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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2017년 5월 24일, 퍼스트 도그 토리를 취재하던 날 경험한 것이다. 토리가 청와대로 입양되기 전, 아직은 케어 답십리 입양센터에 있는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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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귀에 꽂히는 개 짖는 소리. 소리를 따라 경쾌한 스텝으로 걸으면 토리를 만날 수 있다.
동물보호센터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아우라를 기대했다. 예를 들어 내가 중2병에 걸려 세상의 진리를 다 깨우친 듯 굴었을 때조차 나를 사랑으로 품어주던 교회 선생님의 인자하고 성령 충만했던 미소 같은 것을.
"안녕하세요."
아무도 없는 입구. 로비 지킴이 진돌이만 나를 반긴다. 미리 연락을 주고받았던 A 팀장과 인사를 나눌 땐, 낯선 이의 방문을 눈치챈 개들이 짖기 시작한다. 개 짖는 소리로 공기가 가득 찬 느낌이라 평소처럼 아이스 브레이킹할 여유가 없는 분위기다. 팀장의 안내에 따라 토리가 있는 소형견 방으로 들어갔다.
소형견 방은 작다. 방은 작은방과 더 작은방으로 나눠지는데, 여러 개의 견사가 노래방처럼 마주 보고 서 있다. 견사는 낡고, 좁다. 토리 취재는 견사가 마주 보는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했다.
개들은 우리가 방으로 들어섰을 때부터 우리를 반기며 두 발로 서서 뛰었다. 토리가 촬영을 위해 잠시 견사 밖으로 나오자 개들은 더 흥분한다. 견사는 높지 않다. 계속해서 견사 천장에 머리를 찧는데도 멈추지 않는 개도 있다. 그런 개들을 달래느라 A 팀장은 급한 대로 간식을 나눠주지만, 간식을 삼키자마자 개들은 다시 뛴다. 간식을 먹었다고 원하는 걸 얻은 건 아니다.
사실은 좀 근사한, 사진을 찍을만한 공간이 있을 줄 알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케어인데. 사진을 찍으러 동행한 cocoa 기자는 최대한 허름한 견사가 나오지 않도록 하려고 움직인다. 좁은 공간에서 견사를 빼고 찍으려니 거의 바닥을 향해서만 셔터를 누른다. 그나마도 견사 밖에 나온 토리가 신이 나서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찍기 쉽지 않았다. 좌우에서 뛰고 컹컹 짓는 개들을 보며 응~ 나오고 싶니? 하다가도 내가 꺼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희망 고문을 하는 것 같아 개들을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안 쳐다보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빨리 촬영을 끝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안 그래도 바쁜데 개들을 달래는 업무까지 수행 중인 A 팀장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죄짓는 것 같았던 촬영을 마치고 소형견 방 밖 로비에 앉아 토리가 있는 입양센터 팀장과 인터뷰를 했다. 토리 얘기를 시작으로 유기견과 유기견 입양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예상 질문을 다양하게 뽑아갔다. 당연히 추가 질문도 할 계획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이 묻는다. "인터뷰가 긴가요?" 나는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대답한다. "아니오." 거짓말이다.
질문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받을 사람이 없다. 로비에 나와 있는 진돌이를 따라 사람이 그리운 개들이 짖는다. 열 명 남짓한 자원봉사자들이 도착한다. 동물을 수용하기에도 좁은 공간. 격리된 곳이 없으니 자원봉사자들은 인터뷰하는 로비에 같이 서서, 정확히는 바로 우리 옆에 서서 자원봉사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A 팀장은 질문에 대답하며 수없이 두리번거린다. 손길이 필요한 개와 고양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최소한의 돌봄을 받기 위해 수반되는 가사노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그곳은 전쟁터다.
A 팀장이 잠깐 전화를 받느라 인터뷰가 끊겼다. 위층을 오가는 직원들의 얼굴은 하루종일 잠투정을 하는 조카를 겨우 재우고 나온 언니의 얼굴과 비슷하다. 내가 기대했던 성령 충만한 미소 대신 푸석하고 생기 없는 피부로 인간이 한 번에 들 수 있는 최대한의 빨래를 쌓아 들고 오간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얼굴만 빼꼼 내밀고. 누구는 청소하러 간다. 생글생글 웃으며 생기를 띄고 있었다면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인터뷰가 끝났다. 아무도 떠밀지 않았지만 밀려나듯 문을 나선다. 준비해간 질문의 반이나 겨우 했을까. 추가 질문이나 현장에서 떠오르는 질문은 거의 하지 못했다. 다시 질문하기 위해 전화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게 그의 최선이다. 친절하게, 아는 만큼. 다만 친절하게 모두 대답하기엔 지금 당장 A 팀장을 필요로하는 곳이 너무 많다. 열 명도 안 되는 직원이 몇십 마리의 동물을 돌보니 A 팀장이 비운 자리는 그대로 다른 동료들에게 부담이 된다.
출처-케어 홈페이지
개 짖는 소리가 울리는 건물을 벗어났을 때 개들 중 몇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산책을 시작했다. 얼마나 걷고 싶었던지 사람을 끌고 갈 기세로 건물을 등지고 달린다. 견사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등 뒤로 컹컹 울린다. 인터뷰를 마친 A 팀장은 다시 아이들을 달래러 대형견 방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4년간 직원들 모르게 동물 230여 마리를 안락사시켰다는 보도가 있었다. 입양센터에서 한 마리라도 더 가족을 만나게 해주려고 할 때 한쪽에선 아이들을 '보내고' 있었다. 분노한 회원들이 탈퇴하거나 후원을 중단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그래도 자꾸 떠오른다. 피곤한 얼굴을 하고 바닥을 닦다가도 눈 마주치는 동물들에게 눈인사해주던 사람이. 얼굴만 겨우 보이게 이불을 가득 끌어안고 지나가며 서로 농담하던 사람들이. 대표가 '보내버린' 동물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보듬던 사람들이 스친다.
일선에서 동물을 살리려는 이들의 진심은 지금 얼마나 초라해졌나.
출처-케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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