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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히사시부리. 다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딴 거 없다. 건강이 최고다.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최고란 말을 수긍한다면, 담배 끊고 술 줄이고 1년에 한번 꼬박꼬박 정기검진 받고 적당히 운동하시라. 그럼 백살까지 산다. 또 아냐? 99세 때 로또라도 될 지... 여튼, 새해 덕담은 이 정도로 됐고. 이슈대이빨 시작한다.

 

 

나쁜 예타면제, 덜 나쁜 예타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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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면제’라는 말이 화제다. 얼핏 들으면 돌체비타나 비타500 같이 들리기도 한다. 소면, 중면, 당면, 쫄면의 한 종류스럽기도 하다. 이게 뭐냐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의 줄임말이다.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가 의결됐다. 이에 따라 사업비 총 24조 1000억 원 규모의 23개 공공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가 면제조치되었다.

 

그럼 예비 타당성 조사는 뭘까. 국가재정법 제38조 및 동법 시행령 제13조에 근거한 조사로써, 나랏돈으로 땅 파고 댐 만들고 도로 놓고 하는 데에 이게 ‘돈이 되느냐’(경제성 분석), ‘표가 되느냐’(정책성 분석) 이런 걸 미리 평가해 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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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타당성 조사의 선정 및 수행체계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딥따 좋은 제도다. 국민 세금이 줄줄 새는 걸 예방하겠다는데 욕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심지어 우리는 불과 수년 전에 이명박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22조라는 큰 돈을 강바닥에 처발르는 엽기적인 행태를 몸소 누리지 않았는가. 자고로 예타, 안타, 산타, 썸타 등등 ‘타’짜로 끝나는 건 대체로 좋은 거다.

 

긍데 문재인 정부에서 무려 24조 원이라는 거대 재정을 들이붓는 사업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연히 반대 여론이 일었다.

 

반대하는 측의 논리를 들어보자.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총선용. 둘째, 지자체별 나눠먹기. 셋째, 토건의 왕국.

 

즉, 당장 내년으로 닥친 총선에 여당이 승리하기 위해,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면 떨어졌을 게 뻔한 사업을 지자체별로 나눠주는데 하필 그 사업이란 것도 지역 토호들이나 좋아할 토건 사업 투성이, 라는 거다. 

 

그럼 정부 측 또는 찬성 측의 논리를 들어보자.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가균형발전. 둘째,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효과.

 

즉, 인구가 적은 지방은 경제성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서 늘상 개발에 소외되어 왔고 가뜩이나 경제와 일자리가 침체되어 있는데 예타면제를 해서라도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겠단 얘기다.

 

솔까, 나는 기본적으로 팔랑귀라서 반대 측 말을 들으면 반대가 옳고 찬성 측 말을 들으면 찬성이 옳은 것 같다. 너네들 생각은 어떠한가.

 

헌데, 에이... 그건 아니지, 라고 명징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하나 있다. 바로 ‘이명박의 4대강 사업과 뭐가 달라?’라는 주장이다. 에이... 그건 아니지.

 

애초엔 ‘물류’를 위한 대운하 계획이었다가 그게 틀어지니까 ‘치수’를 위한 4대강 사업으로 바뀐 거잖냐. 이건 뭐 ‘물류’니 ‘치수’니 ‘환경’이니 하는 ‘목적’(또는 명분)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든 강바닥에 돈을 쳐바르고야 말겠다는 ‘의지’(또는 수단)만이 중요했던 거잖냐. 그야말로 꼬리가 개를 흔든 꼴 아니었냔 말이다. 허나 이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조치는 (찬반을 떠나서) 경기를 부양하고 지역균형발전 하겠다는 ‘목적’에 지역SOC 개발이라는 ‘수단’이 붙은 것이고. 단순히 ‘예타면제’가 같다고 어찌 이 둘을 같다 할 수 있나.

 

그건 마치, ‘정우성이 눈 둘, 코 하나, 입 하나니까 마사오랑 똑같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거 아니겠냐. 이런 주장을 하고 돌아 댕기다가는 마른 하늘에 벼락을 맞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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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예타면제 예산낭비 논란을 두고 누구나 다 공감할 도덕교과서적인 말을 할 수는 있다. 예산 타당성 조사의 취지를 살림과 동시에 지역균형발전에 힘쓰는 세심한 정책조정이 필요하다는 것 같은 말이 그것이다. 허나 세상사, 일머리가 어디 그래? 하려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게지. A가 필요해서 하려들면 꼭 B나 C에 탈이 나기 마련. 세상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이란 게 어디 흔하겠냐고. 그러니 무언가를 도모할 때 정작 필요한 건 일의 경중을 따지는 것 아니겠나. B 혹은 C에서 탈이 날 걸 알면서도 그보다 A가 더 중요하면 해야지. 안그래? 그리고 이런 것을 우리는 전문용어로 ‘정책결정’이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출범 때부터 늘어난 세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확대재정을 공언했다. (그럼에도 ‘긴축재정 아니냐,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복지예산을 확 늘려라’라는 야단도 많이 맞았다.) 그리고 동시에 ‘지역균형발전’은 노무현 정부때부터 입술이 부르터지도록 외쳐온 간판이다. 이에 비춰보면, 예타면제를 해서라도 지역에 돈을 확 풀겠다는 작금의 정책결정이 갑툭튀한 것은 아니다.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지역편중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다 들여다본다고 하지만, 그 중 하나인 ‘정책성’에 분명 ‘지역균형개발’ 항목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곤 하지만, 그간의 예타 조사를 뚫고 추진된 사업을 보면 서울 및 수도권 지역개발이 압도적이다. 가뜩이나 지역은 인구도 줄고 슬럼화되어 죽어가고 있는데 개발에도 지독히 소외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 큰소동이 일었던 ‘목포’를 보라. 다 쓰러져가는 낡은 건물들에 저녁 6시만 되면 캄캄한 암흑천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목포지역민 이외에 대한민국 그 누구라도 관심조차 있었나. 어느 정치인은 인프라가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도로에 막대한 예산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 행복에 써야한다고 일갈했던데, 그 정치인이 지역민들의 고충에 대해 제대로 공감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인프라, 즉 사회간접자본(SOC)이란 게 고속도로 몇 개, 공항 몇 개로 계량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역의 인프라가 낙후되어 탈지역, 수도권 집중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수도권에 인프라 집중이 일어나 한정된 예산에 지역이 소외되고, 그러다보니 탈지역, 수도권 집중이 일어나 닭이 달걀을 낳고, 달걀이 부화되어 닭이 되니... 에이 씨바 몰라. 그냥 다 죽자. 뭐 이런 건가.

 

지역토건의 폐해도 그래. 내가 얼마나 무식하냐면, 저 위의 “가뜩이나 지역은 줄고 슬럼화되어...”라는 문장을 쓰면서 ‘슬럼? 슬렘? 슬림? 할럼? 할렘?’ 헷갈려서 검색까지 따로 해서 쓸 정도야. 그런 나도 ‘단기부양책의 왕은 건설경기’라는 건 알 정도야. 말 다했지. 4대강 사업에 매달린 건설업자들이 이명박의 영포라인 동문들이었다느니 어쩌니 하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렇게 끼리끼리 해먹는 건 나쁜 거란 거, 나도 알아. 하지만 또 대한민국 각 지역에 사는 하층 노동자들의 일거리, 먹거리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잖아. 나쁘게만 볼 일이야?

 

정권 망하라고 정한수 떠놓고 치성 드리기 바쁜 보수일간지, 경제지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최저임금땜에 다 죽어나가는 자영업자들’ 블라블라 기사들 쏟아내는 와중에 실제로 이 땅의 경제적 약자들은 고통스레 살고 있잖아. 단기부양이 아니라 초단기부양이라도 해서 입에 죽 한숟갈이라도 떠넣어줘야 하지 않겠어? 그게 ‘시민의 행복’과 그리 동떨어진 일이야?

 

예산 타당성 조사의 취지를 살림과 동시에 지역균형발전에 힘쓰는 세심한 정책조정이 필요하지. 암먼. 참 좋은 말이야.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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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나에게 찬이냐, 반이냐, 양자택일 하라고 말한다면, 예타면제를 해서라도 적극적 확대재정 정책의 일환으로 다 죽어가는 지역에 화끈하게 단기부양책을 펴겠다는 정책결정을 말리고 싶은 생각, 없어. 그것이 총선계획의 일환이다? 그게 욕할 거리가 되나. 아니 씨바 정권 잡아서 좋은 것 중의 하나가 그거 아닌가? 불법이 아닌 이상 홈 어드벤티지 누리겠다는데 어쩌라고. 나 원 별.

 

마무리하자면, 그래. 예비 타당성 조사는 좋은 제도야. 그거, 무시하믄 안돼. 하지만 대통령이 소기의 ‘목적’을 위해 정책결정으로 면제하겠다면, 그리고 그 ‘목적’이 타당하다면, 난 이 면제 찬성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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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면 찌른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