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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이 가장 비판을 받는 분야는 단연 경제 분야이다. 신문 경제면과 자한당 의원들의 발언만 보면 당장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 같은 모양새이다이러한 모습은 참여정부 시절과 오버랩이 된다. 연평균 4.4%씩 성장을 하던 노무현 정권도, 임기 내내 경제 분야에 대한 무능으로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대놓고 현직 대통령을 조롱하고, 그의 경제 정책을 비난했던 '환생 경제' 역시 이때 나온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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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TV

 

왜 좌파 정권(민주당 정권을 좌파 정권이라 부르기는 좀 이상하지만편의상 좌파 정권으로 통일하겠다)은 항상 경제에 무능하단 낙인이 찍히는 것인가?

 

첫째,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상수이다. 툭 까놓고 말해 보자. IMF 이후로 우리나라 경제가 좋았던 적이 있었나? 객관적으로 보자면, 노무현 정권 때 경제가 호황에 가까웠으나, 당시에도 경제에 무능하단 비판은 졸라 잘만 먹혔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경제적 호황에 대한 기대치가 1970~80년대 누렸던 달콤한 고속 성장에 맞춰져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호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때처럼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도 않고, 우리나라 또한 개발 생산국에서 준 선진국이 되어 버렸다. 이때도 두 자릿수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란 문제가 있었지만, 전 여친과의 기억처럼 안 좋은 일은 잊혀지고 좋았던 기억만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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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 역할을 해왔던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온갖 조작질, 뻥튀기를 한 수치)가 고작 6.6%이다. 그보다 한참 아래인 인도가 한 7%쯤 경제가 성장하는데, 사실상 우리나라 정도 규모가 되는 나라가 이만큼 성장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와중 가령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예년 혹은 다른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고용 부분 통계에서는 상반기 다소 부진했으나, 하반기에는 다소 개선되었으며, 수출 쪽 통계는 괜찮은 편이라고 구구절절 설명해 봐야 말만 길어지지, 씨알도 안 먹힌다. 모두가 체감할 만큼 경제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물론 함정은 누가 집권하건 마찬가지 일 거라는 거지만오케이. 경제가 안 좋은 게 상수라는 건 알겠는데, 왜 이런 유의 기사가 유독 좌파 정권일 때 쏟아져 나오는 걸까?

 

둘째, 언론이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제가 좋지 못한 것은 상수이다 보니, 경제를 가지고 까기가 정말 쉽다. 실업률, 제조업 경기, 인플레이션 등등 분기마다 나오는 각종 통계 중에서 별로인 거 하나 골라잡은 다음에, 길거리에서 살기 힘든 사람(돈 많은 사람들이 가는 호텔이나 유흥업소만 벗어나면 이런 사람 만나기는 매우 쉬운 일이다) 아무나 붙잡고 인터뷰를 따면, 경제 때문에 못 살겠다란 기사 하나가 뚝딱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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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이런 류의 기사는 우파 정권일 땐 거의 없다가 좌파 정권일 때 유독 많이 나타날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국은 제대로 쓰이는 경제 기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려면, 하나의 통계치만 가지고 전체를 비판하거나, 무조건 살기 힘들다는 식의 감정팔이를 할 게 아니라 종합적인 통계 자료를 토대로 분석이란 걸 해야 되는데, 기자들에겐 리서치를 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언론이 구독료가 아닌 광고료로 먹고살기 때문에 그런 양질의 기사를 쓸 인센티브가 없다.

 

이렇게 기자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많은 기사가 기자의 연락처 속에서 나온다. 각 부처, 연구 기관에 있는 아는 사람, 대학 교수, 전직 관료와의 전화 통화가 그대로 기사화된다. 문제는 이들 중 다수가 좌파 정권과 매우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던 인사들은 승진에서 배제되기 마련이고, 주류 경제학자보다는 대안 경제학자에게 정계 진출 기회가 열리고, 기존 우파 정치인, 전직 관료들이 임명되던 공공 기관 임원자리에는 시민운동 계열이나 좌파 쪽 사람들이 간다. 굳이 적폐 척결까지는 보지 않더라도(모든 임명직에 검증이 끝난 인사를 요소요소에 배치한다는 게, 일단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권 교체에 따라 임명직 기관장들이 바뀌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불만이 공공연하게 좌파 정권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기사화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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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권을 깠을 때 생기는 패널티가 훨씬 적은 것도 한몫한다. 우파 정권이었으면 국기 문란 혹은 나쁜 사람으로 수첩에 적힐 만한 일도, 좌파 정권일 땐 유튜브에다 방송을 해도 눈에 띄는 패널티가 없다. 우파 정권에서는 사람들이 생계를 걸고 비판을 하지만, 좌파 정권에서는 생계를 위해 비판을 한다.)

 

우파 정권에서 몸을 사리다가도, 좌파 정권이 되면 나서서 신랄한 비판을 할 사람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기자들은 이런 유의 비판 기사를 받아쓰기 졸라 편하다.

 

아무리 기자들이 물어오는 글들이 편향되어 있더라도 데스크가 공정성에 관심이 있다면 이러한 글이 전부 기사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데스크가 나서서 정권의 경제를 까는 글을 원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기업이 주는 광고로 연명하고 있다 보니, 이들의 입장을 적극 대변할 수밖에 없다. 좌파 정권이 드라이브를 거는 노동자 친화적인 정책, 최저 임금 개정 등은 기업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다. 이 드라이브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현 경제 정책은 실패로 규정지어져야 하는 것이다.

 

언론이 쥐고 있는 기득권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과거 노무현 정권이 내세웠던 탈권위주의는 언론의 엘리트 의식과 강렬하게 충돌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자실이다. 각 행정 부처에는 기자실이라는 것이 있다. 소위 말하는 메이저 언론사만 출입 가능한 공간인데, 이곳은 기자들이 죽치고 있는데 필요한 침대, 냉장고 등의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문제는 기자실이 공무원들의 업무 공간에 거의 붙어있다는 점이다. 기자들은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공무원들의 업무 공간을 휘젓고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캐고 다닐 수 있다(대외비, 비문 등이 유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원들은 권력관계상 기자들에게 철저히 을이기 때문에, 기자들을 제지하기는커녕 굽신거릴 수밖에 없다. 가령, 석간신문에 부처에 대해 안 좋은 기사가 실렸다고 치자. 담당자는 모니터링을 하던 청와대에서 조인트 졸라 까이고 나서, 조간신문이 인쇄되기 전까지 해당 언론사에 무릎걸음으로 달려가 기사를 내려 달라고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온갖 검은 거래가 오갔음은 물론이다(기사가 인터넷으로 바로 올라오는 이러한 현상은 완화되었으나, 약점을 잡힌 공무원과 이를 이용하는 기자 간의 커넥션 문제는 만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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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언론 부조리를 해결하고자 노무현 정권은 기자실을 통폐합했었는데(명목상으로는 기자실이 브리핑룸이 되는 것이었지만, 핵심은 기자들의 출입 가능 구역을 나누는 것에 있었다), 이때 언론은 좌우 가릴 것 없이 정권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했었다(링크). 소위 말하는 선진국 중 기자실을 운영하는 국가는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이렇게 언론과 정권이 대립각을 세울 때마다, 데스크는 정권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난 수위를 올렸기 때문에, 경제 부진에 대한 기사가 지면마다 도배가 된 것이다. 참고로, 이때 통폐합된 기자실은 전임 가카 인수위 시절에 부활되었다. 과연 전임 가카는 본인이 손해를 볼 만한 싸움은 절대 하지 않으신다.

 

마지막으로 정수는 항상 멀리 앞을 내다보고 두지만, 꼼수는 눈앞의 이익을 쫓는다는 것이다.

 

전제해야 할 것은, 경제 정책에 있어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묘수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저성장 중이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문제를 겪고 있으며 특히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각국은 무역 분쟁을 겪고 있으며, 계층 혹은 세대 간 갈등 또한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를 한방에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묘수 따위는 없다. 있으면 이빨만 까지 말고 직접 뭐라도 써서 대안을 제시해 봐라. 네 말이 정말 맞다면, 다보스 포럼이나 잭슨홀 미팅에 가서 각국 재무장관 앞에서 발표하고 다음 노벨 경제학 상도 받을 수 있을 거다.

 

이런 묘수란 건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할 수 있는 것 중 상책은 미래를 내다보고, 가장 옳다고 생각되는 정수를 두는 것이다. 노동 소득을 높인다거나, 사법 제도 개선을 통해 시스템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분명 옳은” 일이지만 당장 눈에 드러나는 어떠한 결과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분기, 연간 통계상 숫자로 잡힐 계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임금이 조금 늘어난다고 전부 소비를 하고 이게 일자리를 만들어 낼 리 만무하다).

 

물론, 현정권의 경제 정책이 무조건 정수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 방향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강도가 과하거나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가령,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인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해 현정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최저 임금 인상이 근로 소득을 올리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고 본다. 즉, 정당한 비판이라는 것은 개별적인 사안, 정책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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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한당과 언론은 이러한 디테일들은 다 덮어두고, 실업 통계 혹은 경제 성장률 하나만 가지고서 문재인 정권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만 한다. 이건 프레이밍이고 그냥 싸우잔 소리다. 김영삼 정권 때 IMF 사태를 발생시키고도 저들은 노무현 정권 내내 경제를 가지고 까댔고,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저성장과 고용 문제가 지속되어 왔는데, 이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현정권이 경제에 무능하단다. 참으로 염치가 없는 소리다.

 

이런 고구마 같은 정수 말고도, 당장 결과를 내는 수가 있기는 하다. 바로 꼼수이다. 꼼수의 특징은 직관적이고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발생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이상의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명박 정권 때 했던 4대강, 자원 외교가 대표적인 예이다.

 

무언가 가시적인 결과물(댐을 짓든외국회사를 매입하든)을 발생시키니까 당장은 뭔가 일이 되는 것 같지만, 이러한 정책을 돌아보았을 때 과연 일자리가 늘어났는가, 아니면 국가의 경쟁력이 높아졌는가? 실상은 이익 집단에 의해 졸속으로 실행된 사기였다. 이때 낭비된 예산이 일자리 쪽으로 투입됐다면지금 우리는 꽤 다른 경제적 상황에 놓여 있을 수도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자한당은 염치가 참으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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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꼼수가 사람들에게 꽤나 먹힌다는 점이다. 아직도 고속 성장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747 공약은 정말 그럴듯한 계획이었고,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의 희망을 이용한 것이 줄푸세와 창조 경제였다. 우파의 꼼수는 이처럼 직관적이고(강바닥을 파면 일자리가 나오는 거 사실이니까. 규제를 완화하면 당장이라도 대기업이 돈을 풀 것 같았으니까) 욕망을 자극한다. 사기란 것이 원래 당하는 사람이 절박할수록 잘 통한다.

 

그렇다고 사기를 당한 사람들을 멍청하다고 배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에게 기대를 갖고 투표를 했었는데, 사는 게 계속 힘들다 보니 저런 말에 넘어간 것이다. 원래 대중은 다 나만큼 똑똑하다. 무식이 아닌 그들이 처해있는 절박한 상황과, 이를 이용해 먹는 정치인, 언론인들 때문에 좌파가 무능하다는 프레이밍이 먹히는 것이다. 사기는 원래 친 사람이 나쁜 것이다. 욕하려면 사기 친 놈들을 욕하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 앞에 팩트를 제시하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가르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그런 입장을 갖게 되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내가 그들에게 좋은 가족, 혹은 이웃으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그들은 나의 입장, 그리고 나아가서는 문재인 정권의 답답한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문제는 경제가 정말로 좋아지거나, 경제를 좋아지게 만들 묘수가 있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 이러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이렇게 답답하지만 정수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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