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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렉시트, 영국 내부 상황

 

메이(현 영국 총리):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EU협상이 국민투표보단 나으니까. 코빈한텐 관세동맹 한 장, 브렉시터들에게도 브렉시트 연기 한 장, 나 한 장. 코빈한테 다시 관세동맹 한 장, 이제 브렉시터들에게 마지막 한 장…

 

코빈(현 영국 노동당 당수):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메이: 뭐야?

 

코빈: 관세동맹하고 브렉시트 연기를 밑에서 뺐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Xx야?

 

메이: 증거 있어?

 

코빈: 증거? 증거 있지. 너는 나에게 EU와의 관세동맹안을 줬을 것이여! 그리고 브렉시터들한테 주려는 거 이거, 이거 이거 노딜 아니여? 자! 모두들 보쇼. 브렉시터들한테 노딜을 줘서 브렉시트판을 끝내겠다는 거 아녀?

 

메이: 시나리오 쓰고 있네, 미친 새끼가!

 

코빈: 으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DUP: 브렉시터들! 그 패 봐 봐. 그 패 혹시 노딜이야?

 

코빈: 패 건들지마! 손모가지 날라가붕께. 헤머 갖고 와!

 

브렉시터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돼?

 

메이: 잠깐, 그렇게 피를 봐야겠어?

 

코빈: 구라치다 걸리면 피 보는 거 안 배웠냐?

 

메이: 좋아! 그 패가 노딜이 아니라는 거에 내 총리 자리와 내 정치 생명을 건다. 쫄리면 뒤지시던지!

 

코빈: 쉬발X이 어디서 약을 팔어?

 

메이: 천하의 노동당 당수가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후달리냐?

 

코빈: 후달려? 허허허허허허허. 오냐, 내 자리와 내 정치 생명을 건다. 둘 다 묶어! ... 준비됐어? 까볼까? 자,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것습니다잉. 따라란~ 따라란 따라란따 궁작짜 쿵작 궁작짜 쿵짜 따라리라라란 따라.

 

독일: 관세동맹이네? 

 

프랑스: 관세동맹이야.

 

코빈: 내가 봤어. 이 쉬발X. 내가 노딜하려는 똑똑히 봤당께!

 

메이: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거 안 배웠어? 뭐해, 니네 형님 손 안 찍고.

 

코빈: 이 쉬발X. 손모가지 찍어!

 

국민투표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 당면한 과제가 어렵다 하여 재투표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 영국의 총리 테레사 메이. 때문에 EU를 나가야 하는데 이민을 받아들이고 관세동맹을 유지하자니 EU에서 탈퇴를 하지 않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고, 그렇다고 관세동맹을 안 하자니 런던에 있던 금융회사들이 다들 떠난다고 난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은 어떤가요. 노딜은 절대 안 되네, 민주주의라는 명분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 다시 투표하면 되지, 그래도 그건 안 된다, 원칙이 무너진다, 나라가 망할 징조인데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 등 그야말로 오리무중이 되어 버린 영국에 대해 주변에서는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묘사합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만 3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끝날 것만 같았으나 끝나지 않는, 이 지지부진한 일은 언제 마무리될까요?

 

 

 

2. 그래도 망하진 않는 나라, 영국

 

“This is a terrible word, Brexit!” (완전 최악이야!!)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브렉시트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이런 반응입니다. 끝날 만하면 다시 시작되는 토론과 투표, 이내 새롭게 정해지는 정책에 대한 합의, 그리고 또다시 시작되는 그 합의에 대한 토론과 투표로 쳇바퀴 굴러가듯 돌고 도는 의사 결정 과정 때문에 한시라도 예의주시 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쟁점이 변경되었는지 모르는 브렉시트는 이제 국골(국민 골칫거리)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오롯이 정치인들의 몫이 되어버린 브렉시트.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영국이나 유럽연합 모두가 큰 타격을 입을 거라고 했지만, 정작 파운드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관광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일시적이지만 불안정(?)한 영국을 떠난 유럽인들로 인해 실업률도 낮아지고 있죠. 수십조 원의 위자료를 지불해야 할 위기에 놓였지만, 곧 부도가 날 거라는 EU에 속한 나라들(이탈리아, 그리스 등)에 대한 부담을 떨쳐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영국. 과연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은 어떻게 될까요. 

 

 

 

3. 토니 블레어, 최고의 스타에서 최악의 인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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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재학하던 시절, 학회로 모 대학에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과연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던 중, 사회자가 막간을 이용해 재미있는 얘기를 해 보자며 제안을 했는데요. 자신이 생각하는 악인(?) 중 최악의 인물은 누구일까를 가려보자고 하더군요. 후보로 첼시의 유명 축구 선수인 존 테리, 사담 후세인, 빈 라덴, 토니 블레어를 꼽았습니다.

 

당시 존 테리는 ‘올해의 아버지상’을 수상할 만큼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 영국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었습니다. 최고의 축구 선수가 일터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모범적이라니, 부러움의 대상이 안 될 수 없었겠죠. 하지만, 팀 동료의 여자친구와 오랜 불륜 관계가 들통나면서 배신자로 낙인,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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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이나 오사마 빈라덴의 경우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듯했지만, 마지막 토니 블레어가 왜 후보군에 올랐는지 사실 의아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20세기를 마무리 하고 21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영국의 전 총리 토니 블레어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수려한 외모에 유창한 말솜씨는 물론이거니와 ‘제3의 길’이라는 새로운 철학을 통해 계급주의를 철폐하고, 오랜 기간 동안 갈등을 빚어 왔던 아일랜드와의 관계를 청산한 리더 중의 리더였죠. 스코틀랜드, 웨일즈에 의회를 세워 결이 다른 민족간 화합의 디딤돌을 마련한 그는, 18년간 지속되어 오던 보수당 집권을 종식시키고 419석(보수 179석)으로 싹쓸이 총선을 통해 노동당 출신으로는 3회 연속 총선 승리를 이끈 최초의 노동당 대표이자 ‘스타’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물론 장난 스럽긴했지만) 왜 인류 최고의 악마를 뽑는 데 있어 마지막 후보에 거명되었는지 정말 의아했습니다. 충격적이었던 건, 세미나에 참석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블레어를 최악의 인물로 꼽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들 블레어의 이름이 나올 때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물어볼 것도 없이 블레어는 ‘악인’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했었는데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자 이해하기 힘든 광경 중 하나였습니다. 과연 무엇이 그리도 블레어를 ‘악마’라고 불리게 했을까요.

 

블레어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신뢰를 무너뜨린 지도자라 평가됩니다. 이라크 전쟁 때문이었죠. 당시 국제기구의 결정도 무시한 채, 미국은 단독으로 이라크 침공을 감행합니다.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핵이니 생화학 무기니 하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을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쳐들어간 이라크 전쟁. 그렇게 미국과 영국의 주도로 시작된 전쟁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엄청난 희생자를 냈습니다.

 

인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노동당 대표가 일련의 합의 과정 없이, 그것도 독단적으로 결정하여 영국의 젊은이들를 전쟁터에 내몬 것에 심한 배신감을 안겨 준 거죠.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릅니다. 항간에는 돈을 받았다느니, 유럽연합 대표 자리를 약속 받았다느니 온갖 추측이 난무했었는데요. 

 

분명한 것은 블레어의 이라크 파병 결정은 그의 정치 역사에 큰 과오로 남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영국군의 이라크 파병 이후, 당내에서 조차 인정받지 못해 결국 총리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배신자, 최악의 정치인이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정치계어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믿고 신뢰했던 이에게 받은 배신감이 원래 나쁜 놈에게 받은 상처보다 더 크게 작용을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4. 영국 국민들이 의외로 담담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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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지속되는 브렉시트에 관한 라운드 테이블은 주변인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했습니다. 지루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돌고 도는 의사 결정 과정이 무의미하다는 평가도 있었죠.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다.”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투표로 결정된 사안을, 이익에 따라 뒤집는 건 반민주주의라 말하는 현 보수당 대표이자 영국의 총리인 테레사 메이는, 그렇게 테러블 메이라는 별칭도 얻었습니다.

 

끝장 토론을 펼쳐 합의안을 만들었지만, 이내 의회에서는 투표로 부결되고, 또다시 시작되는 토론에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 또다시 시작되는 논의 등, 듣는 것 만으로도 고구마 열 개를 한 입에 담아낸 듯한 답답함을 느끼게 하죠. 그럼에도 메이 총리를 악마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 간혹 브렉시트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블레어 전 총리에게 거침없이 ‘Bullshit’을 외치는 이유는, 현재 메이 총리가 진행하고 있는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영국은 의회민주주의 국가로 누군가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은 심각한 오류를 낳는다고 생각하고 그런 결정에 굉장한 거부감을 느끼죠. 블레어의 이라크 파병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가 국민들의 원성을 듣고, 심지어 악인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 이유는, 국민적 합의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을 했기 때문이니까요. 

 

조금은 답답해 보일지라도 신중하고 보다 정제된 토론과 의사 결정 방법에 국민들은 동의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례없는 시위 행렬이 웨스트민스터를 가득 메웠고, 제2의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등 각자의 의사를 개진하고 있긴 합니다만, 어쩌면 이러한 의사 결정 과정이 지금의 영국 시민 사회를 이끈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단칼에 뭔가를 결정한 일이 없었습니다. 백년전쟁과 명예혁명 등의 과정을 보면, 수십 년간 진행되어 온 싸움과 토론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죠. 아마도 ‘브렉시트’는 이와 같은 역사적 사건의 현대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5. 그래서 뭐. 브렉시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건데.

 

3년 가까이 되어 가는 브렉시트 진행 상황은 매우 복잡하기만 합니다. 때문에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으면 이해를 못할 만큼 난해한 상황인데요. 브렉시트 관련 연구를 하는 정치계 인물들이 요약해 놓은 표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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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눈이 아픈 이 표는 지난 3월부터 진행된 것을 요약해 놓은 것인데요. 앞으로 브렉시트가 어떻게 진행이 될지 보여 주는 도식입니다. 합의 후 표결하고 가부에 따라 다시 협의안이 만들어지고 이를 다시 표결에 부치고 결론을 도출해 내는 과정이죠.

 

매일매일의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오늘 소식을 전한다 해도 내일이면 완전 다른 현안이 나오겠지만, 최근까지의 정황은 현재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 통제를 관련해 합의를 이뤘고, 따라서 EU 관세동맹 잔류는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졌습니다. 물론, 영국 보수당에서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강경파는 관세동맹의 종료 시점이 불분명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 EU의 융커 집행위원장은 "변경된 브렉시트 합의안은 최선"이라며 영국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는데요. 한편, 지난 4월 5일에는 새로운 브렉시트 안에 대한 협의가 결렬되었습니다. 또다시 대화가 계속되었고, 현재는 보수당의 쿠퍼 의원이 제안한 ‘쿠퍼스 빌’ 즉,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즉, EU를 떠나는 여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6. 영국은 EU를 떠날 수 있을까? EU는 영국과 결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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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는 독일과 프랑스로 가서 메르켈과 마크롱을 만났고, 긴급 EU 정상회의가 소집된 오늘 EU 리더들에게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할 예정입니다. 영국과 EU는 지정학적으로 한 곳에 모여 있긴 했지만, 대륙과 섬나라의 특성에 맞게 각기 다른 형태의 민족성을 보여 왔습니다. 프랑스의 드골이 영국의 유럽연합 가입에 끝까지 반대했던 이유도 그래서였죠. 어차피 영국은 잇속만 쏙 빼먹고 위기 때 발뺌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사실,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하게 된 계기도 EU에 내고 있는 분담금과 부도 위기에 처해 있는, 혹은 평균 이하의 경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지원 문제도 컸습니다. 관세동맹과 풍부한 인적 자원으로 자신들의 부가 유지되는 것은 몰랐던 것일까요? 그럼에도 영국과 EU는 러시아에 대한 경계를 위해 나토(NATO)라는 군사적 동맹에 있기 때문에 쉽게 떨어질 수 있는 관계도 아닙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브렉시트, 계속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