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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한국사의 심화편으로 찌라시 중국사를 준비해 봤어. 중국과 우리는 고대로부터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의 역사는 뗄래야 뗄 수가 없어. 중국사를 알게 되면 한국사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재미가 배가 될 테니 일단 따라와 보라고.

 

중국의 역사 중 요순시대는 일반적으로 전설적 국가로 치부를 하고 있고, 그 뒤 하상주 시대가 이어져. 첫 시간으로 기원전 1000년경 상(은)나라를 비빔면도 아닌데 맛나게 말아먹은 미녀 이야기로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해.

 

요순시대와 하상주 시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국의 춘추 전국 시대 이전의 이야기야. 춘추는 중국 사상의 최고봉 공자님께서 쓰신 책이야. 책 이름으로 시대 구분을 할 정도이니, 중국에서 이 분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강조하지 않아도 다들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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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신연의>의 '달기(판빙빙)'

 

오늘의 주인공은 음란 미녀 달기야. 그녀가 상(은)나라의 주왕을 꼬드겨서 준비한 대형 이벤트가 많이 있는데, 3000년이 지난 지금도 오금이 저릴 정도야. 1990년대 초반에 투명 비닐 옷을 입고 나타나 한국 주류 사회를 놀라게 한 박진영은 그녀의 창의력에 비하면 유치원생 수준이지. 창의력도 뛰어나지만 미녀인 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어.

 

대표적인 것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주지육림! 연못에 술을 가득 채우고, 고기로 조경을 해서 숲을 이룬다는 말이야. 요즘도 지구라는 행성에는 굶어 죽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판이야. 저 시대에 고기로 인테리어를 하고 연못에 술을 가득 채우다니! 흔히 지나치게 사치스런 파티를 일컬어 주지육림이라고 해. 여기에 여러분이 더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니, 중국사 어렵다고 미리 겁먹지 말고 일단 더 읽어봐~

 

<사기>에 따르면 주왕과 달기에 대한 기록이 있어. '주왕은 술을 좋아하고 여자도 좋아하였다. 특히 달기라는 여자를 사랑하여 그녀의 말은 무엇이든 들어주었다.' 상(은)나라 파티 왕 주왕과 음란 미녀 달기의 콜라보가 빚어낸 분야는 실로 다양해. 첫 번째는 음악이야.

 

“왕이시여! 요즘 음악은 너무나도 구립니다. 좀 더 쌔끈하고 관능적인 음악이 필요합니다. 저는 밤낮으로 당신만을 생각하는 바보 같은 여인입니다. 헌데 음악이 너무 후져서 분위기도 안 살고... 그런 일이 이어지면 저희 금슬도 자연스럽게 나빠질 것이옵니다.”

 

다음날부터 궁중 최고의 작곡가 연은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음악 작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고, 궁중은 음란한 음악으로 넘쳐나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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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주지육림. 달기는 아예 날을 잡아 작정하고, 온갖 교태를 부리며 주왕에게 끈적이는 목소리로 새로운 파티 프로젝트를 제안했어. 주왕은 특히 달기가 뒤태를 보이며 몸을 최대한 꼬은 상태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면 모든 청을 다 들어주었다고 해.

 

“마마... 아직도 부족하옵니다. 아니, 차라리 궁중 음악이 발전하지 않은 것이 나을 뻔했습니다.”

 

“무슨 소리냐? 네 부탁으로 신하들 눈치 봐 가며 쌔근한 음악을 만들어서 파티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는데, 무엇이 부족하더냐. 요즘 분위기 좋다고 태자들도 좋아하던데.”

 

“마마, 저는 쾌락의 끝을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살면 100년을 살다 가겠습니까? 쾌락의 끝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나라에서 오직 왕 한 분이 갈 수 있는 것이지요. 소녀가 대왕마마가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좀 얹어 놓으면 아니 되겠사옵니까? 소첩 다시 태어난다면 대왕마마의 여자로 못 태어날지도 모릅니다. 이번 생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마마 저를 홍콩으로 보내 주시옵소서.”

 

“좋다! 내가 왕인데 무엇을 못 하겠느냐. 네 소원이라는데! 그래 지상 최고의 파티. 다시는 없을 파티를 열어 보자꾸나.”

 

지옥문 아니 주지육림의 문이 열렸어. 연못의 물을 퍼내기 위해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었어. 물을 다 퍼내고 연못 아래와 주변에 술이 새지 않게 공사를 시작했어. 이어서 거대한 연못에 술이 가득 채워졌어. 이슬 같은 소주나 값싼 와인을 부었겠어? 북중 정상회담 때 중국이 만찬주로 내놓은 시가 2억 원 상당의 마오타이주 같은 술로 연못이 채워졌겠지? 신라의 포석정은 애교지 뭐.

 

이제 파티장 분위기를 더욱 업 시키기 위해 풍선도 좀 띄워야겠지? 이 시대는 풍선이 없으니, 연못 주위의 진기한 나무에 각종 산해진미를 걸어 놓는 괴기한 스타일이 완성되었어. 보기 좋은 떡이긴 한데 맛있을 거 같진 않아.

 

이제 파티 피플이 필요하겠지? 달기는 전국에 걸쳐 아름다운 미소녀 1천 명을 선발했어.

 

<미스 주지육림 선발 대회 공고 및 특전>

 

참가 자격 : 미모가 뛰어난 미혼녀

 

특전 : 각종 산해진미 삼시 세끼 제공. 술 무제한 제공. 궁 안 최신 시설의 숙소 제공. 최고위급 인사들만 참가하는 각종 파티 무료 입장 및 심지어 의상비 전액 지원.

 

어때. 구미가 좀 땡기시나? 밤 8시 입장해야 기본 세팅 찔끔 제공하는 게 아니야. 물 좋은 클럽에서 실컷 놀고 택시비 걱정 없이 잠도 잘 수 있어. 거기다 명품 옷까지 준다니! 하지만 이런 광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독소 조항이 있을 거라는 것 정도는 이미 눈치챘겠지? 각설하고, 파티장 건설 때부터 엄청난 인력이 동원된 초대형 프로젝트가 드디어 완성되었어. 상(은)나라의 주왕은 개회사를 아래와 같이 선언했어.

 

“아. 아. 마이크, 마이크 테스트. 내가 그동안 달기를 만나지 못하여 파티의 참맛을 알지 못하였으나, 쾌락 끝판왕 달기를 만나 이렇게 지상 최대이자 최고의 파티를 열게 되어 눈물이 앞을 가리는 바이다. 오늘의 드레스 코드는 파티 초대장에 공지한 대로 네이키드이다. 으하하하. 여봐라, 어서 저 막을 올리고 파티를 시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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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어. 파티에 참석한 남자 참가자 전원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주왕의 개회사를 듣고 있었어. 그가 파티의 시작을 알리자 숲 한가운데 있던 막이 내려졌고, 그 안에는 달기가 뽑은 1천 명의 여자들이 발가벗은 채로 모습을 드러냈어. 주왕이 호루라기를 불자 여자들은 일제히 도망을 쳤고, 남자들은 여자들을 쫓기 시작했어.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움직이니 여기저기 넘어지고 부딪히고 난장판이 되었음은 물론이야. 이 와중에 술로 가득한 연못에 빠지게 되면, 그대로 수영을 하면서 술을 마시는 자들도 있었고, 배가 고프면 나무에 매달린 각종 산해진미로 배를 채웠지.

 

배가 부르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젊은 남녀가 (마치 아담과 이브처럼 야외에서) 마주하고 있으니 그다음 일은 차마 19금이라 생략할게. 교성과 괴성과 구토가 넘치는 기괴한 파티가 밤낮으로 이어졌다고 해. HBO 미드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이 벌어진 거야. 그들은 태양이 뜨는 것이 두려웠어.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장야지음이었어. 해가 떠도 문을 닫고 야릇한 조명을 밝혀 인위적으로 밤의 분위기를 만들어, 파티를 이어갔던 거야.

 

“부어라. 마셔라. 태양은 필요 없다. 어두운 음란 마귀만이 우리의 친구다.”

 

 

쾌락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육체적 고통을 통해 쾌락을 맛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달기와 주왕은 다른 이의 신체에 해를 가하면서 쾌락을 맛보려 했어. 사람의 등을 채찍이나 회초리로 때리는 정도였으면, 포락(불구덩이 위에 기름을 바른 쇠기둥을 걸쳐놓고 죄인들을 건너가게 하는 형벌)이라는 형벌이 오늘날까지 회자되지 않았겠지?

 

“마마. 하루라도 포락형을 보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고 온몸이 뻐근해서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옵니다.”

 

“그래. 역시 너는 나와 코드가 너무도 잘 맞는구나.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여봐라 어서 준비를 하거라. 뭣들 하느냐?”

 

“마마. 이제 포락형에 처할 죄인도 바닥이 났습니다. 제발 포락형만은 멈추어 주시옵소서. 여론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위험한 상황입니다.”

 

“어허! 그러하더냐? 여론이 안 좋은 줄 내가 미처 몰랐구나. 그러면 안 되지. 암. 알았다. 내 오늘까지만 하겠다. 죄인이 없다고 하니,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려 나와 달기의 기분을 잡친 네놈이 저 쇠기둥 위에 올라서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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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주왕과 달기의 광적인 취미인 포락에 의해 희생되었어. 그들의 대화는 더 엽기적이야.

 

“마마! 저는 인간들이 쇠기둥에서 출발하기 전에 공포에 질린 얼굴을 보는 것도 좋지만,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질 때 그 찰나의 순간에 그 들이 느끼는 극한의 공포를 볼 때, 몸이 후끈 달아오르곤 한답니다.”

 

“오호! 그 부분은 나랑은 코드가 약간 다르구나. 그 과정 모두가 다 좋긴 하지만 난 특별히 불구덩이 속에서 인간의 육신이 타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지곤 한단다. 으하하하.”

 

이러니 나라 꼴이 제대로 돌아가겠어? 민심은 등을 돌린 지 오래고 국력이란 것은 실종된 지 오래야. 자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아첨하는 관리들 속에서 주왕의 숙부가 목숨을 걸고 직언을 하기 위해 주왕에게 독대를 요청했어. 그러나 주왕의 숙부는 독대도 하기 전에 죽임을 당하는데...

 

“마마. 숙부 되시는 분이 또 꼰대 소리나 하려고 저리 찾아왔나 봅니다.”

 

“어허. 그거 참으로 귀찮구나. 온 세상이 숙부님을 두고 성인이라 칭송을 하니 안 만나 주기도 애매하고, 달기 네가 묘안을 내보거라.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 어서 저 숙부를 처리하고 내일 파티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나 하자꾸나.”

 

“마마. 예로부터 성인의 내장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옵니다. 소첩은 속칭 성인이라 불리는 숙부님의 내장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이... 이런... 넌 완전히 내 스타일이구나.”

 

주왕의 숙부는 살해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부까지 당하게 되었어. 이렇게 되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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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상나라를 섬기고 있던 강력한 제후국 중의 하나인 주나라가 일어났어. 주나라는 70만 대군을 이끌고 상(은)나라를 접수하러 나섰던 거야. 달기와 놀아나던 주왕의 군대는 힘 한 번 제대로 써 보지 못했고, 주왕은 파티왕다운 자살로 생을 마감했어. 온갖 진귀한 보석으로 온몸을 휘어 감고, 건물에 불을 지른 후 그 속으로 그대로 뛰어들었어. 이렇게 상(은)나라의 시대가 가고, 주나라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어. 주나라 입장에서는 건국 기념 앨범을 낸다면 ‘Special Thanks to 달기’라고 언급해야 할 정도야.

 

상(은)나라의 주왕만큼이나 주나라 토벌군의 표적이 되었던 달기가 마침내 주나라의 무왕과 그의 동생 주공 앞에 모습을 드러냈어.

 

“오랜만이구나.”

 

어찌 된 일인지 주공은 달기를 보고 안쓰러운 인사를 건넸어. 달기는 주나라의 주공과 구면이었던 거야.

 

“소녀... 이 정도면 완벽히 임무를 수행하였지요?”

 

“헐! 알... 알고 있었던 것이냐? 내가 너를 날 때부터 킬러로 키워 왔지만, 특별히 임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는데... 너는 역시 비범한 아이였구나. 미안하구나.”

 

그랬어. 달기는 본 투 킬러였던 거야. 태생부터 킬러가 되기 위한 운명을 가진 여자였어. 오직 상(은)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태어난 여자야. 어떤 사연인지 봐야겠지?

 

상(은)나라의 제후국에 불과했던 주나라는 상(은)나라를 내부로부터 무너뜨리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수립했어. 주나라 왕의 동생 주공은 지방의 유력한 유지인 유소 씨의 미녀 딸을 점찍었어.

 

“유소 대인! 상(은)나라 멸망 장기 프로젝트에 대인의 따님이 필요합니다.”

 

“우리 딸이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으니 상(은)나라의 후궁으로 보낼 계획이십니까?”

 

“아닙니다. 그리되면 장기 프로젝트가 아니지요. 따님은 절세미인이나 이미 너무 성장하였습니다. 자신이 킬러로 성장하는 걸 인지하지 못할 갓난아기가 필요합니다. 대인의 따님이 시집을 가 딸아이를 낳으면 저에게 양녀로 보내 주시옵소서.”

 

대단하지 않아? 이 정도는 되야 장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지? 지금 주공은 자신의 손으로 키워 낸 킬러이자 양녀와 오랜만에 대면을 하게 된 거야.

 

‘미안하다. 사랑한다. 하지만...’

 

주나라 장기 프로젝트의 최정예 킬러인 달기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고 해. 달기가 분명히 비밀병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긴 했지만, 설마 이 여자 하나 때문에 나라가 망했겠어? 그녀도 어쩌면 자신의 자유 의지로는 단 한 순간도 살아가지 못한 피해자 중 한 명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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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한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