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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사태에 대한 회계적 내용에 대해 살펴보았다. 글에 들어가기 앞서, 지난글에 포함된 몇몇 오류에 대해 독자들에게 사과한다. 앞으로도 오류지적을 통해 부족한 필자를 계도해주시라.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712일 다음과 같이 의결했다.

 


 

1. 美 바이오젠과의 합작계약 약정사항 공시 누락 관련

 

□ 금감원의 지적사항 중 하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회사’)가 미국 바이오젠社와 체결한 약정사항에 대한 공시 누락임

 

ㅇ 회사는 바이오젠에게 부여한 삼성바이오에피스(자회사) 주식 콜옵션 등 관련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음

 

□ 증선위는 이 부분에 대해, 회사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하였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하였다고 판단하였음

 

ㅇ 이는 감리위 심의결과도 적극 고려하여 결정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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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 위반사항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사와 맺은 콜옵션에 대한 계약내용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흔히들 재무제표 = 숫자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등)으로만 알고있는데, 실제로 더 큰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주석이다. 재무제표의 주 목적이란 게 투자판단에 도움이 되기 위함인데, 숫자로 표현할 수 없거나 숫자 하나로만 표기했을 때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주석이다.

 

바이오젠과의 콜옵션은 자회사로 존재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구조를 바꿀만큼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를 주석으로 공시하지 않았단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잘못이 맞다쉽게 말해콜옵션 내용대로라면, 처음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썸을 타는 관계회사로 처리하는 게 맞다. 재무제표상으론 마치 부부인냥 자회사로 올려놓고 그 속사정을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 관계가 바뀌었을 때, 재무제표에 얼마나 큰 (인위적인) 변화가 생겼는지는 지난글에서 살펴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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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이라면, 이제 고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콜옵션에 대한 내용을 숨기면서까지,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삼성 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이게다 뽀록(Fluke) 한 방을 위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에 공정가치 인식에 따라 거둔 막대한 이익은, 오로지, 연결회계를 지분법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삼성 바이오에피스를 원칙대로 지분법으로 쭉 처리했었더라면? 애초에 이런 1회성 가치인식의 기회 따위는 없다.

 

설령 이렇게 한 방에 1회성 이익을 땡길 기회 혹은 유혹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대놓고 실행에 옮기기에는 상당한 용기와 뻔뻔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시 삼성이 하면 다르다.

 

지난 1114일 증선위 발표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2014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분류한 것은중과실이며 2015 회계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고의적회계기준 위반

 

여기서 2015년 회계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를 연결회계에서 지분법으로 변경한 것을 뜻한다. 원래부터 지분법으로 처리를 했었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 자체가 중과실이다), 기존에 연결회계로 처리하던 것을, 콜옵션 실현 가능성이 올라갔다라는 이유만으로 지분법으로 변경하면서 막대한 평가 이익을 2015년에 땡긴 것은 고의적 회계기준 위반이라는 것이다.

 

콜옵션의 실현 가능성의 변화만으로 지배력이 상실되었다라는 주장 자체가 일단 자의적이다. 콜옵션 계약이란 게 2012년부터 쭉 있었던 건데, 해당 옵션의 행사 가능성의 변화 (말 그대로 가능성이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가 없다)만으로 자회사가 됐다가 관계회사가 됐다 하는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45천억짜리 슈뢰딩거의 고양이쯤으로 만드는 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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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순수하게 회계처리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지분법으로 고쳤다면, 2015년에 고쳐서 인위적으로 막대한 평가이익을 발생시킬 것이 아니라, 2012년부터 소급적용을 해서 쭉 관계회사로 뒀었어야 한다(그래야 증선위는 이게 맞는 회계처리였다고 판단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평가이익이라는 건 자회사를 관계회사로 변경할 때 그때 딱 한 번 밖에 발생이 안된다. , 2012년부터 관계회사로 처리를 했으면 2015년에 이런 몇 조짜리 뽀록성 평가이익이 생길 리는 없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은, 2014년까지는 때려죽여도 자회사였는데, 갑자기 2015년부터 관계회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근거란 것이 오로지 콜옵션의 행사 가능성 변화 때문이란다.

 

이 얼마나 작위적이고, 궁핍한 변명인가. 범죄스릴러 영화를 보는데 범인(콜옵션)이 그동안 한 번도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제대로 공시되지 않은) 인물이란다. 근데 그 범인에겐 사실 출생의 비밀이 있고(애초부터 자회사가 아니라 관계회사였다), 범인이 피해자를 죽인 이유(지분법으로 변경한 이유)또한 자기를 알아 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심(콜옵션의 행사 가능성때문이란다.

 

전문적인 회계적인 지식이 없어도, 우리는 왜 이런 삼성류 삼류 각본이 실행되었는지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다.

 

위에서 시켰거든. 이렇게 만들어진 뽀록이란 게, 보통 뽀록이 아니라 이재용에게 꼭 필요했던 쿠션을 잔뜩 맥인 필살의 뽀록이었기 때문이다.

 

이 뽀록 한 방은 1)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에 상장을 가능하게 해줬고 (이런 뽀록 없이 콜옵션 부채인식으로 인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었다면, 자기자본 부족으로 상장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2)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값어치가 떡상했기 때문에 이를 소유한 제일모직은 갑자기 높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바이오기업을 거느린 기업으로 둔갑했으며, 3) 이는 삼성물산과 합병할 때 제일모직이 원하는 합병비율을 받도록 도와줬고, 4) 마지막으로 합병을 통해 탄생된 기업의 대주주인 이재용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통해 삼성가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삼성전자를 냠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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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이렇게 번거로운 방식대신, 그냥 이건희의 모든 지분을 상속세 내고 이재용에게 상속해 주는 간단한 방법도 있기는 있었다. 이 쉬운 방법을 냅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분식해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뻥튀기시키고, 이 합병을 밀어부치기 위해, 최순실 딸에게 말을 대줘서 국민연금까지 움직이는 아주 힘든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 쉬운 방법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책임자들은 모두 반성해야 된다. 그것도 졸라 많이.

 

왜냐하면 니덜이 이 따위 짓을 벌인 탓에 삼성쪽에 붙어서 투표를 해준 국민연금이 몇 천 억을 날렸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투자했던 개미들만 잔뜩 피해를 봤거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매매 중지가 됐든, 주가가 떡락을 하든, 이제 이재용에게 무슨 피해가 있을까? 이미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을 먹었고, 그 덕에 이재용은 원하던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져왔는데.

 

지금의 비난은 일시적이지만, 이렇게 해서 굳힌 돈은 영원하다란 믿음이 없으면 절대 할 수가 없는 짓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최대의 재벌이란 게 국민연금까지 끼고 이렇게 후진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불법적이고, 후진적인 방법이 용납될수록, 떳떳한 방법으로 경쟁을 하는 사람만 빙신이 되기 마련이고, 이는 그 사회의 경쟁력이 한 단계 낮아짐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쟁력? 세금 깎아준다고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법 만들어 준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 시장의 룰이 얼마만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리고 이 룰이 실제로 얼마나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가에 따른 시스템 경쟁에서 앞서나갈 때 비로소 글로벌 경쟁력이란 게 생겨난다.

 

만약 미국 SEC가 이걸 분식회계라고 결론을 냈다면, 어떻게 했을까? 과징금은 몇 십 억이 아니라 최소 몇 조는 나왔을 거고, 관계자들 여럿 구속됐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우리는 떳떳하다는 공지 걸고 행정 소송은 절~대 못한다. 그건 장담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금융위에 권위가 없는 것은, 스스로가 2015년에 회계분식 결론을 내고,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별 다른 제동을 걸지 못한 탓이 크다. 당시 대통령을 떠올려 보면, 왠지 수긍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금융위가 존경받는 규제당국으로 거듭나려면, 정권과 무관하게 독립성과 공정성을 가진 집단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공무원은 연금이 아니라 자존심으로 하는 건데, 앞으로는 위에 누가 오든 간에 분발해 주시라.

 

이제 남은 것은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이다. 과연 이 사태로, 어느 선까지 얼마나 처벌을 받는지, 모두 관심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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