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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때는 중국이 보이지 않았고, 부시 때는 중국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때는 새로운 동반자라고 여기다가 , 트럼프 때엔 중국이 미국 GDP의 70% 가까이 성장해 당장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관 관계는 중국 경제 활동에 대한 미국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중국 제조업의 첨단화가 표면적이고 본격화되면서 미국은 더 이상 이를 두고 볼 수 없어졌고, 중국의 경제 활동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제재를 가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의 경제에 영향을 주면 줄수록 받을 경제적 조치도 커질 것입니다. 중국이 끝까지 저항해서 어떤 시기와 형태로든 미국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이 가면, 미국은 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해석, 중국에 대한 보복을 키워나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중국은 발전하면 할수록 위험해지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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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미국이 중국에 요구한 "대중 제재완화 8대 선결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2년 내 대미 무역흑자 2,000억 달러 축소

2. 中 ‘제조업 2025’ 지원 중단

3. ‘제조업 2025’ 관련 수입제한 수용

4. 사이버 기술침탈 중단

5. 지적재산권 보호강화

6. 미국의 투자제한조치 무조건 수용

7. 관세 인하(평균 10% → 3.5%)

8. 서비스·농업시장 전면개방

 

8대 선결조건에는 들어가있지 않지만, 미국은 중국이 분기별 선결조건을 이행하는지 점검하고, 미비할 시 즉각적으로 규제를 재발동,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권한도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습니다. 중국이 위안화와 인민은행 지준율 인하를 지속하면서 미국에 끝까지 저항할 경우,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최후에는 위안화 절상 카드까지 쓸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산업의 몰락이 미국에도 큰 위험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남아 시장에 경공업 생산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과거라면 모를까, 현재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경공업 제조국가들이 많습니다. 미국의 관세부과로 중국 경공업 생산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상태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국이 급격히 첨단 제조업으로 산업 생태계를 바꾼 것이 이제 막 제조업을 꽃피우기 시작한 경공업 중심 국가들에겐 엄청난 기회가 되었습니다. 중국이 공급을 줄이면서 미국을 압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이 지금까지 미국에 저항을 하긴 했습니다. 보복관세도 부과하고 다른 국가들에게 손도 내밀어 봤지만, 보복관세는 심기를 더 건드렸고, 다른 나라들은 자신의 선택이었는지 미국 눈치를 본 것인지 당장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이 내민 손을 무시했습니다.

 

지금 중국 경제에 제동이 걸린 것은 자국 산업 보호정책을 철저히 한 탓입니다. 미국의 주력산업이 중국에 진출하지 못하거나 소극적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미리 시장을 개방했다면 중국에 들어간 미국 자본이 방패가 됐을 테지만 지금 중국 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폐쇄정책이 부메랑이 된 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구글과 유튜브를 하루 13억이 검색하며 보고, 넷플릭스로 미드를, 아마존으로 소비를, 전국배송을 페덱스와 UPS가 담당하는 상상은 물론이고, 월가의 5대 은행이 중국을 동북아를 넘어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 허브로 사용하고 있다면, 미국이 지금과 같은 제재를 가할 수 있었을까요? 상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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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국민일보 (링크)

 

중국 제조업의 다른 문제점은 특허와 저작권을 무시한 채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 요구의 핵심은 중국 제조업의 시작이 WTO 내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경쟁이 아니었다는 점과 이를 되돌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경쟁을 할 거면 그동안 지키지 않은 국제 룰에 따르라는 겁니다.

 

무역분쟁의 기본 해결 방법은 당사국들 간 대화와 조율입니다. 미국을 상대로 그게 안되니까 WTO까지 갈 수밖에요. 미국은 다른 나라가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하면 국가 안보를 흔든다는 명분으로, 없는 무역 관련 법까지 만들어서 제재한 지 꽤 오래 됐습니다. 미국과 중국, 서로 WTO에 제소하면 누가 더 손해일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의 논리가 미국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중국 제조업의 출발과 폭발적 성장이 WTO 조율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공정한 무역이었는가 의문을 갖게하는 상황에서, WTO가 공정하게 판단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리스크가 미국보다 작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중국의 대미무역은 수출액에 있어서 미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올해 전체 수출액 중 대미 수출액이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이보다 훨씬 적습니다. 중국이 고의적으로 미국에 수출을 줄이거나 단절하면 연쇄작용으로 다른 나라에 대한 수출에도 악영향을 받습니다. 헤게모니 싸움도 대등한 수준의 나라끼리 하는 것이지 중국은 미국과 헤게모니 싸움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당하는 중국과 제재하는 미국, 두 나라 모두 이 일방적 갈등을 길게 끌고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채권이 시장에서 미국을 흔들 엄청난 무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 채권은 최대 인기 채권이라 던지면 던지는대로 모두 매집(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주식을 마구 사는 것)됩니다. 무엇보다 보유한 미국 채권을 던지는 행위는 미국하고 전쟁을 하자는 것과 같기 때문에 자살행위입니다. 세계 각국에 달러 보유가 얼마나 폭증했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 채권과 달러는 갖는 건 자유롭지만 처분은 자유롭지 않은 상태입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달러를 회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고 채권을 풀면 풀수록 미국의 달러 긴축과는 괴리가 생깁니다. 미국이 결코 원하는 바도 아니고 중국 입장에서는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중국이 미국 채권을 판다고 하면 막을 방법은 분명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보복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처분하는 순간 미국하고는 적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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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달러가치는 양적완화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집니다. 미국조차도 달러를 무한정 찍어냈을 때 일어나는 부작용에 대해서 경제학책에 나온 대로 두려워 했지만,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를 찍어내면 찍어낼수록 매집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달러 패권은 더욱 견고해지고 미국의 입맛대로 세계 경제가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미국이 훨씬 유리하다못해 압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은 강력하고 견고해진 달러의 힘으로 WTO 머리 위에 서있습니다. 현재 트럼프의 움직임만 봐도 WTO 눈치는 1도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확연합니다. 트럼프는 안 그래도 눈치 안 보는 성격인데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으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겁니다. 더욱이 중국은 미국과 지표상으로도, 인식상으로도 대등한 위치에 있는 국가가 아니니까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처음부터 승자가 정해진 싸움으로, 시진핑은 이미 미국을 패권국가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시진핑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무릎을 꿇고 고개를 더 깊이 숙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트럼프 지지기반 지역 생산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한 후, 트럼프의 대중국 경제제재가 더 강하고 과격해지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자신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주머니에서 끝까지 꺼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미국의 파워게임은 전통적인 국제 룰에 어긋나 있습니다. 하지만 달러에 취약한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 공정한 룰이 무의미해졌습니다. 정신을 차린다고 해도 이미 미국과 달러의 지배력이 확고해진 뒤라 별 의미가 없습니다. 세계 무역의 환경이 미국 최중심으로 재편되어가는 것도 이제 거의 완성 단계로 보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세계 경제의 룰이 어긋났다기 보다는 미국이 만든 새로운 룰 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습니다.

 

현재 금리인상은 금리인상 스케줄에 따라 예견된 횟수를 거의 지켜가고 있습니다. 연준의장은 아직 중립 금리인 3%에 부족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의 주요지수 또한 예견된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자금 유출을 대비하려고 했는지 확정할 순 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오버슈팅된 측면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주가지수는 많이 빠졌다기 보다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보여집니다.

 

미 정권이 바뀌면 중국에 대한 입장도 변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혹여 정권이 바뀌더라도 수습하려는 척은 하겠지만 결국에는 같은 길을 가게 될 것 입니다. 지금 트럼프가 보이는 행보는 원래 가려던 길을 미쳐서 뛰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중국에 대한 견제가 최소 한 번은 있었을 테고, 과정이 다를 수는 있어도 결과가 다를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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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의 경제지표가 좋은 것은 양적완화의 순기능만 받았기 때문입니다. 양적완화 시기에 풀린 달러가 각국에 퍼져,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미국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습니다. 불필요하고 감당할 수 없는 경기과열과 부동산 가격 상승, 계층간 양극화가 고착화되어 큰 경제적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달러 매집을 많이 한 나라일수록 인플레이션 부작용이 크게 일어나고 있고요. 돌이켜보면 미국의 달러 양적완화는 전세계 경제 질서를 붕괴시키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게는 미국 기준으로 세계 질서를 확립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양적완화 이후 전세계 경제는 달러의 영향권에 완전히 갇힌 모양새로, 세계적 불황은 아직 시작도 안됐습니다. 달러 가치가 급락할 정도의 역풍으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 다른 나라는 더 큰 타격을 받아 먼저 붕괴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미국만 쓰러질 것이라는 생각은 적절치 않습니다. 미국이 휘청일 정도면 다른 나라들은 이미 쓰러져서 의식이 없을 겁니다.

 

현재 미국이 갖게 된 절대적 위치는 견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달러를 견제할 금본위제는 일찍이 폐지되었지만, 양적완화 이전에 달러는 금값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는 듯 했고, 가격 또한 금과 달러는 상극이라는 말이 통했습니다. 하지만 달러 거래가 가능한 금 선물이 도입되고 미국의 달러 발행력이 양적완화를 통해 무한정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더 이상 금은 달러를 견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석유거래에 있어서 과거 이라크를 침공하고 현재 이란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은 석유거래 시장에서 달러화의 절대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에 2017년 미국이 석유 최대 생산국이 되면서 현재 석유 시장에서의 가장 큰 영향력은 '미국 석유 생산분의 등락 상황'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미국과 달러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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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결코 미국과 중국이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앞서 본 '대중국 제재완화 8대 선결 조건'만 간단하게 읽어 봐도 미국이 중국 제조업에 대해서 얼마나 꼼꼼하게 견제하고 관리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중국이 첨단 제조업 자체를 접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 중국의 폐쇄주의를 통해 급격히 성장한 모든 경제적 수단은 일시에 무너지게 됩니다. 문제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중국 경제를 무너뜨리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입니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제재완화 8대 선결조건이나 환율 조작국 지정 움직임, 위안화 절상 움직임은 대등한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헤게모니 싸움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승부는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결정났다고 봐야 합니다. 싸움을 장기적으로 끌고가면 끌고 갈수록 황폐화되는 쪽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경제적 포맷을 선택할 것이냐, 국가적 디가우징(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하드디스크를 지워 복구가 안 되게 만드는 것)을 당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중국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의 30%가 넘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부침이 우리나라 경제에 단기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남방정책을 펼치면서 수출국가를 다변화하며, 중국 경제의 붕괴 혹은 재편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수출국 다변화는 필연적이고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중국발 부침을 잘 이겨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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