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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념품을 산다면 역시

 

필자 일행이 와인셀러를 뒤로 한 건 오후 4시를 좀 넘었을 때. 비어가든 예약시간까지 좀 여유가 있어 매점에 들어갔어요.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어서 좀 놀랐네요. 특히 와인이나 수제맥주 등 술 뿐만 아니라 과자나 수제잼 등 식품류도 꽤 많이 팔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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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점. 특히 과자나 수제잼까지 파는 줄 몰라서 좀 놀랬어요.

 

오에논 그룹 산하에 술 회사가 몇 개 있어서 우시쿠샤토가 직접 양조하는 와인이나 수제맥주 외에도 다양한 술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과자류도 이바라키에서 수확된 거봉이나 땅콩을 사용한 것도 있습니다. 선물로 사기에 딱 맞는 상품들이 많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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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쿠샤토에서 양조하는 와인. 와인은 방금 구경한 와인셀러에서도 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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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논 그룹 계열사가 제조・판매하는 술도 판매중. 이바라키산 재료로 만든 과자류도 맛이 있겠네요.

 

워낙 맥주를 좋아하는 필자는 역시 맥주로 시선이 가버립니다. 유럽에서 치러진 컴페티션에서 무슨 상을 받은 것도 있는 모양. 그 중에서도 특이한 병에 나온 헬레스(Helles)가 있어 (무게만 극복할 수 있으면) 선물로 하나 살만한 것 같지요. 어쨌거나 좀 이따 갈 비어가든에서 이런 맥주들을 마실 수 있는 걸까 기대감이 커지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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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의 종류가 많은 것도 인상적입니다. 맥주 양조를 꿈꾸던 카미야 덴베에 창업자도 기뻐하고 있을 것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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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스 맥주 1리터 짜리. 병 모양이 재미있어서 선물하기에 좋은 것 같기도 한데 무게, 그리고 1,700엔(약 17,000원)이란 가격이 걸림돌이 됩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덴키브란. 카미야바의 100년 역사를 계속 봐온 이 술이야 뭐니뭐니 해도 구매 후보 넘버원입니다. 작은 사이즈도 있는 데다 디자인도 멋이 있고, 뭣보다 가격이 착합니다. 필자는 720ml 짜리 두 병, 하나는 선물용, 하나는 마시려고 샀습니다. 무겁고 가다가 깨질까 걱정은 되는데 우시쿠샤토에서 산 덴키브란은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거지요(아직 흥분이 진정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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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720ml 짜리, 360ml 짜리, 720ml 짜리(도수 30% 버전), 1,800ml 짜리(로 보임). 가격은 720ml 짜리가 1,000엔 정도, 360ml 짜리가 600엔 정도, 1,800ml 짜리가 1,600엔 정도입니다(가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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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360ml 짜리가 가장 멋이 있는데 양이 좀 적어서 720ml 짜리를 샀습니다.

 

술을 파는 곳에는 시음코너가 꼭 있어야 되지요. 우시쿠샤토 매점에서는 9가지 술을 시음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프레스티지(레드), 세러(화이트), 그리고 코잔부도슈(香竄葡萄酒 ; 카미야 덴베에가 1886년에 만든 포도주)를 시음해 봤습니다. 프레스티지(레드)는 레드와인다운 떫은맛이 고기를 땡기게 하는 나쁜 놈. 세러(화이트)는 살짝 단맛에다 적당히 쓴맛도 느껴져서 나름 맛이 있었지요. 코잔부도슈는 직원 분이 설명해준대로 “마치 요메이슈(養命酒 ; 일본인들이 자주 마시는 약주) 같은 맛인데 어디까지나 술”입니다. 한방약 같은 쓴맛이 있지만 꿀이 들어 있는 만큼 요메이슈보다 마일드한 것 같아요(다른 이야기지만 요메이슈는 피곤하거나 몸살이 날 때에 효과 짱입니다. 약주이므로 마시기 전에 주의사항을 꼭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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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에는 시음코너도 있습니다. 어떤 술을 살까 고민될 때는 물론 그냥 궁금할 때에도 직원 분에게 물어보면 되게 친절하게 설명해줘요.

 

구경도 하고 선물도 샀더니 비어가든을 가야하는 시간까지 15분 정도 남았네요(기다리면 시간이 안 가는 법칙). 바로 비어가든으로 가도 될 법한데 동행 친구는 관광하는 이상 다 보고 싶어하는 “실적주의” 스타일. 저쪽에 대나무숲이 있으니 들렸다 가자고 제안합니다. 필자는 좋게 말하면 집단의 조화를 존중하는 “화합주의자”, 나쁘게 말하면 당사자 의식이 모자란 “그래, 그러던가 주의자”입니다. 대나무숲 자체는 매우 좁아서 지나가는데 1분도 안 걸렸는데, 바로 나온 것이 “오에논 뮤지엄(オエノン・ミュージアム)”. 필자 일행이 놓쳤던 시설입니다. 다행히 오픈시간이 오후 5시까지라 살짝이라도 보고 가자는 실적주의자의 제안에 그래, 그러던가라고 답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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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을 나온 무렵에는 그늘이 짧아지고 있었지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마당에서 편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까 이쪽까지 마음이 넉넉해지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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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을 지나갑니다. 아주 조그마하다 보니까 1분도 안 걸려서 다 걷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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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을 지나가면 오에논 뮤지엄이 나옵니다. 우시쿠샤토에 있는 다른 건물과 대조적으로 약간 현대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이 뮤지엄에선 우시쿠샤토를 운영하는 오에논 그룹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천천히 볼 수 없었는데 평소 자주 보거나 봤던 술에 관한 전시가 꽤 있어서 놀랐네요. 특히 후쿠무수메(富久娘)는 필자에게도 낯익은 일본술인데 오에논 계열사가 파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룹 지명도는 낮지만 일본인 생활 속에 깊숙히 침투한 오에논. 좀 무섭기도 하더라고요(아니, 필자가 그냥 무식할 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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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는 보기만 해도 취할 것 같은 거대한 소주병 모형도.

 

뮤지엄 구경도 잠시. 하늘이 어두워지는 시간이 됐습니다. 뛰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비어가든으로 갑시다. (음식은 그저 그렇겠지만) 맛이 있는 수제맥주가 필자 일행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5. 수제맥주 자체생산의 저력이 낳은 대박급 비어가든

 

카미야 덴베에 기념관, 와인셀러, 매점 그리고 오에논 뮤지엄까지 다 구경하고 비어가든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다른 일행이 접수하고 있었지요. 이어서 필자 일행도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계산을 합니다(입구에 방충스프레이가 있는 데다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니 또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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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하면서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 친한 사람끼리 즐거운 회식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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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는 외면당하기만 하는 필자지만 모기에게는 나름 인기가 있습니다. 방충스프레이는 고마운 서비스지요.

 

필자 일행이 예약해놓은 코스는 이렇습니다. 먼저 요금 3,500엔(약 35,000원)에 수제맥주 5가지와 와인, 츄하이(チューハイ ; 소주에 쥬스 등을 넣은 술), 각종 음료수를 자유로이 리필할 수 있어요. 음식은 야끼니꾸(焼き肉 ; 고기구이. 사람에 따라 바베큐로 부르는 경우도 있음)와 야끼소바(焼きそば ; 일식 국수의 하나. 기본은 우스터 소스맛)를 무한리필할 수 있지요.

 

음식은 “접시 교환 방식”. 시작할 때 기본세트(각종 고기와 채소, 안주, 반찬(맙소사 김치까지))를 주는데, 이 접시가 비면 그걸 접수대로 갖다줍니다. 그럼 새로운 식재료를 주는데 소고기가 들어있던 접시를 갖다주며 '닭고기를 달라'고 해도 됩니다(새로운 접시에 담아줍니다). 과잉 주문은 막는 취지겠지요. 한편 음료는 이런 규칙이 없습니다. 맥주는 따로 설치된 서버코너에서 손님이 알아서 부어가는 완전 셀프 형식이고 나머지는 접수대에 가서 받는데, 달라고 하면 바로 줍니다. 페트병 음료수는 가져갈 수도 있어요. 배짱이 큰 우시쿠샤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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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리필할 수 있는 술과 음료수. 맥주는 왼쪽부터 아키아가리(秋あがり), 헬레스, 둔켈, 필스너, 우시쿠화이트(牛久ホワイト).

 

아키아가리 ; 매년 가을에 독일・바이에른주에서 치러지는 맥주 축제 “옥터버페스트”에 출품하기 위해 만드는 메르첸 스타일 맥주. 보리의 수확철에 만드는 만큼 “몰티”한 맛이 특색.

 

헬레스 ; “담백한 맥주(Helles Bier)”라는 뜻의 독일어에 유래. 호프향을 억누르고 맥아풍미가 강조된 스타일. 주로 독일 바이에른이나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제조되는 스타일.

 

둔켈 ; “어둡다(Dunkel)”라는 뜻을 가진 맥주. 독일 남부지방에 기원이 있으며, 카라멜맥아, 로스트맥아를 재료로 하므로 짙은 갈색과 고소한 향이 특징.

 

필스너 ; 독일산 아로마호프를 사용하며 화려하고 깔끔한 쓴맛이 특징. 현재 전세계에서 제조되는 맥주의 절반 이상이 이 스타일임.

 

우시쿠화이트 ; 우시쿠(牛久)산 밀을 사용한 화이트에일. 소맥 특유의 부드러운 입맛과 상쾌한 쓴맛, 그리고 감귤류와 같은 미국산 호프의 프루티한 향기가 특징. 쓴맛 때문에 맥주를 못 마시는 분에게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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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가든이 한창일 때에는 온 광장에 자리를 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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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완전 셀프입니다.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맥주잔은 바로 옆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계산을 마치면 직원분이 자리에 안내해줍니다. 비어가든 가장자리에 설치된 텐트 밑에 테이블이 있네요. 필자 일행은 예약을 하고 가서 그랬는지 이미 음식이 놓여있었습니다. 기본세트는 고기 3가지(소, 돼지, 닭), 소시지, 야채, 안주(삶은 땅콩&에다마메(풋콩)), 김치. 얼핏 보기에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살짝 놀랐지요. 감탄한 것은 야끼니꾸용 타레(たれ ; 양념)가 제법인 점. 이것은 모처럼 지적하는 사람이 없어서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한데 타레가 엉망하면 식재료가 어느 정도 맛이 있어도 온 식탁이 망그러져 버립니다. 이런 점에서 우시쿠샤토가 훌륭한 식견을 갖추고 있는 것을 은근히 느낄 수 있는 거지요. 1차 심사, 합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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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기본세트. 고기, 야채, 안주에다 왠지 김치까지. 당초 불필요해 보였던 김치가 이따 대활약해줄 줄은 아직 모르는 필자 일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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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야끼니꾸용 타레(양념). 소홀한 타레는 온 식탁을 망가뜨린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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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는 동행 친구가 혼자 놀랐던, 삶은 땅콩과 에다마메(풋콩). 필자는 처음 본 삶은 땅콩인데 친구는 “이게 너무 맛이 있어요”라고 자꾸 기뻐했었습니다. 먹어 보니까 딱히…

 

자, 그럼 고기를 구워보고 맛을 봐야지요. 야채도 판 위에 듬뿍 놓고 시작입니다. 배고파서 빨리 익는 소고기부터 먹었지요. 먹어 봤는데 이래도 장사가 될까 걱정될 정도로 맛이 있습니다. 물론 원가가 비싼 고기를 제공할 수는 없을 테니 싸구려임이 틀림없겠지요. 그럼에도 식감이 적당히 부드러운 게 제대로된 소고기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헬레스는 음식과의 궁합이 좋은 맥주로 알려져있는데 그것은 사실입니다. 이게 정말 3,500엔인가? 나갈 때에 추가요금을 청구하는 거 아냐? 라고 의심될 정도. 일단 다른 데에서 마시면 상당히 비싼 수제맥주를 원가에 제공할 수 있는 강점을 백프로 살려서 그렇겠지, 라는 게 필자 일행의 잠정적 견해입니다. 2차 심사,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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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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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고기일 텐데 맛이 제법인 소고기.

 

우시쿠샤토 비어가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필자 일행은 결심했지요. 간을 제대로 한 것과 소홀하게 한 것의 차이가 크고 뚜렷하게 나는 그것, 주물럭이지요. 진짜 주물럭집에서 파는 것만큼 제대로 주무른 고기는 아니겠지만, “보통 고기가 이 정도면 주물럭도 괜찮을 것 같은데?”라는 친구 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기대 반, 의심 반, 용기를 내서 주물럭을 구워보도록 합시다.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고기는 아주 싼 것이고 제대로 주무른 것도 아닐 테지만 진하고 달달한 장으로 간을 한 주물럭은 친구도 필자도 대만족. 생각해보니 웬만한 술집에 가면 한잔에 1,000엔(약 1만 원) 전후를 줘야 마실 수 있는 수제맥주를 리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3,500엔이란 가격은 파격적인 겁니다. 그에다가 괜찮은 야끼니꾸 리필까지 그 가격인 겁니다. 대박!!이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알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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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기다리는 (가짜?) 주물럭. 아직 기대 반, 걱정 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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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답이 나왔지요. 맛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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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맛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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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는 바베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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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물과 소주는 자리 가까이에 있었지요. 사진에 나와 있는 소주는 “차조기 소주 탄타카탄(しそ焼酎 鍛高譚)”이네요. 팬이 많아서 이자카야에서도 잘 팔리는 술이지요. 그런데 왜 소주랑 물만 텐트 안에 설치된 건가?

 

필자는 하나 맛이 있는 게 있으면 계속 같은 것을 먹어도 만족하는 편인데 실적주의자인 친구는 음식을 먹을 때에도 여러 가지 먹어보고 싶은 스타일.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김치가 눈에 들어왔는지, 갑작스레 “김치 주물럭 해보면 맛이 있지 않나?” 하는 겁니다. 굿아이디어지요. 요즘 일본에서도 돼지고기김치볶음(일본에서는 그냥 “豚キムチ(돼지김치)”라고 불러요)이 정착돼서 고기랑 김치를 같이 볶는 것은 그다지 창의성이 있다고 하기 그렇지만, 맛이 있으면 계속 같은 것을 먹는 필자에게는 신선한 제안이었지요. 실천해봤더니 상상대로 맛이 있었습니다. 김치가 약간 오래된 거였는지 살짝 신맛이 났는데 판에 같이 볶으니까 주물럭의 단맛과 기름기의 무거움을 잘 중화해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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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럭 볶던 중 친구의 갑작스런 김치 투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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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김치볶음 완성!! 김치의 신맛이 엑센트가 돼서 맛의 폭이 확 넓어지는 순간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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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해가 지며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뒤쪽에 우시쿠샤토 본관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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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도 마음껏 먹고 있어요.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을 때에는 역시 헬레스나 필스너가 맞는 것 같아요. 다만 맥주 차제로서는 우시쿠화이트가 가장 맛이 있었던 인상. 물론 둔켈이나 아키아가리도 엄청 잘 마셨습니다. 맥주 만으로도 4~5000엔어치 정도 마셨던 것 같아요. 가성비 정말 좋습니다.

 

또 김치를 살짝 볶아 고기랑 싸서 먹었어요. 계속 고기를 먹어서 입 안이 약간 끈적끈적해진 느낌이 드는 타이밍에, 시원하게 김치랑 같이 먹는 고기는 뱃속에 새로 빈 자리를 만들어주네요. 주물럭 때와 비슷하게 역시 김치의 희미한 신맛이 큰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큰 소리로 하기가 좀 그런데 이거는 필자가 가끔 한국에서 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친구한테는 먹다가 생각난 방법이라 말했지만요). 3차 심사, 합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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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아주 살짝 볶아 고기로 싸먹습니다. 맛 설명은 필요없지요.

 

그리고 말입니다. 우시쿠샤토 비어가든 칭찬 포인트 중 하나인 야끼소바를 잊으면 안 됩니다. 일본어로 연회를 마무리하는 요리 내지 식사를 “〆(시메 ; 마무리)”라고 부르는데 이 야끼소바는 시메로 제공되는 거겠지요. 평소 같으면 이만큼 먹으면 야끼소바 1인분만 볶아서 둘이서 나눠먹는데, 주물럭이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친구가 “마무리는 보통 야끼소바를 먹기로 하고, 따로 주물럭 야끼소바 만들어보면 어때?”라고 또 창의성을 과시하는 신제안. 완전히 배부른 상태이긴 했지만 끝까지 화합주의자임을 포기할 수 없는 필자. “그래, 그러던가”라고 답해버렸고, 그 답은 정답이었습니다.

 

보통 야끼소바는 소금맛이 아닌 이상 우스터소스 맛이 기본이고, 즉석 야끼소바 사리와 같이 나오는 분말소스 역시 우스터소스 비슷하게 짭니다. 그러나 듬뿍 주물럭과 야끼소바 1인분의 대결에서는 주물럭이 압승. 주물럭 양념으로 단맛이 지배하는 판이 되고 말았는데 그 위에서 억압당하면서도 부지런하게 정성을 다하는 분말소스. 원래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작품을 단역배우가 예술급으로 끌어올려주는 것은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인데 오늘은 고기를 굽는 철판 위에서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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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야채와 주물럭을 볶아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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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끼소바 사리를 투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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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말소스로 맛을 냅니다. 친구야, 나이스.

 

친구의 제안 덕분에 야끼소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 필자 일행은 배가 부른 객관 정세보다 차례, 절차를 중시하는 형식주의적 측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완전 바보 같지만). 마무리로(방금 먹었던 주물럭 야끼소바는 뭐였는데!?) 순수 야끼소바를 먹기로 만장일치로 의결. 아까 전에 단역 배우로 판 위를 화려하게 꾸며 준 분말소스가 드디어 주역을 맡게 된 셈이지요(아~ 배부르네 하면서 “맥주 갖고올게”라며 자리를 떠나는 친구야, 너 진짜 대단하다). 즉석 야끼소바 사리랑 같이 나오는 분말소스는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기는 한데 그런 미세한 차이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위장에 음식이 들어가는지 여부. “오~, 이것도 맛이 있네!!”라며 후루룩거리는 친구. 빵빵해진 배를 안고 담배를 피우러 갔더니 밤이 다 됐었지요. 아무튼 우시쿠샤토 비어가든은 최종 심사 합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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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를 넣고 만든 완전 노멀형 즉석 야끼소바. 더 이상 배 안에 빈자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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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온 우시쿠샤토 바베큐장. 광장 구석에 재떨이가 설치돼 있습니다.

 

 

6. 귀갓길엔 시원하게 쉐이크(하고 햄버거1)

 

꿈 같은 2시간을 마음껏 즐긴 필자 일행은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비어가든을 즐기는 중에 어두워진 우시쿠샤토는 낮과 또 다른 표정을 보여 주네요. 따듯한 색의 조명이 비추는 길은 분위기 만점. 산책하는 커플들에게 딱 좋은 산책로인 것 같아요(적당히 숲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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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조명이 길을 비춰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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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보이는 유리창은 레스토랑 “두 오에논”이네요. 밤에 보니까 더 멋진 것 같아요.

 

낮에 왔던 길 그대로 JR 우시쿠역까지 돌아갔는데 혹시나 싶더니 역시나였습니다. 번화가가 없어서 아직 7시 반 정도였음에도 역 앞 광장이 한산하고 조용했지요. 공휴일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여기 왔을 때에 아주 궁금했던 “オーマイゴッドバーガー(오마이갓버거)”는 드디어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경북・의성까지 달라스버거를 먹으러 갔던 필자로서는 나중에 어떻게든 오마이갓버거를 찾아내서 한번 먹어봐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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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쿠역 근처에 있는 주차장 안내판. 특약점(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계약된 가게)이 2군데 밖에 없는데 그 중 하나가 오마이갓버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아마 개인이 운영하는 수제버거점이겠지요. 너무 궁금한데 못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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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하고 조용한 저녁 7시 반의 우시쿠역 앞 로터리. 개인적으로 번화가 없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역 반대쪽은 개발이 돼있어서 번화가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조반센을 타고 가던 중 친구가 또 새로운 제안. 역시 마무리로 시원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될 거 아냐? 그래, 맞는 말이다. 만장일치 결과, 카시와역에서 내려서 도부노다센(東武野田線)으로 갈아타기 전에 맥도날드에 들리기로 했지요. 친구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주문(처음 알았는데 무려 100엔!!), 필자는 술에 취할 때의 습관대로 맥쉐이크(다만 小), 그리고 “버거”라는 말의 여운이 남았었는지 햄버거를 하나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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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카시와타카시마야 스테이션몰점(柏高島屋ステーションモール店)은 카시와역 서쪽출구 버스 정류장 앞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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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을 생각을 못하고 햄버거를 먹었어요. 서둘러 맥쉐이크(딸기맛)만 찰칵.

 

그럼 마지막에 “오늘의 고사성어”를 가슴에 새기고 그만 쓰기로 합니다.

 

【오늘의 고사성어】

과유불급(過猶不及) ;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論語・先進篇). 무한리필하다 너무 신나는 바람에 과식・과음해버린 경우에 자주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