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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개발자와 장기 졸

1.1. 입던은 점프

1.2. 개발자를 정의합니다

1.3. 주화입마

 

2. 작은 회사에서의 삶

2.1. 돌격 앞으로

2.2. 돌격 앞으로 실패! - 갑, 을, 병, 정 관계의 형성

2.3  머슴살이

2.4  독신자 기숙사

2.5  정리해고

2.6  우아한 출장

2.7  하드코어 인생이여 잘 있거라

 

 

 

 

 

2.7.3. 집으로 가는 이유

 

우연이라기 보다는 각각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 각자의 필연들이 멋대로 겹치다 보니 이해하기 쉽지 않은 바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그날도 그랬다. 바보 같은 필연 3개가 단합하며 뭉치는 바람에 모두가 보기 좋게 멸망했다.

 

'과업으로 인한 피로 누적 + 우유부단과 센스 결함이 장인 급인 차장 + 분노에 주둥이'

 

신입 사원 정리 해고 나는 각성했다. 가슴 속에 분노가 항상 자리하고 있었고 분노는 활화산처럼 언제든 터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과 하고 싶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악당이 되고 말았다. 본래 겁대가리 없는 성격이었지만 절제가 있었고 회사임을 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입 사원들의 정리 해고를 직접 목격 후, 회사도 막장이니 나도 막장이라는 마인드가 엎쳐져 버렸다. 그래서 참기 힘든 불만인 상황이 도래하면 주둥이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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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높은 야근과 주말근무 지속이 3개월을 돌파하고 있었다. 우유부단한 차장(PM직책) 겁이 많아 그런지 필요한 인원을 파악하여 야근과 주말출근에 동참 시키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속한 모든 인원들을 전원 투입 시키고 있었다. 결과 주말 출근 했지만 정작 일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프로젝트에 속한 팀원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보이기 시작하자 우유부단한 차장은 회유책으로 프로젝트 막바지에 퇴근을 시켜 주겠노라고 선언했다.

 

약속의 날이 되고 6시가 다가오자 모두들 웃으며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찍 마치는 것이 오랜만이라 다들 기분이 들떠 있었다. 서서히 퇴근 준비를 마무리 해가는 시점에 차장이 세상 근엄하게 일어나서는 갑자기 프로젝트 팀원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차장 : 다들 저녁 먹으러 가자.

 

다들 질소에 급속 냉동이 것처럼 있었는데 눈치 빠른 과장과 대리 명이 일단 밥을 먹으러 가보자고 부추겨 모두가 식당으로 갔다. 나는 먹다 과장과 대리 선배들에게 물었다.

 

: 그런데 우리 밥을 먹고 있나요?

 

선배 : 글쎄... 먹고 올라가면 알려 주겠지?

 

모두들 모른다는 답변만 밥을 먹고 있었다. 밥을 먹고 자리로 돌아와 차장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8시가 되었고 나는 선배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 그런데 우리 남아 있는 건가요?

 

선배 : 글쎄...

 

그렇게 9시가 되었고 자리에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선배들도 남아 대기를 하는지 모르니 업무용 PC 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하고 있었다. 광경을 찬찬히 보자니 이게 무슨 엘레강스한 삶의 꼬락서니인가 하고 주둥이의 엔진이 예열되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나와 같이 각성에 임했던 동기에게 메신저를 했고 동기와 함께 둘이서라도 집으로 가자고 합의를 보았다.(지금 생각 해봐도 제정신은 아니지만 멋진 혈기였다) 그리고 짐을 급하게 동기 자리로 가서 힘차게 말했다.

 

: 야, 집에 가자!!! 버스 놓치겠다!!!

 

그랬더니 동기도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일어나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순간 모두의 이목이 우리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건너편에 앉아 있던 차장도 일어나 놀란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짐을 무렵 차장이 우리에게 걸어 왔다그리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웃으며 주먹으로 가볍게 나의 어깨를 툭툭 쳐대며 말했다.

 

차장 : 집에 갈려고? 집에 갈려는 이유가 뭐야?

 

질문으로 인해 주둥이의 예열은 끝이 났다. 주둥이는 '고삐만 풀어줘. 미쳐 날뛸 자신이 있어!' 라고 뇌에다 신호탄을 쐈고 뇌는 시거를 어금니로 깨물고 있는 카우보이처럼 묵묵히 고삐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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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장님. 늦은 밤에 집으로 가는 것에 대해 이유가 필요한가요? 집에 가지 않는데 오히려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차장은 세상 참으로 미친놈 본다는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던 대리는 손의 소매를 잡아 당기며 작은 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대리 : 미쳤어? 자리로 돌아가? 하는 짓이야? 빨리 자리로 돌아가.

 

: 대리님도 남는지 모르시죠? 게임은 집에서 하면 되잖아요. 우리 같이 갑시다. 최소한 야근을 하는지 알아야 야근을 하죠.

 

그러자 대리도 이제 세상이 멸망할지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반쯤 벌렸다.

 

우리가 저지른 행위는 사무실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차장은 흥분에 목소리를 떨었고 다른 선배들은 우리를 뜯어 말렸다. 이렇게 가다가는 머리 위로 수류탄이라도 떨어질 같았는지 결국 우리 둘을 귀가 시키면서 필요 없는 인원은 귀가 시키자고 때서야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승리자가 되어서 가장 빨리(9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퇴근했고 다음날 우리는 제정신이 아닌 놈들로 소문이 났다.

 

그날 차장이 전원을 남겼던 것은 전혀 다른 부서의 문제가 있었는데 혹시나 여파가 있을까 '쫄보' 되어 우리를 남겼던 것이었다. 덕에 3개월을 기다린 정시 퇴근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일찍 들어가서 하려고?", "집에 가서 없잖아?", "집에 꿀단지 숨겨 놨어?",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잖아" 이런 말들은 직장 생활하면서 직급이 어느 정도 있는 상사들로부터 많이 듣는 말이다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한 대답을 못한다. 생각해보면 이를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온 과정과 정반대의 질문이라 그런 것이다.

 

우리가 유년기 이유 없이 늦게 귀가하면 엄마에게 꿀밤을 맞는다. 어린이 때는 볼기짝을 맞고 청소년기 때는 등짝을 맞는다. 군인이 되어서 휴가 복귀 지연이 정당하지 않으면 친절하게 영창까지 보내준다. 기혼이라면 이유 없이 늦게 귀가 했다가는 분위기는 시리아 한복판이 된다. 우리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군인 아저씨가 되고 아재가 때까지 늦게 들어가기 위한 당위성을 찾거나 사유를 일일이 설명하고 살아왔다.

 

아무도 정시간에 들어 왔다고 해서 꿀밤, 등짝을 때리거나 영창이나 시리아 한복판으로 보내지 않았다. " 시키지도 않은 정시 귀가를 하고 있어, 것만 배워 가지고! 녀석 꿀밤을 맞아야 꿀밤을! 여보, 봐. 어디서 정시 귀가 하는 걸 보고 따라하는지 속상해 죽겠어" 라고 말하는 엄마가 세상에 있겠는가?

 

이렇게 살아 왔는데 반대의 이유를 어떻게 20초도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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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자리에 앉으십시오

 

"자리에 앉으세요"

 

S전자의 검증자를 찾아가면 항상 처음에 듣는 말이었다(협력 업체를 세워 두면 된단다).

 

검증자는 문제가 확연히 눈에 보이지만 개발자는 아무리 해도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개발자가 검증자에게 찾아가 함께 논의하고 테스트 과정을 확인 하기도 한다. 그렇게 찾아간 S전자의 검증자와는 친해질 없었다. S전자의 검증 부서는 파워가 남다르기로 유명했는데 몇몇의 개개인도 엄청났다(적어도 우리들에게는).

 

물론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몇몇은 우리가 확실히 ''이라는 관념을 심어주기 위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같았다그런 검증자들은 한번 만나고 오면 분노에 체력고갈은 물론이고 ''이라는 자괴감이 연료 탱크에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많은 사례가 있지만 간단한 2가지만 이야기 하면 다음과 같다.

 

 

1) 투명인간

 

재현되지 않는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검증자를 찾아 갔다(개발자와 검증자의 근무 공간이 달라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검증자는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바로 자리에 앉혔는데 자리에 앉을 정면의 얼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검증자는 이후 절대로 나를 정면으로 보지 않았고 자신의 모니터 혹은 핸드폰만을 바라 이야기했다.

 

내가 질문을 하면 한심하다는 듯이 늘어지는 목소리로 작게 대답 뿐이었다. 핸드폰을 보고 재현 경로를 질문 했을 때는 손으로 머리를 기대어 짚고 손으로 재현해 보이고는 핸드폰을 재현한 손으로 나에게 밀어 뿐이었다.

 

모습이 예쁘장하게 생긴 분이 투명인간 놀이에 나를 친히 주인공으로 초대 해주다니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살면서 상황극의 주인공 같은 것은 쉽게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기분이 너무 좋아 수명이 단축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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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핵탄두 남자

 

남자는 진국이었다. 5분만 이야기 하면 누구든 화나게 만들 있는 능력의 남자였고 피아식별 없이 융단 폭격이 가능한 남자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엇인가를 터트릴 있는 핵탄두 같은 남자였다. 말고도 남자와 대면한 선배들은 모두 피폭되어 돌아 왔다.

 

그날도 문제 확인을 위해 역시나 노트북을 들고 버스를 타고 갔다. 하지만 타이밍도 궁상맞게 가져간 노트북이 정상 동작을 하지 않았다. 오래된 노트북이라 결국 운명을 것이었다. 노트북을 들고 이유는 개발실에서 수정한 파일들을 네트워크로 전달받아 검증자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위한 용도였기에 검증자의 PC 직접 파일을 전달하면 빠를 것이라고 핵탄두 남자에게 제안을 했다.

 

하지만 남자는 단호했다. 절대로 허락 없다 했다. 이유는 자신의 PC 타인에게 양도 없다는 이유였다. 남자의 지조는 굉장했다말머리를 알아 먹지 못하는  또한 굉장했다. 그냥 네트워크로 파일을 받아서 직접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라 내가 직접 쓰는 것도 아닌데 핵탄두 두뇌라 알아 먹지 못하였는지 단호함이 남달랐다.

 

그렇게 멍청하게 30분쯤 서로 멀뚱히 앉아 있으니 결국 그가 정말 이럴 수는 없다는  짜증을 부리며 자기 PC 파일을 보내 보란다파일이 다운로드 중인데 잔소리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노트북을 지참하지 않을 있느냐?', '다음부터는 절대로 허락 하지 않겠다', '아예 방문 신청을 받아 주지 않겠다', '돌려 보내겠다등등.

 

그렇게 30분을 넘게 기다리고 잔소리를 M60 기관총처럼 쏘다 보니 확인이 났다. 나는 M60 기관총에 피격되어 이상 무엇인가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확인이 끝난 파일은 개발중인 파일이니 삭제를 부탁드린다 했더니 다시 불같이 생색냈다. 그리고는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다시 M60 기관총을 갈겨대기 시작했다. 분쯤 지나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핵탄두 남자 : 여기 보세요. 직접 보세요. 지우라는 대 지웠습니다. 이제 됐습니까?

 

단호한 남자라 마지막까지 남달랐다. 파일 삭제가 이 정도인데 폴더 삭제 요청이라도 했다면 남자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무기고를 털어 인근 은행이라도 습격했을 것이다그리고 짐을 싸고 빠져 나올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핵탄두 남자 : 아니,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맛있는 것이라도 사줘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핵탄두는 '!' 하고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