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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메이저 속의 마이너리거 

2. 종합직과 일반직 그리고 화초에서 잡초로 

3. 직장의 일그러진 엘리트들 

 

 

 

1.

이모가 말했다. "어떤 집의 진짜 사정은 현관 열고 들어가 봐야 아는 거야. 대문 봐서는 모르는 거야라고맞는 말이다. 사람 사는 거 겉만 봐서 모르는 거니까. 회사 마찬가지다. 간판은 그저 간판일 뿐이다

 

 

2.

내가 다니는 직장은 시멘트로 지어진 정글이다. 플레이어들이 넥타이를 하고 하이힐을 신고 있을 , 약육강식의 룰이 살아있는 야생과 다를 없다. 사람 사는 곳, 어디라고 만만하겠냐만, 이곳은 좋게 말해 엘리트 집단, 나쁘게 말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들 절대다수가 공존한. 그러니 분위기가 어떨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다들 배려와 양보를 모른다지나치게 서열 경쟁을 한다아마 나는 이곳이 아니었다면 어른이 서로를 이토록 시샘하는 모르고 죽었을 게.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수없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학급에서 벌어지는 패권 다툼과 부정부패, 그것이 몹시도 조직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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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자유당 정권 시절,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해 병태(소년 병태 고정일)  학교 5학년 2 아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엄석대(홍경인) 만난다. 만년 반장 엄석대를 추종하는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받게 병태는 석대를 이겨야만 모든 상황이 극복될 것을 알고 서울에서 모범생답게 석대에게 맞선다. 그러나 석대에게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담임선생(신구) 때문에 그의 저항은 무기력해질 석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병태는 결국 석대에게 굴복하고 그의 총애를 받는 이인자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새로운 담임인 김정원 선생(최민식) 부임하면서 모든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선생은 아이들에게 정직, 진실, 용기에 대한 신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석대의 위치도 눈치채게 된다. 석대도 선생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을 느끼지만 자신의 입지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한편 선생은 수년간 전교 1등을 해온 석대의 성적이 다른 아이들이 시험을 대신 치러준 결과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석대를 비롯하여한 아이들을 처벌하기에 이른다. 과정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그동안의 석대의 비행을 늘어놓지만 병태는 끝내 입을 다문다. 아이들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낀 석대는 길로 학교를 뛰쳐나간 돌아오지 않는다. 병태도 다시 서울로 전학한다.


 


 

 

3.

엄석대가 통치하는 5학년 2반의 풍경은 이곳 상황과 비슷하다. 극에 나오는 사람들의 호칭만 이사장(회장), 학교장(사장), 선생(본부장), 반장(팀장) 그리고 엄석대(스스로 차기 본부장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자), 엄석대 일당(엄석대를 중심으로 뭉쳐진 사내 정치세력) 으 바꾸면 다를 없다.

 

하나, 영화의 엄석대와 현실의 엄석대가 다른 , 현실의 엄석대가 처벌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어른이 엄석대는 전보다 교묘해져 쉽게 꼬리 잡히지 않는. 현실에서 엄석대는 대개 승승장구하고, 엄석대를 따르는 무리들은 엄석대와 함께 동반 성장하고 아무 없다는 졸업한다. 

 

중에서 모범생답게 엄석대에게 맞서는 병태란 인물이 있다. 현실에서의 병태는 아마 얼마 가지 않아 정신이상에 걸리거나, 스스로 학교를 그만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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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 번은 보고서를 쓰는데 담당 임원이 제품 출시 후, 3 예상 매출 숫자에 무조건 곱하기 3 하라 했. 내가 어떻게 그러냐 하니까, 하라면 하는 거지 말이 많단다. "근거는요?" 하고 물으니, 근거는 지금부터 찾으면 되지(네가)라고 유난 떨지 말란.

 

또 한 번은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샘플이 엉망으로 나온 적이 있다. 당장 위에 보고는 해야 하고 제품은 엉망이고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그러자 보고 당일, 그는 우리 제품을 타사 제품으로 바꿔치기하라 했다. 어쩌려고 그러냐니까, 우리도 나중에 이렇게 똑같이 만들면 된단다. 숫자를 보여주고, 좋은 그림을 보여줘야 이 다음 기회가 있는 거란다.  알고나 따지란다. 그렇다. 그는 모두 선생님을 속이는 대기업의 엄석대였다.

 

현실의 엄석대가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남의 밥상을 뺏어오는 데엔 선수지만 정작 훔쳐 밥을 제대로 떠먹지 못한. 그러고 보니 이들은 여태 남의 밥그릇 뺏어오는 것에만 눈이 멀어, 그간 밥을 어떻게 떠 먹었는지조차 잊은 듯하다. 기껏 남이 차려놓은 밥상을 엎어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엄석대는 선생님 앞에서 항상 처신을 했기에, 선생님은 '고작' 밥상을 엎었다는 이유로 엄석대 일당을 처벌하지 않는다.

 

 

5.

앞서 말한 거짓 보고서 사건 이후, 나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기 시작했다. 내가 뿌린 씨앗이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수백 억짜리 투자제안서가 작성되는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로 며칠을 혼자 끙끙 앓다 이렇게는 되겠다 싶어 혼자라도 어떻게든 보려고 본사로 달려가, 일에 제동을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여태까지 보고 건  거짓이라고, 그러자 그분이 증언의 진위 여부와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엄석대 일당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당신 기술자야. 당신 엔지니어라고, 엔지니어가 거짓말을 하면 ?". 

 

그날 밤은 만감이 교차해 수면제 두 봉을 뜯고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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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기업에서 엄석대가 이끄는 조직은 성과를 있을까. 상명하복이 존재하니, 겉으로는 그런 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부도덕과 불합리가 판을 치는데 어떻게 조직이 성과를 내겠으며,  조직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고 싶겠는가. 

 

특별한 이유로 회사에 애정을 가진 극소수의 사람 외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먼저 조직을 이탈한다. 재주를 갖고 있는 곰들은 요령껏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런지 요즘 밖에 나가면 가장 많이 듣는 게, "요새는 공무원도 이렇게 해요. 대기업이나 그렇게 일하죠" 라는 소리다.

 

 

7.

최근 친구의 학교 후배가 입사했다. 우리 회사보다 인지도도 높고 페이도 높은 경쟁사에 붙었는데  친구는 경쟁사를 가지 않고 우리 회사를 선택했다. 이유를 물었다. "이쪽 업계가 야근도 많고 빡센데요. 거기는 빡세지 않대요, 공무원보다 낫다더라고요. 저한테는 워라벨이 중요하거든요" 라 말했다.  말을 듣고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비슷한 생각을 적이 있다. ' 사람들, 어쩌면 이렇게 회사 와서 놀려고 그간 열심히 공부해서 여기까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래서 자꾸 (나처럼) 뭘 하자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싫은 걸까, 하는 생각. 

 

조직에 20년쯤 몸담고, 그리고 지금도 다니며, 여러 엄석대를 만났다. 뜻밖에도 대기업 엄석대들의 특징은 분명하고 공통적이다. 멍청하고, 툭하면 무리 지어 다닌다. 당연하다. 실력 있는 자객은 혼자 다닌다. 두려운 없으니 몰려다닐 필요가 없다.

 

 

7.

얼마 전에 나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우리 후배( 무시했다던) 경쟁 피티를 하게 됐다. 시킨 사람은 경쟁 시키려는 의도가 없었겠지만  관계가 관계인지라, 묘한 신경전을 벌이게 됐다.

 

후배도 발표 자료를 만들 때에는 자신이 있었을 거다(내가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도 모르는 데다) 내가 제대로 일하는 여태  없을 테니. 나름대로 년 간 이런저런 기술 자료를 만들어 와서 다른 몰라도 이 파트는 나보다 자기가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같다.

 

하지만 기술 자료는 당연히 기술자가 만든다. 게다가 엇비슷한 기술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 감각적인 슬라이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PPT 채택되자, 후배는 온종일 자리를 비웠다후배는 엄석대 일당이다.

 

엄석대 일당의 심기를 건드린 탓에 여전히 엄석대 일당은 틈만 나면 나를 잡아먹어 안달이다. 한편으로 안타깝다나를 상대로 싸우면서도 여태 나를 모른다. 나는 저들에게 복수할 생각 없다. 같은 엄석대가 되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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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필자 주

 

안녕하세요. "산만 언니"입니다. 제가 팟캐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서는 "몰라서 알았다" 검색 부탁드립니다.

 

http://www.podbbang.com/ch/1770326

 

저 포함. 4명의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녹음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지난 연재 '삼풍 생존자가 말합니다' 시리즈에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다른 친구들도 저마다 재미있고 다양한 콘텐츠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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