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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아봤는데 스마일라식은 A병원이 잘한대."

 

스마일라식을 알려주었던 친구가 덧붙였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얘는 건강염려증이 상당해서 작은 수술을 할 때도 작용과 부작용에 대해 오만가지를 알아보고 정 모르겠으면 의료계에 종사하는 지인에게 물어서라도 궁금증을 해결하는 애였다(공부 잘하는 애들 특유의 좀 그런 게 있다). 말이 '찾아봤다'지 아마 인터넷을 엄청 뒤지고 예의 의료계 종사자도 볶아댔을 게 분명했다.

 

유유상종이라 말이 무색하게도 이런 꼼꼼한 친구에 반해 나는 몇 년이 걸린다는 치아교정도 다른 애가 괜찮다고 한 데서 한 애였다. 막말로(완전 막말임) 레이저 한 번 지지면 끝나는 시력교정수술 안과를 선택할 때도 다를 리가 없다.

 

라는 건 집에 오자마자 병원을 예약했다는 뜻으로...

 

사고율이 아무리 낮아도 내가 걸리면 100%라며 거부하던 게 거짓말 같이 굉장히 빠른 전개를 보이고 있는데, 원래 뚫린 입이라고 아무말이나 해왔으니 한 입으로 여러 말도 할 수 있고 그런 거다.

 

그리고 아빠가 그랬는데 북쪽 사람들이 성격이 급하댔고 우리 할아버지가 이북 출신이다(엥 TMI). 나야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북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니 전광석화 같은 속도를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고 그런 거 아니겠냐구...

 

 

단순암기가 어려운 애

 

한 가지 문제는 피카츄보다 더 안 좋은 나의 기억력이었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 병원을 예약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불과 몇 시간 전에 들은 병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 짧은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냐고 묻는다면 생각보다 이름이 길었고(두세 단어가 들어갔다), 하나 같이 기억에 남지 않는 단어들이었다고 대답하고 싶다. 기사 제목에 '충격' '헉' '파격' 등이 들어가면 다 똑같아 보이듯이 A병원도 이름에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안과스러운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다른 병원하고 비슷했다.

 

그러다 겨우 병원 이름에 들어가는 단어 하나를 기억해냈다. 아마 형용사였다. 뒤이어 생각난 건 ㅇㅇ역에 있다는 것이었다. 아, 병원 이름에도 역 이름이자 그 동네 이름이 들어갔던 것 같다. 그러니까 A병원이 '부곡하와이'에 있다 치고, 내가 기억한 단어가 '잘생긴'이라고 치면(광고방지를 위해 아무 말이나 붙였음),

 

'부곡하와이잘생긴★★안과의원'

 

대충 이런 느낌의 이름이었다는 것이다. (이때까지 챙타쿠는 '부곡하와이'가 동네 이름인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곡하와이역(驛)' 하나 없겠냐며 아무말을 하고 보았는데 알고보니 온천이었다)

 

이 정도 기억했으면 거의 다 찾은 것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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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임 내가 봤는데 없음)

 

내가 오타쿠는 아니지만 오타쿠는 무시해도 나는 무시하면 안 된다. 그간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이어져온 뒷조사친구찾기 실력이면 중간 글자 찾기란 누워서 떡 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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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포털에 '부곡하와이 스마일라식'부터 검색했다. 포털을 찾은 이유는

 

- ㅇㅇ역이 엄청난 번화가인데 병원 이름에 역 이름을 포함하는 패기를 보였다

- ㅇㅇ역과 아주 가깝거나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있을 것이다

- 월세가 엄청나게 비쌀 테니 손님을 많이 모아야 한다

- 한국인에게서 포털을 빼면 키보드만 남는다. 한국인의 모든 정보처는 포털이다

- 광고주 입장에선 포털만큼 광고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없다

 

사실을 조합하면 포털에 검색하는 게 가장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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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결과는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 중 '부곡하와이'가 들어간 병원과 '잘생긴'이라는 형용사가 들어간 병원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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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에 모두 해당하는 것은 2번과 3번 밖에 없어보이지만, 여기 또 훼이크가 있다. 2번에 들어간 '부곡하와이'는 그저 병원 측에서 붙인 설명일 뿐 이름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는 건 3번 뿐.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3번이 내가 찾던 A병원이었다!'라고 결론내릴 수 있었던 거냐고 묻는다면, 사실 의심할 구석은 많았지만 시력교정수술을 하고 싶은 욕망이 오조오억배 정도 더 컸으므로 모든 의심을 머리에서 지웠다는 게 정확했다. 이렇게까지 찾았는데 3번이 아닐 리가 없다며, 인간이 가장 하기 쉬운 인지적 오류인 합리화를 하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사이트에 접속, 예약을 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꼴랑 3분이었다.

 

 

병원데뷔이자 병원방문

 

토요일 저녁에 예약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병원 가는 월요일 아침이었다. 안경까지 써서 딱 그지 같은 모습으로 집을 나서려던 때였다.

 

문득 깨달았다. '병원 이름이 헷갈렸으면 처음부터 친구에게 연락해서 물어봤음 됐다'는 걸...

 

라고 해도 예약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저 내가 맞았을 거라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다만 그냥, 아주 그냥, 확인은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친구에게 병원 이름을 가르쳐달라고 카톡을 보냈을 뿐이다.

 

...연락했다고 했지 답장을 받았다곤 안 했다. 난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오타쿠라 불쌍해서 놀아주는 거였나보다. 비혼주의자라 다행이었다. 결혼식 때 부를 친구가 없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1) 방문하면 이런 걸 합니다

 

친구는 잃었지만 슬퍼하지 않고 바지런히 병원에 갔다. 예약은 가장 이른 오전 10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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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역이 엄청난 번화가고, ㅇㅇ역을 강조할 정도로 역과 거리가 가깝다는 것에서 알아봤어야 했는데. 규모도, 시설도 장난 아니었다. 손님도 버금갈 만큼 많았다. 예약시간보다 꽤 일찍 도착했고 아직 업무 개시 전인데도 기다리는 사람이 스무 명은 되어보였다.

 

그래도 쫄지 않고(라고 해도 안경을 써서 그런가 왠지 어깨가 굽어있었다) 리셉션에 가 '10시에 예약한 챙타쿠'라고 말했다. 직원은 친절한 얼굴로 종이와 펜을 건네주었는데, 보니까 문진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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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정보와 간단한 병력, 하고 싶은 안과진료 등을 적는 것이다. 송구할 정도로 푹신한 소파에 앉아 하나씩 적어내려갔는데, 성형외과에서 몇 번이나 해봤음에도 경찰조사 받는 기분에 이런 건 할 때마다 어색했다. 아니 뭐 제가 경찰조사를 받아봤다는 건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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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체크를 해나갔지만 몇 가지 걸리는 게 있긴 했다. 우선 친구가 어디서 알아온 걸 '지인소개'라고 해도 되는 걸까 싶었고, 소프트렌즈 인생 10년을 넘긴 게 해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렌즈도 최소 일주일은 끼지 않아야 수술을 할 수 있다는데 겨우 3일 째였다. 심지어 결막염으로 의심되는 무언가도 있으니 될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일수술'에 체크했지만 말이다.

 

지금 이런 걸 눈이라고 가져와서 오늘 당장 수술을 해달라는 거냐며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싶었는데, 염려와 달리 직원은 문진표를 받아들고도 확인을 위해 몇 가지를 재차 물어볼 뿐이었다.

 

직원은 '당일수술'에 대해서도 물었고, 난 '오늘 수술하고 싶긴 한데 몸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사실상 가장 솔직한 대답이었음에도 '확실히' 대답하라는 꾸중을 들었다(나쁜 사람). 대답여부에 따라 '산동제'를 넣냐 마냐가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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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수술을 하기 위해선 정밀검사를 하는데, 이 중 '망막검사'를 위해 '산동제'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산동제가 동공을 확대시키는 안약이라, 약 기운이 풀리는 5-6시간 동안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수술도 약 기운이 사라져야만 할 수 있으니 당연히 당일수술도 불가능했다.

 

따라서 그 날 바로 수술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산동제를 넣지 않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 망막검사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슨 검사라고 했는데 문과라 기술이나 숫자가 나오면 눈 뜨고 조는 경향이 있다.

 

그저 알아들은 건,

 

① 당일수술을 한다고 했으니 산동제를 쓰지 않겠다(=망막검사는 다른 방법으로 할 거다).

② 이제부터 정밀검사(망막검사 포함)에 들어갈 거다.

③ 검사비용은 X만원인데(보통 5만원 이내), 꼭 오늘이 아니어도 우리 병원에서 수술하면 이 돈은 따로 안 받는다.

④ 아주 드물긴 한데, 검사 결과에 따라 '수술불가'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건 알아둬라.

 

였는데, ④번은 돈은 돈대로 내고 눈물은 눈물대로 흘리는 상황을 의미했다. 이미 치아교정을 하고 있는 치과에서 몇 번이나 '불가'에 상응하는 판정을 받아온 터라 안과에서도 ④번에 내가 걸리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이제 교정기와 헤어지는 건가 기쁜 마음을 뭉개버리는 종료 '불가' 판정에 이미 많은 실망을 해왔는데, 분명 여름에 끝난다고 했던 교정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 또 그 '드문' 경우에 내가 들어가는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머리의 사정이고 몸은 신이 난 듯 했다. 검안실(정밀검사를 하는 곳)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2) 정밀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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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안실은 이런 느낌인데 훨씬 넓었음

 

검안실도 크고 넓었다. 검사 기계로 보이는 것도 잔뜩 있었고, 검안사(눈을 검사해주는 사람)만 해도 족히 열댓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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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검사에서는 시력 뿐만 아니라 눈의 내외부를 모두 검사한다.

 

시력(맨눈, 교정) / 외안부(각막, 결막, 수정체) / 각막 굴절도 및 곡률반경 / 각막모양, 두께 / 안저(시신경, 황반부, 망막혈관) / 안압 / 동공 크기

 

이런 걸 검사한다고 한다. 굉장히 명료한 설명이다. 이 이상 명료한 설명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명료해서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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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일=얌전하게 앉아있기

 

안경쟁이라면 한 번 정도는 봤을 친숙한 기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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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을 보여주는 기계가 각막의 굴절도를 측정하는 기계란다. 옛날에는 열기구였던 것 같은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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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 표를 외우고 있는 건 아닐 텐데...

 

시력검사를 하다가는 혼났다. 승부욕이 끓어올라선 시력검사표의 숫자들을 때려맞춘 탓이었다. 같은 라인에서도 어떤 건 맞추고 어떤 건 못 맞추니 시력을 제대로 알 수 없는 모양이었다. 검안사가 '감으로 맞추지 말라'고 화를 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조금 미안했다.

 

 

요즘은 유전자 검사도 하는 모양이다. 각막이상증(각막에 혼탁이 발생하는 유전적 희귀질환) 유전자가 있나 없나를 알아보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이 유전자가 있으면 절대 수술을 해선 안된다.

 

나는 '아벨리노 DNA검사'를 했는데, 면봉을 입안에 넣고 두어 번 정도 문지르면 끝이다. 옛날엔 결과까지 며칠 걸렸는데 이제는 두 시간이면 된다고 했다. 한국인에게 빨리빨리를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이 또 이렇게 증명되었다.

 

가격도 좀 있고 각막이상증 자체가 '희귀'질환이니 굳이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수술하면 따로 비용을 안 받는다는 말에 했다(수술비에 포함하겠다는 말). 어디서 수술단가 오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돈 쓰고 싶어 몸이 단 호갱들은 사소한 건 신경쓰지 않는 법이다.

 

 

3) 의사를 만나요

 

정밀검사가 완전히 끝나면 의사를 만나는데, 이 때 이런 눈도 수술 할 수 있는가 없는가와 할 수 있다면 어떤 수술을 할 수 있는 지를 알려준다.

 

나는 의사의 얼굴을 보자마자 스마일라식, 스마일라식, 하고 울 생각이었다. 여차하면 내가 누군지 아냐, 내 카드 한도가 이렇게 높은데, 라고 자랑할 생각이었다(세간에선 이런 사람을 진상이라고 부른다지만). 하지만 나 정도 진상은 익숙한 건지 의사는 드러누울 준비를 하는 내게 영혼없이 말했다.

 

"망막두께는 나쁘지 않은데요,"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하는데'부터 나오는 법이다.

 

"근시가 워낙 심해서 라식은 안 되겠는데요."

"라식할 생각 없,"

"스마일'라식'도 안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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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라식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차 당장 쓰고 있던 안경도 버릴 자세를 하고 있었거늘,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돈을 주겠다는데 왜 받지를 못하니... 누구한테 혼난 것도 아닌데 가뜩이나 작은 키가 더 줄어들려고 하는지 어깨도 축 쳐지고 고개도 추욱 쳐졌다.

 

잔뜩 섭섭하고 속상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내게, 의사는 망막이 두꺼우니 '라섹'은 할 수 있다고 했다.

 

저 스마일라식 아님 싫다. 시력 그거 돈으로 함 사보려고 했던 건데 라섹을 할 거였음 처음부터 이렇게 멀리 오지 않았다!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것보단 '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 물어야 하는 돈'이 떠오르는 게 빨랐다. 그러니까 '수술하면 빼주겠다'고 했던 정밀검사비와 유전자검사비 같은 거. 만약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그대로 리셉션에 끌려가 돈을 뱉어내야만 했다. 얻은 게 하나도 없는데 한두 푼이 아닌 돈을 내야만 하는, 수술도 못하고(적어도 날짜도 못 잡고) 소득 없이 돈만 왕창 내고 가는, 장 손해보는 선택지였다.

 

결국 라섹이라도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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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게요... 한다구요...

 

그에 의사는 '당일수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네? 저요? 제 눈이요? 지금 여기서요?

 

순간 다른 사람 의료기록을 보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렌즈 뺀 지 3일 밖에 안 되었음은 물론 눈에 분명 결막염(으로 보이는 어떤 것)이 있을 터였다. 왠지 내 쪽이 당황해서 '저 눈에 염증이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지만 '별 문제 없다'고 했다. 아니 그게 한쪽 눈이 잘 안 보여서 그러는데 말이죠, 제가 결막염이 있었는데 이게 또 도진 거 아닌가 싶은데, 이 상태로 수술이 될까 싶기도 허고, 렌즈 안 낀지도 며칠 안 됐고... 하지만 의사는 또 '별 문제 없다'고 했다.

 

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 아님 문제가 없고 싶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문과라서 놀리는 걸까...

 

 

4) 수술실 앞에서...

 

어? 하는 사이 비용상담은 물론 지불까지 끝내곤,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아침에 나를 버린 줄 알았던 친구에게 답장이 왔다.

 

'거기 '부곡하와이 멋진☆☆안과'라는 데야.'

(역시 광고방지를 위해 임의로 만든 이름임)

 

그 때 나는 정확히 수술 후 필요한 약을 미리 사와서는(수술 후엔 사러 가기 힘들 테니 괜찮을 때 사두라고 했다) 수술실 근처 소파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멋진'이 아닌 '잘생긴' 뭐시기 안과에서.

 

그랬다. 나는 '멋진'이라는 단어를 원래 뜻과 상통하는 '잘생긴'이란 단어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초장부터 틀려먹었단 뜻으로, 아예 다른 단어를 검색했으니 친구가 알려준 병원과 완전 다른 곳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신촌에서 만나기로 한 애들을 신천에서 찾고 있는 것과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이냐...

 

물론 되돌리기가 안 되어도 한참 안 될 상황이었으니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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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으나마 다행인 건 병원이 나쁜 느낌이 주진 않았다는 것이다. 얼굴에 줄 좀 긋고 다녀본 사람은 알 거다. 나 또한 여기저기 성형외과 상담을 받다 느낀 건데, 병원에 들어설 때부터 이 병원은 나와 맞겠다, 맞지 않겠다 하고 감이 온다(복수의 사람이 증언했다).

 

성형외과는 아니지만 어쨌든 수술을 한다는 전제 하에, 여기도 싫은 느낌이라거나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되레 저렴하지 않은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 차였다(물론 내가 호갱인 것도 있겠지만). 보통 라섹은 100만원 전후반으로 하는 모양이던데, 여기는 120~210만 원이었다. 가격이 비싸질수록 일반 라섹에 약물과 기술을 더 추가하는 모양이었다(역시 뭐라고 설명했는데 들었지만 안 들었다).

 

첫 번째 쌍꺼풀수술 때 저렴한 가격만 보고 했다가 결국 재수술이라는 비싼 값을 치렀더랬다. 돈도 아픔도 몇 배로 들었던 걸 생각하면 처음부터 불안은 돈으로 사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터무니 없이 싼 가격을 제시하면 불신을 가질 판이었는데 반대로 묵직한 가격을 제시했다(물론 내가 호갱이라서 그렇겠지만). 어차피 신용카드가 내주는 돈 '가장 비싼 걸로 해주세요' 라고 졸부처럼 말할 기회도 있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면서...

 

아무튼 성격 급한 대가로 아침에 방문해 점심에 수술하는 아이가 되어있던 나는 진짜 수술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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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