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도 인기가 시들하다. 처음엔 땀 뻘뻘 흘려가며 뭔가 후루룩후루룩 먹는 것만 나와도 폭발적이던 시청률이 이젠 연예인들이 총출동해 스턴트맨 쇼에 가까운 묘기를 해도 왠지 예전 같이 돈벌이가 안된다. 방송국은 먹방의 흐름이 끝나감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다 백종원을 잡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요리프로를 가장한 그렇고 그런 먹방을 하기엔 불이 너무 식었다. 뭔가 다른 컨셉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시나리오 중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게 골목시장이었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미명하에 새로운 쇼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나름 결의에 찬 백종원에게 신성함을 부여하며 온갖 곳에 장치를 만들어 놓은 제작진의 치밀함은 보지 못했다.
첫 반응은 역시 뜨듯 미지근했다. 시청률이 잘 안나왔다. 예정된 수순이었던 아이돌을 투입했음에도 불은 쉽게 붙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불이 붙었다.
혐오와 분노다. 적어도 처음엔 제작진의 노림수는 아니었다.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방송에 나오는 한 집을 잡아 조리돌림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 말 그대로 인터넷 온갖 곳에 퍼나르기 시작했다. 게시판은 분노에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폭발적으로 시청률에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제작진은 이제 새로운 골목을 시작할 때 은근히 한 집 정도를 '혐오'와 '분노'라는, 불을 붙이기 위한 불쏘시개로 쓰기 시작했다. '혐오'는 돈이 된다는 걸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고 증명하기 시작했다. 그 효과는 대단했다. 나중엔 시청률을 견인하기 위해 섭외했던 아이돌이 시청자의 분노표출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될 정도였다. 연예인 없이도 시청률이 이렇게 나오니, 제작진은 더욱 노골적으로 백종원과 식당 사장의 갈등을 부추기고 미숙한 사장들을 고집만 드럽게 센, 절대로 장사를 하면 안되는 나쁜 장사꾼들로 포장・연출해서 내보내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이렇게 혐오를 이용해 주머니를 채워가는 방송국과 제작진에게는 아무도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저런 사람은 망해도 싸다. 아니 망해야 한다", "그래도 한국 자영업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거 아니냐"라며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장단에 맞춰 꼭두각시 춤을 춘다.
90년대 돈벌이가 되는 키워드가 '신세대'였고, 2000년대엔 '엽기'라는 키워드가 불쏘시개였다면, 2010년대는 '혐오'의 시대다. 마음에 신나를 몇 통씩이나 짊어지고 사는지, 하나 표적이 잡히면 잿더미가 될 때까지 이유도 정확히 모른 채 증오와 분노를 쏟아붇는다. 화로 가득 차 있다.
누군가는 그걸로 돈을 벌고, 누군가는 그걸로 사람을 죽인다. 똥이 가득찬 길을 걸어가지만 자신은 굽높은 신발을 신고 있기 때문에 똥이 묻지 않는다. 자신의 손엔 피 한 방울 묻히지 않는다. 간혹 누군가 지나침을 깨닫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는가' 문제를 제기하면, 불쏘시개가 분노해야 하는 또 다른 오만가지 이유를 들고와 분노의 불구덩이에 함께 뛰어들라고 부추긴다. 함께 증오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증오의 먹잇감이 되고, 그 커다란 분노의 화염에 모두가 다시 꼭두각시춤을 춘다. 서글픈 건 정작 분노해야 할 것엔 겁을 먹고 고개를 숙이더니 정작 만만해 보이는 식당 사장이나 떡볶이, 불고기에, '불의와는 같은 하늘 아래 못 살겠다'고 대쪽 같이 불을 뿜는 꼴이다.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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