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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 인맥  무엇도 없는 사람들

 

인력사무소 에피소드를 풀자면 밤을 새워도 부족하다. 다이내믹한 얘기를 워낙 많이 듣기도 했거니와,  또한 인력소 출신(?)이다 보니, 보고 듣고 느낀  많다. 그런 얘기를  해볼까 한다.

 

우선, 인력소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일까. (, 그전에 하나만 전제 하자.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일용직 노동자가 그렇다는  아니다. 대체로, 혹은 몇몇 일용직 노동자에 한한 얘기다) 자본사회는 간단하다. 자본사회에서 살아가려면   하나는 있어야 한다. 자기만의 탤런트가 있거나, 남의 탤런트를   있는 돈이 있거나,   개가 없어도 뭉개볼  있는 인맥이 있거나.

 

인력소는 간단하게 말해,   모두 없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특별한 기술도 없고, 돈도 없고, 비벼볼  있는 언덕도 없는 사람들. 그런 까닭으로 수수료 1 3,000원을 내고, 남의 인맥을 사서 그날의 일거리를 보장받는 곳이 바로 인력소인 거다.

 

해서, 노가다판에서는 인력소를 인생의 막장, 혹은 벼랑 끝이라고 표현한다. 더는 기댈 곳도, 기대할 것도 없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뜻에서 말이다. 씁쓸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이 많다. 도박중독자, 알코올중독자, 이런저런 이유로 이혼하고 혼자 사는 아저씨, 혹은 애초에 결혼 같은  해본  없는 아저씨, 사업에 실패해 빚더미에 앉은 사람 등등.

 

 나온 김에, 생각나는 아저씨가 있다.  번은 인력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중년 남성이 쭈뼛쭈뼛 들어왔다. 마침  중년 남성과 같이 일하러 가게 됐는데, 웬걸. 아주 고급스러운 외제차를 끌고 가는  아닌가. 궁금한   넘어가는 성격이라, 슬쩍슬쩍 물었더니 한때는  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이었단다. 사업에 실패하고 그것 때문에 이혼까지 했고, 자기한테 남은  딸랑  외제차  대뿐이라고. 어쨌든 차는 있어야 해서 끌고는 다니는데, 본인도 외제차 끌고 인력소 나오려니 머쓱했단다.

 

그런 중년 남성은 드문 경우고, 인력소에 가장 많은 부류는 역시 도박중독자다. 오죽 많으면 1·3·6으로 구분해서 말할까.

 

우선 1. 하루 일하고 이틀 게임방에서 죽치고, 다시 하루 일하고, 이틀 게임방에서 죽치는 부류다.  부류는 엄밀히 말해 도박중독은 아니다. 그래봤자 게임머니 주고받는 인터넷 고스톱이나 포커니까.

 

다음은 3.  부류부터 진짜 도박이다. 3 일하고 하루 성인오락실 가고, 3 일하고 하루 성인오락실 가는 부류다. 지금부터는 들은 얘기다. 노다가판은 통상 오전 11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이다. 보통은 10 만에 밥을 후루룩 먹고 1시간가량 낮잠을 잔다. 워낙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 그만큼 몸이 고되서다. 근데  시간을  참고 성인오락실 갔다 오는 사람들이 있단다. 도박이  무섭구나, 싶었다.

 

아무튼, 마지막 6.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일요일에 경마장 가는 부류다.

 

1·3·6들에게 그날그날 일당을 쥐어주는 인력소는, 빠져나올  없는 늪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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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에 돈이  떨어져야 나오는 사람들

 

인력소엔 아무런 미래도 비전도 없이 여관방에서 홀로 살아가는 아저씨들도 많다. 1·3·6 대부분 여기에 해당하지만, 내가 지금부터 얘기하려는 홀로족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1·3·6 그래도 도박을 동력으로 죽으나 사나 꾸준히 나온다. 홀로족은 그렇지 않다.

 

혼자 지내다보니 외로울 테고, 자연히 술을 찾을 테고, 술이  테고,  보통은 깡소주에 라면이나 과자로 끼니를 때울 테니 몸이 성할 없을 테고, 그래서 그런지 정말 드문드문 나온다. 당시 인력소 사장 표현을 빌리자면 “수중에 돈이  떨어져야나오는 부류가 바로  사람들이다.

 

 홀로족들 중에는 이런 사람도 있다. 오랜만에 출근해, 쭈뼛쭈뼛 인력소 사장한테 가서는 5,000원을 가불받는다. 왜냐고? 담배 사려고. 그때마다 인력소 사장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저것들은 주머니에  원만 있어도  나와. 담배  갑에 소주  , 라면  봉지 사면  떨어지거든. 재떨이에 쌓여있는 꽁초까지 뒤져서 주워 피다가 진짜  원도 없을   나오는 거여. 어휴.”

 

홀로족들의  다른 공통점은 대체로 휴대전화가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휴대전화라는  가져본  없는 사람도 있지만, 요금이 밀리고 밀려 정지되었다가 겨우 살렸다가를 반복하다가 자연스레 없어진 경우가 많단다.

 

많지는 않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내가 다니던 인력소에는  점잖은 할아버지가   있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다. 일흔이  넘었을까인력소 사장 말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평일이든 주말이든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인력소에 나온단다. 근데 나이도 있고, 기력도 쇠해서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보니 데마 맞는(일거리가 없어 쉬게 되는  노가다판에서는 데마 맞는다고 표현한다. 일본어 てまち[데마찌]에서 파생) 날이 허다했다. 언젠가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평균 보름 남짓 일하게 된단다.

 

인력소는 보통 새벽 6 전후로 교통 정리가 끝난다. 일거리가 정해진 사람은 삼삼오오 현장으로 간다. 7시쯤 되면 데마 맞은 사람들도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고 나면 사무실에는 사장 포함해 서넛 정도가 남는다. 아주 드물지만 8~9시에 급히 연락이  사람 보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혹시나 싶은 미련에 남아보는 거다.  같은 경우도  서넛  하나였다. 일찍 일어난  억울해서라도 9시까지는 기다리다가 집에 오곤 했다. 그때마다 나와 함께  자리를 지킨 사람이  할아버지였다. 매일 나와서 그렇게 자주 데마 맞으면 인력소 사장한테 투정이라도 한 번 부릴 법한데,  할아버지는 한결같았다. 9시가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멋쩍게 웃어 보이고는, 이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커피 ~ 마시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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