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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을 보기 전,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그다지 내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보나 마나 극단적 사례를 갖고 과장해 놓지 않았을까. 드라마가 현실 교육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치기는 불가능하다. 수시와 정시, 학생부 전형을 위한 내신과 비교과 활동을 세세히 보여주노라면 다큐멘터리가 되고 말 것이다. 드라마가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인정하더라도, 일부 사례를 놓고 부풀려대는 놀음에 동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찌 됐든 18회까지 진행된 드라마를 보고 난 후엔, 약간은 안심한 기분이랄까, 작가가 나름 고심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요소를 과장하긴 했지만, 이 드라마는 교육 문제 자체보다는 그 원인을 예리하게 찌르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많이 회자되었듯 그 원인은 욕망이다. 이 면에서 <SKY 캐슬>은 일부 사례에 국한되지 않고,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극받을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그것도 상당히 디테일하다. 사교육계 취재를 하지 않고선 나오기 힘든 대사를 배치하면서도 주제와 동떨어지지 않는다.

 

<SKY 캐슬>의 전체 주제인 욕망에 대해 쓰려고 하니, 역시 드라마처럼 떡밥을 던지는 게 낫겠다 싶다. 정말 요즘 사교육이 저런지, 일종의 해설판으로 시작해보려 한다. 물론 이 역시 개인적 경험을 아예 벗어나긴 힘드니, 다른 의견이 가능하다는 점은 미리 감안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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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생부 종합전형을 알아야 드라마가 보인다

 

이 드라마는 현재 입시 체제를 배경으로 하지만 자세한 설명이 없다. 아마 스피디한 전개를 위해서, 또 너무 전문적으로 흐르지 않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래도 입시 전형을 알아두는 게 도움이 되니 짧게 알아보자.

 

현재 대입 전형은 수시와 정시로 나뉘며, 거칠게 보면 70:30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인원수가 많은 수시에서도 가장 많은 비율을 가지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현 입시의 대세가 되어 있다. 다른 수시 전형으로 학생부 교과전형, 논술, 적성 등이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다루지 않는데, 서울대 수시는 오직 학생부 종합전형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점수제가 아니라 정성평가라 하여,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학생부엔 고등학교 기간의 내신 성적과 활동 사항이 기재되어 있다. 당연히 내신 성적이 좋으면 유리하다고 보지만, 정성평가의 특성상 정확한 기준은 없다. 평가 기간은 3학년 1학기까지이고, 서울대의 경우 내신 평균 1점대는 돼야 한다고 보는데, 고등학교 학력 차이가 있어 절대적이지는 않다. 전교 1등을 할 수 있는 실력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1등급은 해당 과목 수강인원 수의 4%라서, 요즘은 3~4명 정도만 1등급이 되고, 시험이 약간이라도 쉬우면 100점만 1등급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극 중 예서가 중간고사, 기말고사 만점에 목을 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학생부에는 성적 말고도 각종 교내상, 활동사항 등이 기재되는데, 상위권 대학을 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활동을 보여줘야 한다. 교내상 중에서 예서가 자랑하던 학력우수상은 남발하기 힘든 상으로, 평가의 중요 잣대로 여겨져 왔다.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고 교과에서 배운 지식을 적용해볼 기회를 갖는데, 거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교내 상위권 학생들만으로 운영하는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보통 영재학급등으로 불리지만 다들 이름이 다르다. 극 중에서 혜나가 학생회장이 되어 정독반을 없애려 시도했는데, 이 정독반이 영재학급이다. 정독반에 들지 못한 학생들은 그에 준하는 활동이나 실험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에 응시할 내용을 갖추기 더욱 힘들어진다.

 

중학교 단계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과학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학교들은 SKY 진학에 유리한 데다 못해도 중대 이상은 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대 진학은 힘들다. 이 고교들은 과학 영재를 양성한다는 취지가 명확하여, 의대 진학에 불이익이 있음을 주지 시키고 학생을 입학시킨다. 예서가 과학고를 가지 않은 이유도 의대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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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말로 입시 코디네이터가 있나?

 

코디네이터란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입시 컨설팅이라고 하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극 중 김주영 선생이 맡은 역할은 입시 컨설팅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라면 컨설팅은 이론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점검하는 정도지만, 김주영은 직접 실행까지 도맡는다는 것이다. 그 학교 내신에 깔맞춤인 강사들을 구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예서 엄마도 초반에 김주영을 내치고 나서, 강사와 직접 연락해보고 도훈 엄마를 이용해 팀을 짜보려 했지만 실패해 결국 김주영을 다시 찾게 되었다. 강사를 직접 동원할 수 있다는 이런 실행력 때문에 코디네이터란 이름을 따로 붙인 게 아닐까 싶다.

 

대형 학원과 연계하거나, 오랜 인맥을 통해 강사들을 동원할 수 있다면, 극 중 코디네이터와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이런 경우는 존재한다. 그런데 이는 내신이든 수능이든 시험에 초점을 맞출 순 있어도, 학생부 종합전형을 목적으로 삼기는 어렵다. 어떤 실험을 하라고 조언하거나, 소논문 구성을 도와주고 심지어 대필하는 것도 물론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활동 자체는 학생이 교내에서 수행해야 하므로 외부 지도가 100% 성공할 순 없다. 학생부에 기재되는 내용은 수업과 활동을 바탕으로 하므로, 예서처럼 이기적이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학생은 매우 불리해진다. 드라마 후반에 김주영이 학교 시험지를 유출한 대목이 나오는데, 그런 식이라면 예서를 가르친 선생님 전부를 구워삶았을 수는 있겠다. 입시 컨설팅은 전국적으로 다 행해지고 있고 여기에 다른 이름을 붙이는 거야 가능하지만, 학종의 특성상 합격 보장 같은 절대적 위력을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입시 코디네이터에 수십 억 비용이 든다는 묘사에 대해선, 확언하기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비효율성이다. 연봉만 몇백 억이라는 일타 강사들이 있는데, 이들은 개인 교습을 하지 않는다. 몇백 명을 모아놓고 하는 수업이 훨씬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개인 교습을 한다면 그만큼의 비용을 감당해줘야 하는데, 전과목을 그런 강사들로 모아놓는다면 사실 1년에 수십 억도 부족하다. 그런 일타 강사들이 김주영 밑에서 지시를 고분고분 듣고 있을 리도 만무하다. 더욱이 이들은 강의 능력이 출중하긴 하겠으나 1:1 수업은 다른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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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일타 강사 아니더라도 1:1 수업에 강한 강사진을 구성하는 건 가능하다. 그러면 학생 픽업, 멘탈 관리 등등의 잡무를 더한다고 해도 수십 억이 필요하진 않다. 비싼 수업료는 김주영의 마케팅 덕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1년에 2명만 맡는다는 업무 특성상, 그 강사들은 다른 학생을 같은 방식으로 지도하지 않아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극 중에서 예서의 국어 성적 때문에 강사를 교체한 사례가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그 강사는 자신의 노하우로 다른 학생을 지도할 가능성이 생기며, 최고급 극비 지도라고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점까지 다 커버하니까 비싼 거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도훈 엄마가 끼어있던 엄마들 모임이 훨씬 가능성이 크다. 팀 구성의 중심이 되는 학부모를 소위 돼지엄마라고 한다. 실력이 비슷한 학생들을 팀으로 모아 적합한 강사에게 수업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돼지엄마는 엄마들과 강사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이므로 꽤나 피곤하다. 그러나 강사를 선정할 때 자기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사람을 우선 선택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예서처럼 눈엣가시 같은 아이를 배제시키는 힘도 돼지엄마에게 있다. 이렇게 하면 1:1로는 감당키 어려운 수업료를 나눌 수 있으므로 유명 강사를 초빙하는 일이 그나마수월해지지만, 말이 그나마이지 강사에 따라선 꽤 비싸다. 요즘은 수업료를 모두 외부에 공시하고 있기 때문에 학원 수업료가 얼마인지는 알기 쉽다. 그것도 과목별로 모으면 수업료가 꽤 나가겠지만, 내가 경험하기로 정말 비싼 수업은 이렇게 강사와 직접 컨택하는 팀별 수업이다. 이렇게 특정 과목에서 팀 수업을 꾸려도 단골 학원은 있게 마련이라, 거기서 다른 과목 수업도 듣고 컨설팅도 병행하는 식이, 나름 교육에 투자한다는 사교육 코디네이팅또는 컨설팅의 모습일 것이다.

 

상식 선에서 수십 억짜리 입시 코디네이터는 본 적도 없고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세상엔 돈 많은 사람이 있고, 효율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원스톱으로 맡겨버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재벌가에서 이렇게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SKY 캐슬>의 인물들은 그 정도의 재벌이 아니고, 대치동에 살고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정도의 사람들이라 현실적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3. 예서처럼 해야 의대를 갈 수 있나?

 

극 중 예서는 서울대 의대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서울대만을 목적으로 의대를 지망하는 건 힘들 것이다. 예서의 바람대로 고등학교 내내 전교 1등에 학생회장을 하고, 활동이며 독서며 완벽하게 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서울대 의대에 뽑힌다는 절대적인 보장은 없다. 초반에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영재의 포트폴리오(정확히는 비교과 활동 내용)를 엄마들이 탐내는 장면이 있는데, 이건 정말로 피해야 하는 짓이라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다. 남들과 비슷하게 해서는 합격하기 어려운 대학으로 서울대는 첫 손에 꼽히며, 자기주도성이나 창의성 같은 요소가 인정받아야 한다. 사실 서울대 합격생의 포트폴리오 수준은, 예서 학교의 고3 담임에게 물어봐도 알 수 있는 흔한 정보이고, 그거 안다고 뭐가 해결되지 않는다.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물론 성적이 좋다면 서울대 의대에 원서를 넣겠지만, 합격 보장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의대에도 다 원서를 넣게 되어 있다. 예서처럼 가문의 영광을 위해 서울대만을 유독 고집한다면 수능도 대비하고 재수를 각오해야 한다. 예서 엄마도 정시 준비도 해야 하지 않느냐며 김주영에게 의문을 표했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몇 번 삐끗하면 내신에 악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고2쯤부터 수능에만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 의대만이 목표라면 차라리 수능 만점에 도전하는 게 학종보다 덜 불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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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의 경우 학생부 종합전형 이외엔 승산이 없어 보인다. 극 중에서 혜나가 죽고 우주가 누명을 쓰는 바람에 예서가 4월 모의고사를 망친 장면이 있다. 정확한 점수는 가물가물하지만, 국어가 70점대이고 영어도 80점대인 걸로 기억한다. 설사 심적 동요 때문이라고 해도, 김주영도 예서의 실력 자체가 매우 뛰어나지는 않음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학원은커녕 엄마 병간호하면서 전교 2등 하는 혜나나, 학원 안 다녀도 전교 상위권인 우주가 실력이 더 좋다는 데 나도 동의한다.

 

또한 대개의 상위권 의대는 면접을 거치기 때문에, 서류평가에서 아무리 유리하다고 해도 학생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선생이나 책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면 멘탈이 약한티가 확실히 나게 된다. 무엇보다 극 중 독서토론 모임처럼 얘기했다가는 절대 합격할 수 없다. 의대 면접에선 의사로서 가져야 하는 윤리성을 중시한다. 예서처럼 엘리트주의를 지지하고 남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통과하기 힘들 것이다.

 

 

4. 혜나와 우주의 사례도 있는데, 왜 예서 엄마는 사교육에 그토록 매달리는가?

 

극 중 예서 엄마의 상황만 한정해서 보면, 3대째 의사 가문이라는 압박 속에 시달린 탓에 합격 확률을 높일 방법을 무조건 쫓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결국 100% 합격 보장이라는 김주영의 덫에 걸려든 것이고. 상식적으로 그런 보장을 믿을 수야 없다. 하지만 사교육에 의존하는 예서와 그 엄마의 모습은 아주 현실적으로 묘사돼 있다고 본다.

 

첫째 이유로는 입시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들 수 있다. 앞서 정독반같은 영재학급이 각 고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여기에 들어가야 수준 높은 교내 활동이 가능해 학생부 기재 내용에서 유리하다고 언급했었다. 이 영재학급의 선발기준은 고1 1학기의 성적이다. 즉, 중학교 졸업 후 맞이하는 첫 학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후에도 시험을 거치면서 승강제처럼 운영될 순 있지만, 어쨌든 일단 들어가고 보는 게 좋다.

 

그렇다면 고1 첫 시험을 미리 대비하는 학생이 유리할 것이다. 다들 중3 이후 겨울방학에 한다고 하면, 그보다 먼저 시작하면 더 유리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과목을 미리 준비하는 시기가 앞당겨지게 된다. 또 일단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눈앞의 내신과 교내 활동에 온 힘을 쏟아야 하므로 고2~3 과정을 예습할 시간이 빠듯하다. 따라서 중3 이전에 고3 과정까지를 선행학습하는, 소위 한 바퀴 돌려놓는일이 필요하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과목은 수학과 영어다. 극 중에서도 예서는 고등학교 입학 전에 수까지를 이미 끝내 놓고 있었다. 결코 과장이 아닌 게, 실제로 초때 기하벡터를 공부한 아이를 본 적도 있다. 학교에서는 당연히 이런 미친선행학습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학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은 학생부 종합전형에 해당되지만, 수능 중심 체제에서도 수능 선행이라는 똑같은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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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사교육 과정의 특성상 불안감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이는 강사와 학부모 양측에서 모두 발견된다. 아이의 문제점을 빠르게 짚어낼 수 있는 강사는 좋은 강사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아이의 실력이 좋아지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문제가 없다고 하면 강사의 능력 부족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강사는 사소한 것까지 애써 문제점으로 부각시키는 경향이 생긴다. 예서의 경우를 놓고 보면, 국어 2점짜리 틀린 건 누구에게나 가능한 사소한 실수이지만, 그것을 애써 멘탈 문제로 각인시키게 되는 것이다.

 

반면 학부모 입장에서도, 솔직하게 아이에게 문제가 없다고 하는 강사를 오히려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당신이 예서 엄마이고 예서가 한 문제 틀렸을 때, ‘그냥 사소한 실수일 뿐이라고 평가하는 강사와 예서는 멘탈에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강사 중 누구에게 솔깃해지겠는가. 다음에 잘하면 된다며 격려하는 강사와, 다음엔 이런 일 없도록 더 확실히 준비시키겠다는 강사 중 누가 전문가처럼 보이는가. 이 때문에 학생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평가하면 오히려 학부모가 수업을 중단시키는 결과가 벌어진다. 제대로 된 강사는 도태하기 쉽고, 김주영 선생을 만날 확률은 역으로 높아진다.

 

이런 순환구조 속에서 학생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익숙해지고,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된다. 예서는 그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보듯, 늘상 불안하여 의존성이 강해지며, 눈앞의 결과에 따라 조증처럼 희비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부작용을 겪는 것이다.

 

우리는 학종의 입시 체제를 바꿀 힘은 없다. 그러므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사교육의 문제를 겪지 않으려면, 극 중의 우주 엄마처럼 모든 걸 내버려두어 무의미한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 학원에 가든 안 가든 아이가 결정할 문제이고, 그로 인해 겪을 불리함도 미리 차근차근 얘기해주고, 나아가 어떤 대학에 진학하든 심지어 가지 않든 인생 자체와는 다른 영역이라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혜나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우주는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늘 여유로운 태도를 가질 수 있었다고 본다.

 

물론 이렇게만 말하기는 어렵다. 좋은 머리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그래도 되지만, 혹여 뒤떨어지더라도 그냥 놔두라는 게 부모로선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한서진/곽미향은 아마 개인으로는 매우 유능한 사람이었겠지만, 남편과 집안의 억압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아이의 의대 합격을 선택했고, 때문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예서 엄마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극 중에서야 자신의 과거가 주는 불안감이 한몫했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학부모가 불안감에서 해방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이성적으로는 혜나 우주 같은 케이스를 선호하더라도, 결국 아이 등 떠밀어 학원 보내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대치동이란 이름에는, 하필이면 집에 돈이 많아 그 악순환의 고리를 자의로 탈출하 힘든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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