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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샹렐리제에서 벌어진 시위

 

 

1.

11 17 프랑스에서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정당이나 노조의 배후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SNS 통해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고자 자발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11 17일부터 지금까지 달간 토요일마다 노란 형광 조끼를 입은, 30 조금 안되는 시위대가 고속도로 진입로를 막거나 파리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처음에는 정부나 언론에서 시위를 이해하지 못했고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환경을 보호하려면 유류세를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도시 사람들(대중 교통 수단을 편하게 이용할 있는 도시사람들) 노란 조끼 시위대를 이기적인 오염자들의 모임으로 얕봤다. 그러나 시위는 어느새 광범위하게 퍼졌고마크롱 퇴진이라는 구호가 전국적으로 들리게 된. 그제서야 정부와 언론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오직 유류세 인상 때문에 벌인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2.

11 30 노란 조끼 시위대는 SNS 수렴한 요구들의 목록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노숙자가 없는 사회, 집세 인상 제한, 누진 소득세 강화, 대기업 법인세 인상과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 유류세 포함 모든 간접세 인하, 최저임금 1150유로에서(128 ) 1300유로로(145 ) 인상, 남녀 동일 지위 동일 임금, 국민연금 인상,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인도적 대우, 높은 월급 상한선을 15000유로로(1675 ) 고정, 긴축 경제 끝내고 조세피난으로 사라지는 공공 수입 되찾기,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특권 폐지와 임금 인하, 완화된 부유세의 복구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와 같은 요구들을 살펴보면 분노의 근본적인 이유는 단지 유류세의 인상이 아니라 일반화된 부당한 세제다. 유류세의 인상은 시위의 촉매제 역할을 했을 뿐이다. 노숙자, 남녀평등, 난민 등등 여러가지 분야에 관련된 요구가 있지만 노란 조끼 운동의 핵심 주장은 부당한 세제를 개정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세금 자체에 반대한다기 보다는 세금의 불공정한 분담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부터 지금까지 18 동안 경제 성장을 위한 답시고 노동개혁과 친기업정책을 폈지만 일자리가 생기기는커녕 사회는 더욱 더 양극화됐다. 이미 양극화 사회에서 엘리트의 혜택을 건드리지 않고 평범한 노동자와 소비자에게만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면 양극화가 심화될 밖에 없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최저소득층이 분노하기 마련이다. 노란 조끼 운동은 동안 누적된 분노의 폭발을 표출해주는 매개체가 됐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근로빈곤층과 시골에서 사는 소외계층이 앞장 서서 시위를 시작했으나 은퇴자, 학생, 공무원, 직장인, 농부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연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분노의 폭발은 폭력성으로도 나타났다. 물론 평화롭게 시위를 진행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폭력적으로 폭발하는 시민들도 있었는데 불어로 그들을 casseur(파괴자)라고 부른다. 자신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서 누구나 예민해질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특히나 12 1 파리에서의 시위는 여러가지 폭동 장면을 드러냈다. 차량 방화, 깨진 가게 유리창, 기념물의 파손, 경찰과의 충돌 전쟁터가 파리의 사진과 영상들은 전세계적으로 퍼졌나갔다.

 

(여담이지만 2016 10월에 시작된 한국 촛불 집회가 어떻게 폭력 사태 하나 없이 5개월 동안 평화롭게 진행될 있었는지 아직도 신기할 따름이다. 한국 역사나 문화에 관련된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본받을 만한 한국의 사례가 사회학 연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외없이 동안 한국 SNS에는 파리에서 일어났던 폭동 사진만 떠돌았다.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정상적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페이크 뉴스를 퍼뜨리며 잘못된 점을 부풀려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면 대다수의 평화로운 노란 조끼들은 억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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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페이크 뉴스 중의  사례:

같은 장면인데 위에는 Bordeaux라고 쓰여 있고 밑에는 Paris라고 쓰여 있다.

 

아무리 언론에서전쟁터’ 같은 사진밖에 나오더라도 센세이셔널리즘의 함정은 피해야 한다. 은행 유리창에 돌을 던지는 청년 뒤에는 100 명의 평화로운 시위대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12 2일에 실시된 설문조사 의하면 85% 프랑스 사람들은 전날의 폭력사태에 반대하면서 72% 여전히 노란 조끼 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사람들도 폭력을 반대하고 평화로운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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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끼 시위에 대한 그림이 아니지만

스페인어를 불어로 바꾸고

시위대를 노랗게 색칠하면

노란 조끼에 대한 그림이 것이다.

 

 

3.

이제 프랑스 정부는 위기 앞에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마크롱은 1년 반 동안부자들과 엘리트의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만들었다. 주로 상위층을 위한 정책 때문이겠지만 마크롱의 오만한 태도도  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형용사들은오만하다’, ‘프랑스인의 현실과 단절돼 있다’, ‘너무 권위적이다’ 등의 순으로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 조끼의 요구에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 인기와 상관없이 국가를 위해서 버티겠다는 둥 하면서 노란 조끼 운동의 요구들을 무시했다. 결국 대화의 불통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악화시켰다. 12 1 시위 이후에는 프랑스 정부가 유류세 인상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아예 폐지할 거라고 다시 발표했으나, 노란 조끼들은너무 조금, 혹은 너무 늦다라면서 시위를 계속 하겠다고 답변했다. 6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21% 하락했고 총리 또한 지지율이 22%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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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8일에 4차 시위가 일어났지만 엄청난 숫자의 경찰 파견으로 1일의 3차 시위보다는 규모가 한 단계로 내려왔다. 전국적으로 시위대가 136,000 명으로 집계됐고 89,000 명의 경찰관이 파견됐다. 파리에서는 시위대 10,000 명이 경찰 8,000 명과 마주해야 했다. 파리 시내는 몇 시간 동안 계엄령 아래 있는 도시와 같았다. 그리고10일 저녁, 마침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했다(13분, 시청자 2100 만 명).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일찍 지각하지 못한 것에 사과하고 사회·경제 비상사태를 내리며, 특히 월간 최저임금을 100유로로 올리겠다고 했다. 노란 조끼 입장에서 대통령 측의 태도 변화를 인정했으나 시위를 멈추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부당한 세제를 고치지 않으면 쌓인 분노를 풀기 어려운 모양이다. SNS에서는 다음 토요일도 시위가 진행될 것으로 나왔다.

 

4.

다른 한편의 우려는 노란 조끼 운동이 정치쪽과 연계되지 않으면 서서히 사그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 촛불 집회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적극적인 행동이 없었다면 탄핵까지 갔을 수도 있다. 정당이나 노조의 지지 없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시민 운동은 필요하고 대단한 일이지만 정당이나 노조처럼 영향력이 있는 곳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변화가 오기도 전에 슬며시 사라지는 법이다. 노란 조끼 운동이 하루 빨리 대표자를 선정하고 정치 성향을 결정해 조직화하지 않으면, 처음의 강점이었던 운동의 자발성은 약점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이미 노란 조끼 시위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가 하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나눠지려는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또한 파괴자들이 저지르는 폭력 사태를 시위대 내에서 분명하게 비판하지 않으면 운동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질 것이다. 리더십이 있는 대표자나 대변인을 내세우고 라디오나 티비에서는 시위 운동을 대표해 인터뷰 있는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자발적인 운동을 지도할 리더가 나타나지 않으면 단결력이 느슨해지고 운동은 자연스럽게 해산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치와 맞물려 들어가지 않으면 동안 시위하면서 바쳤던 고생들이 무산될 지도 모른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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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장뤽 멜랑숑, 'France insoumise' (FI)라는

급진좌익 정당의 대표자.

2017년 대선 때 후보로서 경선에 올라 19.58%로 낙선.

 

(오른쪽)마린 르펜, 'Rassemblement National' (RN)라는

극우의 민족주의적 정당의 대표자.

2017년 대선 때 후보로서 21.30%로 결선에 올라 

마크롱과 대결, 33.90%로 낙선.

 

시위를 단결하여 정치와 연결시키는 데는 가지 옵션이 있다. 첫째는 현존 정당의 손을 잡는 것이고 둘째는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현존 정당 중에 노란 조끼 운동을 제일 열심히 지지하는 정당은 왼쪽사진의 장뤽 멜랑숑(Jean-Luc Mélenchon) ‘France Insoumise’(FI) 있고 오른쪽에는 마린 르펜(Marine Le Pen) 이끄는 ‘Rassemblement National’(RN, FN) 있다. 노란 조끼 운동의 요구를 분석해보면 극우파 르펜보다 급진좌파 멜랑숑의 노선과 훨씬 가깝지만 감정적인 포퓰리즘에 능통한 르펜의 호소력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현존 정당으로 흡수되고 싶지 않으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9 발표된 설문조사 의하면 2019 5 유럽 총선에노란 조끼 정당 출마하면 12%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나왔다. 물론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고 지금과 같은 지지율을 얻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예 현실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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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s ensemble’, ‘ 같이라는 말인데 과연 가능할까?

 

마지막 한 마디. 이번 프랑스 정치 위기와 노란 조끼 운동의 교훈은 간단하다. 세제와 경제 정책을 세울 최저소득층을 무시하거나 고려하지 않으면 사회에 필요한 연대감이 끊길 수도 있고 언젠가 누적된 분노의 폭발을 유발할 있다는 것이다.

 

 

 

 

 

교정 KIMA

K리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