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친구가 같이 식사를 하던 중 느닷없이 “우시쿠샤토(牛久シャト. Ushiku Chateau)에서 비어가든 행사를 하고 있는데 그게 9월 24일까지거든…”이라며 무슨 전단지를 보여줬습니다.
“비어가든&비어홀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본격 수제맥주를 즐기자~”
라는 홍보문구 밑에 각종 코스가 나와 있었지요. 친구는 “여기 보면 3,500엔에 야끼니꾸랑 술 무한리필 코스가 괜찮지 않아?”라고 그랬어요. 필자는 당장 햄버그스테이크 먹는 데에 집중하느라 아무 생각 없이 “그래, 한번 가보지 뭐”라고 답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근데 우시쿠샤토가 뭔데?”라고 중얼거렸었습니다.
‘비어가든(Beer Garden)’이라 함은 여름철에만 영업하는 야외형 대형 맥주집. 백화점 옥상에서 하는 것이 전형적인 스타일입니다(비어가든에 대해서는 과거에 필자가 쓴 글(링크)을 참조). 한편 ‘비어홀(Beer Hall)’은 일년내내 영업하는 실내형 대형 맥주집이죠. 둘 다 맥주를 즐기는 곳인데 비어가든은 옥외에서 마시는 만큼 개방감이 짱입니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더위. 아무리 밤이라도 열대야가 일상인 여름밤 더위 속에서 에어컨 없이는 맥주를 제대로 즐길 수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여름이 끝나고 밤에는 살짝 쌀쌀한 지금이 비어가든 가기에 딱 맞는 타이밍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필자는 비어가든 영업시작 시간인 저녁 5시에 가면 될 줄 알았는데 친구가 “좀 볼거리가 있는 것 같으니 일찍 가서 구경이나 해볼래?”라는 겁니다. 구경? 에이, 그냥 싸구려 무한리필 먹으러 가는데 구경은 무슨 구경…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햄버그스테이크가 너무나 맛이 있는 바람에 무심코 “그래 그러던가”라고 답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필자는 무한리필 비어가든을 가기 전에 우시쿠샤토를 구경하는 지경에 빠져버린 겁니다.
우시쿠샤토 비어가든 & 비어홀 전단지. 술과 야끼니꾸 무한리필이 3,500엔이니 상당히 저렴한 편이지요. 술만 무한리필할 수 있는 코스도 있나 보죠.
1. 우시쿠샤토(牛久シャト)
우시쿠샤토. 예습 삼아 알아보니 “도쿄 근교의 숨은 명소”라 부를 만한 내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1903년 이바라키현 우시쿠(牛久)시에 세운 “일본 최초의 본격적 와인 양조장”이라잖아요(벌써부터 잠이 깬 느낌). 그때 이미 포도 산지였던 현재 야마나시(山梨) 지방에서 와인을 양조하려고 했었는데 기술이 부족하고, 포도가 와인에 알맞지 못한 등 사정 때문에 성공치 못했었답니다(물론 야마나시 와인은 추후 많은 발전했어요). 이런 시대에 있어서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기술을 이용한 양조장이 우시쿠에 생겼던 겁니다.
건설 당시부터 포도 재배에서부터 와인 양조, 보틀링(병에 담음)까지 할 수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현재는 약 6만 제곱미터나 되는 대지에 당시 건물을 재이용한 기념관이나 레스토랑이 있다네요. 식사를 즐길 뿐만 아니라 와인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문화시설이기도 한 셈이지요. 2007년에는 경제산업성(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에 “근대화산업유산”으로 인정받았고, 이듬해에는 "중요문화재"애 등재됐답니다.
우시쿠샤토 소개문. 이렇게까지 중요한 문화재인 줄 몰랐던 필자는 오로지 놀라기만 했지요. 내 친구야, 나이스.
현재 본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사무실, 카미야 덴베에 기념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발효실, 레스토랑 캐논으로 영업하고 있는 저장고, 이 세 채는 중요문화재에 지정되어 있습니다. 국보보다 격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역사상 가치가 있는 문화재임은 틀림없지요.
우시쿠오샨을 좀 더 자세히 보면 대략 레스토랑, 자료관(박물관), 매점의 3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레스토랑은 고급 프랑스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캐논”을 비롯해서 수제맥주와 퓨전요리가 맛이 있(어 보이)는 “라 테라스 두 오노엔”, 옥외에서 바베큐를 즐길 수 있는 “바베큐 가든” 3곳. 그 중 레스토랑 캐논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을 이용한 거라 한층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네요.
우시쿠샤토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 먹고, 배우고, 사고… 당초 필자가 상상했던 수준을 훌쩍 넘게 즐길 거리가 많은 우시쿠샤토입니다.
레스토랑은 세 군데. 고급 프렌치부터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바베큐까지 용도에 맞춰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겠네요.
레스토랑 캐논은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입니다. 정부 지정 중요문화재 안에서 식사하는 기분은 어떨까요. 필자는 긴장해서 식사를 즐길 여유가 없을 것 같아요.
우시쿠샤토는 역사를 잘 보존하고 있어서인지 볼거리도 많습니다. 하나는 카미야 덴베에(神谷傳兵衞) 기념관이고, 또 하나는 오에논 뮤지엄. 카미야 덴베에는 우시쿠샤토를 창업한 사람이자 일본 국산 와인 제조의 선구자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기념관에서는 카미야 덴베에의 생애와 우시쿠샤토의 역사를 각종 전시물(실물)이나 사진,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자료관에선 현재 우시쿠샤토를 운영하는 오에논 그룹의 발자취를 밟을 수 있네요. 친구는 비어가든 예약시간보다 2시간 일찍 가면 되겠다 했었는데 2시간 안에 다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카미야 덴베에 기념관과 오에논 뮤지엄. 둘 다 천천히 구경하고 싶은데 2시간 안에 다 볼 수 있을까?
카미야 덴메에 기념관은 전시품뿐 아니라 사진 자료도 많은 것 같아 기대되네요.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기념품 쇼핑이지요. 우시쿠샤토에는 거기서 제조한 와인을 비롯해 오에논 그룹 계열사들이 제조・판매하는 술이나 과자류도 팔고 있다네요. 와인셀러와는 인연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테지만 일단 구경은 하러 가겠습니다. 아마 와인판매장 같은 곳이겠지요?
기념품 매장과 와인셀러. 와인셀러는 아마 와인판매장일 테니 딱히 관심 없지만, 기념품 매장이 기대됩니다. 거기서만 팔고 있는 한정품이 있으면 바로 사기로 합니다.
기념품 매장에는 우시쿠샤토에서 만든 와인을 비롯해 그룹이 제조・판매하는 상품도 많이 있다네요.
와인셀러에서는 와인을 판매중. 필자도 와인에 대한 지식과 돈이 있었으면 나름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 외에도 우시쿠샤토 홈페이지에는 자사가 만드는 와인이랑 ‘수제맥주’를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어요. 수제맥주라고?! 알아보니까 1996년부터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답니다. 비어가든 전단지에 나왔던 “여기서만 즐길 수 있는 본격 수제맥주”란 이거를 말했던 거지요. 기대감이 커지네요.
응? 잠깐만요. 우시쿠샤토에서 수제맥주를 만든다면 혹시 얼마 전에 갔던 “케야키히로바 맥주 축제(けやき広場ビール祭り)”에도 나갔던 거 아닐까? 싶었더니 역시나. 9월 초에 나갔었네요. 그때는 필자가 사는 지역 근처에서 만든 맥주라 안 마셨는데 이제 마시게 되는 셈이네요. (케야키히로바 맥주 축제에 대해서는 필자의 과거 글도 참조할 수 있음(링크). 단 이 글은 2018년 봄이라 우시쿠샤토는 없음).
우시쿠샤토가 만드는 와인과 수제맥주를 소개하는 페이지도 있습니다. 우시쿠샤토 하면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은데 수제맥주도 만들고 있고, 비어가든에서 무한리필할 수 있다니 기대감도 커지기만 하지요.
우시쿠샤토에서 제조되는 와인. 생각보다 종류가 많고, 저렴한 테이블와인부터 고급스러운 것까지 다양한 모양입니다.
재료가 될 포도 재배부터 보틀링까지 와인 제조의 흐름. 정성껏 만들어야 맛이 있는 와인이 되는 거겠지요.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는 줄 몰랐어서 좀 놀랐습니다. 계절 한정 맥주도 있는 걸 보니 맥주 양조에도 상당히 주력하는 모양이네요.
올해 가을에 치러진 케야키히로바 맥주 축제에 나갔었네요. 자세히 보니까 다른 맥주 축제에도 나간 적이 있더라고요. 창업자인 카미야 덴베에가 맥주 양조를 꿈꿨었다고 하던데 이제 그 꿈이 이루어진 것 같지요.
예습은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우시쿠샤토를 찾아가도록 하지요.
우시쿠샤토는 JR조반선(常磐線) 우시쿠(牛久)역 동쪽 출구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큰 시골’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JR우에노역 기준으로 1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가깝네요.
우시쿠역 동쪽 출구로 나가서 한 10분이면 도착합니다.
필자 일행은 카시와역까지 나가서 JR조반선으로 갈아타고 갑니다. 토리데(取手)행을 타면 토리데에서 다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츠치우라(土浦)행을 타기로 했어요. 비어가든 개시시간이 오후 5시여서 대충 오후 3시쯤에 도착하기로 했습니다.
경로검색 앱 화면. ‘토리데(取手)’역을 경유하는데 “乗換不要(환승 필요없음)”이라고 나와 있지요.
카시와(柏)역에서 조반선을 탑니다.
토네가와(利根川)를 건너서 우시쿠가 있는 이바라키현으로 들어갑니다.
수확을 마친 논을 보면 나들이 기분도 최고조이지요.
계획한 시간에 우시쿠역에 도착했는데 점심을 걸러서 약간 배고팠습니다. 그래서 개찰구 옆에 있는 편의점 ‘뉴데이즈(New Days)’에 살짝 들러 봤습니다. 이건 JR동일본 계열사가 운영하는데, 역시 JR답다고 할까요, 각지의 명물로 만든 빵을 팔고 있어요. 마침 이바라키산 멜론으로 만든 멜론빵을 발견. 바로 먹어 봤어요. 맛은 뭐, 그저 그랬고요.
우시쿠역 도착. 기차를 내리면 지방 소형 도시의 좋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개찰구로 나갔더니 우시쿠샤토 간판이 맞아 주네요. 우시쿠샤토가 유명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필자가 그냥 무식했을 뿐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뉴 데이즈에서 판매중인 각지의 명물로 만든 빵. 이바라키(茨城)는 멜론(왼쪽), 치바(千葉)는 “紅あずま(베니 아즈마)”라는 고구마(가운데)네요. 말차 팬케이크(오른쪽)는 사야마(狭山)의 차를 사용. 멜론빵 맛은 그저 그렇습니다.
그저 그런 맛의 안데스멜론빵. 필자는 몰랐는데 동쪽 출구로 나가면 바로 패밀리마트가 있다는 점, 참고하시고요.
빵을 먹고 우시쿠역 동쪽 출구로 나가면 아주 넉넉한 분위기입니다. 같은 조반선인데도 카시와는 약간 도쿄 냄새나는 근교도시라는 느낌이 드는 반면 우시쿠는 역 바로 앞에서부터 살짝 시골 분위기가 납니다. 조용한 주택가가 퍼져 있더라고요.
우시쿠역 동쪽 출구. JR조반선인데도 복잡한 도시 냄새가 전혀 없습니다.
역사 앞 공간도 넉넉합니다. 우시쿠에서 스모(相撲) 선수의 최고위인 '요코즈나(横綱)'가 나온 모양이네요.
우시쿠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우시쿠샤토 남문이 나옵니다. 그대로 정문까지 직진해도 되지만 필자 일행은 남문으로 들어갔지요.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자연이 풍부한 공원 안에 중후한 근대 초창기 건축물이 있는 문화공간이 있었거든요. 자칫하면 레스토랑이나 매점의 화려한 간판이 전체 분위기를 파괴해버릴 텐데 그런 실수는 전혀 없고 공원과 각 시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인상입니다. 또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이 휴식처로 이용하는 모습과 무슨 사연으로 이런 시골까지 관광을 온 외국 손님들의 모습이 아기자기하면서도 보기 좋게 잘 어울리는 것도 멋이 있는 것 같아요. 관광시설로서 그다지 유명하지 않아 아예 손님이 많지 않은 점 역시 괜찮은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적당한 시골에 있고 적당한 인지도를 누리는 우시쿠샤토, 괜찮네요.
우시쿠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우시쿠샤토 남문이 나옵니다. 남문 바로 뒤쪽 건물은 레스토랑 “라 테라스 두 오에논”이네요.
얼핏 공원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레스토랑이나 매점, 박물관이 서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뒤쪽에서 본 본관. 옛날에는 사무실로 사용되던 건물이지요. 외국 손님 모습도 보이네요.
본관 뒤쪽에서 정문 쪽을 바라본 모습. 대부분 이쪽에서 들어오는 것 같더라고요.
본관 맞은편에 카미야 덴베에 기념관이 있습니다. 또 다른 외국 손님들이 있네요. 기념관을 배경으로 신나게 사진을 찍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지요.
매점도 잘 봐야 매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간판을 커다랗게 내놓지 않는 게 참 잘했어요.
카미야 덴베에 기념관 입구가 크게 입을 열고 있고 그 왼쪽에는 와인셀러(와인 판매장)가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우시쿠샤토 구경을 시작할까요.
2. 실물의 박력과 카미야 덴베에의 깜짝 업적
크게 입을 열고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와인을 숙성시키기 위해 쓰던 나무통을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큰 나무통이 많이 진열된 모습이 박력 있게 방문객을 반겨주네요. 압권입니다.
카미야 덴베에 기념관 입구.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점도 고맙네요.
박력이 있는 와인통. 맨 안쪽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각종 전시물이나 자료들이 전시되어있는 모양이네요.
와인용 나무통. 현재는 사용하지 않지만 와인 향기가 풍겨 오는 듯 하…지 않나요?
나무통 전시장을 지나면 계단이 나옵니다. 올라갔더니 카미야 덴베에의 업적을 기리는 전시실. 그의 와인 양조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지요.
전시실에 갑니다. 사진에는 잘 안 나오는데 가까이서 보면 유리창이 살짝살짝 물결 쳐 있어요. 옛날 창문이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계단을 다 올라가면 전시실이 나옵니다. 필자가 찾아간 날은 공휴일이었는데 왜 이렇게 관람객이 적은지, 실력과 지명도 차이가 매우 큰, 숨은 명소인 것 같습니다.
‘덴베에가 양조한 와인이 약으로써 효능이 있다’는 도쿄위생시험소의 증명서. “明治参拾六年(메이지 36년)”은 서기 1903년이지요.
오늘날은 유학을 가거나 외국문헌을 읽는 일이 드물지 않지만 20세기에 접어들까 말까 하는 시기엔 매우 드물었을 거예요. 오로지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유학도 가고 해외 문건도 짚어 봤던 거네요.
훈장(인가?)도 많이 받은 모양입니다.
3. 맙소사, 내가 낯익은 그 술을
전시물을 하나하나 소개하면 끝이 없지만, 가장 놀랐던 것은 카미야 덴베에(神谷傳兵衞)의 ‘카미야’가 일본 최초의 바(BAR)로 엄청나게 유명한 그 “카미야바(神谷バー)”의 ‘카미야’였다는 점이지요. 지방에서 도쿄 관광을 온 사람들이 꼭 가고싶어하는 명소 중 하나이지요(다만 글을 쓰다 흥분 상태에 빠져드는 바람에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1880년 도쿄・아사쿠사(浅草)에 “카미하야 명주점(かみはや銘酒店)”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12년 바 내부를 서양식으로 바꾸면서 명칭도 “카미야바(神谷バー)”로 바꿨답니다. 2011년에는 카미야빌딩 본관이 등록유형문화재에 등록되기도 했다네요.
설은 여러 개 있으나 일단 “일본 최초의 바”로 유명한 카미야바입니다. 관광지인 아사쿠사・센소지(浅草寺) 근처에 있으니 센소지 관광을 가는 김에 들러 봐도 되겠네요.
카미야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덴키브란”입니다. 지금이야 일본에도 나름 맛이 있는 양주를 만드는 회사가 몇 개 있지만 카미야바가 생겼을 당시만 해도 양주는 수입산이 대세였지요. 이 가운데 카미야가 어떤 생각으로 그랬는지 브랜디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만들었고, 그것에 “덴키브란(電気ブラン)”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술 이름에 "덴키(전기)"가 들어 있는 것이 꽤나 특이한데 그 유래는 이렇답니다. 전기가 생소했던 당시, 생소하기만 하면 아무데나 “전기○○”라고 붙이는 게 유행이었답니다. 또 도수가 45도로 매우 높아서 ‘마시면 감전된 것처럼 찌르르하다’는 뜻도 맞물렸고요.
일본의 근대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도 저서 “인간실격(人間失格, 1948년)”에서 “빨리 취한다는 점에서 덴키브란을 이길 술은 없다고 보증하며…”라고 언급하고 있어요. 빨리 취하고 싶을 때엔 덴키브란이 좋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요루와 미지카시 아루케요 오토메(夜は短し歩けよ乙女 ; 밤은 짧으니 걸어 아가씨야)”라는 애니영화에 덴키브란이 나왔고, 이 인연으로 콜라보 행사도 했다네요.
교토를 무대로 한 청춘 연애 영화라던데 예고편을 보니까 꽤 재미 있을 것 같아요.
특별영상(일본어)
옛 덴키브란 보틀을 전시했습니다. 옆에 덴키브란에 대한 설명도 있는데 일본어 설명밖에 없는 게 아쉽네요.
낡은 디자인이 오히려 새로운 멋이 느껴지게 하는 것 같아요. 매우 멋집니다.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인간실격(人間失格)”에서 언급된 덴키브란. 빨리 취하고 싶을 때엔 덴키브란이 좋답니다.
애니영화 “밤을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 등장했고 콜라보 기획도.
그 외에도 와인이나 덴키브란, 카미야 덴베에의 업적에 관한 전시가 많이 있습니다. 솔직히 일본 국산 와인이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긴 한데, 일본의 술에 관심이 있으면 한번 찾아가도 손해는 없을 것 같아요.
더 자세히 구경하고 싶었는데 시간 관계상 슬슬 다음 차례인 와인셀러로 가야 합니다. 안내판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니 와인통이 먼저 나왔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안쪽으로 좁은 복도를 따라 쭉 놓인 와인통이 희미한 조명을 받고 있네요. 와인셀러로 들어가기 전에 환상적인 전시를 보니 필자마저 ‘와인 하나 사갈까’라는 기분이 들었지요. 무서운 “즉석 와인 덕후 제조기” 같았어요.
카미야 덴베에 기념관을 뒤로 하고 계단을 내려갑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와인셀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와인통이 나왔네요.
와인셀러에 들어가기 직전에 이런 걸 보면 와인이 마시고 싶어지죠.
와인셀러에 들어가서 또 놀랐지요. 물론 필자가 제대로 된 와인 전문점에 가본 경험이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일단 상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습니다. 먼저 입구 가까이에 있는 선반에 필자같이 지갑이 쓸쓸한 사람도 살 수 있는 와인도 몇 개 있더라고요.
반대로 놀랐던 것은 옛날에 들었던 “와인 가격에는 천정이 없다”는 말이 사실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것도 팔고 있었던 점. 유리로 가려진 가격을 손가락으로 “일, 십, 백, 천, 만, 십만…” 세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데 당장 믿어지지 않아 친구한테 “이런 거 실제로 사는 사람이 있는 거야?”라고 물어봤지요. 냉정한 친구는 “당연히 있겠지. 예를 들어 말이야,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50만 엔(약 500만 원)에 살 수 있는 와인을 여기서 35만 엔에 팔고 있다고 하면 기꺼이 사가는 스애끼도 있을 수 있지”라고 말했습니다(참고로 친구도 와인에 대한 경험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결국 고가 와인의 가격을 놓고 서로 말놀이만 한 꼴이 됐습니다. 어쨌든, 1만 엔(약 10만 원)을 넘으면 충분히 ‘고급’인 줄 알았던 필자 일행의 금전감각은 교란당했습니다.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우시쿠샤토의 와인셀러에서는 와인 가격 천정이 있었던 것 같지만 눈이 나쁜 필자에게는 그 천정이 잘 안 보였다는 점입니다.
와인셀러가 생각보다 넓어서 놀랐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와인잔 등 관련 상품도 팔았었지요.
비교적 낮은 가격대의 와인(잘 기억이 안 나지만 1만 엔인가, 2만 엔가 그 정도까지?)은 바깥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비싼 와인은 유리 진열대 안에 놓여 있었지요. 가장 비싼 것을 찾다가 갑자기 맥이 빠져서 그만뒀습니다.
와인셀러를 나가면 여기에요. 보니까 카미야 덴베에 기념관 입구 바로 옆이었습니다.
와인셀러를 뒤로 하며 겨우 정신 차린 필자 일행. (하)편에서는 살짝 매점을 들렀다 드디어 야끼니꾸 무한리필을 먹으러 갑니다. 꼭 기대해주세요.
(하)편으로 이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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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