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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O일보에 실린 뉴욕특파원의 사설이 표절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쫄리긴 했는지 기사는 삭제됐습니다. 사과를 한다고 하긴 했는데, 구라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걸 안 배웠던 모양이예요.

 

이번 O앙일보 표절논란이 파장을 일으킨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오늘은 치사함과 비겁함이 적절히 믹스된 표절방법과 내용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1. 쉽게 볼 수 없는 매체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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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은 <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이하 WSJ)>을 베꼈습니다. 비록 3개월에 1$라는 얼마 안 되는 돈(?)이긴 하지만, WSJ은 결제를 한 사람만 볼 수 있습니다. 외신을 보려고 돈까지 지불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는 계산이겠지요. (물론 유료 외신 보는 이들이 아예 없진 않을 테지만, 어찌됐든 결제를 해야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걸리지 않을 거란 계산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다 공교롭게도 돈까지 내며 외신을 보는 분들에게 걸린 거죠. 특파원이 베꼈다는 기사는 4월 7일 기사입니다. 그리고 중앙O보 사설은 4월 11일에 올라왔으니 4일 정도의 시간차를 두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천 건의 기사가 게재되니 며칠 지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2. 내용을 교묘하게 짜깁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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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번역했다 해도, 어떤 매체의 통계를 사용했다는 언급만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진 않았을 텐데 말이죠. 마치 직접 자료를 조사한 것처럼 출처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표절을 들키지 않기 위해 교묘하게 내용을 짜깁기했습니다.

 

WSJ의 기사와 뉴욕특파원의 사설 비교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기사

 

Democrats in the House advanced a bill last month to more than double the nationwide minimum wage to $15 in 2024 from $7.25 today. It would be indexed thereafter to overall wages. Yet the evidence continues to show that trying to increase low-skilled pay by political fiat isn’t a free lunch.

 

New York City’s minimum wage rose again on Dec. 31. Businesses with 11 or more workers must pay $15 an hour, up from $13 last year and $11 in 2017. Employees who earn tips can be paid a lower rate, now set at $10 an hour for waiters, provided their total pay exceeds $15.

 

Is it merely a coincidence that the city’s full-service restaurants have fallen into a jobs recession? Employment in January dropped 3.7% year over year, according to the Bureau of Labor Statistics. At the start of 2018, the Big Apple’s sit-down restaurants had 167,900 employees. This January, after the wage bump, it fell to 161,700, a three-year low. The preliminary February number is 161,000, even as overall city employment is up around 2% year over year.

 

The monthly jobs data can be noisy, but the trend fits what restaurateurs are saying. The New York City Hospitality Alliance surveyed 324 full-service eateries late last year. Nearly half, 47%, planned to eliminate jobs in 2019 to deal with higher labor costs. Three-fourths expected to cut employee hours, and 87% said they would raise menu prices.

 

Meanwhile, in a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working paper posted last month, three economists examined whether minimum-wage increases had any effect on crime from 1998 to 2016. “We find robust evidence,” they write, “that minimum wage hikes increase property crime arrests among teenagers and young adults ages 16-to-24, a population for whom minimum wages are likely to bind.”

 

When politicians arbitrarily set the price of labor, young workers without skills can be locked out of the job market. That’s the finding in studies of Seattle’s wage mandate by a team at the University of Washington. The new wrinkle in the NBER paper is that some of these young people turn to petty crime.

 

What does this say about the Democrats’ idea for a nationwide $15 mandate? “Our estimates suggest,” the economists write, “that this minimum wage hike would generate over 410,000 additional property crimes and $2.4 billion per year in additional crime costs.” That’s perhaps extrapolating past the horizon. Yet the basic point holds. Democrats talk about a $15 minimum wage with little thought to unintended consequences.

 

Over its long history, the federal minimum wage has never been higher, adjusted for inflation, than it was in 1968: about $11.50 in 2018 dollars. In the past three decades, it has averaged around $7.50 in 2018 dollars, not far from where it is today.

 

How did Democrats settle on a goal of $15 anyway? An organizer with the 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 which is behind the public campaign, joked in 2014 that “it was a pretty scientific process: $10 was too low and $20 was too high, so we landed at $15.” The House bill would eliminate the separate lower wage for tipped workers, guaranteeing economic ructions in the restaurant business.

 

Don’t forget there’s no adjustment for the cost of living. A bunch of Democratic politicians, mostly lawyers, want to say that a cashier in New York, Texas (population nine) cannot be paid a dime less than the $15 an hour due in New York City. How could this not create unintended harm?

 

 

ㅈㅇ일보의 사설

 

11달러(2017년)→13달러(2018년)→15달러(2019년). 세계 경제의 중심지 뉴욕시의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 현황이다. 올해 들어 11인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에서는 고용인이 근로자에게 15달러(약 1만7000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레스토랑에서 팁을 받는 홀 종업원은 최저시급이 10달러이지만, 이는 팁을 합치면 15달러 이상이라는 계산에 근거한 것이다.

 

진보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이 시의회를 주도하면서 증가 속도뿐 아니라 인상규모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달렸다. 당연히 시장의 반응 또한 빨랐다.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오른 지난 1월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한 풀서비스 레스토랑의 일자리 수가 지난해 1월에 비해 3.7% 줄었다. 뉴욕시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고용증가율은 2%였지만, 레스토랑 일자리는 반대로 달린 것이다. 실제 미 연방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6만7900개이던 레스토랑 일자리 수가 1년 만에 16만1700개로 줄었고, 2월에는 16만1000개로 계속 감소세다.

 

레스토랑 일자리 수가 줄어든 것은 뉴욕에서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2-6%의 이윤을 내던 박리다매 레스토랑부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메뉴 가격을 10-15% 인상하고, 직원수와 근로 시간을 대폭 줄였다.

 

지난달 뉴욕음식업서비스협회가 324개의 레스토랑 업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곳 중 3곳이 직원 근무 시간을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 가까운 47%가 올해부터 일자리를 일부 없앨 계획이라고 답했고, 87%는 메뉴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종업원이 모자라니 서비스 만족도는 점점 떨어졌고, 가격까지 오르면서 손님들의 발길은 끊겼다. 최근 들어서는 아예 레스토랑 문을 닫는 악순환이 시작돼 올 하반기로 갈수록 이 분야 일자리 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달 미 경제연구청이 발표한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최저임금 인상이 범죄율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는데, 16∼24세 연령층에서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가 크게 늘었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이들 연령층에게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가 미치지 못하면서, 이들의 불만이 재산범죄로 이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정자들이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사회 약자에게도 경제적 도움의 손길이 미치길 기대했겠지만, 실제 그 효과는 오히려 일자리 수를 깎아먹는 원인이 됐고 범죄자 양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는 법이다.

 

 

먼저, 첫 번째 단락과 마지막 부분은 쏙 빼고 본론에서 사용한 구체적인 사례만 인용하죠. 물론 단순히 인용만 한 게 아닙니다. 그대로 번역을 했는데요, 원문에서 서술하는 방식까지 그대로 썼습니다. 뉴욕주의 식당 일자리 숫자, 설문조사 결과, NBER Paper로 이어지는 구성이 원문과 완벽히 일치합니다. 보통 논문을 쓰거나 사설을 쓸 경우에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하기 때문에 주해, 즉 이해를 더 쉽게 하기 위해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법은 기본 중에 기본인데 이걸 무시해 버렸습니다.

 

원문의 첫 번째 단락에 있던 “공짜 점심(free lunch)”을 결론에 사용하고, 세 번째 단락의 마지막 문장인 "even as overall city employment is up around 2% year over year(전년 대비 고용증가율은 2%였지만)" 을 중간에 삽입하면서 직역은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도록 한 노력은 돋보였습니다.

 

 

3. 원문이 주장하고자 하는 부분을 왜곡/과장해 사용했다.

 

WSJ은 현재 $7.25인 최저임금을 2024년까지 $15로 인상하기로 협의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미국은 각 주 별로 법률 제정을 할 수 있고 시행도 독립적으로 할 수 있죠. WSJ마침 미국에서도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뉴욕이 최저임금을 올린 것을 언급하며, 미국 전역에 최저임금 인상안이 반영될 경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초래될 지, 최저임금 인상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거란 걸 어떻게 확신하느냐고요.

 

그런데 중앙일O 뉴욕특파원은 동일한 사례를 가져다 쓰면서 다른 주장을 합니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뉴욕주에서 의도하지 않은(?) 범죄가 증가하고 실업은 늘어났다는, 부정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미 경제연구청의 통계조사 결과를 보여주며 '최저임금 인상이 청년층의 범죄율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고 했습니다. 표절한 원문에 따르면 이 통계의 출처는 ‘three economists examined(세 명의 경제학자)’입니다. 즉, 경제학자 세 명이 발표한 자료를 미국 경제연구청에서 발표한 자료인 것처럼 한 거죠.

 

결과적으로, 원문이 '최저임금 상승이 장미빛 인생만을 보여줄 것 같은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면, 표절논란이 있는 사설에선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범죄율을 증가시키고 실업률도 상승시킬 것'이라는 왜곡과 과장을 한 셈이죠.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해야 한다는 사설을 쓰라고 지시라도 받았던 걸까요?

 

 

최저임금 상승은 과연 부정적인가?

 

그렇다면 뉴욕주를 사례로 들며, 최저임금 상승이 결국 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사실일까요?

 

지난 2010년, 영국은 30여 년간 시행되었던 정부 정책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어떤 정책이 가장 성공적이었는지 가늠하는 조사였는데요, '최저임금제'가 우수한 정책이라고 평가되었습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최저임금제는 1894년에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시행되었죠. 물론 영국에서도 시행되긴 했었지만 1999년 4월, 토니 블레어 총리가 법적인 구속력을 갖게 하기 전까진 '시행령'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전까진 말이 최저임금제지 사실상 임금 지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토니 블레어가 이를 법제화하여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려 한 건데 지금의 우리 나라와 같이 보수당과 일부 기업들의 반발이 매우 심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의 사기가 꺾인다느니, 급여가 오르면 물가도 올라 더 어려워질 것이라느니, 기업들이 망하게 될 것이라느니, 사회가 흉흉하여 범죄율이 증가 할 것이라느니 온갖 이유를 다 붙였습니다.

 

그래서 블레어 총리는 정부 기관을 비롯하여 영국에 있는 50여 대학 연구기관에 의뢰, 최저임금제를 시행할 경우 어떠한 어려움에 봉착할 지를 밝혀달라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답이 나왔습니다.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낮아질 것이고,

고용률은 상승하고,

소비는 증가하고,

임금 상승에 대한 효과가 (소득 수준 기준)하위계층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지금은 이라크 전쟁 한 방으로 국민밉상이 되었지만, 당시 블레어 총리는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제를 법제화했고 실제로 고용이 안정되고 물가도 잡혔습니다. 물론, 최저임금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반대하는 것임은 잘 알고 있죠. 하지만, 시행령에 불과하여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이었던 것을 법제화하려던 것과, 최저임금을 올리려는 것 중 어떤 정책이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꾸준하게 최저임금 올려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 할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 이상 특파원 제도는 필요 없다.

 

인터넷은 어디서든 전 세계의 소식을 실시간을 접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인프라가 없었으니, 특파원을 파견하여 새로운 정보를 보다 빠르게 본국에 알릴 수 있도록 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해외파견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히 쉬다 오라는 ‘보은’ 정도로 변질 된지 오랩니다. 잠시 외국으로 유급휴가를 간다고들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다보니 일은 하기 싫지만 결과물은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대충 어디서 좀 베껴서 내려던 게 이 사단을 만든 건 아닐까요.

 

출처도 밝히지 않은, 번역 수준의 기사는 사실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사건입니다. 거기다 본문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와 다른 말을 하려 했던 이번 중O일보의 사설 표절은 독자를 멸시하고 국민을 우롱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런던에서 특파원을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때 되면 대사 관저에 불려가 대사 및 고위 외교관들과 오찬을 하고, 국회의원을 비롯 정부에서 파견 나오는 관료들과 만나 비싼 밥 먹고 다니던 걸 자랑하던 분들이었는데요. 취재 갈 일 있으면 새벽부터 대사관 차량 이용해가며, 애들 학교는 어디가 좋고, 쇼핑은 어디서 해야 하며, 관광은 어디로 가는게 좋을지 서로 열띤 토론을 하던 광경을 보며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번 표절 기사를 보면서 그때가 스치듯 지나가네요.

 

 

추신: 해당 신문의 명예를 지켜주고자, 도대체 어디인지 알아 볼 수 없게 한 글자씩 가린 점, 양해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