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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부 주

 

주원규 작가는 쉼터 청소년들과 교류하던 중 연락이 끊긴 가출 청소년들이 강남 클럽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강남으로 간다. 아이들을 빼내기 위해 강남 클럽에 잠입했고, 6개월간 주류배달원과 '콜카 기사'로 일하며 '버닝썬 사태'로 드러난 강남 클럽 생태계의 이면을 직접 관찰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을 펴내기도 했다.

 

 

 

 

 

클럽으로 들어가다

 

저녁 10.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가했을 그 시간에 강남구 삼성동 한 장소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20대 중후반부터 간혹 보이는 30대 초반 사람들까지. 유명 맛집에 줄을 선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남성과 여성이 다른 줄에 서 있다. 눈에 띄는 옷을 경쟁적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모인 그곳. 클럽 앞이다.

 

오픈 시간이 유난히 늦다는 것 외에도 강남 일대 클럽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하나는 홍대, 이태원에 비해 클럽을 찾는 이들의 연령대가 다소 높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은 슈트 차림의 남자들, 통칭해서 가드라 불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시간, 클럽 일대엔 클럽을 즐기는 손님들만 북적이는 게 아니다. 허름한 점퍼 차림에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3~40대 남자들도 주변을 서성인다. 속칭 콜뜨기로 불리는 대리운전 기사들이다. 이들 중엔 실제 대리운전 회사의 콜을 받으며 일하는 이도 있고, 불법이지만 자기들끼리 통하는 차를 끌고 나와 영업하는 이도 있다.

 

강남 클럽 가드로 취직한 태식은 내 부탁을 듣고 콜뜨기를 권했다. XX 대리운전 강남구역 관리자를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하지만 콜뜨기만으로는 클럽에서 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출 청소년들, 특히 차희와 은지를 만나기 어려웠다.

 

태식에게 일을 부탁하기 전부터 주류 배달 아르바이트와 설비 기사 일을 하고 있었지만 절반의 성공뿐이었다. 주류 배달로 클럽 오픈시간 전의 분위기, 주요 MD들의 면면을, 설비기사 일로 주요 클럽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행방과 관련된 직접적인 정보를 들을 순 없었다.

 

소위  무대라   있는 클럽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찰하고, 그들의 후일담 내지는 무용담을 들을 수 있어야 했다. 콜뜨기 기사 일은 접근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실적도 별로 올리지 못한 데다가 클럽에서 VIP 통한다는 단골들은 교통망, 정보망, 연락망에 있어서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짐작을 지울  없었다.

 

그래서 태식에게 다시   부탁을 했다. 콜뜨기 말고 다른 일을   있게 해달라고.

 

"XX   하겠다는 거야?"

 

"수수료 반까이 한다고 했잖아.  일본형이 굴린다는 기사   소개시켜 . 전과도  있는 동네 형이라 쓸만하다고 구라치면 되잖아."

 

태식도 처음엔 망설이는 눈치였다.   ‘일본형이란 인간이 여러 측면에서 키포인트란 생각을 했고, 일본형과 끈이 닿는 일이 차희와 은지를 만날  있는 지름길이란 확신을 떨칠  없었다. 삼고초려라고 해야 할까. 거듭되는  부탁에 결국 태식은 일본형에게  소개시켜 줬다. 강남 근처에 고시원 방을 잡은지 일주일 되던 때에 일본형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강남 생활 열흘 되던  새벽 1, 나도 강남 클럽 비상구 옆 대기실에 앉아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태식은 내가 하는 일을 콜뜨기가 아닌 콜카라 불렀다. 

 

 

새벽 1시의 클럽 그리고 콜카

 

콜카라는 명칭은 다분히 비하적이다. 유흥업소 여성들을 낮춰 부르는 말인 콜걸을 성매매 장소로 이동시켜 주는 운전기사라 해서 콜카라 불렀다. 강남 일대 룸쌀롱이나 불법 성매매 업소에서 여성들을 차로 운반한다는 건 나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클럽 아닌가. 클럽에  콜카가 필요한지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일본형은 나를 이런저런 방법으로 검증한  현란한 조명과 귀를 찢을 듯한 음악, 디제잉과 고객들의 산발적이고 자지러지는 비명에 가까운 괴성으로 가득한 클럽의 가장자리, 비상구 옆에 성인 남자   앉을 정도의 자리에 앉혀 놓고 연락을 기다리게 했다. 물론 콜카 일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었다. 내 휴대폰은 일본형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압수당했고, 나는 2G폰을 제공받았다.

 

클럽 가장자리에 검은 그림자처럼 앉아 나는 밖에서 보던 클럽과는 전혀 다른 낯선 모습을 목격했다. 낯설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 1시가 되어가는 클럽에선 '파티 타임'이 시작되었다. 스테이지 중앙에서 음악에 맞춰 춤 추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대로였지만, 사이드로 나오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화장실 근처나 벽에 등을 기대고 웅크리고 앉아, 신종 대마나 항정신성 약물로 의심되는 약물을 흑입하거나 피우곤 했다. 나는 그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간혹 나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고, 내 눈을 피하기도 했다. 그런 일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여겨지는 느낌이었다.

 

'파티 타임' 이후 목격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장면도 있다. 클럽 스테이지 밖으로 많은 파티션들이 있는데, 그 파티션 내부에 몇몇의 남녀가 성관계에 가까운 스킨십을 벌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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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클럽 입장을 대기하는 손님들은 많았다. 인상적이었던 건, 줄 선 사람들과 달리 프리패스로 입장하는 고객들이었다. 콜카 일을 시작한 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프리패스 고객을 목격할 수 있었다.

 

클럽 관계자들은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들어오는 고객들을 '프리패스 존'이라고 불렀다. 클럽에서 중요하다 생각하는 고객들, 이른바 단골이나 VIP고객들에 한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하게 만드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이들은 주로 남성들이었고 대부분은 클럽에서 젊음을 불사를 나이가 아닌, 4~50대 이상의 연령대였다. 이들이 입장할 때마다 여러 명의 가드가 경호하듯 따라붙었고, 그들의 종착지는 클럽 중앙 스테이지가 아니라 계단 위로 올라서는 1.5층 구역, 디제잉 박스 뒤편 또는 별도로 마련해둔 공간들이었다.

 

'프리패스 존' 고객이 입장하면 스테이지나 클럽 여기저기에 있던 여성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그 움직임을 주관하는 건 MD로 보이는 클럽 가드와 주요 관계자들이었다. 30여분이 지나자 콜카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석에 앉아 있던 내 2G폰에도 메시지가 왔다. 대부분은 현재 위치한 클럽에서 강남 일대의 오피스텔 혹은 호텔 혹은 성매매 업소로 추정되는 지하 장소로 이동을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쩐 되는 애들' 

 

강남의 새벽 2시. 나는 일본형에게 건네받은 차키에 찍힌 벤츠 엠블럼을 만지작거렸다. 클럽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약속이라도 한듯 흰색 벤츠 뒷자석에 하이힐에 큰 키, 진한 화장이 익숙해 보이는 여성들이 올라탔다. 나는 그녀들을 오피스텔이나 강남 일대의 호텔, 상가 건물의 지하로 이동시켰다. 새벽 5, 6시가 되면 다시 문자가 왔고 여성들을 강남 다른 곳으로 픽업했다.

 

며칠째 그 패턴이 반복되었다. 나는 차 뒷자석에 앉는 여성들이 강남 삼성동, 청담동, 논현동 일대에 포진된 신흥 클럽, 스테이지 뒤편이나 파티션으로 처리된 별도 공간에서 보았던 여성들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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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한 콜카 일이  달째 되던 , 콜카로   거의 전부를 태식과 일본형에게 상납한 대가로 일본형으로부터 새롭게 들은 정보는  귀를 의심케 했다. 새벽 6. 일을 끝내고 아침식사  강남 24 해장국집에서 해장국을 먹던 일본형이 내게 푸념하듯 독백에 가까운 말을 꺼내는 순간  몸에선 소름이 돋았다.

 

"xx, 이런 빨대 짓이나 하지 말고 본격적으로 필드에 들어가야 하는데, 연락망이 없어 찌그러져 있네."

 

"필드가 어딘데요?"

 

"새끼.  빠꼼이 아냐? 눈치 깠을  아냐. VVIP들."

 

단골들 중에서도 프리패스 존을 통과하는 이들, 그들 중에서도 클럽에서 하루 술값으로 천만 원 대를 우습게 넘기는 고객들을 특별한 의미를 붙여 VVIP 불렀다.

 

"그치들한테 캔디(필로폰  마약의 은어) 스페셜 (신종대마의 은어) 넘기고, 물게(물좋은 게스트) 공급해서 하루에  타임만 굴려도 떨어지는 수수료가 얼만데."

 

"내가 주로 태우는 애들이 물게가 맞나요?"

 

"룸빵 애들이거나 아줌마에게 들어갈 빠돌이들인데그런 애들은 금방 뽀록나고, 진짜  되는 애들은 따로 있지."

 

"개네들이 누군데요?"

 

"xx, 태식이한테 들었을  아냐. 개네들! 내가 신도림 쪽 오야들한테  장에 돌려 왔잖아. 근데 xx 개땀 쏟으며 데리고 왔는데, VVIP 네트워크 딸린다고 이렇게 양아치 포지션에만 머물러 있는 거야. 챙기는   클럽 포주 새끼들이  챙기고."

 

일본형도 다르게 말하면 스카우터 MD   있었다. 신도림이라면 가출 팸들이 모여 있는 은거지의 다른 말이고, 오야라면 가출팸 관리자인  출신 남자애들을 뜻했다. 일본형이란  친구도  출신일 테다.

 

필자가 소름이 돋았던 대목은 바로  부분이다. '쩐 되는 애들'. 여자 아이들, 남자 아이들 모두 미성년자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미성년 친구들이 클럽이란 플랫폼을 통해 VVIP라 불리는 권력, 부를 과시하는 그들만의 리그, 파티에 조달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본형의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일본형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길 원했다. 이곳에서 가출 청소년인 차희나 은지를 발견하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콜카 일을 시작한지 한 달 반이 지났을 무렵. 삼성동 인근 흰색 벤츠, 그 뒷자석에 탄 한 여성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그 여성이 차희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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