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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SM는 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스탠포드대, MIT의 이니셜을 딴 것입니다.

 

어떤 아이들이 HYPSM(Harvard, Yale, Princeton, Stanford, MIT) 같은 대학에 합격할까?

 

이 대학 입학 사정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보자.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워낙 좋은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데 그런 학생들 사이에서 누군 합격을 시키고 누군 떨어뜨려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다음이 아닐까 한다. 학교의 미래에 보탬이 될 만한 이들로 선발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선발할 때 최대한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

 

 

 

1. 학교의 미래에 보탬이 되는 학생

 

대학의 입장에서 실력이 월등한 학생의 기준은 뭘까? 

 

어떤 입학생들은 눈에 띈다. 전국 대회에서 우승 내지는 상위권 입상. 예를 들어서 Google Science Fair, Math/Science Olympiad 등의 대회에서 상위권 입상을 했을 경우 월등한 실력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학생들은 그야말로 아무 대학이나 골라 갈 수 있다. 물론 사회에서 파급 효과가 큰 대회의 수상도 해당된다. 예를 들면 올림픽 금메달. 미국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워낙 많으니 그냥 금메달이 아니고 큰 인기몰이를 하면서 금메달을 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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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김 / 출처 : NBC Olympics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클로이 김(Chloe Kim)을 예로 들어 보자. 방송 인터뷰에서 '대학 진학은 어떻게 할 건가요?'라는 질문에  '글쎄요. 하버드 같은 학교 정도라면 관심이 있는데요'라고 답했다. 이 한마디에 하버드에서는 바로 입학 사정관 중 담당자 하나를 붙여준다(결국에는 프린스턴으로 결정했지만). 담당자들은 어떻게 해야 이들을 잡을 수 있을지, 어떤 장학금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타이거 우즈(Tiger Woods)도 그런 식으로 스탠퍼드에 갔다. 운동선수뿐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유명해진 할리우드 배우들도 어느 정도 평판이 좋으면 명문 대학에 갈 수 있다(엠마 왓슨이나 다코타 패닝의 경우). 2014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의 경우, 결국에는 영국의 옥스퍼드를 갔지만 미국의 아이비리그가 그 학생을 “영입”하려고 꽤나 신경 썼을 것 같다.

 

특정 분야에서 눈에 띄는 수상 경력이 없지만 오랜 시간 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결과를 내는 방법도 있다. 어떤 학생은 꾸준히 한 분야에서 사회 활동을 해 오면서 빈곤, 환경, 정치 등의 사회 문제 해결에 깊이 관여하고, 굵직한 업적을 내거나 수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이런 학생의 경우, SAT나 GPA가 수준 이하만 아니라면 대학이 꼭 잡아야 하는 대상이다. 학생마다 스토리가 다르니 판단하기가 쉬운 건 아니다.

 

결정은 완벽할 수 없다. 정말 뛰어난 인재인데 놓치는 수도 있고, 잡고 보니 그럴 필요까진 없었던 경우도 있다. 입학사정관의 목표는 최대한 그런 오류를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조스,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엘론 머스크, 타이거 우즈 등의 글로벌 인재를 잡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 이들은 굳이 명문대에 가지 않고도 뭘 했든 성공할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대학은 하나의 액세서리였다. '남들 다 가는데 나도 한번 가볼까'라는 마음으로 대학에 들어갔지만 아니나 다를까,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는 씩씩하게 Harvard를 중퇴해 버렸다.

 

흔히 명문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여러 기회가 열릴 것만 같은데, 이런 사람들에겐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분석력, 상황 파악 능력, 인간관계, 저돌적인 추진력 등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탁월한 사람들이고 보너스로 자기만의 특별한 능력이 있었기에 어떻게 해도 조만간 뭔가를 해낼 사람들이었다는 거다. 대학에서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원한다.

 

“우리 자식이 그런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궁금하신 분들. 위에서 열거한 그런 사람들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어떤 상황의 학생이었나 알아보시고 그런 떡잎이 보이지 않으면,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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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또 다른 보탬이 되는 학생들은 운동하는 아이들이다. 미국 대학에서 스포츠가 차지하는 위상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소위 인기 종목인 미식축구, 농구, 야구, 축구 등의 종목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엄청나다. 그래서 감독, 코치들은 웬만한 교수 월급의 몇 배를 받고 있고, 선수들은 장학금 및 기타 혜택이 엄청나다. 물론 아이비리그는 스포츠로 명성을 날리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우리 학생들은 공부도 잘하고 이렇게 다양한 운동을 통해서 지덕체를 키운다.'라는 걸 내세우려고 운영하는 운동부들이 꽤 있다.

 

예를 들어 디비전 원(Division One) 랭킹에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하버드와 예일은 미식축구로 라이벌 전이 치열하다. 비인기 종목으로 알려져 있는 육상, 체조, 조정, 수영도 대학 내에 팀도 있고 예산도 빵빵한데, 팀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선수 수급이 중요하다. 각 고등학교에서 straight A를 맞는 학생들 중 운동 잘하는 애들을 찾기가 어디 쉬운가. 그렇다고 일반 주립대처럼 성적이 거의 바닥인 학생 스카우트를 해 올 수는 없고, 성적이 어느 정도 되는 수준의 학생을 대상으로 나름대로 물밑 스카우트 경쟁을 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TJ에 칼텍(Caltech)에 합격한 학생 중 하나는 농구부에서 활동했다. 물론 공부를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점수나 학교 성적 측면에서 TJ에서 부각을 보인 학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J 상위권 아이들이 우수수 불합격되는 와중에 그 친구는 합격되고 장학금도 우선적으로 받는다 이거다.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운동을 한 학생들은 어느 정도 학업 능력이 인정되는 한, 아못사에서 우선적으로 데려간다.

 

학교에 보탬이 되는 또 다른 부류의 학생들이 있다. 신의 자식들이다.

 

Malia Obama(44대 대통령 Barak Obama의 딸) - Harvard

 

Chelsea Clinton(42대 대통령 Bill Clinton의 딸) - Stanford

 

George W Bush(43대 대통령; 41대 George H W Bush의 아들) - Yale

 

Barbara Bush(43대 George W Bush 의 딸) - Yale

 

Amy Carter(39대 Jimmy Carter의 딸) - Brown

 

John F Kennedy(35대 대통령. 워낙 빵빵했던 Kennedy가문) - Harvard

 

미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모가 정치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명문 대학을 쉽게 간다. 대학에서는 얘네들이 자기 학교에 출석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을 보인다. 부모가 그 대학 출신이거나, 얼마나 그 학교에 공헌을 했는지도(학교의 이름을 드높이는 업적이나 기부) 중요하다. 꽤 가산점이 있다.

 

문제는 학교의 역사와 전통이 길면 길수록 출신 때문에 가산점을 받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자기들도 그게 별로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럴 때 "좋은 그림"이 필요해진다. 

 

 

 

2. 학생 선발에 관한 "좋은 그림"

 

“좋은 그림”이라는 것은 대학이 최대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을 뽑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 대학이 최고의 엘리트를 위한 대학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동시에 사회의 다양성 역시 중시한다는, 이런 입장을 보여준다. 이것을 미래에도 입지를 강화하면서 살아남으려는 대학의 노력으로 볼 수도 있고, 조금 딴지를 걸어 빛 좋은 개살구로 볼 수도 있다. 평범한 내가 대통령 딸과 같이 수업 듣는다고 해서 내 인생에 별 달라지는 건 없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보통 사람과 학창 시절을 보낸' 고위층 자녀로 거듭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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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좋은 그림”을 위해 대학은 지역, 사회 계층, 빈부, 인종, 장애, 종교, 심지어 특기 사항을 최대한 다양하게 반영되도록 학생을 선발한다. 흑인을 너무 안 뽑아서도 안되고, 점수가 높다고 아시아계 학생들만 뽑을 수도 없으며 장애가 있는 학생도 좀 뽑아야 한다.

 

일차로 거른 학생들 중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 평소보다 많다면, 다시 중산층 이하 학생들을 뽑아내기도 한다. 그런 퍼센트를 조정하는 게 이 사람들이 신경 쓰는 일이다. 글로벌 시대니 해외로부터 오는 학생들의 자리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해에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입상자나 컴퓨터공학 특기자들이 유난히 많이 Early로 들어온다면 일반 전형에서는 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거나 글을 잘 쓰는 학생, 문화에 관심 있다고 하는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준다거나 한다. 어느 해에는 에세이에 인간 승리 드라마가 있는 학생들이 어 많은 가산점을 받기도 하고, 또 다른 해에는 가산점이 줄어들기도 한다. 이들은 이런 학생 전형 방식을 Holistic Admissions이라고 부른다. 한국말로 번역을 하자면, 전인적(全人的) 선발이라고 하면 될까나.

 

과연 이것이 공정한 선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을까? 글쎄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몇 십 퍼센트의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다. 대회 수상자들, 사회 지도자급 인사의 자식들, 그리고 운동선수들. 결국에 일반인들은 몇 남지 않은 자리를 갖고 경쟁하는 거다. 그나마도 점수대로 합격시키는 것도 아니고, 어느 지역에서 몇 퍼센트를 뽑고 어느 인종에서 몇 퍼센트를 뽑는 과정을 거치는 거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엿장수 맘대로”처럼 보일 뿐이다. 학교가 지원자의 모든 면을 고려해서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고, 최대한 “좋은 그림 뽑으면서” 합격생을 결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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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스템을 향해서 "도대체 이런 게 어디 있어요?", "Not fair!"를 외치면서 과감하게 소송을 건 케이스가 있다. 소송은 하버드대에서 아시안계 학생들의 퍼센트를 너무 낮게 제한해서 아시안계 학생들이 아무리 좋은 이력을 가지고 있어도 불합격하는 케이스가 비일비재하다 것을 지적했다. 실제로 하버드 합격생들의 평균 점수를 인종별로 비교해 보면 아시안계가 흑인계보다 1~200점 가량 높다.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도대체 하버드가 뭐길래, 이렇게 소송까지 걸며 들어가려고 하는 걸까 싶다. 거기 들어가면 내 인생이 피고 아니면 쭈그러드는 것도 아닌데. 펴지고 아니면 안 되는 걸까? 절대 그렇지 않다. 아직도 하버드를 포함한 명문대의 벽이 높음을 새삼 느낀다.

 

말이 나온 김에 평소에 느낀 아못사(특히 HYPSM)의 아쉬운 점을 좀 얘기해 보겠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인재는 대학 간판과 상관없이 크게 성공할 인물들이라는 건데, 조금 고약한 심보가 아닐까 싶다. 이미 완성형 인재에 아못사 딱지 붙이는 것과 뭐가 다를까. 어떻게 해도 성공할 만한 아이들을 모아 밥 몇 숟가락 입에 떠먹여서 내보내고는 "얘네들 우리 집 애들이에요."라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 실제로 하버드 투어를 갔더니 이 대학 아니다 싶어 자퇴한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를 언급하더라. 명색이 아무나 못 가는 사립대학이라면 완성형 인재가 아니라 인재를 양성하는 학문 기관으로써의 자긍심이 높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출신 학생들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것은 좋으나, 그걸로만 먹고 살 게 아니라면. 

 

소리는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