것 같다. 비슷하게는, 전기료 아낀다고 잠잘 때 껐다켰다 수고하지 말고 그냥 켜두는 게 개이득이다.

 

물론 이건 내가 사용한 LG 인버터 2 in 1 에어컨으로 27도 설정을 해서 사용하고 있는, 특정 상황에서의 결과이므로 (정량적값을) 일반화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니 이 점은 참고하시라. 

 

 

 

** 덧

 

혹 글에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을 듯 하여, 좀 더 분명하게 몇가지를 첨언한다.

 

1. 이 결과(특히 수치들)는 일반화 시켜서 적용할 수 없다. 다만 일반적인 인버터 에어컨이 이러한 특성을 가진다고 이해하면 된다. 

 

2. 위 측정은 에어컨을 끈 1.5시간 동안 창문 일부를 열어 놓은 상태였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았거나 아예 닫아 놓았다면 적지 않게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3. 일반적인 인버터 에어컨의 내구성은 살살 운전하는 정도로는, 하루 종일 틀어놓아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지만, 최근 에어컨 실외기에서 화재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하는 뉴스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 즉, 계속 켜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어떤 설치 환경과 관리 상태에 있는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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