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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자 학습된 노예근성이 깨어난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필진의 여린 가슴 속에선 결산 기사를 써야만 할 것 같은 충성심이 새록새록 돋아났다결국 죽지않는돌고래 편짱에게 이메일을 보내 소신, 이제 기력이 쇠하여 ㅆㄹ섬이나 그룹ㅅㅅ와 같은 주제의 연말 결산 기사는 고사하겠다.” 고 읍소했더니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지난 결산기사 조회 수를 살펴보고 본인 성에 차지 않는다며 가볍게 10만 뷰는 나올 기사를 쓰라고 역정냈다. 난감한 일이다. 그런 건 잘나가는 필진들에게나 맡길 일이지, 나야 꾸준히 만 뷰 정도 나오는 소상공 필진인데 물고기 다섯 마리를 줄 테니 아프리카의 기아를 해결하고 오라는 사명이 내려진 것과 무엇이 다른가? 종이신문 기사(일명 마이너 신문들) 조회수가 대부분 몇 천에 불과하고 포탈에서 떨어져 나간 후 더 곤두박질 친다는데 아무리 메이저 언론사 딴지라지만 이 무슨 무리한 갑질이란 말인가!  

 

안도해도 될 일은 다행히 편짱이 친히 주제를 던졌다는 거다. 그렇다. 이 기사가 10만 뷰 안 나오면 주제 선정을 잘못한 죽지않는돌고래 편집장 책임이다.

 

서설은 집어치고, 그러니까 그놈의 주제가 뭐냐고 하시는 독자 분들이 계실 테니 주제를 밝히자면

 

'대한민국 직장인의 진짜 평균월급은 얼마인가?'가 되겠다.

 

딴지일보 수뇌부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월급이 왜 궁금했을까주면 주는 대로 받고, 안 주면 자기가 벌어서 월급을 챙겨가야 하는 딴지일보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으로 볼 때 김어준 총수가 주는 월급에 불만을 표할 인사들은 아닐 텐데... 순진무구한 이 인사들이 불필요하게 타 언론사와 접촉을 하며 Stay hungry! Stay foolish! 정신을 잃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누구나 노동자이고 노동자에게 월급만큼 중요한 게 또 무엇이 있겠는가과거의 딴지일보나 Start-up들에서 나타나는 '일단 졸라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 성공하고 보자.' 또는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가족인 거야!"를 외치며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세뇌하는 가족중소기업의 폐해 또한 청산해야 할 적폐가 아니겠는가? 

 

조금은 미친 것 같고, 뭔가 대단한 언론 사명을 갖고 있는 것 같은 가오 속에서 오랜 기간 착취당하던 딴지 수뇌부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왔!!... 을 리는 없고, 하도 언론에서 대기업만을 기준으로 평균 갖고 장난치니 단순하게 그냥 빡친 것으로 보인다. 

 

해서, 그런 잘난 놈들 말고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보는 여행을 떠나도록 하겠다.  

 

 

 

통계를 찾아 복잡한 길을 떠나다

 

많은 월급쟁이들이 궁금해 하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지난 1118일 한국경제연구원은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고용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를 근거로 2017년 노동자의 평균연봉이 3,475만원이라고 발표했다환산해보면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월급은 289만원이다. 이제 잘 알겠지요? !

[포맷변환]한경연.보도자료001.jpg

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찜찜한 면이 있다.

 

왜냐하면 한국경제연구원이라는 곳에서는 보도 자료를 통해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의 노동자 1,519만 명의 원시자료를 분석했다고 밝혔는데, 고용노동부의 원래 조사자료 자체가 노동자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아니었다고용노동부가 밝히기로는 근로자 1인 이상 32,000개 표본사업체 및 표본사업체에 종사하는 소속 근로자 약 80만 명(정규직 및 비정규직근로자)이 조사규모였음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한국경제연구원이라는 곳에서 보도 자료를 내면서 갑자기 전수조사를 한 듯한 과도한 설레발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쯤 되면 석연치 않다. 숫자로 말하고 숫자로 답하는 통계의 세상에서 호연지기스러운 비약이라니. 갑자기 신뢰도가 뚝 떨어졌다.

 

음... 289만원, 아니겠다.

 

다시 찾아보자.

 

최근 정부의 데이터 개방 정책에 따라 4대보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서 연봉을 알려주는 서비스들이 인기다. 그 중 하나인 크레딧잡을 살펴보자전국 42만 개의 기업들의 노동자 970만 명의 연봉정보를 분석하고 보여준다는 이 서비스에서 평균연봉은 3166만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264만원이 나왔다.

 

크레딧잡_대시보드.gif

 

지금까지는 민간의 분석에 따른 평균급여를 알아봤다. 그럼 정부에서 내놓는 통계는 어떨까?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2018년판 고용노동백서를 살펴보자고용노동부에서는 2017년 노동자의 평균임금을 351만원으로 발표했다.

 

고용노동백서.월평균임금.gif

 

고용노동백서에서 전체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산정의 근거를 매월 13,00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를 근거라고 했다매월 시행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의 결과는 3개월 단위로 발표되므로 2018년 고용노동백서가 발간되어 나오는 2019년이 아니더라도 현재 월평균임금은 국가통계포털을 이용해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가장 최근인 20189월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월급은 338만원이다.

 

자 그럼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월급을 알아보기 위해 디벼본 통계들을 정리해보자.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 기반 : 289만원

민간서비스인 크레딧잡 기반 : 264만원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기반 : 338만원

 

이번 글을 쓰면서 나는 편집장에게 본 기사에서 통계적 무결성(integrity)을 담보할 수 없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27백만 경제활동인구의 산업 분류, 노동 형태, 근로조건을 모두 담아내는 통계는 현재까지 없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조사는 조사원들이 의미 있는 원시자료를 받아낼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기업체의 응답을 최대한 이끌어 내려 노력하지만 적어도 제대로 조사서를 작성해 줄 최소한의 기업 형태를 갖추고 있는 곳들을 대상으로 한다크레딧잡의 경우도 정부의 공개 데이터를 활용하지만 금융감독원이나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가져올 때는 과거의 자료를 참조할 수밖에 없는 취약점이 있다.

 

혹시 이번 조사에서 뭔가 불편함이 남는 분이라면 윈스턴 처칠이 말했던 통계의 기능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통계자료는 술 취한 사람 옆의 가로등과 같아서 빛을 내기보다는 기대기 위해 쓰인다.

Statistics are like a drunk with a lamppost : used more for support than illumination. (Sir Winston Churchill)

 

 

 

통계가 말하지 않는 것들

 

조사 중간, 중간 과연 정부의 통계치가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우선 내가 몸 담고 있는 직장의 평균월급은 271만원이었다. 그렇다면 연봉협상 시 임금인상의 이유를 우리 조직이 적어도 정부에서 말하는 대한민국 평균임금은 줘야 하는 거 아닙니꽈!”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 먹힐까아마 이렇게 말하겠지. “통계는 통계일 뿐이지. 그걸 어떻게 믿어. 주는 대로 받으쇼.”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그래서 트위터에 설문을 띄워봤다.

 

트위터_설문.gif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내놓은 평균월급이 자신의 체감하고 생각하는 것보다 높다고 불편해 했다. 이런 반응은 이삼십 대 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 조사를 해봐도 같았다이런 결과는 나와 관계된 트잉여와 친구, 선후배들이 저임금 계층이어서 나오는 반응일까? 그렇지 않다.

 

정부도 임금조사 관련 발표 때마다 겪는 비현실성에 대한 항의와 의문 때문에 나름 고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 다른 통계들과 임금의 차이 등이 나는 이유 중 하나를 조사되지 않은 노동자가 많기 때문으로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 건설현장의 최종 하도급 노동자, 흔히 우리가 막노동이라고 하는 노동자들은 제외되었다고 한다.

- 보모, 파출부 등 개인 간 노동거래, 사업체가 고용한 것이 아니라 품삯의 개념이며, 법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성매매 등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 제조업체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일감을 받은 개인,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인형 눈알 붙이며 건당 얼마를 받는 노동자들도 제외되었다.

- 농림어업부문의 일꾼들, 농번기에 일손이 부족한 시골에서 일꾼들을 불러서 쓰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 사업자 등록 전 또는 휴업 중인 기업의 종사자, 법인등기까지는 냈지만 아직 사업 준비 중이라 사업자등록은 하지 않은 창업 기업 같은 곳의 노동자도 제외되었다.

- 이외 대리운전자나 노점상 등도 제외되었다.

 

일견 보기에는 일반적인 통계조사의 방법론으로는 찾아내기 힘든 자료들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임금관련 통계의 역사가 20년이 넘는데 아직도 과거의 애로사항을 반복해 피력하는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4차산업 혁명을, 빅데이터를 주창하는 현 정부에서 시급히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할 시스템이 통계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매일같이 노동 관련 통계를 확인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여지는 통계 값이 반듯반듯한 기업들만의 자료로 만들어진 통계여서는 안될 일이기도 하다.

 

문통일자리.상황판.jpg

 

시작은 다들 월급은 얼마나 받지? 나는 어느 정도 수준이지?로 착수했던 조사인데 여러 가지 자료와 통계들을 뒤지다보니 눈에 들어와 박히는 통계들이 있었다. 임금 하나만 따로 떼어 놓고 노동에 대한 보상을 설명할 순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의 임금 뿐 아니라 너의 임금, 우리의 임금도 중요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우리 삶의 질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숫자들의 역습에 피곤하겠지만 조금만 더 디벼보자.

 

최저임금

2017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 임금 지급을 하고 있는 사업체가 6.1%나 나왔다. 정부 통계조사에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웃기고 슬픈 일이나 다른 통계를 뒤져보면 왜 이런지 알 수 있다고용노동부 노사누리 자료에 의하면 2017년에 1,885개의 사업체가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되었다.

 

언론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지만, 사업체들은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부담이 없다. 인터넷 뉴스 댓글과 SNS에는 노동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지만 현실에서의 노동자들은 행여 얻게 될 불이익과 보복이 두려워 입을 다물고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2017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서 나타난 남성대비 여성의 임금 격차는 65.4%였다. 또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69.3%였다.

 

오래되고 명백한 사회현상인데 같은 일을 해도 여성이라서, 비정규직이라서, 남은 100만원 받는 것을 자신은 60만원만 받는다는 걸 혹시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만인 앞에 나서서 차별적 임금 지급에 당위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차별적 임금지급을 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수 없이 많다. 대한민국은 계급사회가 아니나 임금을 통해 계급이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같은 일을 하면서 성별로 인해, 계약형태에 의해 임금을 차별 받지 않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직장은 없을까? 다행히도 그런 직업이 있다. 바로 공무원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거시적으로 보자면 쉽게 생각해 우리나라에서는 인재의 절반이 사회 적재적소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엔 여러 종류의 노동자가 있다그만큼이나 여러 가지 직업관이 존재한다이번 조사에서 내가 만난 사람 중엔 평균월급? 그게 뭐가 궁금해? 나는 별 일 없이 사는데.”라는 사람들이 있었다이 신기한 사람들의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들도 만났다. 그들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를 기반으로 발표된 뉴스들에서 상위 10%의 연봉이 6,746만원이라는 데 말도 안 된다고 분개한 사람들이다. “내 목표가 끽 6천만 원이라고! 부장 구두에 이마가 닿게 고개를 숙이고, 비위 맞추고 눈치 보며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그 흔한 1억도 아니고 6천만 원이라고!” 라는 환청이 들려오게 해 주신 분들이다.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수입은 그저 거들뿐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나의 모든 노력과 의지, 재능을 투자한 직업을 통해 한계가 없는 많은 월급을 받고 싶은 사람도 있다누가 옳고 누가 잘못됐을까서로 다른 생각을 하지만 함께 사는 세상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고, 타인의 지향을 무시하지는 말자. 그리고 혹시 여력이 된다면 우리라는 범주 안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이들의 처지를 살펴봐주시길 부탁드린다.

 

어떤 기관이 조사하든, 어떤 언론사가 조사하든 현재의 기준으로 평균월급 통계는 허상일 수 밖에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 밖에 없다. 이는 평범한 사람일 수록 더욱 그렇다. 기자들은 내 지인들이 다 잘나서 잘난 녀석들만 취재하고 잘난 녀석들 사례만 다뤄서 사람들 불편하게 만들 시간에, 나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많은 이들의 현실인 최저임금에 관심을 갖고, 공정경제라는 현 정부의 목표가 노동자의 처지에서는 어떤 부분에 해당되는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공산주의의 그것인지 우리의 노력으로 실현가능한 적폐의 청산을 위한 초석인지도 함께 고민해주길 바랄 뿐이다. 

 

 

사고공통1.jpg

 

 

 

 

추신: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기사(링크)가 평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인용자료출처]

  1.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
  2.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3. KOSIS, 국가통계포탈
  4. 크레딧잡, kreditjo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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