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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개 식물 군락

 

최근 칡덩굴이 미국의 숲을 뒤덮어 화제였다.

 

칡은 번식력이 왕성할 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을 덮으며 자라기 때문에 영양분을 빼앗고 광합성을 방해한다. 그야말로 생태계의 무법자. 일본 칡이라 식용도 어렵다는데, 그 넓은 지역을 뒤덮었으니 미국 맥도날드 전매장에 칡냉면을 팔아도 박멸은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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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물을 일컬어 "진태" 식물 군락, 아니 "진개" 식물 군락이라고 한다. 진개는 한자어로 "오물, 쓰레기"라는 뜻이고 진태는 사람 이름이다. '진태'라는 이름을 가진 국회의원이 내 말실수로 서운했다면 닷새 후 사과하겠다.

 

'진개 식물'은 토양이 오염된 척도를 알려주는 지표식물로도 쓰인다. 진개 식물이 무성하게 자란 곳은 위생상태가 불량하다는 뜻이다. 진개 식물은 다른 대부분의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된, 부영양화(인과 질소 등의 영양분이 많이 증가하는 것)된 토양에서 번성하기 때문이다.

 

 

 

2. 환삼덩굴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진태, 아니 진개 식물은 '환삼덩굴'이 아닐까?

 

환삼덩굴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칡처럼 번식력이 왕성한 풀이다. 굉장히 흔하지만 상품화하지 않는다. 냉이까지 비닐하우스로 재배하는 채식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상품화되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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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단의 보기 싫은 환삼덩굴을 제거해보라. 여러 문헌에서 환삼덩굴에 대해 "싹이 나왔을 때 빨리 없애야 한다"고 언급하는데, 그 이유를 내가 잘 알겠다. 시뻘건 페인트 바른 장갑을 껴도 어느새 팔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생긴다. 줄기와 잎자루에 잔가시가 많기 때문이다. 

 

무 뽑 듯 쑥 뽑히지도 않는다. 아래에서 개나리나무를 온통 얽고 뒤덮는 바람에 환삼덩굴보다 개나리 잎이 더 많이 뽑힌다. 한참을 씨름해서 한 무더기를 뜯어내도 돌아서면 다시 환삼덩굴이 화단 주변을 뒤덮고 있다. 소주잔으로 바닷물을 다 퍼내는 벌을 받는 기분이다.

 

 

 

3. 이유의 이유의 이유

 

무시무시한 드라큘라도 마늘을 들이밀면 도망가는 것처럼, 천하무적으로 보이는 환삼덩굴도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앞서 말했듯 환삼덩굴 같은 진개 식물은 부영양화된 땅에서 잘 자란다. '부영양화'는 과다한 비료나 음식 쓰레기 침출수, 방치된 생활 쓰레기 등에 의해 진행된다. 인간의 폐기물이 질소나 인의 함량을 비정상적으로 높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쓰레기를 치우고 음식 쓰레기를 무단투기하지 않는 땅에는 환삼덩굴 같은 진개 식물이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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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환삼덩굴이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지 아무런 뜻이 없다. 환삼덩굴도 제 나름의 특성을 가지고 존재한다. 그것이 번성하는 환경은 우리가 만들어준 것이다.

 

 

 

4. 진태 의원 집단

 

진태가 나쁜 것이 아니다. 진태가 일반 회사원이었거나 혹은 당시 광주에서 태어났다면, 선량한 개인이었을 지도 모른다.

 

진태가 모인 의원 집단이 있다. 5.18을 폄하하고 세월호에 대한 관심을 억눌러야 이득을 보는 집단. 집단은 거기 속한 개인을 이익에 묶인 공동체로 만들어버린다. 집단을 지지하고 표를 주거나 돈을 대는 개인 혹은 기업이 있고, 그 중엔 언론도 있다. 일제시대에는 침략자에 붙어 고혈을 빨았을 것이고 그 이전 시대에는 탐관오리로 민초의 마른 나무를 비틀어 짰을.

 

이 집단을 '신한국당'이라고 한다. 환삼덩굴이 고문헌에서 '율초'라 불리던 것처럼 요새는 '새누리당'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하며 심지어 '자유한국당'이라는 이름을 달았다는 소문도 있다.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이름 하나가 더해질 때마다 임대료 꼬박꼬박 내는 번듯한 건물 앞에 천막을 쳐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있었나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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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삼덩굴이 해로운 것은 어린아이가 근처에서 놀다가 생채기가 날 때 정도인 것처럼 진태도 태초부터 해로운 사람은 아니다. 문제는 환경이다.

 

며칠 전, 진태 의원 집단이 5.18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말은 한 것은 여전히 황당하지만 당황스럽지는 않다. 환삼덩굴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닷새가 지나서야 사과한 일에 대해선 주목해야 한다.

 

진태가 진태한 발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을 때, 모든 정황은 명확했다. 진실이 자명하고 의도가 악취를 풍겼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침묵했다. 침묵은 사태를 이해하는데 걸린 시간이 아니라 여론의 눈치를 보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5.18을 여전히 북한의 폭동이라고 믿거나, 특정 지역에 대한 저열한 인식을 드러내는 계기로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우군들은 독립군을 밀고한 친일파마냥 쥐구멍에서 숨죽였고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기만 했다.

 

이 정황을 확인하는데 닷새를 쓴 것이다. "혹시 그런 행동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고 더러운 기대를 품어본 것이다. 연모하는 여인을 품기 위해 남편을 전쟁터로 내모는 다윗 왕 같은 짓이다. 천벌을 내릴 야훼는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이 절멸한다는 말은 여러 번 있었다. 2004년 탄핵정국 때 그랬고 2016년의 탄핵사태나 작년 지방선거 때 그랬다. 그들의 지긋지긋한 종말을 눈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오늘날 그들의 지지율은 삼할을 넘는다.

 

총선이 다가오는데, 누군가는 여전히 강산에 오물을 투척해 부영양화를 부른다. 아직도 저런 뉴스를 봐야 한다니 그 악순환이 지긋지긋하고 괴롭다.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입법기관을 꾸리는 삼백분의 일이 진태로 채워지는 것이 우리의 어제이고 오늘이지만, 내일이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