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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이미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온통, 죄다, 한껏 스포일러이니, 아직 스포일러 보균자가 되지 않은 분들은 어서 도망치시기 바랍니다. 시간을 벌기 위해 아래 포스터를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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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3를 마무리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했다. 페이즈 4로 분류되었던 스파이더맨의 차기작 파 프롬 홈이 페이즈 3로 옮겨와 에필로그 성격을 갖게 되면서 이번 페이즈의 마지막 영화는 아니게 되었지만, 이전의 21개 영화를 총괄 완결하는 영화로서는 정점에 위치한다. 아이언맨 1편부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까지 총 3개 페이즈, 23개의 영화가 인피니티 사가(Infinity Saga)로 묶이게 되면서, 인피니티 사가의 정점으로 칭할 수도 있다.

 

전작들을 계승하여 완결하는 위치에 있으니, 당연히 과거 영화와의 연계점이 많고 또한 그것이 영화의 주된 소재이기도 하다. 줄여서 말하면 과거 역사의 재경험이다. 그리고 비록 영화가 오리지널 스토리에 가깝지만 컨셉 자체는 만화의 컨버전이니 원작과의 연결도 없진 않다. 이런 부분들을 알아둔다면 좀 더 재미있는 영화 감상이 가능하다. 오마주 성격의 연계/계승 요소를 얘기하는 거다. 또한 다음 페이즈와 다음 사가를 예고하는 요소도 소수 있다. 그걸 캐릭터별로 정리해서 알아본다.

 

 

아이언맨

 

1. 버거킹 치즈버거를 먹어라

 

영화의 엔딩, 토니 스타크의 장례식 장면에서 치즈버거가 언급되었다. 아버지를 여읜 모건 스타크와 토니의 친구인 해피 호건의 대화다. 치즈버거를 좋아한다는 모건의 천진한 말에 해피가 잠시 눈물을 삼킨다. “너희 아버지도 치즈버거를 좋아했어.” 아이언맨 1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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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에서 탈출한 토니가 처음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해피가 건네준 음식은 버거킹 치즈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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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후 첫 기자회견을 마치고(=망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처묵하던 음식도 버거킹 치즈버거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마약으로 인생을 채워나가던 중독 전성기 시절에서 빠져나왔던 계기는 크게 셋이었다. 하나는 과거 중독자였던 어머니와의 진솔한 통화, 다른 하나는 현재의 아내인 영화 프로듀서 수잔 러빈과의 관계, 그리고 마지막이 버거킹 치즈버거였다.

 

어느 날 좋아하는 치즈버거를 먹고 있는데 마약 때문인지 맛을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때 다우니는 좋아하는 음식의 맛도 못 느낄 정도로 망가진 삶을 살아선 안 되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커리어 재기작인 아이언맨 1편에 버거킹 치즈버거가 PPL 삼아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토니 스타크의 제사 음식으로 버거킹 치즈버거가 낙점되었다. 본디 제사상에는 고인이 좋아하던 것을 올린다. 모두, 영화를 본 후에 버거킹에서 토니 스타크를 추모하자.

 

2. 할리 키너라는 완결

 

토니의 장례식에는 역대 주요 인물들이 모두 참석해 있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알아보기 힘든 인물이 한 명 있다. 이제 곧 성인이 될 나이의 청년. 그의 이름은 할리 키너다. 아이언맨 3편의 등장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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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심킨스(Ty Simpkins)가 연기한 할리 키너

 

토니와 테네시 주에서 만나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줬던 할리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담당 배우 타이 심킨스가 성장한 모습 그대로 장례식까지 찾아왔다. 아이언맨 영화의 모든 요소를 토니의 장례식에서 완결하는 의미다. 그리고 동시에 할리는 차기작들에 대한 루머의 근원이기도 하다. 주요 조연이긴 했지만 영화 하나에만 나왔던 캐릭터가 관련 행사 여기저기에 얼굴을 내민 지 꽤 되었기 때문이다. 마블 10주년 올스타 사진에 나온다든가 하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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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워 영화 당시 톰 홀랜드와 타이 심킨스. 심지어 심킨스의 출연 장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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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10주년 올스타 사진에 끼어있는 심킨스.

 

때문에 할리 키너가 2대 아이언맨이다, 아니다 사이드킥인 아이언래드가 될 거다 하는 루머가 많다. 하지만 유력하진 않다. 정식 2대 아이언맨은 리리 윌리엄스라는 이름의 흑인 소녀로 히어로네임은 아이언하트다. 할리 키너와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아이언래드는 인기도 없을뿐더러 본명이 할리 키너가 아닌 나타니엘 리처드다. 만화와의 마케팅 연계, 캐릭터 판권 관리 등을 고려한다면 만화와 다른 캐릭터를 미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할리의 존재는 차기작으로 이어지는 요소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예상할 수가 없다.

 

3. 과거의 재경험 – 아이언맨 편

 

영화의 메인 컨셉이 과거의 재경험이다 보니 과거 영화의 연출을 리바이벌한 씬들이 많았다. 아이언맨의 경우엔 두 개다. 뉴욕 전투에서 로키가 토니를 창밖으로 집어 던졌을 때 아이언맨 수트가 추락 중인 토니에게 입혀지는 장면이 첫 번째다. 엔드게임에서는 뉴욕 전투 때로 이동해온 토니가 황급히 자리를 피하기 위해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으로 리바이벌되었다. 딱히 중요한 씬이 아닌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고, 구도는 다르지만 내용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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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이언맨 3편에서는 토니가 방송을 통해 만다린을 도발하고, 만다린 캐릭터를 조종하던 올드리치 킬리언은 이 도발에 응해 토니의 말리부 저택에 기습 폭격을 가하는 장면이 있다. 이 씬 또한 과거에서 온 타노스의 기함이 어벤져스 기지를 폭격하는 장면으로 리바이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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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말리부 저택도, 새 어벤져스 기지도 해안가 절벽에 위치했다는 우연?

 

토니의 장례식 장면에서도 아이언맨 1편의 요소가 리바이벌되었다. 호수에 띄워 보내는 유품은 1편 초반에 만들었고 1편 후반에 신형의 대체품으로 급히 썼던 최초의 아크 리액터였다. 페퍼가 만들어준 ‘토니에게 심장/마음(Heart)이 있다는 증거’라는 문구가 새겨진 그대로 쓰였다. 또한 죽어가는 토니에게 아내 페퍼가 건넨 “우린 괜찮을 거야”라는 대사가 아이언맨 1편에서 아크 리액터를 처음 교체해주면서 페퍼가 했던 대사의 리바이벌이라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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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gonna be okay”와 “We’re gonna be okay”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4. 수미쌍관

 

영화의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토니 스타크가 “I am Iron Man”이라고 말하는 아이언맨 1편의 장면은 기념비적이다. 작품 세계 내적으로는,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비전의 대사로 처리된 바 있듯, 지구 세계에 수퍼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하는 기점이 되었다. 작품 외적으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있게 한 핵심 대사였다. 아이언맨이 텐 링즈에 의해 동굴에 갇혀 최초의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기 위해 망치질을 하는 장면은, 그래서 어벤져스와 마블의 시초격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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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이 모두 엔드게임의 마지막에 쓰였다. 토니가 타노스에게서 최종 승리를 가져오는 장면에서는 타노스의 “나는 필연적 존재다.”(“I am inevitable”) 대사에 대응하는 대사로 “I am Iron Man”이 쓰였다. 또한 모든 스태프롤이 다 올라가고 마지막 마블 스튜디오 로고가 뜰 때, 최초 아이언맨 슈트를 제작할 때의 망치질 소리가 울린다. 인피니티 사가의 시작과 정점에 아이언맨이 쓰이는, 수미쌍관의 처리다.

 

이 역사적 대사는 사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애드립이었다. 원 각본에는 수퍼히어로의 클리셰대로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임을 부정하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언맨 1편은 촬영 당시 모자란 예산에 미완성 각본을 갖고 촬영했다고 한다. 그래서 감독 겸 조연인 존 패브로, 주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제프 브리짓, 세 명이 매일 그날 촬영할 내용을 검토하면서 반 애드립으로 각본의 빈 부분을 채웠다. 치즈버거도 그렇게 삽입되었다.

 

결국 엔딩도 여럿을 찍어봤는데, 그중에서 가장 임팩트 있어 보이는 버전의 결말을 채택한 것이다. 바뀐 엔딩을 본 당시의 제작자(현재의 마블 스튜디오 수장) 케빈 파이기는 반쯤은 재미로 반쯤은 큰 그림으로 사무엘 잭슨의 닉 퓨리가 카메오 출연하는 쿠키 영상을 추진했다. 그 쿠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어벤져스 영화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다우니의 애드립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니, 매우 적절한 활용이며 헌정이다.

 

 

캡틴 아메리카

 

1. 드디어, 어셈블

 

아이언맨과 별개로 캡틴 아메리카는 어벤져스의 또 다른 시작점이다. 첫 영화의 부제가 ‘퍼스트 어벤져’이기도 하다. 영화 작중에서는 최초의 수퍼히어로이며, 후세에 등장한 캡틴 마블의 전투기 콜사인의 명칭과 결합하여 어벤져스라는 개념이 탄생했다는 설정이다.

 

원작 만화에서도 캡틴 아메리카는 ‘국가 그 자체’라고 불리며 미국 국적의 수퍼히어로들에게는 대표적 상징이자 최고 리더로서의 권위를 갖고 있다. 그래서 “Avengers, Assemble!”이라는 대사가 있다. 주로 사건의 최종 전투에서 최고 리더, 대부분은 캡틴 아메리카가 어벤져스 멤버들에게 돌격 명령을 내리는 용도로 쓰인다. 독자에겐 결전을 알리는 신호다.

 

따라서 영화에서 이 대사가 언제 쓰일지, 누가 말할지는 매우 큰 관심사였다. 그동안 어벤져스 영화에서는 멤버들이 한 화면에 모이는 ‘어셈블’ 장면이 도입부와 절정부에 배치되었지만, 정작 가장 큰 쾌감을 줄 이 대사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어벤져스의 2편인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올 뻔하긴 했다. 새 멤버들을 소집한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 그리고 캡틴이 입을 연다. “어벤져스,” 그리고 다음 음절을 발음하려는 찰나에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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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은 관객더러 외치라 했던 건가.

 

엔드게임에서 드디어 아껴뒀던 어벤져스 어셈블이 등장했다. 아껴둔 덕인지 쾌감 효과는 최고였다. 인피니티 사가의 절정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반전의 순간에 처음 쓰인 어셈블이었다.

 

어벤져스 어셈블은 캡틴 아메리카 외에도 그와 유사한 위치에 있는 최고 리더들에게 허락된 대사다. 따라서 향후에는 2대 캡틴 아메리카인 팔콘, 혹은 어벤져스의 마지막 남은 조상인 캡틴 마블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경우에도 아끼고 아껴서 한 10여 년 후에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2. 원작 연계

 

2대 캡틴 아메리카는 팔콘이 되었다. 이 또한 원작 그대로다. 원래는 얼티밋 세계라는, 메인 세계에 이은 제1 서브 세계에서 있었던 전개이지만 현재 메인 세계와 얼티밋 세계가 통합되었기에 팔콘이 정식 2대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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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로서 팔콘의 첫 독립 타이틀. 2014년 11월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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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세대교체 프로젝트인 제너레이션즈 이벤트의 캡틴 아메리카 이슈에서도 정식 후계자는 팔콘 샘 윌슨이다.

계승 순위 1위라고 할 수 있는 버키는 둘을 잇는 역할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뿜게 했을 캡틴의 대사, “Hail Hydra” 또한 훌륭한 활용이다. 일단 원전을 알지 못해도 웃을 수 있게 했을뿐더러, 원전과 그 맥락을 알면 더욱 웃긴 대사다.

 

작품 내적으로는 과거 윈터 솔저 영화에서 캡틴을 시달리게 했던 하이드라 세포들의 대사였다. 작품 외적으로는 원작이 있다. 일명 ‘블루 스컬’이라고도 불리는 이야기였다. 갑자기 2016년의 어느 날, 만화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하이드라 만세를 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독자들도, 담당 배우 크리스 에반스도 뒤집어졌다. 하이드라의 주적인 캡틴 아메리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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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캡틴 팬들을 빡치게 했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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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크리스 에반스의 멘붕.

“하이드라?!?!? #아니라고 말해줘”

 

시크릿 엠파이어라는 이름의 스토리가 진행된 후에는 저 캡틴, 통칭 캡틴 하이드라는 현실 조작 능력에 의해 역사가 개변되어 탄생한 캐릭터였음이 밝혀진다. 결국 해당 이야기의 절정에서 캡틴 하이드라는 원래 역사의 캡틴 아메리카과 1:1 격돌을 한다.

 

2. 과거의 재경험 – 캡틴 아메리카 편

 

그래서 과거와 미래의 두 캡틴이 만나서 싸우는 장면이 캡틴 하이드라와 캡틴 아메리카의 격돌에 대한 오마주라는 의견도 있다. 동시에 이 씬은, 명확하게 윈터 솔저 영화에서 캡틴과 버키가 결전을 벌이던 장면의 리바이벌이기도 하다. 전투하는 장소가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높은 위치의 장소라는 점, 그리고 기어코 동반 추락하는 점이 같은 데다, 격투 마지막에 과거 캡틴이 미래 캡틴에게 거는 조르기 자세가 윈터 솔저 영화에서 캡틴이 버키에게 거는 조르기 자세와 같다.

 

그러고 보면 바로 직전의 씬도 재경험 씬이다. 인피니티 스톤 하나를 확보하기 위해 캡틴이 헤일 하이드라 사기를 치는 장면의 장소는 고층 엘리베이터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사람 중에는 사실 하이드라 소속인 자신의 부관 크로스본즈(럼로우)와 그 부하들이 있다. 윈터 솔저 영화에서 동일한 엘리베이터 전투 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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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잠입 작전인데 또 이렇게 마무리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또한 엔드게임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두 번의 반전이 배분되어 있다. 하나는 묠니르, 하나는 ‘왼쪽’. 토르는 좌절을 이기지 못하고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다가 기량이 하락한 탓에 타노스에게 전투기술로 밀려 목숨이 위험해졌다. 캡틴은 그를 구하기 위해 토르가 과거에서 빌려온 묠니르를 들어 타노스에게 반격을 가한다. 이 장면은 뜬금없지 않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영화에서 묠니르는 ‘자격 있는/고결한’(Worthy) 자만이 들 수 있으니 어디 한 번 도전해보라는 식으로 토르가 동료들을 놀린다. 도전자 중 유일하게 묠니르를 꿈쩍이라도 하게 만든 사람이 있으니 캡틴 아메리카다. 만화에서도 캡틴이 묠니르를 드는 장면이 나온 적 있다.

 

또한 캡틴이 드디어 묠니르를 들 정도의 고결함, 혹은 자격을 완성했다는 의미는 캡틴 아메리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현재 시대에의 적응과 전쟁에서의 졸업을 완성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쟁이 익숙해서 임무를 찾아다녔던 캡틴이 드디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투를 받아들였다는 해석이다. 승리 후 그가 연인의 곁으로 돌아가 전쟁에서 벗어나는 결말을 맺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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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론 때 아주 잠깐 들었던 묠니르. 표정 변하는 토르.

 

두 번째 반전 장면인 부활 멤버들과 지원군의 등장은 팔콘이 알렸다. 그때 팔콘이 말하는 대사는 “왼쪽을 봐”(On your left.)이다. 팔콘의 첫 등장 장면인 윈터 솔저에서의 장면에서 같은 대사를 캡틴이 한다. 워싱턴 DC에서 조깅 중인 팔콘 샘 윌슨, 그의 옆을 캡틴이 조깅하며 지나간다. 왼쪽으로 지나가니 조심하라는 의미로 “On your left.”를 말한다. 하지만 신체 능력이 한참 월등한 캡틴이 몇 바퀴 연속으로 추월하면서 그 말을 하니 팔콘은 울컥하고 만다. 이 장면은 그 개그성 때문에 나름 유명한 인터넷 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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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는 팔콘이지만 절친은 버키다. 캡틴이 엔드게임에서 마지막 임무를 떠나기 직전, 마지막 임무임을 직감한 사람은 버키였다. 버키가 받은 힌트는 둘이 나눴던 대화에 있다. 캡틴이 떠나기 직전에 말한다. “내가 없는 동안 멍청한 짓 하지 마.” 눈치를 챈 버키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럴 수가 없지. 네가 내 멍청함 다 가져가잖아.” 이 대화는 정확히 1편 퍼스트 어벤져 영화에서 반대의 입장으로 나눴던 대화다. 버키는 여기에서 캡틴이 오랫동안 떠날 생각이라는 걸 눈치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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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으로 파견되는 버키와 입대를 하지 못한 스티브가 나누었던 대화.

엔드게임과는 달리 말하는 주체가 서로 반대다.

그리고 이 대화 후, 버키는 친구의 곁을 오랫동안 떠나게 되었다.

 

과거의 재경험이라는 컨셉답게, 우리는 퍼스트 어벤져 영화와 에이전트 카터 등의 드라마에서 만났던 페기 카터 요원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에이전트 카터 드라마의 캐릭터 중 하나가 더 출연했다. 토니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의 비서 겸 집사 에드윈 자비스다. 정황상 비전의 전신인 인공지능 자비스의 이름이 여기에서 왔을 것이 뻔하다. 토니는 어려서부터 봤던 집사 아저씨의 이름을 자기 발명품에 붙인 것이다. 그리고 에드윈 자비스 캐릭터는 에이전트 카터 드라마에서 페기 카터와의 훌륭한 케미를 보여준 바 있다. 엔드게임에 등장한 자비스는 영화가 드라마와 연계한, 현재까지는 유일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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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에이전트 카터의 에드윈 자비스.

드라마에서는 고용주인 하워드 스타크가 찬 여자들에게 대신 따귀를 맞는 업무(?)로 처음 등장한다.

 

3. 설정 포기 혹은 떡밥

 

물론 영화의 캡틴 아메리카에게 평생의 연인은 페기 카터다. 하지만 윈터 솔저 영화의 주된 내용은 캡틴이 현재 시대에 적응하는 내용이기도 한데, 페기 카터의 조카인 샤론 카터와 키스를 하며 연인 관계가 되는 장면은 이를 함축한다. 전 사이드킥인 버키와 현 사이드킥인 팔콘도 이를 대견스럽게 바라보지 않았는가.

 

하지만 엔드게임에서는 캡틴의 마음이 다시 페기를 향하면서, 샤론의 이야기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원작에서도 캡틴의 연인이며 쉴드의 창립자 중 하나의 조카인 동시에 그녀 자신도 에이전트 13으로 불리는 유능한 요원이지만, 영화에서는 왜인지 스리슬쩍 사라졌다. 샤론 카터는 어디로 갔는가. 설정을 포기했을까 혹은 후속작에서 팔콘/버키와 함께 등장하게 될까. 윈터 솔저에서 보여줬던 에밀리 반캠프의 액션과 연기가 나쁘지 않았기에 후자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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