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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야생동물구조센터가 바빠지는 계절입니다. 이 시기에는 구조 혹은 납치된 새끼동물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죠. 

 

고라니, 너구리, 삵, 수달, 비둘기, 까치, 수리부엉이 등 수십 종의 야생동물 새끼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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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엔 새끼 너구리가 구조되었습니다.

 

낚시터에서 들개가 너구리 둥지를 습격해 어미와 나머지 형제들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아 구조되었습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도착했을 땐 탯줄에 피가 채 마르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태어난 지 만 24시간이 안 되었겠죠..

 

이렇게 어린 동물들은 1~2시간에 한 번씩 젖을 물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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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를 할 때마다 체중과 수유량, 배설물의 상태를 체크 합니다. 

밥 먹이고 체크하고 밥 먹이고 체크하기를 스스로 이유식을 먹을 때까지 반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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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꿩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신고자의 얘기로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신고했다는데, 

검사 결과 차량이나 건물 유리창에 충돌한 후 나무에 올라있다가 상태가 나빠져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시간가량 인공호흡과 각종 약물로 처치하였지만 결국 폐사했습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라고 하면 독수리, 수달, 삵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만 구조한다고 알고 계시는 듯하지만,  

반려동물과 가축을 제외한 모든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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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쪽에는 여러 마리의 너구리가 입원했습니다. 각질과 털 빠짐 증세가 심각해 보입니다.

구조되는 너구리 중 가장 많은 경우가 위와 같이 '개선충'에 걸린 경우입니다.

 

감염이 가벼운 정도라면 쉽게 치료가 가능하지만, 사진처럼 심한 경우 생존율이 매우 낮습니다.

이렇게까지 심한 경우엔 장담하기 어렵지만, 밥 잘 먹고 약 잘 바르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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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방사선실에는 황조롱이가 굴욕적인 자세로 엑스레이를 찍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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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고양이가 아픈 경우 가족들이 지켜보다 아픈 곳을 말해줄 수 있지만, 야생동물은 아파도 티를 내기보다는 공격을 하죠. 그래서 구조된 후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이 황조롱이의 경우 건물 유리창에 충돌 후 정신을 잃었다는 신고자의 목격이 있었습니다만, 다행히도 엑스레이상에는 골절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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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이후엔 여러 가지 검사가 더해집니다. 조류가 어딘가에 충돌했을 때, 특히 시력이 좋은 매와 수리류는 충돌이 안구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안구검사를 시행합니다. 

 

이 녀석은 가벼운 뇌진탕 증세만 보였고 골절이나 안구파열 등 다른 소견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운이 정말 좋은 녀석입니다. 

 

며칠 계류장에서 밥 잘 먹고, 안정을 취하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체중이 272g으로 역대 구조된 황조롱이 중 최고 몸무게입니다. (참고로 황조롱이 평균 체중은 암컷 220~230g, 수컷 170~180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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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너구리 새끼는 또 밥을 먹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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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류충돌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한해 국내에서 800만 마리의 조류가 유리창, 방음벽에 충돌해 사라집니다.

800만 마리..... 실감이 안 나는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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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에 대한 자세한 기사(링크)

기사 작성자의 자유게시판 글(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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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님께서 오시는 길에 한 두시간 도로 옆 방음벽에서 주워온 사체의 일부입니다.  

 

새매, 황조롱이, 까치... 당장 우리 집, 우리 아파트 방음벽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현재 방음벽 충돌 저감 방안에 대한 시범사업들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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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중에 수리부엉이가 구조 되었습니다. 수리부엉이는 단골입니다.

 

그냥 종이 박스 같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구조용 박스입니다. 종이 박스는 휴대성과 이동성이 높아 조류 구조시에 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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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발톱에 한번 찍히면 사람 손 정도는 위아래로 구멍이 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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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을 치료하기 위해 잡는 걸 '보정' 이라고 하는데, 보정하는 방법만 정확하게 숙지하면 다칠 가능성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수리부엉이는 한 손으로 양 발목을 잡고 한 팔로 잡아주면 됩니다. 다들 하실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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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리를 잡힌 상태에서도 부리를 딱딱거리며 위협을 합니다. 겁을 주려면 깃털도 빵빵하게 세워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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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은 밭그물에 걸려 구조 되었습니다. 조류는 깃털에 그물이 파묻혀 꼼꼼하게 검사해야 합니다. 

엑스레이, 안구검사 등 다른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어  며칠 잘 쉬고 집에가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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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또 밥 먹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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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가 부러져 입원해 있던 까치는 '본시멘트'로 부리를 다시 만들어 줍니다. 부리가 다시 자라 상처 부위가 덮힐 때까지는 장기 입원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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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도부터 이곳에 한 쪽 방을 차지하고 있는 '매'입니다. 

 

비행에는 문제가 없는데 발가락에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발가락 사이에 붕대가 감겨 있습니다. 

비행에 문제가 없어도 발가락을 욺켜쥐지 못하면 사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생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안락사와 장기 계류의 양갈래 길에 놓이게 되는데, 이 녀석은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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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 직전에 신고가 들어와 또 출동했습니다. 우수고객 수리부엉이 유조(새끼)가 또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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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산에 혼자 뽈뽈 거리는 걸 등산객이 신고 하셨대요.

 

수리부엉이 유조의 경우 날지도 못하는 상태로 돌아 다니다 길을 잃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민가 근처에서 들개나 고양이 밥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 녀석은 기본적인 검사를 마쳤습니다. 딱딱 거리며 사람 경계하지만, 밥 잘 먹습니다. 사람도 동물도 밥 잘 먹어주는 게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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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로 새끼 너구리 밥 먹을 시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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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체중이 팍팍 늘어야 되는데 너무 어릴때 와서인지 밥 먹는 걸 힘들어해서 걱정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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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 유조랑 함께 구조된 멧비둘기 입니다. 

 

오늘 마지막 구조동물 인데, 유리창에 충돌해서 가슴에 있는 먹이낭이 터졌습니다. 긴급수술이 필요해서 바로 마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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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봉합수술이 진행됩니다. 이런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부디 건강하게 살아서 나가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 수많은 동물들이 구조되어 치료되고, 방생되고, 폐사하였습니다.

 

전부 담을수 없겠지만,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최대한 가까운 시선으로 담아 보려 합니다. 

 

가끔 관심과 응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 

- 마하트마 간디 -

 

 

 

편집부 주

 

위 글은 자유게시판에서 납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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