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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최종 결정내렸다(분식회계란 말이 궁금해서검색해봤더니 Cosmetic Accounting(분칠을 한 것처럼 가릴 건 가리고, 강조할 건 강조한다는 의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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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방법에 대해서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 91.2%를 소유해 왔기 때문에, 이를 연결 재무제표로 처리해 왔었는데, 2015년에 삼성 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하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지분법으로 변경했다.

 

연결 재무제표니 지분법이니 어려운 말이 많이 나오는데, 복잡하고 어려운 거 맞다. 고급회계에서 나오는 개념인 데다가, 두 개 이상의 기업의 재무제표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어떤 회계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M&A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이상, 웬만한 회계사들도 실무에서 접해볼 일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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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야매로 설명을 해보자면, 연결회계는 대상이 되는 자회사와 모회사의 재무제표를 하나로 합치는 방식이다. 가령, 딴지그룹이 딴지마켓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면, 딴지마켓은 딴지그룹 꺼니깐, 딴지마켓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이나 부채 또한 딴지그룹 재무제표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지분법상에서는 두 기업이 더 이상 자회사 / 모회사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고 보고, 이 두 기업의 재무제표를 일단 떼어낸 다음, 공정가치(Fair Value : 합리적인 판단력과 거래의사가 있는 독립된 당사자 사이의 거래에서 자산이 교환되거나 부채가 결제될 수 있는 금액. ▶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거래에 참여해서 주고 받는 돈의 액수를 말함)만큼을 손익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가령, 딴지그룹이 딴지마켓 지분의 60%를 마사오닷컴에 팔았다고 쳐보자. 딴지마켓은 더 이상 딴지그룹 게 아니니깐 일단 딴지그룹 재무제표에서 제거해야 한다. 근데 딴지그룹은 아직 딴지마켓의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으니까 완전히 남이라고 볼수는 없겠지? 이럴 경우 딴지그룹은 딴지마켓을 관계사로 분류한 다음, 딴지마켓의 공정가치 만큼만 장부에다가 표기를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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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교과서로 볼 때는 졸라 간단하고 명확한데, 실무에서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 이유는, 지분법으로 처리해야 할지 연결회계로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딱 떨어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회계기준이 제시하는 자회사 편입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지분 보유비율 : 한마디로 누가 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느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1.2%의 지분을 소유중이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로 보는 게 맞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에게 콜옵션을 팔았기 때문에, 이 지분구조가 좀 애매해지긴 하는데, 설령 콜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50%+1주 주식을 보유하기 땜에 과반을 기준으로만 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로 보는 게 맞다.

 

지배력의 유무 : 여기서부터 진짜 복잡해지는데, 단순히 지분 보유비율만 가지고는 누가 누구를 지배하는지 정확하게 나타낼 수가 없기 때문에, 지배력이란 것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딴지그룹이 마사오닷컴에 딴지마켓을 팔면서, 독소조항으로 '딴지마켓 운영진의 90%는 내가 선임할 권리를 갖음' 이라는 조건을 욱여 넣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마사오닷컴은 딴지마켓의 지분을 60%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딴지마켓을 뒤에서 운영하는 건 계속 딴지그룹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할 때 내세운 주요 논리이기도 하다. 콜옵션의 계약 내용상,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이사회의 절반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데, 만약 이 권리를 바이오젠이 실행한다면,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더 이상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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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타파 (링크)

 

위 내용이 전부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괜찮다. 애초에 어떤 회계기준을 적용할지는 매우 복잡한 영역이고, 그렇기 때문에 회계법인들이 따로 돈받아가면서 회계 컨설팅도 하고 자문도 하고 그런다.

 

다만, 지분법을 적용하느냐 연결회계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재무제표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일단, 연결회계는 장부가치를 기준으로 회계처리를하지만, 지분법은 공정가치를 통해 평가를 한다.

 

비전공자들이 많이 헷갈리는부분인데, 장부가치와 공정가치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또 다시 예를 들어, 딴지그룹이 나꼼수 시절에 팟캐스트 플랫폼을 가지고 특허를 냈다고 가정해 보겠다. 이 경우 팟캐스트의 장부가치는 딱 특허신청에 들어간 비용(변리사비, 특허 신청료 등등)만 인정이 된다. 끽 해야 몇 억 들어갔겠지. 반면, 공정가치로 이를 환산할 경우 이는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의 현재 값어치 or 3자가 이를 인수하고자 할 때 지불할 가격이 된다.

 

장부가치상으로는 과거에 들어갔던 비용의 일부만이 기록되는 반면, 공정가치는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기대수익, 즉 싯가가 기록이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같은 제약회사는 장부가치와 공정가치의 갭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업종이다. 신약개발 등에 들어간 개발 비용들 대부분이 비용처리되고, 장부상으로는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지분법에 따라 공정가치로 평가를 하면, 특허의 가치에 따라 엄청나게 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렇게 지분법으로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함으로써 4조 5천 억에 달하는 회계상 이익을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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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부채 문제도 있다. 연결회계상에서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자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모회사 재무제표에 그대로 더해야만 한다. 여기서도 콜옵션이 문제인데, 회계 원칙상 바이오젠이 갖고 있는 콜옵션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부채로 인식돼야 하는 것이 맞다. 이 콜옵션의 금액이 18천억이니... 이를 고스란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에 더해 버리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잠식상태, 즉 투자금 완전 다 까먹고 빚에 허덕이는 기업처럼 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를 지분법으로 변경해 버리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장부에서 떨어져 나가니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에 심대한 타격이 가해질리도 없다.

 

즉 이재용, 아니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지분법을 택하면 1회성이나마 이익은 4조 5천 억이 뛰어 버리고, 부채는 18천억이 덜 잡히니 회계장부가 화장 정도가 아니라 전신 성형이 되는 셈이다.

 

복잡한 회계 기준 얘기가 뜻하지 않게 길어진 탓에 오늘은 여기서 끊고, 다음에는 이어서 이번 사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들을 적어보겠다.

 

 

 

필자 A/S 
 
 지분법이라 공정가치로 평가를 해야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회계에서 지분법으로 변경할 때
공정가치로 손익을 인식해야한다, 가 맞는 표현입니다.
 
지적해주신 참여연대 및 독자 분께 감사드립니다. 
 
후속편에서 좀 더 제대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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