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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국회에서 신성한 국회의원 나으리들이 신성하게 나라 곳곳을 점검하는 국정감사 시즌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열심히 삽을 들고 계신 분들이 눈에 띈다.

 

하여, 신성한 국감을 톺아본다면 [희망편]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옳겠으나, "나 좀 봐달라고!!!!!! 제발!!!!!!!!!!!!"을 외치시는 쟁쟁한 분들이 많은 관계로 [절망편]을 먼저 시작해볼까 한다.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된 점, 독자 여러분들의 넓은 이해와 아량을 부탁드린다. 

 

 

 

1. 전위예술가 김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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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표정 극혐..

 

전위예술이란 무엇인가. 검색해보니 "시대의 첨단에 선, 매우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이 전위예술이라고 한다. 국감장에서 공포에 질린 아깽이를 거나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이 퍼포먼스를 보라. 이것은 빼박 전위예술이다.

 

물론, 이전에도 뉴트리아나 능구렁이를 국감장에 데려와 플래시를 독차지하려고 시도한 사례는 있었으나, 진태의 패기에 비하면 피래미들의 물장구였다. 동물 보호를 위해 동물 학대를 방송하는, 부처가 되기 위해 부처를 죽이는 이 해체주의적 퍼포먼스를 감히 누가 따라올 수 있을까.

 

게다가 그의 예술은 단순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홍남기 국무조절 실장에게

 

“퓨마 살릴 수도 있었는데 남북 정상회담 이슈가 묻히니까 NSC 오다로 빨리 죽인 거 아님?”

 

라 묻고,

 

“내가 회의 멤버인데, 그날 NSC 회의 안 열렸는데?”

 

라는 답변을 이끌어 냄으로써 스스로 한 걸음 더 들어가 자신마저 해체시키는 수준으로 나아갔다. 이는 일찍이 국감장에서 볼 수 없었던 높은 차원의 예술적 경지, 아니 종교적 경지에 다다른 것으로 필자는 진태께서 공(空)의 개념을 형상화한 최초의 인간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2. ‘야알못’ 손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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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직관을 해야만 슨수를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의원님...

 

이른바 ‘오지환이 굴린 스노우볼’로 군 면제 혜택의 재검토 논란까지 부른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슨수 선발이 엉망이면 어때 금메달만 따면 그만이지’ 라는 마인드로 똘똘 뭉친 대표팀이 목표대로 금메달은 따냈지만, 잡은 뒷목을 놓지 못하던 국민들은 선동열 감독이 문화체육관광위 국감장에 소환되는 것에 부정적이지 않았다. 요기까진 손혜원 의원의 장기인 ‘커먼센스’가 잘 발휘됐는데...

 

“크보(야구협회)가 제출한 회의록 가짜 아님? 그리고 선수들 뽑으면서 쓴 자료의 근거가 너무 허접한데?”

 

라는 지적을 했고, 이에 대해 크보는,

 

“의원님, 원래 회의 때마다 회의록을 작성하는 건 아니에요;;”

 

선 감독은

 

“감독의 구상에 따라 선수를 뽑는 기준과 자료는 달라질 수 있구요. 오직 야구 소신 대로만 뽑았는데요;;”

 

즉, 손혜원 의원은 오지환을 대표로 한 슨수들의 ‘국대 자격’을 검증하기 위해 ‘이들이 실력이 없는데 무리하게 뽑힌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고, 회의록에 대한 질의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야빠들이 빡친 건 실력이 아니라, 국대를 의무감이 아닌 오직 병역 면탈을 위한 창구쯤으로 여겨온 몇몇 선수들의 자세 때문인데, 번지수를 영 잘못 짚으신 거랄까. 이를 예상한 선동열 감독은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준비해 온 답변이 있었으나, 뜬금없이 자신의 전문성을 공격하는 손 의원의 삽질에 자존심이 팍 상했을 것 같다. 아니 그래도 보좌진 중에 한 명 쯤은 야빠가 있을 텐데, 우째 이런 거나한 삽을 푸셨을까 아리송하다.

 

 

3. 분노유발자 정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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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님의 순수한 미소가 참 보기 좋습니다

 

국감은 원래 야당의 실력을 보여주는 무대다. 날카로운 질의로 국민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한 의원은 이른바 ‘국감스타’가 되기도 하는데, 주로 야당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번 국감은 의원들보다 참고인이 더 많은 셔터를 받았는데,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참고인으로 나온 장안의 화제, 백종원이 그렇다.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엄근진한 국감장에서도 뽐내며 주인공을 자리 잡은 그는, 정유섭 의원의 질문을 받는데...

 

“님네 회사 가맹점들이 ‘골목상권의 손님을 다 뺏어간다‘ 카던데 어떻게 생각함?”

 

이에 <골목식당>에서 자주 보던 것처럼 리얼로 빡친 백 대표는 사자후를 이어갔다.

 

“너무하는 거 아님? 우리 가맹점주님들도 똑같은 자영업자인데? 그리고 우리 가맹점은 ‘골목상권’이 아니라, 이미 활성화된 ‘먹자골목’에 들어가서 자율경쟁 하는 건데?”

 

물론 백 대표의 말도 100% 사실은 아닐 수 있다. 점포 상황에 따라 정 의원의 말이 맞을 수도 있고, 거시적으로 상권 변화의 흐름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자료도 없이 주워들은 것처럼 질의를 하는 수듄... 게다가 참고인의 말빨에 밀려서 마이크 완전 뺏겨 버리는 수듄... 반박당하니까 허허 웃으며 달래려는 수듄...

 

정 의원은 아마 대충 '소상공인의 수호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적당히 반성하는 듯한 백 대표의 대답을 바랬을 텐데, 그렇게 안일하니까 국감 수준이 매년 욕먹는 게 아닐까. 그 험난했던 국정농단 청문회를 거친 자유한국당의 에이스, 정말로 믿음직하다. 다음 총선도, 화이팅!

 

 

4. 상습 탈주러 자유한국당 법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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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하는 자유당 의원들 (아니 이은재 의원님 아직도 MS 쓰시네?)

 

매 국감마다 상습적인 집단 탈주가 생기는 위원회가 있다. 법사위다. 10일에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비자금 의혹과 증인 출석을 요구하며 1차 탈주를, 11일엔 신임 헌법재판소 재판관 이석태, 이은애 재판관이 ‘좌편향’ 됐다며 2차 탈주를, 12일엔 문 대통령의 ‘강정마을 시위자의 사면 복권‘ 발언을 테클 걸며 3차 탈주를 벌였다. 자유한국당의 탈주러들은 ’탈주의 변‘을 쏟으며 모두 문 대통령을 저격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에 훈계해서 안 함ㅋ”

“대통령의 헌법 재판관 임명 강행 때문에 안 함ㅋ"

"대통령이 ‘강정 마을 사면’을 운운하며 국감장을 무력화하고 있기 때문에 안 함ㅋ“

 

본 회의에서 해도 되는 발언과 문제 제기를 길고 긴 의사진행 발언으로 다 해 놓구선, 정작 본 회의 시작하기 전에 새초롬하게 탈주하는 모습은 마치 알바비를 선불로 받고 유니폼 입자마자 탈주한 ‘알바 추노썰’을 떠올리게 한다. ‘국감 보이콧’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지만, 이젠 당 차원에서 유연 근무제라도 도입하는 건지, 탈주도 마음대로, 발언도 마음대로다.

 

장제원 의원을 필두로 한 자유한국당의 상습 탈주러들에게 당장 연봉을 뺏어올 방법도 없고, 국회의원 전문 추노꾼을 고용하는 것도 돈 아깝고, 내년 총선까지는 기다려야 하니 아쉬운 대로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모셔가는 것은 어떨까? 갑갑하고 엄격한 국감장과 양복을 벗어 던지고 대자연의 품에서 완연한 자유를 누리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회에 부는 노마디즘의 실현을 위해, 이젠 탈주 말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시길 권고드린다.

 

 

5. 조류언어학자 서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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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통 말고 근거에 충실한 국감 좀 제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감장에선 전 세계 조류학자들이 놀랄 만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발언의 주인공은 민주당 서삼석 의원. 지역구가 농촌인 만큼, 농촌의 전염병 문제를 다루려는 서 의원의 노력은 국감장에서 연일 호통으로 빛나고 있다. 열정 넘치는 질의 스타일처럼, 그의 질타도 공무원의 열정을 강조한다.

 

“공무원들 중에 철새 보러 시베리아 갔다 온 사람 있음? 앉아서 방역 대책을 짜니까 철새가 인간의 말을 알아먹겠냐 그 말임. 그러니까 매년 조류독감이 오지ㅉㅉ"

 

시베리아를 다녀오면 조류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조류의 언어를 이해해야 조류 독감을 막을 수 있는 걸까. 공무원의 안전빵 지키는 태도만 지적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정 욕심을 내고 싶었음 추적조사의 좋은 선례를 제시하거나,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로 조류 독감 방역에 실패한 반례를 제시했으면 됐을 텐데,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조선시대 사또 빙의는 왜 하신 걸까.

 

 

6. 인공지능언어학자 박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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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불쌍해 보이는 건 처음이다.

 

조류언어학자에 이어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인공지능언어학자도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다. LG의 가정용 서비스 로봇 클로이를 대뜸 꺼내놓더니, 애타게 “헤이 클로이”를 불렀지만 묵묵부답. 어렵게 보좌관의 도움을 받아 구동에 성공했지만,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지자 그가 한 말이 압권이다.

 

“내가 사투리를 써서 그런가 서울 표준어가 아니면 못 알아듣나 보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국감장에서 클로이 같이 음성 인식 로봇을 구동하기란 어려운 일인데, 로봇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면서 시연을 굳이 하시겠다고 들고나와 셀프 빅엿을 드신 이유가 뭘까. 이렇게 시간을 잡아먹으며 이 의원이 과기부 장관에게 한 질의는 다음과 같았다.

 

“우리나라는 서비스 로봇 예산이 넘 적은데 대통령께 건의할 생각 없음?”

 

클로이 구동시키다가 본인 시간만 다 잡아먹고, 이 장관에겐 “시간이 없으니 답변을 빨리하라”며 재촉한 끝에 질문이 요런 거라니, 본인의 명예를 광고료로 삼아 클로이를 전국에 홍보한 그 노력은 과연 과방위 소속 국회의원의 사명감답다. 그것만은 응 인정.

 

 

7. 가짜뉴스 지킴이 이채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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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유언비어 잡는다고 난리쳤는데요...

 

유통자에 이어 가짜뉴스 쉴더도 있었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다. 행정안전위 경찰청 국정감사장에서 경찰의 가짜뉴스 대응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이 의원의 발언은 참으로 사실과 논리에 입각한 말들이었다.

 

“공권력을 지켜야 할 경찰과 경찰청장이 나서서 가짜뉴스 입법하는 나라가 어디 있음? 가짜뉴스 단속하면 국민들의 일반 정서가 경직 된다구!”

 

자유한국당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유튜브 홍보 정책이 향후 선거판을 좌우할 중요한 카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슬쩍 구경해 보니, 20년 전통의 황색 언론 딴지일보의 필진도 감탄할 만한 찌라시 짜깁기 능력을 보여주고 있드라. 주작질로만 따지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정당이 본격적으로 주작하니 확실히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다르다.

 

정치라는 게 원래 속마음을 이리저리 잘 포장해서 둘러대는 것이라 카지만, 자유한국당이 심혈을 기울여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이 그리도 소중하다면, 다음 총선부턴 아예 국내 최초 원외 스트리머 전문 정당이 되시라고 권유 드린다.

 

 

8. 가짜뉴스 유통업자 이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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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가 이렇게 위험합니다 이채익 의원님(오마이뉴스)

 

놀랍게도 ‘인터넷언론인연대회’라는 알 수 없는 단체가 선정한 ‘2017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뽑혔던 이완영 의원의 질의는 강렬했던 청문회의 추억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볼 만 했다. 여기도 말 많고 탈 많은 법사위였고, 그래서 고의인지 실수인지 아리송한 삽질이 튀어 나왔다. 질문자는 이완영 의원이고, 답변자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다.

 

이 : “박보영 전 대법관이 출근할 때 봉변당했다던데 실화?”

안 : “ㅇㅇ 그런 걸로 암”

이 : “판사의 권위와 존엄이 훼손됐는데, 대법원장은 왜 암 말도 안 함?”

안 : “민주적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함”

 

그러나 실상은 이렇다. 박보영 전 대법관의 출근길을 찾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정리해고 판결의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경호 인력이 뒤엉켜 박 전 대법관이 살짝 비틀거렸단다. 그런데 이 해프닝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신문 <동아일보는> 이렇게 썼다.

 

“험란했던 ‘시골판사’의 첫 출근길, 시위대에 밀려 넘어지기도”

“노조원들은 법원 민원실에서 난동을 부렸다.”

 

쌍용차 지부는 두 가지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발표하며 정정보도를 요구, <동아일보>는 정정 보도를 하며 사과했다. 이미 맛이 간 기사지만, 그래도 사과하며 끝난 사안을 이완영 의원이 낼름 받았고, 안철상 행정처장도 맞삽질을 한 것이다.

 

의원도 사람인 만큼 가짜뉴스를 보고 실수할 수도 있으나, 이를 지적하는 몇 차례 보도가 있었음에도 이완영 의원실 홈페이지에는 보도자료 하나 없다. 실수가 아니라 고의였던가...! 아무래도 이완영 의원은 사드를 자신의 지역구 성주에 유치한 장본인으로서, 가짜뉴스의 유통까지도 힘쓰시려나 보다. 진태쿤과 손잡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신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국정감사의 전반전은 전통적으로 이슈를 끌어오기 위한 삽질과 퍼포먼스가 주를 이룬다. 그건 알겠는데, 어째 해가 갈수록 수위 조절을 못 하는 것 같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걸 나으리들의 캐치를 못 하는 걸 수도 있고.

 

다음에 쓸 [희망편]엔 제발 그럴싸한 정책국감 글감이 많아지길 바라며, 국정감사 전반전을 짤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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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조선사 교양서를 쓰고 있는, 딴지가 배출한 또 하나의 잉여 작가
딴지의 조선사, 문화재, 불교, 축구 파트를 맡고 있슴다.
이 네 개 파트의 미래가 어둡다는 거지요.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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